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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4화: 차도현이 정한 조건

last update Veröffentlichungsdatum: 03.11.2026 08:10:32

화요일 오후 1시 20분.

한서윤은 아이보리색 원피스에 짙은 와인색 재킷을 걸쳤다. 머리는 반묶음으로 정리하고 작은 진주 귀걸이를 착용했다.

차도현은 현관 앞에서 손목시계를 확인하고 있었다.

“아내, 준비 끝나셨습니까?”

“응. 어때?”

도현은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잘 어울립니다.”

“그게 끝이야?”

“더 필요한 말씀이 있습니까?”

서윤은 입술을 삐죽였다.

“어제부터 진짜 재미없어.”

도현은 현관문을 열었다.

“칭찬을 듣고 싶으셨다면 처음부터 그렇게 말씀하십시오.”

“차도현!”

“아름다우십니다. 이제 출발하시죠.”

서윤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정말 못 말려.”

오후 2시.

전시 담당자는 두 사람을 별도의 자료실로 안내했다.

“한서윤 작가님, 당시 보관했던 스케치 5장입니다.”

테이블 위에 보호용 종이가 깔리고, 오래된 그림들이 차례로 펼쳐졌다.

서윤은 첫 번째 스케치를 보자마자 웃었다.

“세상에. 이걸 아직 가지고 계셨네요.”

작은 서점의 정면을 연필로 그린 그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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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두 번째 명령이 끝나면   770화. 전시 첫날의 작은 소동

    월요일 오전 9시 10분.한서윤은 출근하자마자 주말에 제출된 문화사업 관련 보고서를 확인했다.마지막까지 참여 여부를 검토하던 상점에서도 최종 동의서가 도착했다.이로써 사전 조사에 참여한 6곳의 자료 활용 범위가 모두 정리되었다.남기준 과장이 서류를 들고 들어왔다.“한 총괄님, 마지막 상점의 동의까지 확인했습니다.”“전시할 사진과 문구도 최종 승인받았나요?”“네. 다만 상점 내부가 촬영된 사진 1장은 제외해 달라고 하셨습니다.”“그럼 해당 사진은 제작 목록에서 빼 주세요.”“알겠습니다.”서윤은 수정된 자료를 확인했다.“이제 시범 전시 계획을 최종 검토에 올릴 수 있겠네요.”“네. 예산과 운영 계획도 정리됐습니다.”“좋아요. 윤 본부장님께 전달해 주세요.”남기준이 나가자 서윤은 다음 업무를 시작했다.회사 문화사업은 정식 승인 여부를 기다리고 있었고, 개인 서점의 작은 전시는 예정된 날짜를 향해 준비되고 있었다.수요일 오후 2시.차도현은 문화사업 최종 검토 회의를 진행했다.윤석재 본부장이 시범 전시 운영 계획을 설명했다.“전시 기간은 2주이며, 참여 상점은 총 6곳입니다. 자료 활용 동의와 전시 장소의 시설 점검도 완료했습니다.”도현은 예산표를 살폈다.“총운영비는 승인 요청 금액을 초과하지 않습니까?”“네. 예비비를 포함한 금액입니다.”“전시 종료 후 자료는 어떻게 처리합니까?”“대여 자료는 반환하고, 복제 자료는 동의된 보관 기간에 따라 관리할 예정입니다.”도현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확인했다.“좋습니다. 시범 전시 진행을 승인하겠습니다.”윤석재가 고개를 숙였다.“감사합니다, 의장님.”“단, 승인된 범위를 벗어나는 비용 집행이나 자료 활용은 별도로 보고하십시오.”“알겠습니다.”도현은 서류를 덮었다.“이번 사업의 목적은 상점의 역사를 회사 홍보에 이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참여자들이 허락한 범위에서 기록을 남기는 일이라는 점을 잊지 마십시오.”회의실에 있던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서윤은 승인된 계획서를 받아

  • 열두 번째 명령이 끝나면   769화. 여덟 개의 풍경이 모이는 날

    월요일 오전 9시 20분.한서윤은 출근하자마자 문화사업 시범 전시의 현장 점검 보고서를 확인했다.윤석재 본부장과 남기준 과장이 전날 정리한 자료였다.첫 번째 후보 장소는 접근성과 관리 비용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전시물 반입에 사용할 출입구가 좁았다.서윤은 남기준을 불렀다.“남 과장님, 대형 전시물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죠?”“네. 현재 계획된 자료는 모두 반입할 수 있습니다.”“그럼 설치 작업 중 일반 방문객과 동선이 겹치지 않는지만 확인해 주세요.”“알겠습니다.”“그리고 마지막 참여 상점의 동의는 어떻게 됐나요?”“오늘 오후에 최종 답변을 주시기로 했습니다.”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답변이 오기 전까지는 해당 자료를 제작 목록에 넣지 마세요.”남기준이 나가자 서윤은 보고서에 검토 의견을 남겼다.회사 문화사업은 마지막 승인 절차를 향해 가고 있었다.그와 별개로 그녀의 작은 서점에서도 전시 준비가 한창이었다.오후 2시 10분.차도현은 수정된 사업 계획서를 읽고 있었다.윤석재가 맞은편에 앉아 설명을 이어 갔다.“첫 번째 후보 장소를 기준으로 운영 계획을 정리했습니다.”도현은 예산표를 확인했다.“예비비가 포함되어 있군요.”“네. 설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추가 비용을 고려했습니다.”“예비비 사용 기준은요?”“별도 승인 후 집행하도록 했습니다.”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 다만 전시 장소를 확정하기 전에 시설 측과 반입 시간을 문서로 합의하십시오.”“알겠습니다.”“참여 상점의 자료도 최종 확인된 것만 사용하시고요.”윤석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네, 의장님.”도현은 보고서를 덮었다.시범 전시를 추진할 근거는 충분해지고 있었지만, 승인과 실행은 별개의 문제였다.화요일 오후 6시 30분.서윤은 퇴근 후 서점으로 향했다.다음 달에 열릴 작은 전시의 안내 책자를 만들기 위해서였다.책상 위에는 참가자 8명의 작품 정보가 정리되어 있었다.서윤은 작품 제목과 짧은 소개 글을 하나씩 확인했다.첫 번째

  • 열두 번째 명령이 끝나면   768화. 전시를 앞두고 생긴 문제

    월요일 오전 9시 30분.한서윤은 출근하자마자 문화사업 시범 전시 장소에 관한 수정 보고서를 확인했다.정하린 대리가 새로 정리한 비교표를 가져왔다.“한 총괄님, 두 번째 장소의 추가 관리비는 협의가 어렵다고 합니다.”“그럼 세 번째 장소는요?”“주말 운영 인력을 포함하면 비용이 가장 높습니다. 대신 설치와 철거 일정은 조정할 수 있습니다.”서윤은 세 장소의 조건을 다시 살폈다.“첫 번째 장소가 가장 안정적이네요.”“네. 다만 전시 면적이 조금 작습니다.”“참여 상점마다 전시물이 많은 건 아니니까 배치를 조정하면 가능할 것 같아요.”서윤은 남기준 과장에게 전화를 걸었다.“남 과장님, 첫 번째 장소 기준으로 전시 동선을 다시 구성해 주세요. 실물 자료가 없는 상점은 벽면 전시를 활용하고요.”“알겠습니다.”“그리고 예상 관람객 수에 따라 입장 인원을 조절할 수 있는지도 확인해 주세요.”통화를 마친 서윤은 수정 보고서에 검토 의견을 남겼다.시범 전시는 아직 최종 승인을 받지 않았다. 그만큼 준비 단계에서 확인할 수 있는 문제를 최대한 줄여야 했다.오후 1시 40분.차도현은 윤석재 본부장에게 보고를 받고 있었다.“첫 번째 장소를 우선 검토 대상으로 선정했습니다.”도현은 자료를 읽었다.“이전 보고서보다 총비용이 줄었군요.”“네. 전시 구조를 조정했습니다.”“안전 관리 비용까지 포함한 금액입니까?”“그렇습니다.”도현은 몇 장을 더 넘겼다.“참여 상점의 자료 활용 동의도 모두 완료됐습니까?”“마지막 1곳은 이번 주 안으로 확인할 예정입니다.”“그렇다면 확정된 5곳을 기준으로 우선 계획을 검토하십시오. 나머지 1곳의 참여를 전제로 비용을 집행하지 마시고요.”“알겠습니다.”도현은 보고서를 덮었다.“최종 승인 전에 현장 점검 결과를 제출하십시오.”윤석재가 고개를 숙였다.“네, 의장님.”화요일 오후 6시 20분.서윤은 퇴근 후 개인 서점으로 향했다.다음 달에 열릴 작은 전시를 준비하기 위해서였다.서점에 도착한 그녀는

  • 열두 번째 명령이 끝나면   767화. 그림 한 장의 가격

    월요일 오전 9시 20분.한서윤은 출근하자마자 주말 동안 정리된 문화사업 자료를 확인했다.시범 전시 후보 장소 3곳 가운데 1곳에서 새로운 견적서를 보내왔다. 기존 견적보다 시설 관리비가 높아진 상태였다.서윤은 정하린 대리를 불렀다.“하린 씨, 두 번째 장소 견적이 변경됐네요.”“네. 주말 운영에 필요한 관리 인력이 추가됐다고 합니다.”“처음부터 주말 운영을 조건으로 문의했는데 이제 와서 추가된 이유가 뭘까요?”“확인해 보겠습니다.”서윤은 견적서를 내려놓았다.“추가 비용의 근거부터 받아 주세요. 그리고 기존 견적이 유효한지도 확인하고요.”“알겠습니다.”잠시 후 남기준 과장이 들어왔다.“한 총괄님, 참여 상점 한 곳에서 전시 방식 변경을 요청했습니다.”“어떤 내용이죠?”“물건을 직접 빌려주는 대신 사진으로만 참여하고 싶다고 하십니다.”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진행하세요. 실물 전시를 고집할 이유는 없으니까요.”“네.”“다만 사진의 사용 범위는 다시 확인해 주세요.”남기준이 나간 뒤 서윤은 보고서에 수정 사항을 표시했다.회사에서 진행하는 전시는 여전히 검토 단계였다. 장소와 비용, 참여자의 동의가 모두 정리되기 전까지는 확정할 수 없었다.오후 12시 40분.서윤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개인 휴대전화에 도착한 메시지를 확인했다.작은 서점에서 준비 중인 그림 전시 참가 신청이 5명으로 늘어나 있었다.정원은 8명.신청자들은 각자 다른 그림을 제출할 예정이었다.집 앞 나무, 오래된 운동화, 반려동물, 여행지에서 본 바다, 어린 시절 살던 동네.서윤은 작품 설명을 읽으며 미소 지었다.그런데 마지막 메시지는 조금 달랐다.‘작가님, 전시에 참여하는 그림을 판매할 수도 있나요?’서윤은 잠시 생각했다.처음 계획에는 판매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참가자가 자신의 그림을 전시하고, 전시가 끝나면 돌려받는 방식이었다.서윤은 답장을 작성했다.‘이번 전시는 비판매 전시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작품 판매는 진행하지 않을 예정입니

  • 열두 번째 명령이 끝나면   766화. 의장님의 첫 그림 수업

    월요일 오전 8시 40분.한서윤은 출근하자마자 주말에 정리한 서점 운영 기록을 개인 가방 안에 넣었다.어제 차도현과 이야기했던 작은 전시 계획도 함께 들어 있었다.다음 달에는 그림 수업에 참여한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도록 해 볼 생각이었다.물론 참여 여부는 각자의 선택이었다.서윤은 회사 업무용 컴퓨터를 켜고 문화사업 진행 현황부터 확인했다.잠시 후 정하린 대리가 자료를 들고 들어왔다.“한 총괄님, 시범 전시 후보 장소 3곳 비교표입니다.”“고마워요. 운영 인원과 설치 비용도 포함됐나요?”“네. 장소별로 정리했습니다.”서윤은 자료를 살폈다.“두 번째 장소는 접근성이 좋은데 전시 공간이 조금 좁네요.”“네. 대신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합니다.”“세 번째 장소는요?”“공간은 넓지만 주말 관리 인력이 추가로 필요합니다.”서윤은 표에 표시했다.“그럼 관람객이 얼마나 들어올 수 있는지도 확인해 주세요. 공간이 넓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니까요.”“알겠습니다.”서윤은 자료를 내려놓았다.개인 서점에서는 자신이 직접 모든 일을 결정했지만, 회사에서는 여러 사람의 검토와 책임이 필요했다.두 일을 구분하는 것은 이제 자연스러운 습관이 되었다.오전 11시 20분.차도현은 윤석재 본부장에게 보고를 받고 있었다.“시범 전시 장소 후보를 3곳으로 압축했습니다.”도현은 비교표를 확인했다.“운영 기간은 동일합니까?”“네. 모두 2주를 기준으로 산정했습니다.”“두 번째 장소는 접근성이 좋지만 동선이 좁군요.”“그렇습니다.”도현은 자료를 내려놓았다.“방문객이 몰렸을 때를 가정한 운영 계획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장소 비용만 비교해서는 안 됩니다.”“알겠습니다.”“참여 상점의 자료도 아직 모두 확정된 것은 아니지요?”“네. 2곳은 최종 확인 중입니다.”“그렇다면 제작 일정을 먼저 확정하지 마십시오.”도현의 목소리는 단호했다.“승인되지 않은 사업을 이미 진행하는 것처럼 운영해서는 안 됩니다.”윤석재는 곧바로 대답했다.

  • 열두 번째 명령이 끝나면   765화. 서점에 남겨진 편지

    일요일 오전 9시 40분.한서윤은 평소보다 일찍 눈을 떴다.어제 서점에서 만났던 손님들이 자꾸 생각났기 때문이다.14년 전 자신의 그림을 기억하던 여성과 오래전에 살던 집을 그림으로 남기고 싶어 했던 손님.서윤은 침대에서 일어나 작은 작업 노트를 펼쳤다.베란다 그림 의뢰를 위해 적어 둔 메모가 있었다.‘낡은 나무 의자, 화분 4개, 오후의 햇빛. 실제 모습 최대한 유지.’그녀는 사진을 다시 확인했다.화려한 풍경은 아니었다. 오래된 아파트의 좁은 베란다에 작은 화분들이 놓여 있을 뿐이었다.하지만 의뢰인은 그 풍경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했다.“어떤 색이 좋을까.”서윤은 연필로 작은 구도를 그리기 시작했다.그때 침실 문이 열렸다.“아내, 벌써 일어나셨습니까?”차도현이었다.“응. 그림 생각이 나서.”도현은 그녀가 펼쳐 놓은 노트를 바라봤다.“어제 말씀하신 의뢰입니까?”“응. 오늘은 구도만 조금 잡아 보려고.”“아침 식사부터 하십시오.”“조금만 더.”도현은 침대 옆에 서서 시계를 확인했다.“10분 드리겠습니다.”서윤이 웃었다.“차도현 의장님, 일요일에도 그렇게 엄격해야 해?”“식사 시간을 지키는 데 평일과 주말을 구분할 필요는 없습니다.”“알았어. 10분.”도현은 그녀가 다시 연필을 잡는 모습을 확인하고 침실을 나갔다.오전 11시 20분.서윤은 서점에 도착했다.일요일 영업은 오후 1시부터였지만, 오늘은 그림 의뢰에 필요한 색을 시험해 볼 생각이었다.문을 열자 익숙한 종이 냄새가 났다.서윤은 가방을 내려놓고 전날 판매한 책의 빈자리를 채웠다.창가 책상에는 도현이 어제 읽다 놓고 간 책이 있었다.그는 책을 구입한 뒤 절반 정도 읽었고, 다음 방문 때 마저 읽겠다며 책갈피를 꽂아 두었다.서윤은 책을 집어 들었다.책갈피에는 자신이 직접 적은 문장이 있었다.‘오늘도 당신의 자리가 있습니다.’그녀는 책을 다시 내려놓았다.“정말 자기 자리처럼 쓰네.”혼잣말을 하며 웃던 서윤은 계산대 아래에서 작은 봉투 하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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