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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14일간의 계약 연애: Chapter 281 - Chapter 290

295 Chapters

280화

다음 날 화요일 새벽 0시 5분, 관사 공용 세탁실.똑똑.복도 쪽 공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소율이 문을 열었다. 해나가 서류 봉투와 작은 세탁 바구니를 들고 들어왔다. 자료를 전하고 건조대에 널어 둔 제 수건도 걷어 갈 참이었다."늦어서 죄송해요. 출입 기록 받아 오느라 조금 걸렸어요.""고마워요. 여기 놓아 주세요."소율은 접이식 세탁대 한쪽을 비웠다. 201호 관리 문은 닫혀 있었고, 도현은 이미 202호에서 갈아입고 빈 빨래 바구니를 가져와 있었다.해나는 제 빨래 바구니를 발밑에 내려놓고 봉투부터 열었다."차 과장님이 말씀하신 시간대에 들어온 차들이에요. 출입 기록하고 당직자 메모 같이 받았어요."도현은 차고에서 찍은 사진을 휴대전화로 보여 줬다. 소율이 눌린 바퀴를 보고 입술을 다물었다."실제 출고였다면 차 바꾸는 동안 또 물건이 기다렸겠네요.""네. 물량은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기사는 운행 전에 확인했고요."해나는 사진과 출입 기록을 번갈아 봤다."동림 쪽은 왜 지사장님한테 시간을 들었다고 할까요? 자기들이 전달한 걸 반대로 말하는 건가?""그럴 수도 있고, 실제로 다시 전달받았을 수도 있습니다. 원본을 요청했으니 확인하겠습니다."소율이 고개를 끄덕였다."지사장님이 그 시간을 알았는지도 아직은 동림 담당자 말뿐이에요. 어느 쪽이든 전달 경로를 먼저 보죠."해나가 노트의 다음 장을 폈다."축제 쪽에서도 들은 게 있어요. 지사장님 차 운전을 오래 맡으신 분 있잖아요. 그분이 요즘 조직위원회 사무실에 자주 오셨대요. 동림 사무실에서도 봤다는 얘기가 있고요.""누가 보셨대요?""조직위 쪽은 근처 가게 하시는 분이요. 동림 쪽은 기사님한테 들었는데, 그분도 다른 사람한테 들으신 거라... 이건 아직 소문이에요."해나가 말을 줄이자 소율이 노트의 해당 부분을 봤다."직접 보신 분과 전해 들으신 분을 나눠 적어 주세요. 운전기사님이 다녀간 이유도 아직 모르고요.""네. 그럼 제가 내일 한 번 더 확인해 볼게요.""저는 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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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화

"옆방 사시면서 무슨 핑계까지 필요하세요.""그러니까. 빨래까지 따로 들고 가려니 섭섭하네."도현은 그녀가 잡은 옷자락을 내려다봤다. 소율은 놓는 대신 한 번 더 가볍게 당겼다."잠깐 넣어 두고 다시 오시면 되잖아요."그의 입가가 천천히 올라갔다. 소율도 그 얼굴을 보며 웃다가 서류 봉투 닫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해나가 두통이 오는듯 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두 분, 오늘 낮에는 저한테 서로 의견 안 맞아서 냉전 중이라고 둘러대게 하시더니…"소율이 얼른 옷자락을 놓았다. 도현은 웃음을 거두지 않고 제 빨래 바구니를 들었다."윤 대리님 덕분에 지금은 편하게 웃습니다.""그래요? 그럼 빨래라도 각자 챙겨 가시죠. 이 셔츠도요."해나는 제 수건을 바구니에 걷어 담은 뒤 세탁대 옆에 걸쳐 둔 셔츠 한 장도 집었다. 도현이 차고에서 입고 돌아온 짙은 색 셔츠였다. 그는 귀가 직후 그 옷부터 벗어 두고, 주머니를 비우기 전이라 세탁할 것과 따로 놓아둔 참이었다.해나가 펼친 셔츠를 바구니에 넣으려는 순간이었다.툭.가슴 주머니에서 검은 카드집이 떨어졌다. 해나가 발치에 떨어진 것을 집으려고 몸을 숙였다.도현도 동시에 손을 뻗었다."그건 제가..."해나의 손이 먼저 닿았다. 카드집 윗부분은 불투명했지만 아래쪽 창으로는 카드에 인쇄된 글씨가 보였다.[태성그룹 기획본부][임원]해나가 카드를 든 채 멈췄다."...임원이요?"도현은 그녀의 손에서 카드집을 바로 받아 들었다. 차고에서 본사 보안망에 접속할 때 인증에 쓰고 셔츠 주머니에 넣어 둔 카드였다.이름은 카드집에 가려져 있었다. 그래도 아래쪽의 출입 등급까지 가려 주지는 못했다."본사 감사 업무 때 쓰는 출입카드입니다.""과장님이 임원 카드를 쓰세요?"해나의 시선이 그의 얼굴로 올라갔다. 도현은 카드집을 손안에 넣고 답했다."업무상 필요한 구역에 들어갈 때 씁니다. 파견과 관련된 권한이라 자세히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소율도 세탁대에서 손을 뗐다."윤 대리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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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화

"한 차장님, 조금 더 드릴까요?"옆자리 직원이 술병을 들었다. 소율은 생각 없이 잔을 내밀었다가 고맙다고 고개를 숙였다.백세라가 그쪽을 보며 말했다."오늘은 일 얘기 조금만 하려고 했는데, 시작부터 과장님께 다들 묻기 바쁘네요.""저도 여쭤보고 싶었어요. 해담에서는 직접 다 옮기셨다면서요."다른 직원까지 대화에 끼자 세라가 손바닥을 들어 보였다."그 얘기는 다음에요. 일단 고기부터 드세요. 두 분 식사도 못 하시겠어요."소율도 웃으며 젓가락을 들었다. 눈앞의 접시에서 버섯을 집는데 도현이 그녀의 잔을 봤다.조금 전에도 비웠는데 벌써 다시 술이 채워져 있었다."한 차장님, 물도 좀 드십시오."그가 물병을 밀어 주자 소율은 잔에서 손을 뗐다."네. 먹고 있어요.""식사 말씀 말고요. 물이요."해나가 소율 앞에 물컵을 놓으며 덧붙였다. 소율은 제 손에 든 젓가락을 내려다보다가 작게 웃었다."아, 네. 감사해요."물을 마시고 나니 귀가 조금 뜨거웠다. 술을 얼마나 마셨더라. 처음 건배한 뒤로 몇 번 잔을 받았는데, 음식과 이야기에 섞여 정확히 세지 못했다.맞은편 직원이 도현에게 또 잔을 들었다."다음에 창고 갈 때도 잘 부탁드립니다. 저 실수하면 바로 말씀해 주세요.""담당자분들과 같이 확인하시면 됩니다. 저희 쪽 일정은 한 차장님과 윤 대리님께도 공유해 주시고요."도현은 물잔을 내려놓은 뒤 소율을 봤다. 그녀가 눈을 맞추자 옆의 접시를 가리켰다."그거 식습니다. 먼저 드세요."늘 집에서 해 주던 말이었다. 소율은 괜히 잔을 만지작거리다가 고기를 한 점 먹었다.그러고는 도현 옆자리의 빈틈을 봤다. 그 여직원은 자기 앞의 휴대전화로 일정을 확인하고 있었다.좋은 사람이었다. 질문도 성실했고, 웃는 것도 밝았다.그걸 알고 있는데도 오늘따라 맞은편 자리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같은 날 오후 8시 5분, 한식당 별실.소율은 물병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침 도현 옆의 직원이 세라에게 휴대전화를 보여 주려고 안쪽으로 옮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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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화

같은 날 오후 8시 23분, 관사로 향하는 차량 안.소율은 안전띠를 맨 뒤에도 도현의 소매를 놓지 않았다. 앞좌석의 해나가 뒤돌아보며 물었다."많이 어지러우세요? 불편하시면 말씀하세요.""그 정도는 아니에요. 감사해요, 윤 대리님."해나가 다시 정면을 보자 소율도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도현은 운전석에서 보이지 않도록 무릎 옆으로 손을 내려 아내가 잡은 소매를 확인했다."불편하시면 이쪽 팔을 잡으십시오."그가 팔을 조금 내주자 소율은 잠깐 그를 봤다. 그러고는 소매를 놓는 대신 팔꿈치 가까이 손을 옮겼다."이러면… 안 가시죠?"도현은 웃지 않고 답했다."관사까지 같이 갑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소율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도현은 그 손 위에 제 손을 올리고 싶은 걸 참고 앞을 봤다.조금만 더 가면 됐다.같은 날 오후 8시 42분, 관사 201호.딸깍.도현이 세탁실 쪽 관리 문을 잠갔다. 각자 현관으로 들어온 뒤, 해나가 복도에서 내려간 걸 확인하고 건너온 참이었다.소율은 현관에서 벗은 얇은 재킷도 아직 손에 든 채 서 있었다."왜 여기 서 있어. 앉아 있지.""오시나 보려고요."그 말에 도현의 손이 문손잡이에서 멎었다. 아내는 진지한 얼굴이었다. 기다리다 지쳤다는 기색도 없이, 정말 오는지만 확인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도현은 다가가 재킷을 받아 걸었다."왔잖아. 이제 앉자."소율이 그의 소매를 다시 잡았다. 도현은 이번에는 그 손을 잡아 제 손가락 사이에 끼웠다."이걸 잡아. 옷 늘어나겠다."그녀가 맞잡은 손을 내려다봤다. 입가가 천천히 풀리더니 엄지로 남편의 손등을 한 번 쓸었다."그렇네요. 이게… 더 좋아요."도현도 결국 웃었다. 소율을 소파에 앉힌 뒤 물을 가지러 돌아서는데, 아내가 손을 놓지 않았다.팔이 살짝 당겨져 그가 돌아봤다."물 가져오려고.""저 아까 마셨어요.""조금 더 마시자. 여기 바로 앞에만 갈게."도현이 주방 쪽을 가리키자 소율이 거리를 가늠하듯 봤다. 손이 닿기에는 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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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화

도현은 머리카락이 얼굴로 흘러내리지 않게 귀 뒤로 넘겨 줬다."이제 마음에 들어?""네. 그런데 조금만 더 이쪽으로요.""더?"그녀가 팔을 끌어안아 자기 쪽으로 당겼다. 이미 어깨가 붙어 있었지만, 도현은 아내가 편하게 기댈 수 있도록 몸을 돌렸다.소율의 이마가 목 아래에 닿았다. 잠깐 후 그곳에서 작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아까부터 여기 앉고 싶었어요.""내 옆에?""네. 맞은편은 너어어무우우~ 멀었어요."긴 식탁 하나를 사이에 뒀을 뿐인데도 못마땅했던 이유가 이제야 나왔다. 도현은 아내의 등을 감싸며 고개를 끄덕였다."다음에 자리 고를 수 있으면 옆에 앉자.""사람들 있으면요?""뭐,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옆에 앉을 수도 있지. 매번 붙어 앉을 수는 없어도."소율은 그 말을 잠깐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그러면 들켜요."진지하게 비밀까지 챙기는 얼굴에 도현은 다시 웃음이 날 뻔했다. 소율이 허리를 펴 앉으려다가 금세 그의 어깨로 기울었다."혼자 잘 앉으려고 했는데요… 잘 안 됐어요. 헤헤.""… 더 기대도 돼."그 말에 그녀는 더 버티지 않고 팔을 감았다. 도현도 아내를 편하게 받쳐 주며 목소리를 낮췄다."오늘 좀 많이 마셨어. 어지럽거나 속 안 좋으면 바로 말해.""네. 다음에는 천천히 마실게요.""응."소율의 손끝이 그의 소맷단을 만지작거렸다. 차 안에서처럼 꽉 붙잡지는 않았다. 잡아 두지 않아도 안 간다는 걸 이제 확인한 모양이었다.도현은 아내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그녀가 눈을 들었다."우웅. 한 번 더요."그가 고개를 숙여 같은 곳에 입술을 댔다. 소율은 만족스럽게 눈을 감고 다시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도현은 천천히 등을 쓸어 주었다. 아직 할 말이 남았을까 싶어 기다렸지만, 아내는 이제 편안하게 숨을 쉬었다.잠시 후 그가 조용히 물었다."소율아, 침대 가서 누울까?"그녀가 눈을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도현이 먼저 일어나 손을 내밀자 이번에는 소율도 따라 일어났다."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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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화

그 주 토요일 오전 8시 10분, 해담 지역축제장 해담지사 판매 부스."네? 오늘 못 온다고요? 지금요?"윤해나가 휴대전화에서 귀를 떼고 천막 안을 돌아봤다. 바닥에는 문어 다리가 잔뜩 달린 옷이 놓여 있었고, 머리만큼 큰 탈이 상자 위에 얹혀 있었다."마스코트 담당 아르바이트생이 열이 난대요. 아침에 병원부터 가야 한답니다.""아… 그럼 쉬어야죠. 무리해서 나오라고 할 수는 없어요."한소율은 판매대 앞을 둘러봤다. 계산 담당은 이미 포장기를 확인 중이었고, 강준호는 시식용 조리대를 손보느라 손이 모자랐다. 해나는 생산자들과 관광객을 연결해야 했다.남는 사람은 한 명이었다.그녀의 눈이 차도현에게 향하자, 해나도 곧장 그를 봤다. 근처 직원들까지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왜 다들 저를 보십니까?"도현이 들고 있던 출고표를 내려놓았다."저는 오늘 물량하고 판매 동선을 맡았습니다.""그래서 더 잘하시겠네요. 손님이 어느 길로 들어오면 이 부스까지 걸어오는지 직접 보셨잖아요."소율이 구석 자리에서 메인 통로까지 이어진 지도를 가리켰다. 축제 조직위원회가 부스를 뒤쪽으로 옮긴 뒤, 직원들이 아침 내내 안내 화살표를 붙인 곳이었다."오늘 가장 급한 운영 업무가 사람을 이쪽으로 데려오는 일이에요, 차 과장님."해나가 기다렸다는 듯 문어 머리를 들어 올렸다."한 차장님 지시입니다. 자, 머리부터 써 보세요!"도현은 해나가 내민 문어 탈을 말없이 내려다봤다. 둥근 머리 위로 튀어나온 두 눈이 태연하게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해담지사에 내려오며 현장에서 필요한 일은 무엇이든 할 생각이었다. 다만 그 일에 문어가 되는 것까지 포함될 줄은 몰랐다."… 이건 제 체격에 맞습니까?""어제 확인했어요. 팔다리 길이가 차 과장님이랑 제일 비슷해요.""어제 확인하셨다고요?""만약을 대비해서요."해나의 입가가 실룩거렸다. 도현이 아내를 보자 소율은 태연하게 일정을 확인하는 척했다. 그런데 펜을 쥔 손으로 입가를 가리는 바람에, 누가 봐도 웃고 있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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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6화

같은 날 오전 10시 20분, 해담지사 판매 부스.준호가 조리대 앞에서 문어전을 뒤집었다.치익.반죽이 가장자리부터 노릇해지자 앞에 선 아이가 코를 킁킁거렸다."맛있는 냄새 나요!""그렇지? 방금 구운 거라 뜨거워. 이건 엄마랑 같이 먹어."준호는 작은 접시에 한 조각을 올려 엄마에게 건넸다. 옆에서는 생산자들이 직접 가져온 채소와 해산물의 보관 방식, 조리법을 설명했다. 이야기를 들은 손님이 묶음 상품을 고르면 직원이 그 자리에서 계산했다.해나는 판매대 끝에 붙인 수량표에 표시를 더하다가 소율을 불렀다."한 차장님! 오전 물량은 절반 넘겼어요. 조금 전까지 부스가 어디 있는지 묻는 분만 있었는데, 지금은 문어 따라왔다는 분이 줄이에요.""차 과장님이 계속 입구를 지키고 계시죠? 쉬는 시간인데…"소율이 시계를 확인했다. 도현은 더위에 약했다. 바람이 드나드는 입구라도 탈 안은 금세 더워질 터였다."제가 바꾸러 갈게요.""아, 제가 먼저 다녀올게요. 차장님은 손님 응대하셔야죠."해나가 물병을 집어 드는 사이, 문어가 아이들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도현은 부스 안까지 관광객을 데려온 뒤 계산대 쪽을 손짓했다. 그리고 소율이 건넨 물병을 받아 천막 뒤로 향했다."쉬고 다시 나오세요. 오전 11시까지는 거기 계시지 마시고요."소율의 말에 문어가 팔을 들어 알겠다는 표시를 했다. 근처 직원이 손님에게 봉투를 건네다가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한 차장님은 차 과장님 더위 타는 것도 아세요?""아침에 탈 안에 들어가면 누구든 더워지죠.""저는 차장님이 방금 시계 보기 전부터 물을 찾으시길래요."소율의 손이 물병을 꺼낸 가방 위에서 멈췄다. 어제 술자리에서 남편의 웃는 얼굴을 붙잡고 늘어졌던 기억이 슬쩍 올라왔다. 오늘은 반대로 자신이 물 챙기는 모습까지 들키고 싶지는 않았다."시간을 정해 뒀어요. 교대가 늦어지면 탈 쓴 사람이 힘드니까요.""아, 그래서였구나. 역시 차장님은 준비가 다 돼 있네요!"직원은 다시 손님 쪽으로 몸을 돌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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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화

같은 날 오후 1시 15분, 해담지사 판매 부스.백세라가 온담 직원과 함께 부스로 들어왔다. 직원은 휴대전화 거치대를 들고 있었고, 세라는 판매대를 한 바퀴 둘러봤다."아침에 올린 영상 보고 온담 계정에도 문의가 들어왔어요. 여기서 잠깐 생중계해도 될까요? 상품하고 조리 과정만 비추겠습니다.""생산자분들께 먼저 여쭤볼게요. 화면에 나오실 분들 의견도 들어야 하고요."소율이 묻자 준호는 조리대를 정돈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옆의 생산자도 상품 설명은 직접 하겠다며 앞치마를 바로 맸다."우리 얼굴 나와도 돼요. 이 물건 만든 사람이 누군지 보여 줘야죠."온담 직원은 화면에 잡힐 사람과 범위를 확인하고 카메라를 고정했다. 부스 뒤쪽 생산자와 상품이 잘 보이는 각도였다.방송이 시작되자 준호가 갓 구운 문어전을 들어 보였다."어, 지금 찍는 거예요? 잠깐. 제가 팬부터 닦고...""이미 시작했어요, 대표님!"해나가 웃자 준호도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하하! 좋습니다. 지금 부치는 건 오늘 들어온 재료로 만들었습니다. 겉은 이렇게 익고, 안은... 아, 잠깐만요. 먹어 보시면 훨씬 빨리 알아요."직접 만든 사람의 말에 화면 밖에서도 웃음이 났다. 세라는 휴대전화에 올라오는 질문을 골라 생산자에게 넘겼다. 맛과 보관 방법을 물으면 생산자가 답하고, 살 수 있는 곳을 물으면 해나가 부스 위치를 가리켰다.도현은 탈을 쓴 채 화면 바깥에 서 있었다. 온담 직원이 문어도 들어오라고 손짓하자 그는 한 손으로 시식대를, 다른 손으로 상품을 가리켰다. 화면 속 문어가 장바구니를 들고 판매대 앞을 맴돌자 댓글에 웃음 표시가 쏟아졌다.세라가 소율에게 낮게 말했다."사람들이 문어 보러 들어왔다가 물건을 보고 있어요. 잘 쓰시네요, 운영 담당을.""본인이 제일 잘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사람들 지나가는 길을 아침부터 바꿔 놨거든요.""탈 안에서요?""네. 손짓만 해도 윤 대리님이 알아듣더라고요."해나가 바로 끼어들었다."처, 처음에는 못 알아들었어요! 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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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화

같은 날 오후 3시 10분, 축제장 휴식 천막 뒤.소율은 사람들 눈에 닿지 않는 천막 안쪽으로 도현을 데려갔다. 바깥에서는 해나가 손님을 안내하는 소리와 조리대에서 기름 튀는 소리가 번갈아 들렸다."잠깐 숙이세요. 머리 벗겨 드릴게요."도현이 고개를 낮추자 소율이 탈 머리를 들어 올렸다. 안에 갇혔던 더운 공기가 확 빠져나왔다. 그의 앞머리가 이마에 젖어 붙어 있었다."어휴... 벌써 몇 바퀴를 도셨어요. 눈은 안 불편해요?""시야는 괜찮아. 다리가 생각보다 짧아서 걷는 게 불편하지."그는 소율이 건넨 물을 한참 마셨다. 소율은 깨끗한 수건을 펼쳐 그의 이마에 대 줬다. 탈을 벗은 남편이 평소보다 숨을 조금 빠르게 고르자, 아까 해나에게 한 바퀴만 더 돌게 하겠다고 했던 자신이 떠올랐다."이제 다른 직원이랑 교대해요. 오전부터 계속 계셨잖아요.""조금 쉬고. 메인 통로는 지금 사람들이 몰릴 때라, 내가 마지막으로 한 번만 보고 올게.""차 과장님, 제가 현장 책임자예요. 교대도 제가 정할 수 있어요."도현이 물병을 내리고 그녀를 봤다. 소율은 팔짱을 낀 채 버텼지만, 수건을 든 손은 계속 그의 이마를 닦고 있었다."그럼 한 차장님 지시대로 쉬지. 대신 보상은 있어야겠는데.""방금 쉬라고 했더니 무슨 보상이요?""오늘 온종일 한 번도 못 했잖아."그가 고개를 기울였다. 소율은 저 말이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았다. 부스에서 웃음만 마주쳐도 다른 직원 시선이 신경 쓰였는데, 지금은 천막 하나 뒤에 남편이 가까이 서 있었다."여긴 축제장이에요.""알아. 그래서 사람 없을 때 말하는 거야."소율은 밖을 확인하고 남편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런데 탈의 둥근 몸통이 둘 사이에 끼어 팔을 뻗어도 그의 셔츠까지 닿지 않았다."...푸흡. 여기서 어떻게 해요?""방금까지는 가까웠는데."도현이 한 걸음 다가오자 문어 배가 소율의 앞에 먼저 닿았다. 소율은 참았던 웃음을 터뜨렸다."잠깐, 잠깐만요. 다리 밟겠어요!""당신이 이걸 입혔잖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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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화

그다음 날 일요일 오후 7시 15분, 해담 지역축제장 해변 임시 판매장."한 차장님, 잠깐 단둘이 이야기할 수 있습니까?"마지막 판매 상자를 접던 강준호가 한소율 앞에 섰다. 평소처럼 시원하게 웃는 얼굴이었지만, 상자 끈을 쥔 손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조금 떨어진 천막 아래에서 차도현의 손도 멈췄다.축제 둘째 날 판매가 끝난 참이었다. 해담지사는 낮 동안 본 부스를 운영하고, 저녁에는 해변 쪽 임시 판매장으로 일부 물량을 옮겼다. 직원들은 남은 상품을 세고 생산자들은 빈 상자를 정리하느라 분주했다.전날 온담 생중계에 잡힌 도현의 얼굴은 원본과 확인된 공유 게시물에서 내려간 상태였다. 다만 누가 영상을 저장했는지까지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해나는 그 사실이 마음에 걸렸지만, 축제 둘째 날까지 현장을 멈출 수는 없어 휴대전화 알림을 계속 확인하며 일했다.소율은 준호의 굳은 표정을 살폈다."업무 이야기인가요?""개인적으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준호가 방파제 쪽 쉼터를 가리켰다. 판매장에서 걸어서 1분도 걸리지 않고, 직원들 눈에도 보이는 곳이었다."네. 저쪽에서 말씀하세요."소율이 먼저 걸음을 옮겼다. 준호는 들고 있던 상자를 내려놓고 그녀를 따라갔다.도현도 손에 든 생수병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 두 사람을 따라가려는 듯 발끝이 방파제 쪽으로 돌아갔다.윤해나가 재빨리 그의 앞을 막았다."앗! 그… 어… 차 과장님은 여기 계시는 게… 하, 하하.""비켜… 주십시오.""시, 싫어요. 한 차장님이 단둘이 이야기하겠다고 하셨잖아요. 저희가 따라가면 더 이상해져요."도현은 해나의 어깨 너머를 봤다. 소율과 준호는 사람 없는 쉼터 앞에서 마주 섰다. 거리는 멀지 않았지만 파도 소리와 철거 작업 소리 때문에 대화까지 들리지는 않았다."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막으시는 겁니까?""대충은요. 그래서 더 막는 거예요."해나가 양팔을 벌렸다. 체격 차이만 보면 도현이 옆으로 한 걸음 움직이는 순간 끝날 방어였다. 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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