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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화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1-01 22:52:51

그 주 토요일 오전 8시 10분, 해담 지역축제장 해담지사 판매 부스.

"네? 오늘 못 온다고요? 지금요?"

윤해나가 휴대전화에서 귀를 떼고 천막 안을 돌아봤다. 바닥에는 문어 다리가 잔뜩 달린 옷이 놓여 있었고, 머리만큼 큰 탈이 상자 위에 얹혀 있었다.

"마스코트 담당 아르바이트생이 열이 난대요. 아침에 병원부터 가야 한답니다."

"아… 그럼 쉬어야죠. 무리해서 나오라고 할 수는 없어요."

한소율은 판매대 앞을 둘러봤다. 계산 담당은 이미 포장기를 확인 중이었고, 강준호는 시식용 조리대를 손보느라 손이 모자랐다. 해나는 생산자들과 관광객을 연결해야 했다.

남는 사람은 한 명이었다.

그녀의 눈이 차도현에게 향하자, 해나도 곧장 그를 봤다. 근처 직원들까지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

"왜 다들 저를 보십니까?"

도현이 들고 있던 출고표를 내려놓았다.

"저는 오늘 물량하고 판매 동선을 맡았습니다."

"그래서 더 잘하시겠네요. 손님이 어느 길로 들어오면 이 부스까지 걸어오는지 직접 보셨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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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일간의 계약 연애   286화

    같은 날 오전 10시 20분, 해담지사 판매 부스.준호가 조리대 앞에서 문어전을 뒤집었다.치익.반죽이 가장자리부터 노릇해지자 앞에 선 아이가 코를 킁킁거렸다."맛있는 냄새 나요!""그렇지? 방금 구운 거라 뜨거워. 이건 엄마랑 같이 먹어."준호는 작은 접시에 한 조각을 올려 엄마에게 건넸다. 옆에서는 생산자들이 직접 가져온 채소와 해산물의 보관 방식, 조리법을 설명했다. 이야기를 들은 손님이 묶음 상품을 고르면 직원이 그 자리에서 계산했다.해나는 판매대 끝에 붙인 수량표에 표시를 더하다가 소율을 불렀다."한 차장님! 오전 물량은 절반 넘겼어요. 조금 전까지 부스가 어디 있는지 묻는 분만 있었는데, 지금은 문어 따라왔다는 분이 줄이에요.""차 과장님이 계속 입구를 지키고 계시죠? 쉬는 시간인데…"소율이 시계를 확인했다. 도현은 더위에 약했다. 바람이 드나드는 입구라도 탈 안은 금세 더워질 터였다."제가 바꾸러 갈게요.""아, 제가 먼저 다녀올게요. 차장님은 손님 응대하셔야죠."해나가 물병을 집어 드는 사이, 문어가 아이들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도현은 부스 안까지 관광객을 데려온 뒤 계산대 쪽을 손짓했다. 그리고 소율이 건넨 물병을 받아 천막 뒤로 향했다."쉬고 다시 나오세요. 오전 11시까지는 거기 계시지 마시고요."소율의 말에 문어가 팔을 들어 알겠다는 표시를 했다. 근처 직원이 손님에게 봉투를 건네다가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한 차장님은 차 과장님 더위 타는 것도 아세요?""아침에 탈 안에 들어가면 누구든 더워지죠.""저는 차장님이 방금 시계 보기 전부터 물을 찾으시길래요."소율의 손이 물병을 꺼낸 가방 위에서 멈췄다. 어제 술자리에서 남편의 웃는 얼굴을 붙잡고 늘어졌던 기억이 슬쩍 올라왔다. 오늘은 반대로 자신이 물 챙기는 모습까지 들키고 싶지는 않았다."시간을 정해 뒀어요. 교대가 늦어지면 탈 쓴 사람이 힘드니까요.""아, 그래서였구나. 역시 차장님은 준비가 다 돼 있네요!"직원은 다시 손님 쪽으로 몸을 돌렸

  • 14일간의 계약 연애   285화

    그 주 토요일 오전 8시 10분, 해담 지역축제장 해담지사 판매 부스."네? 오늘 못 온다고요? 지금요?"윤해나가 휴대전화에서 귀를 떼고 천막 안을 돌아봤다. 바닥에는 문어 다리가 잔뜩 달린 옷이 놓여 있었고, 머리만큼 큰 탈이 상자 위에 얹혀 있었다."마스코트 담당 아르바이트생이 열이 난대요. 아침에 병원부터 가야 한답니다.""아… 그럼 쉬어야죠. 무리해서 나오라고 할 수는 없어요."한소율은 판매대 앞을 둘러봤다. 계산 담당은 이미 포장기를 확인 중이었고, 강준호는 시식용 조리대를 손보느라 손이 모자랐다. 해나는 생산자들과 관광객을 연결해야 했다.남는 사람은 한 명이었다.그녀의 눈이 차도현에게 향하자, 해나도 곧장 그를 봤다. 근처 직원들까지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왜 다들 저를 보십니까?"도현이 들고 있던 출고표를 내려놓았다."저는 오늘 물량하고 판매 동선을 맡았습니다.""그래서 더 잘하시겠네요. 손님이 어느 길로 들어오면 이 부스까지 걸어오는지 직접 보셨잖아요."소율이 구석 자리에서 메인 통로까지 이어진 지도를 가리켰다. 축제 조직위원회가 부스를 뒤쪽으로 옮긴 뒤, 직원들이 아침 내내 안내 화살표를 붙인 곳이었다."오늘 가장 급한 운영 업무가 사람을 이쪽으로 데려오는 일이에요, 차 과장님."해나가 기다렸다는 듯 문어 머리를 들어 올렸다."한 차장님 지시입니다. 자, 머리부터 써 보세요!"도현은 해나가 내민 문어 탈을 말없이 내려다봤다. 둥근 머리 위로 튀어나온 두 눈이 태연하게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해담지사에 내려오며 현장에서 필요한 일은 무엇이든 할 생각이었다. 다만 그 일에 문어가 되는 것까지 포함될 줄은 몰랐다."… 이건 제 체격에 맞습니까?""어제 확인했어요. 팔다리 길이가 차 과장님이랑 제일 비슷해요.""어제 확인하셨다고요?""만약을 대비해서요."해나의 입가가 실룩거렸다. 도현이 아내를 보자 소율은 태연하게 일정을 확인하는 척했다. 그런데 펜을 쥔 손으로 입가를 가리는 바람에, 누가 봐도 웃고 있었다.

  • 14일간의 계약 연애   284화

    도현은 머리카락이 얼굴로 흘러내리지 않게 귀 뒤로 넘겨 줬다."이제 마음에 들어?""네. 그런데 조금만 더 이쪽으로요.""더?"그녀가 팔을 끌어안아 자기 쪽으로 당겼다. 이미 어깨가 붙어 있었지만, 도현은 아내가 편하게 기댈 수 있도록 몸을 돌렸다.소율의 이마가 목 아래에 닿았다. 잠깐 후 그곳에서 작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아까부터 여기 앉고 싶었어요.""내 옆에?""네. 맞은편은 너어어무우우~ 멀었어요."긴 식탁 하나를 사이에 뒀을 뿐인데도 못마땅했던 이유가 이제야 나왔다. 도현은 아내의 등을 감싸며 고개를 끄덕였다."다음에 자리 고를 수 있으면 옆에 앉자.""사람들 있으면요?""뭐,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옆에 앉을 수도 있지. 매번 붙어 앉을 수는 없어도."소율은 그 말을 잠깐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그러면 들켜요."진지하게 비밀까지 챙기는 얼굴에 도현은 다시 웃음이 날 뻔했다. 소율이 허리를 펴 앉으려다가 금세 그의 어깨로 기울었다."혼자 잘 앉으려고 했는데요… 잘 안 됐어요. 헤헤.""… 더 기대도 돼."그 말에 그녀는 더 버티지 않고 팔을 감았다. 도현도 아내를 편하게 받쳐 주며 목소리를 낮췄다."오늘 좀 많이 마셨어. 어지럽거나 속 안 좋으면 바로 말해.""네. 다음에는 천천히 마실게요.""응."소율의 손끝이 그의 소맷단을 만지작거렸다. 차 안에서처럼 꽉 붙잡지는 않았다. 잡아 두지 않아도 안 간다는 걸 이제 확인한 모양이었다.도현은 아내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그녀가 눈을 들었다."우웅. 한 번 더요."그가 고개를 숙여 같은 곳에 입술을 댔다. 소율은 만족스럽게 눈을 감고 다시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도현은 천천히 등을 쓸어 주었다. 아직 할 말이 남았을까 싶어 기다렸지만, 아내는 이제 편안하게 숨을 쉬었다.잠시 후 그가 조용히 물었다."소율아, 침대 가서 누울까?"그녀가 눈을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도현이 먼저 일어나 손을 내밀자 이번에는 소율도 따라 일어났다."도

  • 14일간의 계약 연애   283화

    같은 날 오후 8시 23분, 관사로 향하는 차량 안.소율은 안전띠를 맨 뒤에도 도현의 소매를 놓지 않았다. 앞좌석의 해나가 뒤돌아보며 물었다."많이 어지러우세요? 불편하시면 말씀하세요.""그 정도는 아니에요. 감사해요, 윤 대리님."해나가 다시 정면을 보자 소율도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도현은 운전석에서 보이지 않도록 무릎 옆으로 손을 내려 아내가 잡은 소매를 확인했다."불편하시면 이쪽 팔을 잡으십시오."그가 팔을 조금 내주자 소율은 잠깐 그를 봤다. 그러고는 소매를 놓는 대신 팔꿈치 가까이 손을 옮겼다."이러면… 안 가시죠?"도현은 웃지 않고 답했다."관사까지 같이 갑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소율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도현은 그 손 위에 제 손을 올리고 싶은 걸 참고 앞을 봤다.조금만 더 가면 됐다.같은 날 오후 8시 42분, 관사 201호.딸깍.도현이 세탁실 쪽 관리 문을 잠갔다. 각자 현관으로 들어온 뒤, 해나가 복도에서 내려간 걸 확인하고 건너온 참이었다.소율은 현관에서 벗은 얇은 재킷도 아직 손에 든 채 서 있었다."왜 여기 서 있어. 앉아 있지.""오시나 보려고요."그 말에 도현의 손이 문손잡이에서 멎었다. 아내는 진지한 얼굴이었다. 기다리다 지쳤다는 기색도 없이, 정말 오는지만 확인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도현은 다가가 재킷을 받아 걸었다."왔잖아. 이제 앉자."소율이 그의 소매를 다시 잡았다. 도현은 이번에는 그 손을 잡아 제 손가락 사이에 끼웠다."이걸 잡아. 옷 늘어나겠다."그녀가 맞잡은 손을 내려다봤다. 입가가 천천히 풀리더니 엄지로 남편의 손등을 한 번 쓸었다."그렇네요. 이게… 더 좋아요."도현도 결국 웃었다. 소율을 소파에 앉힌 뒤 물을 가지러 돌아서는데, 아내가 손을 놓지 않았다.팔이 살짝 당겨져 그가 돌아봤다."물 가져오려고.""저 아까 마셨어요.""조금 더 마시자. 여기 바로 앞에만 갈게."도현이 주방 쪽을 가리키자 소율이 거리를 가늠하듯 봤다. 손이 닿기에는 먼

  • 14일간의 계약 연애   282화

    "한 차장님, 조금 더 드릴까요?"옆자리 직원이 술병을 들었다. 소율은 생각 없이 잔을 내밀었다가 고맙다고 고개를 숙였다.백세라가 그쪽을 보며 말했다."오늘은 일 얘기 조금만 하려고 했는데, 시작부터 과장님께 다들 묻기 바쁘네요.""저도 여쭤보고 싶었어요. 해담에서는 직접 다 옮기셨다면서요."다른 직원까지 대화에 끼자 세라가 손바닥을 들어 보였다."그 얘기는 다음에요. 일단 고기부터 드세요. 두 분 식사도 못 하시겠어요."소율도 웃으며 젓가락을 들었다. 눈앞의 접시에서 버섯을 집는데 도현이 그녀의 잔을 봤다.조금 전에도 비웠는데 벌써 다시 술이 채워져 있었다."한 차장님, 물도 좀 드십시오."그가 물병을 밀어 주자 소율은 잔에서 손을 뗐다."네. 먹고 있어요.""식사 말씀 말고요. 물이요."해나가 소율 앞에 물컵을 놓으며 덧붙였다. 소율은 제 손에 든 젓가락을 내려다보다가 작게 웃었다."아, 네. 감사해요."물을 마시고 나니 귀가 조금 뜨거웠다. 술을 얼마나 마셨더라. 처음 건배한 뒤로 몇 번 잔을 받았는데, 음식과 이야기에 섞여 정확히 세지 못했다.맞은편 직원이 도현에게 또 잔을 들었다."다음에 창고 갈 때도 잘 부탁드립니다. 저 실수하면 바로 말씀해 주세요.""담당자분들과 같이 확인하시면 됩니다. 저희 쪽 일정은 한 차장님과 윤 대리님께도 공유해 주시고요."도현은 물잔을 내려놓은 뒤 소율을 봤다. 그녀가 눈을 맞추자 옆의 접시를 가리켰다."그거 식습니다. 먼저 드세요."늘 집에서 해 주던 말이었다. 소율은 괜히 잔을 만지작거리다가 고기를 한 점 먹었다.그러고는 도현 옆자리의 빈틈을 봤다. 그 여직원은 자기 앞의 휴대전화로 일정을 확인하고 있었다.좋은 사람이었다. 질문도 성실했고, 웃는 것도 밝았다.그걸 알고 있는데도 오늘따라 맞은편 자리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같은 날 오후 8시 5분, 한식당 별실.소율은 물병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침 도현 옆의 직원이 세라에게 휴대전화를 보여 주려고 안쪽으로 옮겨

  • 14일간의 계약 연애   281화

    "옆방 사시면서 무슨 핑계까지 필요하세요.""그러니까. 빨래까지 따로 들고 가려니 섭섭하네."도현은 그녀가 잡은 옷자락을 내려다봤다. 소율은 놓는 대신 한 번 더 가볍게 당겼다."잠깐 넣어 두고 다시 오시면 되잖아요."그의 입가가 천천히 올라갔다. 소율도 그 얼굴을 보며 웃다가 서류 봉투 닫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해나가 두통이 오는듯 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두 분, 오늘 낮에는 저한테 서로 의견 안 맞아서 냉전 중이라고 둘러대게 하시더니…"소율이 얼른 옷자락을 놓았다. 도현은 웃음을 거두지 않고 제 빨래 바구니를 들었다."윤 대리님 덕분에 지금은 편하게 웃습니다.""그래요? 그럼 빨래라도 각자 챙겨 가시죠. 이 셔츠도요."해나는 제 수건을 바구니에 걷어 담은 뒤 세탁대 옆에 걸쳐 둔 셔츠 한 장도 집었다. 도현이 차고에서 입고 돌아온 짙은 색 셔츠였다. 그는 귀가 직후 그 옷부터 벗어 두고, 주머니를 비우기 전이라 세탁할 것과 따로 놓아둔 참이었다.해나가 펼친 셔츠를 바구니에 넣으려는 순간이었다.툭.가슴 주머니에서 검은 카드집이 떨어졌다. 해나가 발치에 떨어진 것을 집으려고 몸을 숙였다.도현도 동시에 손을 뻗었다."그건 제가..."해나의 손이 먼저 닿았다. 카드집 윗부분은 불투명했지만 아래쪽 창으로는 카드에 인쇄된 글씨가 보였다.[태성그룹 기획본부][임원]해나가 카드를 든 채 멈췄다."...임원이요?"도현은 그녀의 손에서 카드집을 바로 받아 들었다. 차고에서 본사 보안망에 접속할 때 인증에 쓰고 셔츠 주머니에 넣어 둔 카드였다.이름은 카드집에 가려져 있었다. 그래도 아래쪽의 출입 등급까지 가려 주지는 못했다."본사 감사 업무 때 쓰는 출입카드입니다.""과장님이 임원 카드를 쓰세요?"해나의 시선이 그의 얼굴로 올라갔다. 도현은 카드집을 손안에 넣고 답했다."업무상 필요한 구역에 들어갈 때 씁니다. 파견과 관련된 권한이라 자세히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소율도 세탁대에서 손을 뗐다."윤 대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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