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마당을 채우던 왁자지껄한 소음과 솥뚜껑에서 고기가 익어가는 지글거리는 소리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일순간 조용해졌다.철수는 꾹 다물었던 입술을 떼며,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 봉투 두 개를 각각 최 여사님과 성배 아저씨의 무릎 앞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이게... 이게 뭐고?"최 여사님이 당황한 듯 눈을 깜빡거리며 봉투를 집어 들었다. 봉투 겉면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감사합니다'라는 네 글자가 적혀 있었다.철수가 마른침을 삼키고, 목청을 가다듬었다."저... 오늘 삼천 그룹 입사하고 첫 월급 탔습니다. 팀장님이 주신 금일봉 떡값까지 합쳐서, 현금으로 좀 뽑아왔어요.""첫, 첫 월급...? 아이고 미친놈아, 니가 고생해서 번 돈을 왜 여다 주노! 빨간 내복이나 사 입고 저축을 해야지!""맞다, 임마! 니 장가갈 밑천 모아야 할 거 아이가!"성배 아저씨도 당황하며 봉투를 다시 철수 쪽으로 밀어내려 했다.하지만 철수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뒷걸음질을 쳤다. 녀석의 눈시울이 이미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아닙니다. 이거... 이모님이랑 아저씨가 받으셔야 해요."철수의 목소리가 잘게 떨리기 시작했다. 녀석은 두 주먹을 꽉 쥔 채, 바닥을 보던 시선을 들어 올려 우리 식구들을 한 명 한 명 눈에 담았다."부모님은 각성하지 못한 F급 일반인인 저를 집안의 수치라 부르셨어요. 그래서 삼천그룹에 당당히 입사해 제 존재를 증명하고 싶었죠. 가출해서 이 하숙집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땐… 정말이지 제가 쓸모없는 쓰레기인 줄로만 알았습니다."철수의 뺨을 타고 굵은 눈물방울이 툭, 하고 떨어져 내렸다."근데 이모님은... 3년 동안 쥐뿔도 없는 백수 놈한테 맨날 등짝을 때리시면서도, 아침마다 제일 고봉밥을 퍼주셨잖아요. 돈 없어서 월세 밀려도 쫓아내긴커녕 취직하면 갚으라고 따뜻한 방 내주셨고... 아저씨는 저 면접 보러 갈 때마다 다 닳아빠진 구두 맨날 공짜로 광택 내서 닦아주셨잖아요.""철수야...""
치이이이익-!!고기가 뜨거운 쇠 표면에 닿자마자 요란한 파열음이 마당 전체를 울렸다. 돼지기름이 자글자글 끓어오르며 아래쪽으로 흘러내리기 시작했다.그 타이밍을 놓칠세라 최 여사님이 잘 익은 묵은지를 포기째로 턱, 하고 솥뚜껑 가장자리에 얹었고, 하루 씨가 깨끗하게 씻은 미나리를 뭉텅이로 듬뿍 올려놓았다. 고기 기름을 머금고 구워지는 김치와 미나리의 파괴적인 냄새가 독기로 텁텁했던 부산의 공기를 완벽하게 정화(?)하고 있었다."미쳤다... 냄새 도랐네.""햄! 햄! 내 배고파 죽는다! 빨리 뒤집어라!"학교에서 막 돌아와 교복도 안 갈아입은 희선이가 젓가락을 양손에 쥐고 방방 뛰었고, 히나 역시 입맛을 다시며 내 곁을 맴돌았다. 성배 아저씨는 "고기엔 역시 쏘주지!"라며 초록색 병을 한 아름 안고 나와 평상에 세팅을 마쳤다.드르륵, 탁!그때, 2층 끝방의 미닫이문이 신경질적으로 열리는 소리가 났다.머리를 질끈 묶고 두꺼운 뿔테 안경을 쓴 신수지가, 슬리퍼를 직찍 끌며 계단을 내려왔다. 사흘 내내 랩실에 처박혀 레비아탄의 데이터를 뜯어보던 그녀의 퀭한 눈이 솥뚜껑을 향해 정확히 고정되어 있었다."마이야르 반응... 아미노산과 환원당이 120도 이상의 고온에서 결합하며 만들어내는 저 갈색의 시각적 자극과 휘발성 향기 분자..."중얼중얼. 과학적 용어로 삼겹살의 위대함을 분석하던 그녀는, 빈자리에 털썩 주저앉더니 눈을 번뜩였다."젓가락 주십시오. 지금 제 대뇌피질이 저 지방과 단백질 덩어리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아이고, 저 화상. 또 씻지도 않고 기어 나왔네! 무라, 무라! 고기는 산더미니까!"최 여사님이 혀를 차면서도 신수지 앞에 앞접시를 놔주셨다.고기가 노릇노릇하게 익자마자 마당은 흡사 전쟁터로 돌변했다."얍! 내 고기!""아, 희선아! 내가 찜해놓은 건데 왜 가져가!"가장 바삭하게 익은 한 점을 두고 희선이와 히나가 젓가락 칼싸움을 벌이는 동안, 신수지는 아예 말없이 묵은지와 고기를 집게로 쓸어
2026년 3월 3일. 달력 상으로는 분명 봄의 시작을 알리는 3월이건만, 부산의 하늘은 며칠째 쾌청함과는 거리가 먼 누르스름한 잿빛으로 덮여 있었다. 단순한 중국발 황사나 미세먼지가 아니었다. 코끝을 스치는 바람에서 느껴지는 비릿한 쇳내와 혀끝에 맴도는 씁쓸한 맛. 저 멀리 바다 건너편, 놈들이 득실거리는 심해나 어딘가의 기둥에서부터 바람을 타고 넘어온 옅은 마력의 찌꺼기, 일명 '독기(毒氣)'였다. "콜록, 아따 마. 하늘 꼬라지 봐라. 숨쉬기 존나 빡세네." 아침 일찍 마당 평상에 걸터앉아 기지개를 켜던 나는, 목구멍이 칼칼해지는 불쾌감에 인상을 찌푸렸다. 물론 내 몸뚱어리는 Z급이다. 단전에 똬리를 틀고 있는 빙정(氷精)이 알아서 혈관으로 침투하려는 독기들을 차갑게 얼려 부숴버리니 생명에 지장이 있을 리는 없었다. 그저 목에 먼지가 낀 것처럼 텁텁할 뿐. 하지만 일반인인 하숙집 식구들에게는 기관지염을 유발하기 딱 좋은 찝찝한 날씨였다. 드르륵. 그때, 1층 미닫이문이 열리며 앞치마를 두른 최 여사님이 마당으로 나오셨다. 여사님의 양손에는 웬 무식하게 거대한 시커먼 무쇠 쇳덩어리가 들려 있었다. "이모님, 그게 뭡니까? 아침부터 웬 캡틴 아메리카노 방패를 들고 나오셨대." "방패는 무슨! 솥뚜껑이다, 솥뚜껑! 창고 구석에 짱박혀 있던 거 끄집어냈다 아이가." 여사님이 마당 한가운데 놓인 평상 옆 휴대용 가스버너 두 개를 이어 붙이더니, 그 위에 지름만 한 1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거대한 무쇠 솥뚜껑을 쿵, 하고 올려놓으셨다. "오늘이 며칠이고? 3월 3일 아이가. 삼겹살 데이! 게다가 밖을 봐라. 공기에 몹쓸 먼지구덩이가 꽉 찼는데, 이런 날엔 목구멍에 돼지기름을 쫙 발라가가 먼지를 밑으로 쓸어내려야 하는 기다." "아, 돼지기름으로 미세먼지를 씻어낸다는 그 과학적 근거 1도 없는 한국인의 민간요법이요?" 내가 피식 웃으며 태클을 걸자, 최 여사님이 들고 있던 행주를 둥글게 말아 내 등
"오, 윤철수. 퇴근했냐. 아침에 나갈 때보다 얼굴이 반쪽이 돼서 들어오네." 내가 소파에 기대앉아 만화책을 넘기며 반기자, 철수가 코트를 벗을 새도 없이 내 옆으로 다가와 털썩 주저앉았다. "태수야... 나 진짜 죽을 것 같아. 저 2층에 있는 악마가... 매일 새벽마다 내 사내 메신저로 설계도 수정안을 20개씩 던져. 오늘 회사에서도 내내 그놈의 파일벙커 구동식 짜느라 믹스 커피만 일곱 잔 마셨다..." "야, 니가 좋아서 들어간 대기업이잖아. F급 일반인에서 군주 마석 다루는 전담 엔지니어로 승진시켜 줬으면 그 정도 몸은 굴려야지. 엄살 피우지 마." "그건 고마운데... 업무 템포가 사람 새끼가 아니잖아! 어제는 폭풍 압력 밸브 설계하다가 스트레스받아서 앞머리가 한 움큼 빠졌다고!" 철수가 징징거리며 성긴 머리를 쥐어뜯으려 할 때, 2층 계단에서 슬리퍼 끄는 소리가 들렸다. 신수지였다. 아침에 샤워를 한 덕에 그나마 몰골은 사람다워 보였지만 눈빛만큼은 여전히 번들거렸다. "윤철수 사원. 퇴근했으면 방금 내가 메일로 보낸 3차 수정안 확인했겠죠?" "히익! 소, 소장님! 지, 지금 막 집에 도착했는데요...!" 철수가 마치 저승사자를 본 것처럼 소스라치게 놀라며 소파 구석으로 몸을 웅크렸다. "엄살 부리지 마십시오. 압축률을 0.3%만 더 끌어올리면 레비아탄의 물리 타격력을 기존 대비 세 배 이상 증폭시킬 수 있습니다. 밥 먹고 바로 제 방 랩실로 집합하세요. 밤샘 작업 들어갑니다." 안경을 고쳐 쓰는 신수지의 눈빛이 섬뜩하게 빛났다. 저 지독한 워커홀릭. 철수의 앞날이 훤히 보여 속으로 짧게 묵념을 올렸다. "자자, 그만 싸우고 저녁 밥 묵자! 다들 상 차리라!" 다행히 부엌에서 들려온 최 여사님의 호통이 철수의 숨통을 잠시나마 틔워주었다. 오늘의 저녁 메뉴는 아침과는 또 다른 풍성함이었다. 큼지막한 무를 썰어 넣고 매콤하게 졸여낸 고등어조림. 거기에 파를 송송 썰어 두툼하게 말아낸
화면에는 레비아탄의 심장부와 내 단전의 위치를 연결한 복잡한 3D 시뮬레이션 그래프가 미친 듯이 솟구치고 있었다. "저번 베링해협에서 캐온 제4 군주 칼라드볼그의 마석 절반. 그걸 저 기체(레비아탄)에 쑤셔 넣었을 때, 이론상으로는 코어가 융합되지 못하고 폭주해서 기체 프레임이 찢어졌어야 정상입니다. 서로 다른 속성의 마력이 충돌하니까요." 신수지가 벌떡 일어나 맨발로 방 안을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저 기체는 폭풍의 압력을 고스란히 자신의 뇌전으로 치환해서 완벽하게 소화해버렸죠. 그 매개체가 뭔지 아십니까? 바로 태수 씨입니다." 그녀가 깡마른 손가락으로 내 가슴팍, 정확히는 단전 쪽을 쿡 찔렀다. "저 기체가 내는 무지막지한 진동과 압력이 당신 몸속에 있는 절대영도의 얼음, 그 '빙정'을 두들겨 패고, 그 비틀림에서 발생하는 반발력이 다시 기체의 동력으로 무한 공급되는 이 미친 사이클. 플렉소 일렉트릭(Flexo-Electric)의 궁극점." 신수지의 입꼬리가 귀밑까지 찢어질 듯 올라갔다. "기계가 본체가 아니었어요. 태수 씨, 당신이라는 생물학적 배터리가 저 무식한 깡통의 진짜 '엔진'이었던 겁니다. 당신이 없으면 저 거대한 병기는 그저 전력 낭비 심한 고철 덩어리에 불과해요!" "뭐, 대충 그런 셈이죠. 그러니까 내 허락 없이 저 깡통 함부로 뜯어고치지 마십쇼. 내 몸이랑 연결된 거라 예민하니까." 내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자, 신수지가 흥분으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뜯어고치다니요! 이건 신성한 진화의 과정입니다! 지금 저 폭풍의 코어를 안정화시켰으니, 다음 스텝은 출력의 한계 돌파입니다. 철수 사원에게 이미 설계도 초안을 넘겼죠. 뇌전과 폭풍을 한 점으로 압축해서 터뜨리는 궁극의 물리 타격 무장, [절대영도 파일벙커(Pile Bunker)]...!" 혼자만의 도파민에 취해 허공에 대고 열변을 토하는 매드 사이언티스트. 하지만 내 목적은 이 여자의 논문 발표를 들어주
입춘이 지났다고는 하지만, 부산 남포동의 아침 공기는 여전히 칼날처럼 예리하게 뺨을 베고 지나갔다. 평소 같았으면 멀리 자갈치 시장 쪽에서 들려오는 뱃고동 소리나 갈매기 우는 소리에 눈을 떴겠지만, 최근 일주일 동안 내 아침을 깨우는 알람 소리는 조금 기괴한 방향으로 바뀌어 있었다. 지잉- 지지직! 윙- 철컥. "아놔, 진짜. 아침부터 무슨 공사판도 아니고." 나는 까치집이 된 머리를 벅벅 긁으며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섰다. 소음의 진원지는 내가 있는 1층이 아니라, 머리 위쪽인 2층 끝방이었다. 일주일 전, 김치전 세 장과 월 50만 원의 선불금으로 우리 하숙집에 무단 입주한 삼천 그룹 수석 연구소장, 신수지의 임시 랩실. 거실을 지나 현관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가보니, 입이 떡 벌어지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이게 다 뭐람." 2층 끝방의 창문 틈새로 굵직한 공업용 케이블 대여섯 가닥이 뱀처럼 구불구불 흘러나와 마당으로 늘어져 있었다. 그 케이블들의 끝이 향한 곳은, 마당 한구석 전용 주기장에 무릎을 꿇고 대기 모드에 들어가 있는 나의 전용기, 레비아탄이었다. 레비아탄의 두꺼운 초합금 장갑 군데군데에 손바닥만 한 진단용 센서들이 거머리처럼 덕지덕지 붙어 있었고, 기체의 모노아이는 피곤한 듯 붉은빛을 껌뻑거리고 있었다. [형님... 일어났어...? 나 좀 살려줘. 저 미친 여자가 새벽 3시부터 내 동력로 위상 데이터를 뽑아간다고 장갑판 틈새로 탐침을 쑤셔 넣고 있다고. 간지러워 미칠 것 같아.] 스마트워치 너머로 들려오는 레비아탄의 목소리에는, 그저 병원에 끌려온 강아지처럼 처량한 기계음만이 웅웅거릴 뿐. "야. 그래도 명색이 20미터짜리 결전 병기인데, 쪼그만 인간 여자애 하나를 못 당해서 징징대냐." [형님은 모른다고! 저 여자가 내 구동 회로를 들여다볼 때 짓는 그 눈빛! 그건 나를 기계가 아니라 아주 맛있게 구워진 통돼지 바비큐를 보는 눈빛이었다고! 내 존엄성이 바닥을 치고 있단 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