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특명! 흑막을 훈련시켜라》: Chapter 11 - Chapter 20

23 Chapters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

“좋습니다!”이른 아침.훈련장에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기사들이 동시에 몸을 움찔했다.“…또 시작이군.”“…오늘은 뭘 하시려나.”“…살아남자.”엘라는 환하게 웃으며 훈련장 한가운데 섰다.그녀의 손에는 언제나처럼 작은 수첩이 들려 있었다.사각.수첩을 펼친 그녀는 힘차게 외쳤다.“오늘의 교육!”뒤에 서 있던 단테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이번엔 또 뭐지.”엘라는 수첩을 단테 앞으로 들이밀었다.────────흑막 갱생 프로젝트✔ 함께 식사하기□ 기사 이름 외우기□ 먼저 인사하기□ 함께 차 마시기□ 친구 한 명 만들기────────엘라가 두 번째 항목을 손가락으로 콕 눌렀다.“오늘 목표입니다.”단테는 짧게 말했다.“…불가능하다.”“왜요?”“기사가 너무 많다.”엘라는 씩 웃었다.“그러니까 외우는 거예요.”“…”“오늘 안에.”“…오늘?”“네.”단테는 훈련장에 늘어선 기사들을 바라봤다.백 명이 넘는 기사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무리다.”“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포기?”“…”“감점.”엘라는 익숙하게 펜을 들었다.사각.> **포기하려는 버릇 +1**“…지워.”“싫어요.”기사들 사이에서 작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단테는 그 소리를 들었지만 이번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히려.‘웃고 있군.’며칠 전까지만 해도 훈련장에서는 들을 수 없던 소리였다.그 모습을 본 엘라는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좋아요.”그녀가 기사들을 향해 돌아섰다.“오늘은 자기소개 시간입니다!”기사들은 동시에 얼어붙었다.“…자기소개요?”“네.”“저희가요?”“네.”“대공 전하 앞에서?”엘라는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순간.훈련장에 적막이 흘렀다.기사들은 서로의 눈치만 살폈다.단테는 그런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엘라는 박수를 한 번 쳤다.짝!“그럼 제가 먼저 할게요.”그녀는 씩 웃으며 허리를 숙였다.“안녕하세요!”“저는 엘라 에스텔입니다.”“취미는 낮잠 자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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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기억하는 사람

“좋아요.”엘라가 손을 크게 한 번 쳤다.짝!“이제 본격적인 수업 시작입니다.”기사들은 불안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봤다.“…수업?”“…설마 또 뛰는 건 아니겠지.”“…산은 싫다.”“…공녀님 아버님 이야기를 들었는데.”“…살아남자.”엘라는 기사들의 표정을 보며 씩 웃었다.“안 뛰어요.”순간.기사들이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대신.”“…?”“머리를 씁니다.”안도의 한숨은 오래가지 못했다.엘라는 품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안에는 기사들의 이름이 적힌 나무패가 가득 들어 있었다.“오늘은 이름 기억하기 게임!”그녀가 상자를 흔들자 나무패들이 달그락거리며 부딪혔다.“제가 이름을 뽑으면.”“본인은 앞으로 나오고.”“전하는 이름을 맞히시면 됩니다.”단테가 미간을 찌푸렸다.“…기억 못 하면.”엘라가 싱긋 웃었다.“교육.”“…”“…그 교육이 뭔데.”“비밀.”단테는 그 미소를 보고 본능적으로 좋은 예감이 들지 않았다.────────첫 번째 나무패가 뽑혔다.“로웬!”젊은 기사가 앞으로 나왔다.엘라는 단테를 바라봤다.“전하.”“…”“이름.”“…로웬.”“정답!”기사들이 작게 박수를 쳤다.“좋습니다!”엘라는 수첩에 체크 표시를 했다.> ✔ 로웬 기억 완료두 번째.“하인츠!”“…하인츠.”“정답!”세 번째.“브랜.”“…”단테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엘라는 손가락을 들었다.“5초.”“…”“하나.”“둘.”단테는 브랜의 얼굴을 바라봤다.“…”“넷.”“…”“다섯.”“…셋은.”엘라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오늘도 길을 잃었어요.”기사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푸흡.”“셋이 또 없어졌대.”“오늘도 길 잃은 숫자래.”심지어 단테도 아주 잠깐 고개를 숙이며 헛웃음을 삼켰다.엘라는 그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웃었다.’‘이번엔 확실해.’그녀는 속으로 조용히 만세를 불렀다.“정답은 브랜입니다.”단테는 낮게 중얼거렸다.“…브랜.”젊은 기사가 감격한 얼굴로 허리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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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차 한 잔

북부의 아침은 오늘도 분주했다.기사들은 새벽 훈련을 마친 뒤 무기 손질에 한창이었고, 하녀들은 복도를 오가며 하루를 준비하고 있었다.그런데.“…공녀님은?”제1기사단장 휴고가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아직 안 오셨습니다.”“이 시간인데?”기사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이상하네.”“매일 제일 먼저 오셨잖아.”“혹시 돌아가신 건 아니겠지?”“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그런데 조용하니까 오히려 불안한데.”평소라면 이미 훈련장을 뛰어다니며,“좋은 아침입니다!”하고 외칠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훈련장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그때.단테가 검을 검집에 넣으며 무심하게 입을 열었다.“…엘라는.”순간.기사들의 시선이 동시에 단테에게 향했다.“…예, 전하?”“…어디 있지.”훈련장이 다시 조용해졌다.‘방금.’‘대공 전하께서.’‘공녀님을 먼저 찾으셨다…?’휴고는 놀란 표정을 애써 감추며 대답했다.“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그런가.”단테는 짧게 대답했지만, 검을 다시 뽑지 않았다.평소라면 이미 두 번째 훈련을 시작했을 시간이었다.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집중이 되지 않았다.‘안 온다.’‘무슨 일이지.’그 순간.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죄송해요!”엘라였다.은빛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리며 그녀가 양손 가득 무언가를 들고 뛰어오고 있었다.“늦었습니다!”헉헉 숨을 몰아쉬며 훈련장 앞에 멈춘 그녀를 본 기사들이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살아 계셨네.”“오늘도 오셨다.”“괜히 걱정했잖아.”엘라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봤다.“…왜 다들 그런 표정이에요?”한 기사가 멋쩍게 웃었다.“공녀님이 안 오셔서요.”“…?”“무슨 일 생긴 줄 알았습니다.”엘라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절 걱정했다고요?”“그야….”기사는 머리를 긁적였다.“이제 안 오시면 허전합니다.”엘라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자신을 낯설게 바라보던 사람들이었다.그런데 이제는 자신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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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차 한 잔

훈련장 한가운데.기사들은 아직도 믿지 못한 얼굴이었다.“…정말.”“…차를 마시는 겁니까?”엘라는 활짝 웃었다.“네.”“훈련 끝.”“…”“…?”“…오늘은.”그녀가 찻주전자를 번쩍 들어 올렸다.“당 보충!”기사들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그게 훈련입니까?”“당연하죠.”엘라는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배고프면 예민해지고.”“예민하면 싸우고.”“싸우면 다치고.”“그러니까.”그녀가 쿠키를 하나 집어 들었다.“쿠키가 세상을 구합니다.”“…”“…”“…”단테는 한동안 그녀를 바라보다가 낮게 말했다.“…처음 듣는 이론이다.”“오늘 만든 이론이에요.”“…”“하지만 맞을걸요?”기사들이 또 웃었다.훈련장에는 이전과 달리 자연스러운 웃음소리가 퍼졌다.엘라는 흐뭇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봤다.‘좋아.’‘이제 조금 사람 사는 곳 같네.’그녀는 직접 찻잔에 차를 따르기 시작했다.하나.둘.셋.그리고 마지막 잔.“…전하.”단테 앞에 찻잔이 놓였다.“…안 마신다.”엘라는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줄 알았어요.”“…”“그래서.”그녀는 품속에서 작은 종이를 꺼냈다.단테의 미간이 꿈틀거렸다.“…또 문제인가.”“네.”“…”“…이번엔.”“…”“차를 마시면 정답.”“…?”“안 마시면 오답.”“…그게 문제냐.”“네.”“…”“…억지군.”엘라는 아주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교육은 원래 억지예요.”기사들이 웃음을 참느라 어깨를 들썩였다.단테는 잠시 찻잔을 내려다봤다.따뜻한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홍차 향이 은은하게 퍼졌다.그는 조용히 찻잔을 들었다.한 모금.“…”“…어떤가요?”잠시 침묵.“…괜찮다.”엘라의 눈이 반짝였다.“좋아요!”그녀는 곧바로 수첩을 펼쳤다.사각.사각.> ✔ 차 마시기 성공.> ✔ 분위기 좋아짐.> ✔ 기사들 웃음 증가.그녀가 만족스럽게 펜을 덮는 순간이었다.“공녀님.”막내 기사 로웬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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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수업

“오늘은 야외 수업입니다!”아침부터 엘라의 힘찬 목소리가 대공성에 울려 퍼졌다.기사들은 익숙하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이번엔 또 뭡니까?”“…설마 산 타기?”“…아니겠지.”“…공녀님이라면 가능해.”엘라는 환하게 웃으며 커다란 지도를 펼쳤다.“오늘은 북부 순찰을 함께 나갈 거예요.”순간 훈련장이 조용해졌다.“순찰… 말입니까?”휴고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예.”“위험합니다.”“그래서 가는 거예요.”엘라는 손가락으로 지도의 북서쪽 숲을 가리켰다.“전하가 매일 뭘 지키고 계시는지.”“직접 봐야 교육도 할 수 있으니까.”기사들은 서로를 바라봤다.틀린 말은 아니었다.단테는 말없이 지도를 내려다보다가 짧게 말했다.“…준비해라.”기사들이 놀란 얼굴로 단테를 바라봤다.“공녀님도 함께입니까?”“…내가 지킨다.”짧은 한마디였다.엘라는 싱긋 웃었다.“든든하네요.”단테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한 시간 뒤.순찰대는 눈 덮인 숲길을 걷고 있었다.엘라는 신기한 듯 여기저기를 둘러봤다.“와.”“예쁘다.”“공기가 정말 맑네요.”그녀는 나뭇가지에 내려앉은 작은 새를 바라보다가 환하게 웃었다.“북부도 좋네.”뒤따르던 기사들이 멋쩍게 웃었다.“추운 것만 빼면요.”“그것도 금방 익숙해질 거예요.”엘라는 발걸음을 멈추고 하얀 눈을 손으로 한 움큼 떠 올렸다.“이런 눈도 오랜만이에요.”그녀가 눈덩이를 동그랗게 뭉치기 시작했다.단테가 그 모습을 힐끗 바라봤다.“…뭘 하는 거지.”“비밀.”엘라가 씨익 웃었다.잠시 뒤.휙!작은 눈덩이가 날아갔다.툭.단테의 어깨에 가볍게 맞았다.순간.기사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공녀님.”“…지금.”“…대공께.”“…눈을 던지셨습니까?”엘라는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네.”“…왜.”“장난이요.”단테는 말없이 자신의 어깨에 묻은 눈을 털었다.“…”“…끝인가.”“아직이요.”엘라가 다시 눈을 뭉쳤다.기사들은 동시에 한 걸음 뒤로 물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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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수업

크르르르르….거대한 늑대형 마수가 눈밭을 천천히 걸어 나왔다.붉은 눈동자가 순찰대를 훑었다.녀석의 발이 눈을 디딜 때마다 땅이 미세하게 흔들렸다.“…”단테는 검을 뽑아 들었다.스르릉.새하얀 설원 위로 검신이 차갑게 빛났다.“제1기사단.”낮고 단단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좌측.”“제2기사단.”“우측을 봉쇄한다.”“후방은 휴고가 맡아라.”“예!”기사들이 일제히 움직였다.짧은 명령뿐이었지만, 누구 하나 망설이지 않았다.엘라는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봤다.‘평소에는 말이 거의 없는데.’‘전투가 시작되니까 완전히 달라져.’마치 오래된 톱니바퀴처럼.모든 움직임이 정확했다.단테는 검끝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엘라.”“…네.”“내 뒤에서.”“…”“절대 앞으로 나오지 마.”엘라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이번에는 장난도 치지 않았다.그만큼 단테의 표정이 진지했기 때문이다.────────쿠아앙!늑대형 마수가 먼저 달려들었다.눈이 폭발하듯 흩날렸다.단테는 정면으로 뛰어올랐다.콰앙!검과 발톱이 부딪히는 굉음이 숲을 울렸다.엄청난 충격에 주변 나무들이 흔들렸다.“우측!”단테의 외침과 동시에 기사들이 움직였다.마수의 옆구리를 노려 창이 날아갔다.하지만.캉!단단한 털이 갑옷처럼 공격을 튕겨 냈다.“피부가 너무 단단합니다!”“거리를 벌려!”마수는 몸을 크게 비틀며 꼬리를 휘둘렀다.퍽!기사 한 명이 눈밭 위를 굴렀다.“윽!”엘라는 이를 악물었다.‘생각보다 강해.’그녀는 빠르게 전장을 살폈다.그리고 한 가지를 알아챘다.‘왼쪽 앞다리.’‘움직임이 조금 늦어.’아주 작은 차이.하지만 그녀에게는 충분했다.그녀는 단테를 향해 외쳤다.“전하!”단테는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대답했다.“…말해.”“왼쪽 앞다리!”“…?”“다친 것 같아요!”단테의 눈빛이 순간 바뀌었다.그는 마수의 움직임을 다시 읽었다.정말이었다.녀석은 왼쪽으로 방향을 틀 때 아주 미세하게 균형이 무너졌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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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제가 교육받을 차례네요

“…에취!”맑은 아침.대공성 복도에 귀여운 재채기 소리가 울렸다.“…에취!”그리고 또 한 번.하녀들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서로를 바라봤다.“공녀님.”“감기 아니세요?”엘라는 손을 흔들었다.“괜찮아요.”“…에취!”“…”“…안 괜찮아 보이는데.”엘라는 애써 웃었다.“북부 공기가 조금 차갑네요.”“조금…?”하녀들은 창밖을 바라봤다.온 세상이 새하얀 눈으로 덮여 있었다.영하 수십 도.북부 사람들에게는 평범한 날씨였다.하지만 남쪽에서 자란 엘라에게는 아니었다.그녀는 계속해서 코를 훌쩍였다.“…에취.”“열도 있는 것 같은데.”“괜찮습니다!”“…에취!”“…”“정말 괜찮아요.”하녀들은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같은 시각.훈련장.기사들은 오늘도 훈련을 준비하고 있었다.“공녀님이 아직 안 오셨네.”“오늘은 늦으시나.”“감기라던데.”그 말을 들은 순간.단테의 손이 멈췄다.“…감기?”기사들이 동시에 그를 바라봤다.“예.”“…조금 전 들었습니다.”“…열도 있으시다고.”단테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더니 검을 검집에 넣었다.철컥.“…전하?”“훈련.”“…잠시 중단.”기사들은 눈을 크게 떴다.“…어디 가십니까?”단테는 짧게 대답했다.“…확인.”그리고 곧장 대공성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똑똑.엘라의 방 문이 조심스럽게 두드려졌다.“…들어오세요.”문이 열리자.엘라는 침대에 이불을 뒤집어쓴 채 앉아 있었다.볼이 조금 붉었다.“…전하?”엘라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여긴 웬일이에요?”단테는 그녀를 잠시 바라봤다.“…”“…아프군.”“안 아파요.”“…에취!”“…”“…”“…거짓말.”엘라는 민망하게 웃었다.“조금?”단테는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가.조용히 손을 들어 그녀의 이마에 손등을 댔다.툭.“…!”엘라의 몸이 그대로 굳었다.‘…가깝다.’너무 가까웠다.단테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이었다.“…열이 있군.”엘라는 얼굴이 더 붉어졌다.“…그건.”“…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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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제가 교육받을 차례네요

“…우연이다.”단테는 짧게 말하며 창가로 시선을 돌렸다.하지만 엘라는 그 말이 이제는 전혀 믿기지 않았다.‘또 우연.’‘전부 우연이라고 하네.’그녀는 웃음을 참으며 이불을 조금 더 끌어올렸다.“…전하.”“…왜.”“우연이 참 많네요.”“…”“제 이름도 우연히 외우시고.”“…”“딸기잼도 우연히 기억하시고.”“…”“단것을 좋아하는 것도 우연히 기억하시고.”“…”“…”“…정말 신기한 우연이에요.”단테는 대답 대신 작게 헛기침을 했다.그 모습에 엘라는 더욱 웃음이 났다.평소라면 놀렸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에취!”“……”단테는 말없이 침대 옆 물잔을 들어 그녀에게 건넸다.“마셔.”“…감사합니다.”엘라는 두 손으로 컵을 감싸 쥐었다.따뜻한 온기가 손끝으로 스며들었다.그녀는 천천히 물을 마시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따뜻하네요.”“당연하다.”“…”“차가운 걸 마시면 더 심해진다.”엘라는 문득 웃으며 물었다.“전하.”“…”“간호도 잘하시네요.”“…아니다.”“처음 아닌 것 같은데요?”단테는 잠시 침묵하다 조용히 입을 열었다.“…어머니가.”“…”“…자주 아프셨다.”엘라의 표정이 조금 부드러워졌다.단테는 창밖을 바라본 채 말을 이었다.“그때.”“…”“…옆에 있는 것밖에는.”“…”“…할 수 있는 게 없었다.”방 안에 잠시 조용한 공기가 흘렀다.장난기 많은 엘라도 이번만큼은 농담을 하지 않았다.그녀는 조용히 손에 쥔 컵을 내려놓았다.“…고마워요.”“…”“오늘은.”“…”“옆에 있어 주셔서.”단테는 대답하지 않았다.하지만 창밖으로 향했던 시선이 다시 엘라에게 돌아왔다.그 순간.똑똑.문이 두드려졌다.“전하.”휴고였다.“…들어와.”문이 열리자 휴고와 하녀들이 쟁반을 들고 들어왔다.따뜻한 죽.허브차.과일.그리고 작은 쿠키까지.엘라는 눈을 깜빡였다.“…이렇게 많이요?”휴고가 난감한 얼굴로 대답했다.“…전하께서.”“…”“…하나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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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누구를 훈련시키는 건데요?

엘라 에스텔은 깨달았다.사람에게는 휴식이 필요하다.충분한 수면.따뜻한 식사.적당한 운동.그리고 무엇보다.“…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 있는 시간.”푹신한 침대 위.엘라는 이불을 턱끝까지 끌어올린 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감기는 거의 나았다.열도 내렸고.기침도 멎었다.의사 역시 아침에 분명히 말했다.“이제 무리만 하지 않으시면 됩니다.”아주 훌륭한 말이었다.그러니까 오늘은.‘아무것도 하지 말자.’교육?내일부터.훈련?내일부터.흑막 갱생?그것도 내일부터.세상 모든 훌륭한 일은 내일부터 시작할 수 있었다.엘라는 만족스럽게 눈을 감았다.그때였다.똑똑.“…”못 들었다.똑똑.“…”나는 자고 있다.똑똑.“…”아무도 없다.벌컥.문이 열렸다.엘라가 눈을 번쩍 떴다.“누구 마음대로—”그리고 굳었다.문 앞에 서 있는 사람.검은 머리카락.은빛 눈동자.언제나처럼 흐트러짐 하나 없는 검은 제복.단테였다.“…전하?”“일어났군.”“아니요.”엘라는 즉시 눈을 감았다.“자고 있습니다.”“…”“방금 말했는데.”“잠꼬대예요.”“…”“대화도 하는 잠꼬대인가.”“제가 원래 재주가 많습니다.”잠시 침묵.단테는 침대 옆 탁자 위를 바라봤다.다 먹은 쿠키 접시.텅 빈 찻잔.그리고 펼쳐진 소설책.“…많이 나은 것 같은데.”엘라는 이불 속으로 조금 더 숨어들었다.“환자는 절대 겉으로 판단하면 안 됩니다.”“그런가.”“네.”“의사는 완치라고 하던데.”“…”엘라의 눈이 번쩍 떠졌다.“언제 만나셨어요?”“방금.”“…왜요?”“확인하려고.”“…뭘.”단테가 태연하게 대답했다.“네가 꾀병인지.”“…”이 남자.며칠 사이에 이상해졌다.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말 한마디 제대로 이어 가지 않던 사람이었다.그런데 지금은.‘나한테 시비를 걸고 있잖아?’엘라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전하.”“…왜.”“많이 발전하셨네요.”“…”“이제 농담도 하시고.”“농담 아닌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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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누구를 훈련시키는 건데요?

쾅―!검과 검이 맞부딪쳤다.충격파가 눈밭을 휩쓸었다.쌓여 있던 눈이 사방으로 터져 나가고, 가장 가까이에 서 있던 기사들이 반사적으로 팔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뭐야!”“공녀님 진짜 강하잖아!”“누가 아가씨 검술이라고 했어!”엘라는 대답할 틈도 주지 않았다.타앗!발끝으로 눈밭을 밀어낸다.몸을 낮추고.단테의 오른쪽으로 파고들었다.카앙!단테가 검을 세워 막았다.엘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오.”“…”“이것도 막으시네요.”“그 정도는.”“그럼.”엘라가 손목을 틀었다.검의 방향이 순식간에 바뀌었다.“이건요?”쉬익―!아래에서 위로.단테의 옆구리를 노리는 검.그러나.카앙!또 막혔다.이번에는 단테가 움직였다.엘라의 검을 밀어내고 그대로 앞으로 한 걸음.“…!”순식간이었다.단테의 검끝이 엘라의 목 바로 앞에서 멈췄다.기사들이 숨을 삼켰다.“끝인가?”“벌써?”하지만.단테의 눈빛은 달랐다.“…아니.”그가 중얼거렸다.그 순간.엘라가 웃었다.“정답.”툭.그녀의 발이 단테의 발목 뒤쪽을 걸었다.“…!”중심이 흔들렸다.엘라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몸을 낮추며 그의 검 아래로 빠져나간 뒤.휙!검끝을 단테의 가슴에 겨눴다.하지만 단테 역시 동시에 검을 돌렸다.두 사람의 검끝이.서로의 급소 바로 앞에서 멈췄다.“…”“…”훈련장이 조용해졌다.엘라가 눈을 깜빡였다.단테도 그녀를 바라봤다.그리고.엘라가 먼저 웃었다.“무승부?”단테가 담담하게 대답했다.“…아직.”“욕심 많으시네.”엘라가 검을 거두며 뒤로 물러났다.하지만 눈빛은 아까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귀찮다며 침대에 늘어져 있던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선명하고.집중되어 있었다.단테는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봤다.‘검을 잡으면.’‘사람이 달라지는군.’엘라는 다시 자세를 잡았다.“한 번 더?”“…몸은 괜찮나.”“네?”“어제까지 아팠다.”“…”엘라의 눈이 가늘어졌다.“설마.”“…”“걱정하시는 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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