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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봄 향기로 수놓다: Chapter 11 - Chapter 20

22 Chapters

1-11 공공연한 사사로움

부사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형방 아전의 큰 외침이 들렸다.“기생 춘향에게 태 10도요!”뒤쪽에서 사령들과 나장들이 분주하게 형벌 기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연서가 고개를 들어 부사에게 말했다.“나리, 소녀의 말을 들어주소서. 태형 10도는 부당한 처사이옵니다.”그녀의 목소리가 당당하게 울리자, 형방 아전이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는 눈을 부라리며 한낱 관기가 뱉은 무엄한 말에 분노하며 외쳤다.“어허! 어디 그런 망발을 하느냐!”하지만 성 부사는 손을 들어 그를 제지하며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성 부사는 역시 연서에게 묘수가 있었던 것이라 여기며, 기대에 찬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 어째서 그러하냐?”연서의 뒤에 서 있던 기생들이 다시 한 번 긴장하며 떨기 시작했다. 홍란도 식은땀을 흘리며 연서의 반격을 기다렸다. 하지만 연서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실로 뜻밖이었다.“국휼에 풍류를 즐기고, 사기로서 기생들을 올바로 이끌지 못하며 오히려 교방의 질서를 흐트린 죄는 그리 작지 않습니다.”연서의 말에 대청의 모든 사람이 기막힌 표정으로 숨죽였다. 그녀는 흐트러짐 없이 계속 말했다.“더욱이, 저의 죄가 인정되었음은 제가 거짓 증언을 했다는 뜻이 되오니, 태 50도는 되어야 마땅하지 않겠습니까?”그녀의 말은 지난겨울의 추위를 다시 불러온 듯 매섭게 사람들을 얼렸다. 태형 50대라니, 사람에 따라 죽을 수도 있는 형벌이었다.홍란과 그녀의 무리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알지 못하여 어안이 벙벙했다. 구경꾼들 역시 놀라 아무런 말도 못한 채 부사의 판결을 기다렸다. 한 번만 봐 달라는 사람, 살려 달라는 사람, 억울하다는 사람만 평생을 봐 온 형방 아전 역시 할 말을 잃은 건 매한가지였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성 부사의 마음은 조여 들었다.부사는 품었던 기대가 허무하게 무너지는 것을 느끼며 한숨을 내쉬었다. 연서의 강렬한 눈빛은 할 거면 제대로 하라는 듯, 사사로운 마음에 흔들리는 안의를 정면으로 꾸짖고 있었다. 연서에 대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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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상처를 아물게 하는 것은

우성은 몸을 낮췄고, 금선과 어진이 등에 업힌 연서를 조심스럽게 받아 내렸다. 두 사람이 그녀의 몸을 받치는 사이 우성은 돌아서서 다시 연서를 안았다. 그녀를 요 위에 조심스레 엎어 눕히는 동안, 축 늘어진 팔다리가 힘없이 흔들렸다. 연서의 방이 서늘한 것을 느낀 우성이 방바닥을 이리저리 만지며 말했다.“어진 씨는 이 방을 얼른 따뜻하게 해 주세요.”“네!”우성에게 업혀 오면서 체온이 다시 오르긴 했지만, 그녀의 몸은 여전히 평소보다 차가웠다. 우성의 말에 어진이 다급히 달려 나가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 금선은 우성이 어떻게 하려나 싶어 곁에 서 있었다. 우성은 연서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그녀의 치맛자락을 붙잡았다. 금선이 그의 팔을 다급하게 붙잡았다.“시키시면 제가 할 테니, 말씀으로 하시지요.”금선의 제지에 그제야 상황을 깨달은 우성은 황급히 손을 뗐다. 금선은 조심스레 연서의 치마를 풀었다. 치마가 연서의 엉덩이 부근을 스치자, 연서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이 흘러나왔다.“읏…”치마가 벗겨지고, 피로 엉겨붙은 속곳이 드러났다. 참혹한 광경에 우성과 금선은 아연실색했다. 검붉게 말라가는 것을 보니, 그냥 떼어냈다가는 살점까지 함께 뜯길 것이 뻔했다.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에 우성은 고민에 빠졌다. 그때 어진이 들어와 외쳤다.“아궁이에 불 지폈어요... 으아, 세상에...”그녀가 연서의 상처를 보며 탄식했다. 깊이 생각하던 우성이 금선에게 말했다.“물을 끓여 주실 수 있겠습니까? 다 끓으면 미지근하게 식혀 주시고, 가장 깨끗한 무명천도 몇 장 준비해 주세요.”“상처를 씻으시려는 겁니까?”금선이 되물었다.“예. 붙은 옷부터 충분히 적셔서 떼어내야 합니다. 억지로 당기면 살이 함께 뜯길 수 있어요.”금선은 곧장 어진에게 말했다.“어진이 너는 얼른 물을 올리고, 깨끗한 무명천을 가져오너라.”“네!”어진이 쏜살같이 밖으로 나갔다. 우성은 연서의 방 안을 둘러보다가 침선용 가위를 발견하고 어진의 뒤를 향해 내밀었다.“이것도 끓는 물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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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하늘과 땅의 차이 (1)

파루를 알리는 종소리가 새벽을 깨우며 울려왔다. 관아에서 시작되는 둔중한 울림은 차가운 거리를 지나 연서의 방에까지 닿았다. 어둠과 추위 속에서 우성은 선뜻 몸을 일으키기가 어려웠지만 연서의 상태가 걱정되어 벌떡 일어났다.계속 엎드려 있는 게 힘들었는지, 연서는 몸을 조금 옆으로 돌린 채 잠들어 있었다. 그는 연서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녀의 이마를 만졌다. 다행히 어제의 열은 떨어져 있었다.그녀의 얼굴도 약간의 눈물자국을 빼고는 꽤 평온해 보였다. 밤새 그녀의 상태를 확인했던 우성은 안도감에 하품이 나왔다. 그는 무거운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다.문을 열자 곧바로 찬 기운이 그의 옷 속으로 파고들었다. 우성은 앉아서 짚신을 신다가 발이 욱신거리자 버선을 벗어 보았다. 발은 붓고 물집까지 잡혀 있었다. 처음 신어 본 짚신으로 연서를 업고 달리기까지 했으니, 버티지 못한 것도 당연했다. 우성은 고통을 참으며 다시 짚신을 신었다.우성이 부엌 쪽으로 다가가자, 안쪽에서는 이미 작은 불빛과 함께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어진이 평소처럼 아침 준비를 하고 있었다.“나리? 뭐가 필요하시면 부르시지, 왜 직접 나오셨어요?”“... 춘향 씨 먹을 걸 좀 만들려고요.”아무렇지 않게 대답한 우성은 그대로 부엌 안으로 들어섰다. 어진이 재빨리 손을 뻗어 그의 앞을 막았다.“아니, 아니요. 부엌은 사내가 들어오는 곳이 아니래두요! 어제도 말씀드렸잖아요. 언니 밥은 제가 차리고 있으니 어서 돌아가세요.”우성은 자신을 막아선 어진의 손을 슬쩍 피해 부엌 안으로 들어갔다. 뒤늦게 따라붙은 어진이 그의 옷자락을 붙들며 소리쳤다.“아니 이렇게 막무가내로...!”“춘향 씨가 지금 제대로 먹어야 해서 그래요... 어제 저녁 차려 온 거 보니까 풀데기밖에 없더만, 그래서 낫겠어요?”우성은 그녀와 실랑이할 생각이 없다는 듯 부엌 안을 훑어보며 중얼거렸다.“흐음... 피를 많이 흘려서 철분이랑 단백질이 필요한데... 계란이나 고기 같은 건 없어요?”“예? ...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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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고장 난 나룻배

아침 일과를 마친 마당에는 볕이 들어 밝고 따뜻했다.“신세 많이 졌습니다. 이만 가 보겠습니다.”마루에 앉아 여느 때처럼 약초를 다듬는 금선과 어진을 향해 우성이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사내의 깍듯한 인사에 여전히 어색한 듯, 두 사람은 그를 보는 둥 마는 둥 했다. 금선은 우성의 발치께를 눈으로 슬쩍 보며 대답했다.“조심히 가세요. 급하게 가시다 그르치실라.”“...네, 알겠습니다.”괜히 잔소리 한마디 더 얹는 금선에게 우성이 착하게 대답했다. 옆에서 어진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조금 목이 멘 목소리로 말했다.“꼭 가셔야 돼요? ... 아직 언니도 아프고, 나리가 어제 물도 다 써서 물도 없는데...”“...”우성이 그녀의 시선을 살짝 회피했다. 그 모습을 보던 금선이 좀 더 큰 목소리로 말했다.“가는 발걸음에 우는 소리 말어라... 사내들 떠날 때마다 울어대니 나라가 이렇게 된 거 아니냐.”“치... 먹여 주고 재워 줬더니 이리 쉽게 가 버립니까, 그래.”어진이 미련을 잔뜩 쏟아냈다. 우성은 뭐라 대답하기가 어려워 머쓱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때, 연서의 방문이 활짝 열렸다. 천근같은 몸을 일으킨 연서는 겨우 문틀을 잡고 서서 우성을 보았다. 모두 놀라 그녀를 쳐다보았다. 아직 움직이면 안 되는 몸이었다. 우성이 급하게 그녀 쪽으로 돌아섰고, 어진은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언니...!”연서는 걱정스러운 그녀의 부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성을 바라보았다. 잠깐 우성과 눈을 맞추던 연서가 조심스레 입을 뗐다.“...부디 건강하세요.”짧고 단정했다.우성은 그녀를 가만히 보다가 살짝 미소 지었다. 어느새 그의 눈가도 촉촉해져 있었다. 우성이 주먹을 살짝 들어 보이며 말했다.“...파이팅.”그렇게 말하고는 몸을 돌려 집 밖으로 향했다. 어진은 그의 뒷모습을 보다가 그렁한 눈으로 금선에게 물었다.“방금 뭐라신 거예요? 파잇딩?”“...”하지만 금선이 그 말을 알 리가 없었다. 그녀는 그저 연서와 그만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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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치부인가, 환부인가?

연서의 엉덩이 상처는 말라붙은 피와 진물로 엉겨 딱지처럼 굳어 있었다. 멍 자국은 더욱 크게 퍼져 있었고, 터진 자국마다 검붉은 색으로 변해 있었다. 금선이 미지근하게 식힌 물에 깨끗한 무명천을 적셔 환부의 가장자리부터 아주 살살 닦아냈다.“읏...”연서가 이를 악물며 신음했다. 금선은 한동안 상처를 닦다가 그녀에게 물었다.“...어떻게 된 거냐.”연서는 말이 없었다. 언젠가는 답해야 한다는 걸 그녀도 알고는 있었지만 말하기가 어려웠다. 그 일과 함께 떠오르는 감정들이 그녀를 힘들게 했다. 금선은 그녀가 말이 없자, 무거운 침묵으로 대답을 재촉했다. 그녀가 하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별일은 아닙니다.”금선이 손을 멈추고 연서를 째려보았다. 연서는 그런 금선의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렸다.“별일이 아닌데 태형을 30대씩이나 때리냐? ... 누굴 두들겨 패기라도 한 거냐?”금선의 격노에 연서가 마지못해 대답하기 시작했다.“어머니, 혹시 칠복 아재 딸 기억나세요? ... 홍이라고.”금선이 다시 그녀의 상처를 닦으며 대답했다.“...홍이를 때렸어?”“때리다뇨... 걔가 요새 그리 저를 괴롭혀요. 특히 제가 사기가 된 후로 더 심해졌어요.”연서의 말에 금선이 말했다.“걔가 엄마 없이 자라서 이상한 열등감이 있나 보다.”“얼굴도 예쁜데 대체 왜 그러는지 알 수가 없어요... 아무튼, 걔가 저한테 어저께 공개적으로 시를 쓰더라고요. 아름다운 수를 삼베에 놓으면 무슨 소용이냐고 저를 모욕하며 비웃었어요.”금선이 한숨을 쉬었다.“그래서... 때렸니?”“아이 참, 안 때렸다니까요! ... 아무튼 그래서 저도 화답을 해 주었지요. 꽃 주제에 누에인 나를 비웃느냐고 해 주었어요.”금선이 피식 웃었다.“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스스로 비단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하다니... 너는 부끄럼도 없냐?”“......어머니는 누구 편이신 거예요? ...자꾸 말이나 끊고...”금선의 말에 연서가 열받은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 말에 금선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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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부재의 파장

경찰서 안쪽은 민원실보다 훨씬 더 조용했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와 프린터가 돌아가는 소리, 간헐적으로 울리는 전화벨 소리가 들렸다. 여성청소년과로 예성을 안내한 경찰은 인계를 마치고 돌아갔다. 사십 전후로 보이는 경위가 그녀를 맞이했다. 예성은 남자가 가리킨 의자에 앉아서 긴장된 표정으로 그의 말을 기다렸다.“... 아까 기본 내용은 들었습니다. 견우성 씨 동생분이라고 하셨죠?”“네.”그는 모니터를 보며 능숙하게 타이핑을 시작했다.“마지막으로 직접 본 시간하고 장소 말씀해 주시겠어요?”“음... 마지막으로 본 건 저희 본가 OO로 24-1이고요, 시간은... 이틀 전 저녁 7~8시쯤인 것 같아요.”“이틀 전이면... 11월 6일인가요?”경위가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예성은 그 말에 핸드폰을 꺼내 달력을 확인했다.“잠시만요... 네, 맞아요.”“11월 6일... 7시경... 그날 별다른 일은 없었습니까?”예성은 그날 우성과 차 안에서 다투듯 나누었던 대화가 생각났다.“저랑 말다툼 비슷하게 좀 하긴 했는데... 그 정도는 평소에도 하던 거라 특별히 다르다고 하기엔 좀 그래요... 제일 이상한 건 차가 그대로 있고 사람만 없어졌다는 거예요.”“... 차는 있는데 사람이 없다... 실종자가 평소에 우울증이나 병을 앓고 있었나요?”그의 말에 예성은 불길한 느낌이 들었지만 애써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정확히 우울증 진단을 받거나 병이 있지는 않았어요. 여자 친구랑 헤어지고 우울 증세가 좀 심하게 오긴 했었는데...”“...우울 증세... 또 있을까요?”그제야 예성은 상태의 방문이 떠올랐다.“아...! 잠시만요.”그녀가 갑자기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상태의 명함을 꺼내 들었다.“오빠가 없어진 직후에 자칭 형사 한 분이 와서 이걸 주고 갔어요.”“형사요...?”경위가 예성이 내민 명함을 받아들었다.“시간관리국? 이런 부서는 없는데... 직접 받으신 거예요?”그가 명함을 뒤집어 이리저리 보며 물었다. 예성이 그의 말에 대답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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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아픔은 달빛에 흩어지고

하루도 쉬지 않던 연서의 몸은, 움직일 수 없게 되자 점점 힘겨워하기 시작했다. 몸을 조금 일으키자니 팔꿈치와 어깨가 아팠고, 그렇다고 엎드리자니 허리와 목이 불편했다. 조금씩 옆으로 눕는 게 가능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가동 범위가 극히 좁아 답답했다.삼십 대를 굳이 맞아야만 했을까 하는 생각도 종종 들었지만, 이내 그녀의 자존심이 그 생각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그녀는 마침내 한계를 느끼고 독서를 포기했다. 연서는 책을 바닥에 던지듯 툭 내려놓으며 얼굴을 베개에 파묻었다. 책이 바닥에 툭 쓰러지며 [詩經]이라고 쓰인 표지가 보였다.“흐아아-”연서가 책 읽는 것을 즐기는 편이기는 했지만 바르지 않은 자세로 이미 수없이 읽은 책을 또 읽기란 쉽지 않았다. 그녀의 머릿속이 점차 고요해지는 듯싶었다.“아하하! 아이참, 다시 해 보세요. 왜 이렇게 못 하세요?”바깥에서 어진의 목소리가 창호지를 뚫고 들어왔다. 우성과 무엇을 하는지 마당에서는 자박자박 소리가 연신 들려왔다. 곧 우성의 목소리도 들려왔다.“이게 지금 무게 중심이 하나도 안 맞는 거 같아요.”“와 진짜 안 해 보셨나 보네. 거짓말인 줄 알았는데. 사내가 되어서 이런 것도 안 해 보고 뭐 하셨어요?”연서는 너무나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호기심을 이겨 본 적이 없는 그녀였다. 그녀는 참지 못하고 팔에 힘을 주어 몸을 일으켰다. 상체를 조금 들어 올리고, 조심조심 팔꿈치를 짚어 기듯이 문 쪽으로 다가갔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고통이 느껴졌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방문 앞에 도착한 연서는 몸을 일으켜 문을 열었다.끼익-연서의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자, 우성과 어진은 동시에 그녀를 바라보았다.“에엥? 언니! 왜 일어났어요?”“...뒷간 가시게요?”우성이 얼굴을 찌푸리며 걱정스레 말했다. 무례한 우성의 말에 연서가 어이없다는 듯 대답했다.“하... 아녀자한테 그런 거 묻지 마세요... 나 참, 숨 쉬듯 무례하네.”“...”우성이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어진도 그런 우성을 타박하며 덧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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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그 열쇠는 누구에게 있나

마지막 인정을 알리는 종이 울리기 무섭게, 연서를 업은 우성이 집 앞에 도착했다. 그는 무심코 마당으로 발길을 옮기다 대청에 앉아 있는 어진을 보고 기겁하며 뒤로 돌아섰다. 업혀 있던 연서는 우성이 재빨리 방향을 바꾸자, 금방 상황을 눈치채고 숨을 죽였다.하지만 너무 급하게 몸을 튼 나머지, 몸이 흙벽에 스치며 중심이 흔들렸다. 흙벽이 부스러지며 퍼석 소리가 났다. 담장이 낮았기 때문에 연서를 업은 채로 몸을 완벽히 숨기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우성과 연서는 눈을 마주친 채 긴장감을 나눴다. 하지만 두 사람의 간절함을 배신하며 어진의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결국 두 사람 앞에 다다른 어진은 팔짱을 끼고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젠 아예 숨길 생각도 없네...”우성이 머쓱한 표정으로 일어났다. 연서는 그에게 매달린 채 어진을 바라보지 못하고 외면했다. 우성이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그... 잠깐... 뒷간을 좀 다녀오고 싶다고 해서...”“...!?”그의 말도 안 되는 변명에 연서가 입을 벌린 채 그를 쳐다보았다. 열받은 그녀가 우성의 귀에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그게 산책보다 더 큰 문제예요...”“흠... 분명히 말씀드린 것 같은데... 여전히 아녀자와 뒷간 얘기하시는 걸 좋아하시네요.”어진이 비아냥거리듯 그에게 말했다. 두 여자의 협공에 우성은 억울한 기분이 들어 대답했다.“아니 왜 나한테만...”“저야 늘 언니 편이니까 견우님한테만 말씀드린 거고요, 어머니께서 기다리고 계시니까 언니도 곧 혼날 거예요.”그녀가 얄밉게 생긋 웃으며 말했다. 연서도 곤란한 표정을 하며 우성을 바라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금선이 문을 벌컥 열며 방에서 나왔다.“그냥 아예 동네 한 바퀴 돌면서 북이라도 치고 오지 그러냐? 그럼 이리 숨어 다닐 필요도 없을 텐데.”연서가 수치심에 고개를 숙였다. 우성이 그녀를 다시 고쳐 업으며 금선에게 대답했다.“계속 누워만 있으면 회복이 더뎌지고 욕창이 생겨 다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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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은비녀에 새긴 거문고

집 밖으로 볶은 결명자의 구수한 냄새가 넘쳐 흘렀다. 어진은 금선이 볶아 놓은 결명자를 약연으로 갈아내고 있었다. 잠시 후, 금선이 부엌에서 또 다른 바구니를 가지고 나와 어진의 옆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어진이 갈아 놓은 고운 가루를 종이에 담아 약첩으로 만들었다. 꽤 오랫동안 함께해 온 일이어서 그런지 두 사람은 말 한마디 없이 손발이 척척 맞았다. 하지만 그 평화는 아래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와 함께 끝이 났다.“누구 있소?”사령 하나가 집 앞에 서서 외쳤다. 어진이 약연을 옆으로 살짝 밀어 놓고 달려 나왔다. 그녀의 얼굴에 긴장이 역력했다. 연서가 근신 명령을 어기고 우성과 함께 사라져 있었기 때문이었다.“무슨 일이십니까?”“아전께서 명을 보내셨다.”어진이 곤란한 표정으로 금선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묵묵히 약첩을 묶을 뿐, 무표정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어진은 지레 겁을 먹고 대답했다.“춘향은 지금 뒷간에 잠깐 갔는데...”그녀는 자신도 우성과 똑같은 변명을 해 버렸다는 사실에 자책했다. 하지만 사령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춘향이 아니라 어진이라는 아이에게 전하라 했다. 여기 있느냐?”어진은 깜짝 놀랐다. 일만 하던 금선마저 손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제, 제가 어진입니다. 말씀하십시오.”어진이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사령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아전의 말을 전했다.“‘올해로 14세가 되어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으니, 이달 20일에 있을 동기 지원에 응하라. 시험은 20일 오후에 관아의 예방에서 실시하니 교방으로 가는 일이 없도록 하라. 만일 올해에 지원하지 않는다면 16세가 되는 해부터 관노비로 일하게 될 것이니 그리 알라.’라고 하셨다.”“예, 알겠습니다.”최후 통첩이었다. 연서가 임진년에 열 살이 되자마자 동기에 지원했던 걸 생각해 보면 꽤 늦은 나이였다. 일반적으로는 이른 나이에 동기가 될수록 더 뛰어난 기생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그동안 시험을 미루었던 것은 어진이 아니라 관아 쪽이었기에, 조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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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잔잔한 물결 아래

우성은 난감한 표정으로 한참을 뒷간에서 멀찍이 떨어져 서 있었다. 국화밭에 뿌릴 거름을 퍼 오라는 금선의 말이 다시 생각난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이런 일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그는 문을 열기도 전부터 스멀스멀 새어 나오는 냄새에 어지러웠다. 하지만 이대로 그냥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자기보다 어린 어진이도 하던 일이었다. 사내로서의 자존심과 어른으로서의 책임감이 그의 몸을 조금씩 밀기 시작했다. 그는 지게와 분뇨통을 내려놓고 문을 열었다. 더 이상 가까이 가기도 싫은지, 우성은 긴 자루바가지를 들어 나무판자를 툭툭 쳐서 옆으로 벌리고는 조금씩 분뇨를 뜨기 시작했다. 메스꺼워 헛구역질이 날 판이었다. 이 순간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도 현대의 생활이 그리웠다.조심스레 바가지로 거름을 푸던 우성은 분뇨통이 어느 정도 차자, 자루바가지를 든 채로 생각에 잠겼다. 바가지에 묻은 오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얼빠져 있던 우성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바가지를 문밖으로 빼냈다. 인근에 있는 풀밭에 응급처치를 하고는 눈을 감고 숨을 참으며 통을 들어 지게에 실었다.“하아... 하아...”그는 자신의 보잘것없는 폐활량을 탓하며 다시 지게를 졌다. 자신의 집에 있던 편리하고 깨끗했던 화장실 생각이 많이 났다. 사실 다른 불편함들은 어느 정도 예상했고 감수할 만했지만, 화장실 문제만큼은 그를 몹시 힘들게 했다. 첫날이야 아무 데나 소변을 보면 됐지만, 둘째 날 뒷간을 처음 이용했을 때는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였다.“어? 그래서 자꾸 변명할 때 뒷간이 생각나는 건가...”중얼거리던 우성은 분이할멈의 국화밭을 향해 걸어갔다.---차분히 책을 읽던 연서는 허리가 아픈지 무릎을 대고 엎드렸다. 찌뿌둥함을 풀기 위해 이리저리 몸을 늘였다. 그러다 통증이 꽤 줄어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자신의 엉덩이를 더듬어 보았다. 여전히 아프기는 했지만, 처음 맞았을 때나 다음 날 약주를 부었을 때의 아픔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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