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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상처를 아물게 하는 것은

Author: 쭈의잔상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08 18:50:47

우성은 몸을 낮췄고, 금선과 어진이 등에 업힌 연서를 조심스럽게 받아 내렸다. 두 사람이 그녀의 몸을 받치는 사이 우성은 돌아서서 다시 연서를 안았다. 그녀를 요 위에 조심스레 엎어 눕히는 동안, 축 늘어진 팔다리가 힘없이 흔들렸다. 연서의 방이 서늘한 것을 느낀 우성이 방바닥을 이리저리 만지며 말했다.

“어진 씨는 이 방을 얼른 따뜻하게 해 주세요.”

“네!”

우성에게 업혀 오면서 체온이 다시 오르긴 했지만, 그녀의 몸은 여전히 평소보다 차가웠다. 우성의 말에 어진이 다급히 달려 나가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 금선은 우성이 어떻게 하려나 싶어 곁에 서 있었다. 우성은 연서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그녀의 치맛자락을 붙잡았다. 금선이 그의 팔을 다급하게 붙잡았다.

“시키시면 제가 할 테니, 말씀으로 하시지요.”

금선의 제지에 그제야 상황을 깨달은 우성은 황급히 손을 뗐다. 금선은 조심스레 연서의 치마를 풀었다. 치마가 연서의 엉덩이 부근을 스치자, 연서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읏…”

치마가 벗겨지고, 피로 엉겨붙은 속곳이 드러났다. 참혹한 광경에 우성과 금선은 아연실색했다. 검붉게 말라가는 것을 보니, 그냥 떼어냈다가는 살점까지 함께 뜯길 것이 뻔했다.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에 우성은 고민에 빠졌다. 그때 어진이 들어와 외쳤다.

“아궁이에 불 지폈어요... 으아, 세상에...”

그녀가 연서의 상처를 보며 탄식했다. 깊이 생각하던 우성이 금선에게 말했다.

“물을 끓여 주실 수 있겠습니까? 다 끓으면 미지근하게 식혀 주시고, 가장 깨끗한 무명천도 몇 장 준비해 주세요.”

“상처를 씻으시려는 겁니까?”

금선이 되물었다.

“예. 붙은 옷부터 충분히 적셔서 떼어내야 합니다. 억지로 당기면 살이 함께 뜯길 수 있어요.”

금선은 곧장 어진에게 말했다.

“어진이 너는 얼른 물을 올리고, 깨끗한 무명천을 가져오너라.”

“네!”

어진이 쏜살같이 밖으로 나갔다. 우성은 연서의 방 안을 둘러보다가 침선용 가위를 발견하고 어진의 뒤를 향해 내밀었다.

“이것도 끓는 물에 넣었다가 가져다주세요.”

잠시 후, 어진이 미지근하게 식힌 물과 무명천, 가위를 들고 돌아왔다. 금선은 피가 묻지 않은 속곳부터 조심스럽게 잘라냈다. 우성은 무명천에 물을 충분히 적셔 검붉게 엉긴 부분 위에 얹었다. 굳은 피가 서서히 풀릴 때마다 물을 다시 적셔 주었다.

어진은 그 곁에 주저앉아 입을 틀어막았다. 얼마간 기다린 뒤 금선이 속곳 가장자리를 아주 조심스럽게 들어 보았다. 천이 조금씩 떨어질 때마다 연서의 몸이 떨렸다.

“흐윽...”

우성은 손을 들어 금선을 멈추게 하고, 달라붙은 부분에 다시 물을 흘려보냈다. 몇 차례를 반복한 뒤에야 상처를 덮고 있던 천이 완전히 떨어져 나갔다. 시커멓게 부어오른 살결 위로 검붉게 터진 자국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진물과 피가 뒤섞여 발갛게 흘러내렸다.

금선은 잔인한 형벌이 남긴 상처를 보자, 연서가 겪었을 고통을 떠올리며 눈물을 훔쳤다. 어진도 가까이 다가와 울음을 터뜨렸다.

“대체 왜... 우리 언니를...”

우성은 두 사람의 눈물에 마음이 아팠지만, 처치가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어 남은 물을 상처 위로 조금씩 흘려보냈다. 피와 오물이 씻겨 내려가자, 주변에 흐른 물기만 깨끗한 천으로 눌러 닦았다. 새로 피가 배어 나오는 곳에는 무명천을 여러 겹 접어 대고 한동안 눌렀다.

그 모습을 보던 금선이 소매에서 아주 작은 함을 꺼내어 열었다. 안에는 종이에 싸인 가루약이 들어 있었고, 특유의 쓴 냄새가 퍼졌다.

“이것을 뿌리면 진물이 좀 덜 나올 것입니다.”

우성이 가루약을 유심히 바라보며 물었다.

“무엇으로 만든 약입니까?”

금선이 약재의 이름을 말했지만, 우성은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상처에 넣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먼저 피를 멎게 하고 깨끗하게 덮어 두죠.”

금선은 망설이다가 가루약을 다시 종이에 싸서 함에 넣었다. 피가 어느 정도 잦아들자 우성은 준비된 무명천을 여러 겹 포개어 상처 위에 살포시 덮었다. 어진은 사용한 물과 천을 들고 다시 나갔다. 우성과 금선의 눈이 마주쳤다.

“...고맙습니다.”

금선이 그 어느 때보다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우성은 함께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아니에요, 당연히 도와야죠.”

금선은 이제껏 이런 사내를 본 적이 없었다. 그녀가 보아 온 사내들은 높을수록, 나이가 많을수록 눈앞의 사람이 위태로워도 체통과 법도부터 따지는 이들이었다.

우성이 없었더라면 연서는 오늘을 넘기지 못했을지도 몰랐다. 요천 기슭에 쓰러진 천민 관기를 업고 이곳까지 뛰어올 사람이 달리 누가 있었겠는가.

이 사내는 그런 것들을 돌아보지 않고 연서를 업고 뛰었으며, 그녀의 상처까지 치료했다. 금선은 자신 안의 무언가가 자꾸만 깨지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연서의 이마를 짚으며 체온을 확인하는 우성에게 그녀가 말했다.

“나리께서는 날이 밝는 대로 오셨던 곳으로 가시지요.”

우성이 금선 쪽으로 홱 고개를 돌렸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금선이 그의 시선을 외면하며 벌떡 일어났다.

“제 마음이 바뀌기 전에 더는 묻지 마십시오. ... 이 집에서 필요하신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가져가셔도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우성은 거절하지 않았다. 그녀의 눈가는 촉촉해져 있었다. 금선은 코를 살짝 훌쩍이더니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제가 감사합니다... 제 딸을 이리 살려 주셔서.”

그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지, 아니면 감정이 북받치는 탓인지 그녀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우성이 그런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금선이 민망한지 살짝 웃으며 말했다.

“...필요하시면 제 딸을 가져가셔도 됩니다.”

그녀의 농에 우성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금선이 밖으로 나가자 우성은 연서의 표정을 살폈다. 땀이 나고 몸이 뜨거운 것을 보니 정말 걱정스러웠다. 탈수 증세가 걱정된 그는 일어나 그녀가 마실 만한 물을 떠오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어진이 뒷정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본 우성은 그녀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기척을 느낀 어진이 고개를 들어 그에게 물었다.

“뭐가 필요하시면 부르시지, 나오셨어요?”

“춘향 씨가 마실 물 좀 가지러 나왔어요.”

우성의 대답에 어진이 곧장 부엌으로 갔다. 그 뒤를 따라가던 우성을 어진이 손으로 막아 세우며 말했다.

“어어- 부엌은 사내가 들어오는 곳이 아닙니다.”

“...”

제지당한 우성은 당황하며 멈춰 섰다. 어진은 안으로 들어가 물을 뜬 그릇과 숟가락 하나를 들고 나왔다. 그는 그것을 받아 들고 연서의 방으로 다시 향했다. 우성은 연서의 곁에 앉아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건드렸다.

“춘향 씨, 제 말 들려요?”

연서가 희미한 신음을 흘리며 눈을 떴다. 우성은 그녀가 자신의 얼굴을 제대로 바라보는 것을 확인한 뒤 물었다.

“물 조금 드실 수 있겠어요?”

연서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성은 그녀를 옆으로 살짝 돌리고, 겨드랑이 쪽으로 팔을 넣어 상체를 받쳐 들었다. 다른 손으로는 숟가락에 물을 조금 떠서 입가에 가져갔다.

연서는 몇 숟갈을 삼켰다. 그러다 자신을 끌어안다시피 받치고 있는 사람이 우성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는 눈을 크게 떴다.

“으앗!”

그녀가 갑자기 휘두른 팔에 숟가락이 맞아 방바닥으로 떨어졌다. 댕그랑 소리와 함께 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아이... 물 다 흘렸잖아요.”

우성이 아무렇지 않게 방바닥에 떨어진 숟가락을 집어 들었다. 연서는 방 안을 휙 둘러보고는 다시 말했다.

“왜, 왜 나리가 제게 물을 먹이고 계십니까?”

“스스로 먹을 수 없었으니까 제가 드리고 있었죠... 이제 일어났으니 스스로 떠 드십시오.”

우성이 숟가락과 물그릇을 내밀며 말했다. 그런데 그때 마당 쪽에서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 있소?”

바깥에 있던 어진이 뛰어나가 그를 맞이했다.

“어? 나리는 아까 그...”

집을 찾아온 사내는 좀 전에 부사의 명을 전하러 약방까지 찾아왔던 사령이었다. 마중 나온 어진에게 그가 말했다.

“안에 춘향이 있느냐?”

금선이 싸늘하게 굳은 얼굴로 걸어 나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부사 나리의 명을 재차 전하러 왔소. 춘향에게 직접 전하라고 명하셨으니 안내해 주시오.”

금선이 어진에게 그렇게 하라는 눈치를 주었다. 어진이 그 눈빛을 읽고 그에게 대답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그녀는 사령을 연서의 방문 앞에 세워 두고 말했다.

“여기입니다.”

사령은 조금 큰 소리로 연서의 방문에 대고 말하기 시작했다.

“한 달 동안 방에서 근신하라는 부사 나리의 명령이오. 교방엔 발도 들이지 말고, 외출도 삼가라고 명하셨소.”

부사는 나름 연서가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주려고 근신 명령을 내린 것이었다. 하지만 금선은 기가 차다는 듯 돌아서며 헛웃음을 지었다. 그녀에게 그 명령은 마치 병 주고 약 주는 꼴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사령이 소매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고급스럽고 정갈하게 싸여 있는 약이었다.

“부사 나리가 이 물건과 함께 따로 말을 전하라 하셨소. 몸을 추스르는 데 최선을 다하고, 지켜 줄 수 없어 괴로운 뜻을 조금은 헤아려 달라 하셨소.”

안에 있던 우성은 아무 말 없이 연서를 바라보았다. 연서는 부사의 명을 듣자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상처가 당기는지 숨을 짧게 삼켰다. 결국 엎드린 자세 그대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이마를 낮췄다. 그녀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 뜨거운 눈물이 번져 나오고 있었다.

한 방울.

또 한 방울.

태형조차 열지 못한 그 수문을 부사의 위로가 끝내 연 것이었다. 그녀는 입술을 앙다문 채로, 소리 없이 울기 시작했다. 우성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무척 아팠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나, 낮에 어진이 했던 ‘노비인 그녀에게는 자유가 없다’는 말이 생각나서 슬펐다. 그는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어, 그저 연서 곁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

“하... 진짜 이상하네?”

두 팔로 머리를 지탱하며 상태가 한숨을 푹 쉬었다. 의자가 끼익끼익 좌우로 회전했다. 업무 처리로 바쁜 팀원들의 모습과 다르게 너무도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그의 책상 위에는 우성의 정보와 그의 가족, 심지어 소연, 천호, 예진의 정보까지 지저분하게 늘어져 있었다.

“야, 이게 말이 되냐?”

“...예? 뭐가 말입니까?”

그의 팀원이 되물었다. 상태가 꼬았던 발을 내리며 몸을 일으켰다. 가죽끼리 비벼지는 소리가 뽀드득 났다.

“아니, 지금 견우성이 간 지가 언젠데 아직도 변동 감지가 안 뜨냐고.”

“이상하기는 한데... 아주 없는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상태가 남자의 팔을 툭툭 치며 말했다.

“아주 없는 일이 아니기는... 너, 상식적으로 과거로 돌아간다고 생각해 봐. 정말 아-무것도 바꾸지 않을 자신이 있냐?”

그의 말에 남자가 눈을 위로 뜨며 생각에 잠겼다. 상태가 답답하다는 듯 다시 그의 팔을 퍽 쳤다.

“야, 그렇게까지 생각을 해야만 알 수 있는 거냐 이게? 네가 하루, 아니 딱 한 시간 전으로 간다고 해도 정확히 똑같은 결과가 나오게 할 수 있냐는 말이야.”

“...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어벙한 대답을 들은 상태가 그의 어깨 위로 손을 올렸다.

“불가능한 것 같은 게 아니라 당연히 불가능하지! ... 근데 지금 견우성이 과거로 간 지 벌써 이틀이나 됐다고. 지금 뭐가 한참 잘못된 거야.”

“... 그럼 어떡하죠? 접고 다시 귀환할까요?”

상태가 고개를 절레절레하며 말했다.

“귀환은 XX... 너 이 새끼 네가 보고서 안 쓴다고 지금 이렇게 대충 말하는 거지?”

“아닙니다.”

팀원이 난처한 얼굴로 대답했다.

“하, 새끼... 우리가 빠뜨린 경고가 없는지 다시 체크하고 보고해. 조금이라도 이상한 거 있으면 바로 보고하고... 똑바로 해.”

“네, 알겠습니다.”

상태가 다시 자기 의자에 몸을 기대며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종이들을 눈으로 훑었다. 의자의 끼익끼익 소리가 다시 들려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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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사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형방 아전의 큰 외침이 들렸다.“기생 춘향에게 태 10도요!”뒤쪽에서 사령들과 나장들이 분주하게 형벌 기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연서가 고개를 들어 부사에게 말했다.“나리, 소녀의 말을 들어주소서. 태형 10도는 부당한 처사이옵니다.”그녀의 목소리가 당당하게 울리자, 형방 아전이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는 눈을 부라리며 한낱 관기가 뱉은 무엄한 말에 분노하며 외쳤다.“어허! 어디 그런 망발을 하느냐!”하지만 성 부사는 손을 들어 그를 제지하며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성 부사는 역시 연서에게 묘수가 있었던 것이라 여기며, 기대에 찬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 어째서 그러하냐?”연서의 뒤에 서 있던 기생들이 다시 한 번 긴장하며 떨기 시작했다. 홍란도 식은땀을 흘리며 연서의 반격을 기다렸다. 하지만 연서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실로 뜻밖이었다.“국휼에 풍류를 즐기고, 사기로서 기생들을 올바로 이끌지 못하며 오히려 교방의 질서를 흐트린 죄는 그리 작지 않습니다.”연서의 말에 대청의 모든 사람이 기막힌 표정으로 숨죽였다. 그녀는 흐트러짐 없이 계속 말했다.“더욱이, 저의 죄가 인정되었음은 제가 거짓 증언을 했다는 뜻이 되오니, 태 50도는 되어야 마땅하지 않겠습니까?”그녀의 말은 지난겨울의 추위를 다시 불러온 듯 매섭게 사람들을 얼렸다. 태형 50대라니, 사람에 따라 죽을 수도 있는 형벌이었다.홍란과 그녀의 무리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알지 못하여 어안이 벙벙했다. 구경꾼들 역시 놀라 아무런 말도 못한 채 부사의 판결을 기다렸다. 한 번만 봐 달라는 사람, 살려 달라는 사람, 억울하다는 사람만 평생을 봐 온 형방 아전 역시 할 말을 잃은 건 매한가지였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성 부사의 마음은 조여 들었다.부사는 품었던 기대가 허무하게 무너지는 것을 느끼며 한숨을 내쉬었다. 연서의 강렬한 눈빛은 할 거면 제대로 하라는 듯, 사사로운 마음에 흔들리는 안의를 정면으로 꾸짖고 있었다. 연서에 대한

  • 봄 향기로 수놓다   1-10 증거는 반드시 진실로 가는가? (1)

    조선에서의 두 번째 밥을 먹던 우성은 밖에서 나는 인기척에 고개를 들었다. 자박자박 다가오는 발소리와 마루가 낑낑대는 소리가 들려왔다.“나리, 잠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어진의 목소리에 우성이 음식을 빠르게 삼켰다.“네, 들어오세요.”어진이 방문을 열고 따스한 햇살과 함께 들어왔다. 그녀의 손에는 흰 무명 옷 한 벌이 들려 있었다. 그녀는 앉아서 우성에게 그 상복을 내밀었다. 우성은 젓가락을 상 위에 올려놓고 그 옷을 받아 들었다.“이건...”“이것은 언니의 부친께서 생전에 입으셨던 상복입니다. 일단은 이것을 입으시고, 차차 맞는 옷을 구해 보자고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습니다.”우성은 옷을 펼치지 못했다. 자신을 이곳에 붙잡아 두겠다는 금선의 의도가 선명했다. 망설이는 우성을 보고 어진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왜 그러십니까?”우성이 어진을 바라보았다.“저는 조선 사람이 아니라 쉽게 섞이지 못할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 아까 어진 씨도 봤겠지만, 저는 조선의 예법이나... 규율, 생활 방식 이런 걸 전혀 알지 못해요. 모두가 수상하게 여길 거예요.”“그건 그렇죠. 솔직히 지금도 엄청 수상해 보이시는 건 사실이니까요.”납득이 간다는 표정으로 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성은 애꿎은 옷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어진은 그의 표정을 찬찬히 살피다가 다시 말했다.“어쨌든, 어머니의 계획은 이래요. 나리께서... 이 집의 고공(雇工)으로 일해 주시는 거예요.”“...고공?”우성은 처음 듣는 말이라 어진에게 되물었다.“예... 그러니까... 이 집에 함께 기식하시면서 저희의 일손을 도와주시는 거지요.”“머슴 같은 걸 말하는 거예요?”어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머슴...이 뭐예요?”“아... 머슴은 지금 있는 말이 아닌가?... 그럼 노비?”“예에-? 노비라뇨, 큰 오해이십니다.”어진이 놀라 손사래까지 쳐 가며 부정했다. 우성은 잘 이해가 가지 않아, 재차 물었다.“그러니까, 어머님이 저한테 일을 시키면 저는 그 일을 하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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