جميع فصول : الفصل -الفصل 270

304 فصول

261화. 퇴근을 기다리는 이유

오후 다섯 시 41분.은소예는 모니터 오른쪽 아래 시간을 확인했다.그리고 다시 문서로 시선을 돌렸다.3분 뒤.또 봤다.공차연이 서류를 들고 지나가다가 그 모습을 봤다.“본부장님.”“왜?”“오늘 약속 있으세요?”“없는데.”“그런데 계속 시간 보시길래요.”소예가 마우스를 움직였다.“퇴근 시간 확인한 거야.”“아직 15분 넘게 남았습니다.”“알아.”차연은 더 묻지 않고 지나갔다.소예는 괜히 휴대폰을 뒤집었다.신시안과 마지막으로 주고받은 메시지가 그대로였다.오늘 내가 더 많이 맞출 거야.내기?콜.별것도 아닌데.퇴근 후 할 일이 기다리고 있다는 게 생각보다 괜찮았다.정각 여섯 시.소예는 노트북을 닫았다.기획 담당이 놀란 얼굴로 쳐다봤다.“본부장님 오늘 칼퇴하시네요?”“왜. 안 돼?”“됩니다.”“너희도 할 거 끝났으면 가.”“네.”소예가 가방을 들고 일어나자 차연이 물었다.“진짜 약속 없으세요?”“없어.”“그럼 왜 이렇게 빨리…….”소예가 돌아봤다.“집에 퍼즐 있어.”잠깐 정적이 흘렀다.“퍼즐이요?”“응.”“본부장님이요?”“내가 하면 안 돼?”“아니요. 상상이 안 돼서.”소예는 대답하지 않고 사무실을 나왔다.뒤에서 작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안이 안에 있었다.소예가 눈을 가늘게 떴다.“당신도 지금 가?”“응.”“일부러 내려온 거 아니지?”“맞는데.”“왜?”시안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퍼즐 해야지.”소예가 결국 웃었다.“대표가 퇴근 이유가 퍼즐이야?”“본부장도 똑같잖아.”문이 닫혔다.시안이 물었다.“규칙 정할까?”“무슨 규칙?”“오늘 누가 더 많이 맞추는지.”“그냥 개수 세면 되지.”“한 번 끼웠다가 틀린 건?”“무효.”“상대가 찾은 자리 힌트 받아서 끼운 건?”“반 개.”“반 개를 어떻게 세.”“그럼 무효.”“너무 엄격한데.”소예가 팔짱을 꼈다.“자신 없어?”시안이 웃었다.“좋아. 해.”저녁부터 먹었다.어제 사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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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화. 스무 살의 신시안

“별명이 뭐였는데요?”은소예가 재촉했다.강현욱이 입을 열려는 순간 신시안이 먼저 말했다.“없었어.”“있었어.”“없었다니까.”현욱이 웃었다.“철벽.”소예가 눈을 깜빡였다.“철벽?”“정확히는 철벽 신시안.”테이블에서 웃음이 터졌다.시안은 물을 한 모금 마셨다.“그걸 아직도 기억하냐?”“어떻게 잊어.”소예가 시안을 쳐다봤다.“왜 철벽이었는데?”현욱이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누가 소개팅하자고 해도 싫다. 미팅 가자고 해도 싫다. 축제 끝나고 술 마시러 가자고 해도 피곤하다.”옆에 앉아 있던 여자 동창이 끼어들었다.“그런데 술자리를 싫어했던 건 아니에요.”“그럼요?”“자기가 가고 싶은 데만 갔어요.”“야.”시안이 그녀를 불렀지만 늦었다.“그리고 고백도 꽤 받았어요.”소예의 눈썹이 올라갔다.시안이 바로 말했다.“과장이다.”“뭐가 과장이야?”현욱이 웃었다.“축제 때 기억 안 나?”“안 나.”“거짓말.”소예가 시안을 쳐다봤다.“고백 많이 받았어?”“많이까지는 아니야.”“몇 번?”“그걸 어떻게 기억해.”“나는 기억할 것 같은데.”“왜?”“내가 받았으면 기억하지.”현욱이 테이블을 두드리며 웃었다.“형수님, 얘 지금 귀 빨개졌어요.”시안이 현욱을 노려봤다.“너 오늘 왜 불렀지?”“내가 부른 거 아니고 네가 왔지.”음식이 나오면서 화제는 잠시 다른 곳으로 넘어갔다.대학 시절 동아리.축제 준비.밤새 과제하던 이야기.시험이 끝나자마자 바다를 보러 갔다가 막차를 놓친 이야기.소예는 대부분 처음 듣는 얘기였다.“당신 막차도 놓쳐봤어?”“나도 사람이야.”“맨날 계획대로 살았을 것 같은데.”현욱이 바로 말했다.“절대 아닙니다.”시안이 눈을 감았다.“강현욱.”“대학 때는 지금보다 훨씬 즉흥적이었어요.”“진짜?”“네. 어느 날 갑자기 바다 보러 가자고 한 것도 얘예요.”소예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시안을 봤다.“당신이?”“그럴 수도 있지.”“오늘 처음 듣는데.”시안이 젓가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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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화. 바다를 보러 가는 이유

토요일 오전 아홉 시.은소예는 현관 앞에서 신발을 신다가 고개를 들었다.“우리 어디로 가?”신시안이 차 키를 챙기며 말했다.“바다.”“그건 알아.”“그럼 됐네.”“어느 바다냐고.”“가면 알아.”소예가 눈을 가늘게 떴다.“당신 요즘 왜 자꾸 안 알려줘?”“알려주면 재미없잖아.”“난 계획 알고 움직이는 게 좋은데.”“오늘만 몰라도 돼.”시안은 먼저 현관문을 열었다.소예는 잠시 서 있다가 따라나섰다.“별로면 바로 돌아온다.”“알았어.”“사람 너무 많아도.”“알았어.”“주차 못 하면—”시안이 웃었다.“은소예.”“왜?”“일단 타.”차가 고속도로에 올라갔다.처음에는 소예도 계속 목적지를 확인하려 했다.그러다 포기했다.대신 음악을 골랐다.시안이 물었다.“이 노래 좋아했어?”“응.”“처음 듣는데.”“당신 앞에서 안 들었겠지.”“우리 같이 산 기간이 얼만데.”“같이 산다고 플레이리스트까지 다 알아?”시안이 잠깐 생각했다.“그건 아니네.”소예가 창밖을 봤다.“당신도 내가 모르는 거 많잖아.”“뭐.”“퍼즐 좋아하는 거.”“나도 몰랐던 건데.”“대학 때 갑자기 바다 보러 갔던 것도.”“그건 말 안 했던 거고.”“철벽이었던 것도.”시안이 한숨을 쉬었다.“강현욱 한 번 더 만나면 안 되겠다.”“난 재밌던데.”“그러니까 안 돼.”한 시간쯤 지나 휴게소에 들렀다.소예가 먼저 호두과자를 샀다.시안은 커피 두 잔을 들고 왔다.“뜨거워.”“응.”“차에서 먹자.”소예가 봉투를 열다가 말했다.“하나 먹을래?”“응.”소예가 하나를 건넸다.시안이 받아 먹더니 물었다.“이게 그렇게 좋아?”“맛있잖아.”“방금 밥 먹고 나왔는데.”“간식은 별개야.”시안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하나 더.”소예가 봉투를 자기 쪽으로 당겼다.“방금 뭐라 했어?”“맛있다고.”“아니. 밥 먹고 나왔다며.”“먹어보니까 생각이 바뀌었어.”“안 줘.”“은소예.”“당신 거 사.”결국 시안이 새 봉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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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화. 들켜버린 배경화면

월요일 아침.은소예는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휴대폰 화면을 켜는 순간.바다가 나타났다.바람에 머리카락이 흩어진 자신과, 눈을 거의 감은 채 웃고 있는 신시안.소예는 잠금 화면을 잠시 바라봤다.옆에서 시안이 몸을 뒤척였다.“몇 시야?”“일어날 시간.”“몇 시냐고.”“일곱 시 십 분.”시안이 눈을 뜨더니 소예의 휴대폰을 봤다.소예는 반사적으로 화면을 껐다.시안이 눈을 가늘게 떴다.“뭐야?”“뭐가.”“방금.”“시간 봤어.”“그건 아는데.”시안이 몸을 일으켰다.“왜 나 보자마자 꺼?”“그냥.”“보여줘.”“싫어.”“뭐 숨겨?”“아침부터 귀찮게 하지 마.”소예는 휴대폰을 들고 침대에서 내려왔다.시안이 뒤에서 말했다.“수상한데.”“씻어.”출근 준비를 하는 동안에도 시안은 계속 소예의 휴대폰을 힐끗거렸다.결국 소예가 물었다.“뭘 자꾸 봐?”“아무것도.”“아무것도 아닌 눈이 아닌데.”“당신이 먼저 숨겼잖아.”“내 휴대폰 내가 껐는데 그게 왜 숨기는 거야?”“그럼 보여줘.”“싫다니까.”소예가 가방에 휴대폰을 넣었다.시안은 더 묻지 않았다.대신 입꼬리가 묘하게 올라가 있었다.“왜 웃어?”“안 웃었어.”“웃었거든.”“빨리 가자. 늦겠다.”이번에는 시안이 먼저 현관문을 열었다.소예는 괜히 찜찜했다.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둘은 각자의 층으로 향했다.소예는 NEXT ONE 사무실에 들어갔다.“좋은 아침입니다.”공차연이 먼저 인사했다.“응.”주말 동안 긴급한 문제는 없었다.결혼 휴가 중인 직원도 아직 복귀 전이었다.소예는 오전 일정부터 확인했다.결재 하나.짧은 내부 공유 하나.오후 외부 미팅 하나.평범한 월요일이었다.“본부장님.”차연이 말했다.“주말 잘 보내셨어요?”“응.”“바다 다녀오셨어요?”소예가 고개를 들었다.“어떻게 알아?”“대표님이 금요일에 말씀하셨는데요.”“뭐라고?”“주말에 바다 간다고.”소예가 작게 중얼거렸다.“말은 또 빠르네.”차연이 웃었다.“좋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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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화. 다음 퍼즐을 고르는 밤

“이건 어때?”신시안이 휴대폰 화면을 내밀었다.은소예는 소파에 기대앉은 채 화면을 봤다.숲속 오두막.창문에는 노란 불빛이 켜져 있었고, 밤하늘에는 별이 가득했다.오른쪽 아래.2,000 PIECES.소예가 바로 화면을 밀어냈다.“싫어.”“그림도 안 봤잖아.”“봤어. 이천 개.”“천 개짜리는 이제 너무 쉽잖아.”“아직 완성도 못 했거든?”“거의 했지.”소예는 거실 한쪽 퍼즐 테이블을 봤다.‘거의’라는 말이 아주 틀린 건 아니었다.처음에는 조각밖에 보이지 않던 그림이 이제 제법 형태를 갖췄다.야경의 건물도.하늘도.빛이 번지는 거리도.남은 건 비슷한 색이 몰린 부분뿐이었다.소예가 말했다.“다음 것도 천 개.”“그럼 이건?”시안이 화면을 넘겼다.바닷가 풍경이었다.소예가 바로 말했다.“바다는 안 돼.”“왜?”“파란색 너무 많아.”“그게 이유야?”“해보면 알아. 같은 색 많은 게 제일 힘들어.”시안이 피식 웃었다.“며칠 했다고 전문가 다 됐네.”“당신보다 많이 맞췄거든.”“첫날 졌잖아.”“그 뒤에는 내가 더 많이 했어.”“세어봤어?”“당연하지.”시안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그걸 세고 있었어?”“당신은 안 셌어?”잠깐 침묵.소예가 눈을 가늘게 떴다.“셌네.”“조금.”“몇 개?”“말 안 해.”“신시안.”“다음 거나 골라.”결국 퍼즐은 고르지 못했다.마음에 들면 조각 수가 너무 많았고.천 개짜리를 찾으면 그림이 마음에 안 들었다.소예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그냥 지금 거 다 맞추고 사자.”“갑자기?”“완성도 안 했는데 다음 거 찾으니까 이상해.”시안도 휴대폰을 내려놨다.“그럼 지금 할까?”“지금?”시계를 봤다.밤 아홉 시 반.소예가 퍼즐 쪽을 한번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30분만.”시안도 따라 일어났다.“어제도 그 말 했던 것 같은데.”“오늘은 진짜.”“타이머 켜.”“나 못 믿어?”“응.”“너무 바로 대답하는 거 아니야?”30분 타이머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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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화. 한 판만 하자고 했잖아

“그러니까 이걸 여기 놓으면 되는 거지?”은소예가 카드 한 장을 내려놓았다.신시안은 잠시 말이 없었다.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안 돼.”“왜?”“거기 못 놔.”“설명서에는 된다는데?”“조건이 안 맞잖아.”소예는 설명서를 다시 펼쳤다.둘 사이에는 며칠 전 퍼즐과 함께 샀던 2인용 보드게임이 놓여 있었다.처음에는 정말 한 판만 할 생각이었다.문제는.게임을 시작한 지 15분이 지났는데 아직 첫 판조차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여기 봐.”소예가 설명서 한 줄을 손가락으로 짚었다.“같은 문양이면 연결 가능.”“그 아래.”“뭐?”“단, 상대 구역에 이미 같은 문양이 있으면 불가능.”소예가 아래쪽 작은 글씨를 읽었다.잠깐 침묵.“글씨가 왜 이렇게 작아?”시안이 웃었다.“게임 만든 사람한테 물어봐.”“아니, 중요한 규칙이면 크게 써야지.”“그러니까 안 되는 거 맞지?”소예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카드를 다시 가져왔다.“알았어.”시안이 자기 카드를 내려놓았다.“그럼 나는 여기.”“잠깐.”“왜?”“그것도 안 되는데?”“돼.”“아니야.”이번에는 소예가 설명서를 시안 앞으로 밀었다.“그 아래.”시안이 읽었다.표정이 멈췄다.소예의 입꼬리가 올라갔다.“중요한 규칙인데 글씨가 작지?”시안이 카드를 다시 가져갔다.“그러네.”“그렇지?”“응.”“내가 맞았네.”“그건 아니지. 당신 것도 틀렸잖아.”“당신도 틀렸잖아.”“그래서 둘 다 틀린 거지.”소예가 팔짱을 꼈다.“왜 이렇게 인정이 없어?”“정확한 건 정확하게 해야지.”“회사 얘기 금지.”“이게 왜 회사 얘기야?”“그 말투가 회사야.”시안이 웃었다.첫 판은 40분 만에 끝났다.승자는 소예였다.단 두 점 차이.소예는 점수표를 시안 앞으로 밀었다.“봤지?”“두 점.”“이긴 건 이긴 거야.”“초보자 행운.”“당신도 초보자거든?”“한 판 더.”소예가 시계를 봤다.밤 열한 시 18분.“아까 한 판만 한다며.”“당신이 이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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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화. 진 사람이 해야 하는 일

“잠깐.”은소예가 카드를 내려놓으려다 멈췄다.신시안이 물었다.“왜.”“당신 지금 웃었지?”“안 웃었어.”“웃었어.”“카드나 내.”소예는 시안의 얼굴을 가만히 살폈다.수상했다.분명 무언가 있었다.“당신 좋은 카드 있지?”“그걸 알려주면 게임을 왜 해.”“표정에 다 보여.”“내 표정 잘 모른다며.”“이제 좀 알아.”소예가 결국 카드를 내려놓았다.시안은 기다렸다는 듯 자기 카드를 꺼냈다.탁.“끝.”소예의 표정이 굳었다.“뭐가 끝이야?”“내가 이겼다고.”“잠깐만.”소예가 테이블 위를 확인했다.자기 점수.시안의 점수.남은 카드.다시 계산해도 결과는 같았다.두 점 차이.소예가 허탈하게 말했다.“또 두 점이야?”“응.”“이 게임 이상해.”“질 때마다 게임 탓할 거야?”“아니, 생각해 봐. 계속 한두 점 차이잖아.”“그만큼 비슷하게 한다는 거지.”소예가 카드를 정리하며 중얼거렸다.“한 판 더.”시안이 시계를 가리켰다.밤 열 시 48분.“열한 시까지 한다며.”“12분 남았잖아.”“한 판이 12분 안에 안 끝나.”“빠르게 하면 되지.”“그리고 당신이 졌어.”소예의 손이 멈췄다.시안의 입꼬리가 올라갔다.“액자.”“…….”“진 사람이 알아보기로 했잖아.”소예가 카드 한 장을 괜히 만지작거렸다.“내일 알아볼게.”“약속 지켜.”“알았어.”“내가 골라?”“내가 진 거니까 내가 할게.”“좋아.”시안이 만족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예가 뒤에서 말했다.“근데 다음 판은 내가 이길 거야.”“내일?”“응.”“또 내기할 거야?”“당연하지.”시안이 돌아봤다.“뭘 걸게?”소예가 잠시 생각했다.그러다 문득 떠오른 게 있었다.오락실에서 시안이 인형 뽑기에 실패하면서 생긴 소원 하나.아직 쓰지 않았다.시안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말했다.“설마 그 소원 걸려고?”“그건 내 건데 왜 걸어.”“그럼 언제 쓸 건데?”“필요할 때.”“대체 얼마나 대단한 걸 시키려고.”소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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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화. 두 번째는 처음과 달랐다

“잠깐, 잠깐.”은소예가 양손으로 액자 양쪽을 붙잡았다.“기울었어.”신시안이 반대쪽을 잡은 채 멈췄다.“안 기울었어.”“내 쪽이 내려갔잖아.”“바닥이 약간 기울어 보이는 거 아니야?”“그런 바닥이 어디 있어.”“오래된 집이면 있을 수도 있지.”소예가 어이없다는 듯 쳐다봤다.“우리 집 오래됐다는 얘기를 그렇게 자연스럽게 하지 마.”“그럼 당신 팔이 내려간 거겠지.”“신시안.”“알았어. 올릴게.”둘은 완성한 첫 번째 퍼즐을 액자 안으로 옮기는 중이었다.생각보다 쉽지 않았다.천 조각이 단단하게 맞물려 있기는 했지만 조금만 힘이 잘못 들어가면 가장자리부터 들렸다.소예가 말했다.“천천히.”“하고 있어.”“오른쪽 조금.”“내 오른쪽?”“내 오른쪽.”“그럼 내 왼쪽이잖아.”“그러니까 당신 왼쪽.”“처음부터 그렇게 말하면 되잖아.”“지금 말했잖아.”둘은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그리고 서로를 보더니 웃었다.“퍼즐 맞추는 것보다 이게 더 힘든데?”시안이 말했다.소예도 인정했다.“그러게.”10분 뒤.첫 번째 퍼즐은 무사히 액자 안에 들어갔다.소예가 뒤로 물러섰다.“됐다.”시안도 옆에 섰다.야경 그림이 액자에 들어가자 전혀 다르게 보였다.며칠 동안 거실 한쪽을 차지하고 있던 퍼즐이 이제는 제법 그럴듯한 그림 같았다.“괜찮지?”“응.”“벽에 걸면 더 괜찮겠다.”시안이 벽을 봤다.“주말에 필요한 거 알아볼게.”소예가 바로 말했다.“이번에는 같이 알아봐.”“왜?”“또 뭐 하나 빠뜨릴 것 같아.”“액자 고른 사람이 할 말은 아닌데.”“그래서 같이 하자고.”“알았어.”둘은 액자를 벽 아래쪽에 안전하게 세워두었다.그리고 동시에 시선이 옆으로 향했다.두 번째 퍼즐.따뜻한 불빛이 켜진 작은 서점 그림.소예가 말했다.“뜯을까?”시안이 시계를 봤다.“열 시 20분.”“그래서?”“내일 출근.”“테두리만.”“그 말 믿어도 돼?”“이번에는 진짜.”시안이 웃었다.“뜯어.”조각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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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요일

일요일 오전 열 시 47분.은소예가 눈을 떴다.평소라면 이미 한참 전에 일어났을 시간이었다.그런데 오늘은 알람도 없었다.옆자리도 비어 있었다.소예는 이불 속에서 휴대폰을 찾았다.알림 몇 개를 확인하고 시간을 다시 봤다.10시 48분.“진짜 안 깨웠네.”어젯밤 보드게임 내기에서 정한 규칙.진 사람이 일요일 아침을 준비한다.그리고 이긴 사람은 스스로 눈을 뜰 때까지 깨우지 않는다.소예는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왔다.주방 쪽에서 신시안이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일어났어?”“응.”“잘 잤어?”소예는 식탁을 봤다.토스트.스크램블에그.샐러드.과일까지 있었다.그리고 커피는 없었다.소예가 물었다.“커피는?”“같이 마시러 가기로 했잖아.”“진짜 안 만들었네.”“게임 결과는 지켜야지.”소예가 의자에 앉았다.“몇 시에 일어났어?”“여덟 시 반.”“그럼 두 시간 넘게 뭐 했어?”“밥 준비하고.”“그게 두 시간이나 걸려?”시안이 대답하지 않았다.소예가 눈을 가늘게 떴다.“퍼즐 했지?”“……조금.”“몇 개?”“점수 안 세기로 했잖아.”“몇 개 했냐고.”“열한 개.”소예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시안이 앞을 막았다.“어디 가.”“퍼즐.”“밥부터 먹어.”“당신 혼자 열한 개 했잖아.”“경쟁 안 한다며.”“그래도 내가 자는 동안 하는 건 좀 그렇지.”“그럼 깨울까?”소예가 멈췄다.“그건 안 되지.”“그러니까 밥 먹어.”결국 소예는 다시 앉았다.아침을 다 먹은 뒤 둘은 밖으로 나왔다.커피를 마시러 가기로 했지만 어느 카페로 갈지는 정하지 않았다.시안이 물었다.“어디 갈래?”“아무 데나.”“그게 제일 어려워.”“걷다가 보이는 데.”“진짜?”“응.”둘은 차도 타지 않았다.집 근처 골목을 천천히 걸었다.평일에는 거의 지나가지 않는 길이었다.소예가 먼저 작은 카페를 발견했다.“저기?”시안이 간판을 봤다.“괜찮아 보여?”“몰라.”“검색해볼까?”시안이 휴대폰을 꺼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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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화. 먼저 퇴근한 사람이 정하는 것

월요일 아침.은소예는 냉장고에 붙어 있는 메모를 다시 읽었다.오늘은 먼저 퇴근하는 사람이 저녁 메뉴 결정.“이걸 언제 붙였어?”뒤에서 셔츠 소매를 정리하던 신시안이 태연하게 대답했다.“아침에.”“왜 갑자기?”“재밌잖아.”소예가 메모를 떼어 들었다.“조건은?”“조건?”“퇴근했다고 해놓고 집에서 일하기 금지. 회사 건물 나간 시간 기준. 일부러 일정 취소하기 금지.”시안이 웃었다.“벌써 규칙이 왜 이렇게 많아?”“당신이 이상한 방법 쓸까 봐.”“저녁 메뉴 하나 정하는데 내가 뭘 하겠어.”“몰라. 당신은 퍼즐도 내가 잠깐 자리 비우면 몰래 맞추잖아.”“그건 반칙 아니라고 했잖아.”“내 기준에는 반칙이야.”소예는 메모 뒷면에 볼펜으로 짧게 적었다.1. 회사 건물 밖으로 나간 시간 기준. 2. 업무 취소 금지. 3. 먼저 나간 사람이 증거 사진 보내기.시안이 메모를 보더니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증거 사진?”“응.”“어디서 찍어.”“회사 밖.”“진짜 할 거야?”소예가 다시 냉장고에 붙였다.“당연하지.”시안의 눈빛이 달라졌다.“좋아.”오전은 평범하게 흘렀다.NEXT ONE 사무실도 조용했다.급한 문제도 없었다.공차연이 오전 공유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려는데 소예가 불렀다.“차연아.”“네?”“오늘 오후 일정 뭐 남았지?”차연이 잠시 생각했다.“세 시 내부 확인 하나 있고요. 네 시 반 자료 검토 있습니다.”“네 시 반 건 오늘 꼭 해야 해?”차연이 소예를 봤다.“본부장님.”“왜?”“혹시 일찍 퇴근하시려고요?”소예의 표정이 멈췄다.“아니.”“방금 표정이 맞는데요.”“그냥 물어본 거야.”차연은 웃으며 말했다.“오늘 확인 안 해도 문제는 없는데 내일 오전으로 미루는 건 추천 안 합니다.”소예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오늘 해.”“네.”“원래대로.”“네.”차연이 돌아서다가 다시 물었다.“대표님이랑 내기하셨어요?”소예가 노트북으로 시선을 내렸다.“일해.”“맞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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