جميع فصول : الفصل -الفصل 280

304 فصول

271화. 소원 하나를 쓰는 방법

“잠깐만!”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직전이었다.은소예가 손을 뻗자 문이 다시 열렸다.그리고 안에 서 있던 신시안과 눈이 마주쳤다.“…….”“…….”시안의 시선이 소예의 가방으로 내려갔다.소예도 시안의 손에 들린 가방을 봤다.둘 다 퇴근 준비가 완벽했다.시안이 먼저 물었다.“어떻게 알았어?”“뭘?”“내가 내려가는 거.”“그냥 타이밍이 좋았지.”“거짓말.”소예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증거 있어?”문이 닫혔다.시안이 휴대폰을 꺼냈다.“지금부터 회사 밖에 먼저 나가는 사람이 이기는 거지?”“당연하지.”엘리베이터 숫자가 내려갔다.12.11.10.둘 다 말이 없었다.소예가 힐끗 시안을 봤다.시안도 앞만 보고 있었다.“뛰는 건 반칙이야.”“누가 뛴대?”“혹시 몰라서.”“당신이나 뛰지 마.”“내가 왜 뛰어.”1층.딩.문이 열렸다.둘이 동시에 걸음을 옮겼다.처음에는 평범했다.그런데 시안의 보폭이 조금 빨라졌다.소예도 빨라졌다.“신시안.”“왜.”“지금 빨라졌지?”“원래 내 걸음이 이 정도야.”“아니거든?”“당신이 느린 거겠지.”“진짜 유치하게 나온다?”회사 로비를 지나 자동문이 가까워졌다.소예가 먼저 앞으로 나갔다.시안도 속도를 높였다.그리고—자동문 밖으로 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발을 내디뎠다.소예가 바로 말했다.“내가 먼저.”“내가 먼저였어.”“내 발 봤어?”“내가 반 발 빨랐어.”“아니야.”“맞아.”둘은 건물 앞에서 서로를 쳐다봤다.결국 시안이 휴대폰을 꺼냈다.“사진은?”“이 상황에서 누가 찍어.”“그럼 증거 없네.”소예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무승부 하자고?”“그게 제일 공정하지.”“싫어.”“그럼 어떻게 할 건데?”그 순간 소예의 입꼬리가 올라갔다.“나한테 하나 있잖아.”시안이 눈을 가늘게 떴다.“뭐가.”“소원.”“……설마.”오락실에서 생긴 소원 하나.아직 한 번도 쓰지 않았던 그것.소예가 말했다.“지금 쓸래.”“퇴근 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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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화. 4일을 피하기 위한 승부

다음 날 오후 네 시 31분.은소예는 모니터 오른쪽 아래의 시간을 확인했다.그리고 다시 업무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5분 뒤.또 확인했다.오후 네 시 36분.공차연이 옆을 지나가다 말했다.“본부장님.”“응?”“오늘 시간 엄청 자주 보시네요.”“내가?”“네.”소예는 아무렇지 않은 척 마우스를 움직였다.“일정 확인하는 거야.”“오늘 마지막 일정 끝났는데요?”손이 멈췄다.소예가 천천히 차연을 봤다.“그걸 어떻게 알아?”“제가 본부장님 일정 공유받잖아요.”“……그렇지.”차연이 웃었다.“오늘도 내기하세요?”“너는 왜 그런 것만 빨리 알아?”“어제 대표님이랑 동시에 뛰어나가실 기세였잖아요.”“뛰진 않았어.”“거의요.”소예는 다시 모니터를 봤다.이번 내기에는 저녁 메뉴 같은 귀여운 것이 걸려 있지 않았다.진 사람이 음식물 쓰레기 4일.절대 질 수 없었다.그때 메신저 알림이 떴다.발신자는 신시안.오늘은 도움받기 없기.소예의 눈썹이 올라갔다.곧 두 번째 메시지가 왔다.어제 차연 씨가 알려준 거 알아냈어.소예가 차연을 봤다.“들켰대.”차연이 바로 모니터 뒤로 숨었다.“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이미 늦었어.”소예는 답장을 보냈다.내가 부탁한 거 아니야.시안에게 답이 왔다.그래도 오늘은 각자.좋아.소예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차연이 물었다.“몇 시에 나가실 건데요?”“안 알려줘.”“왜요?”“당신 또 어디 가서 말할지 모르니까.”“제가 대표님 편 같으세요?”“재밌는 쪽 편이라며.”차연이 웃었다.“그건 맞아요.”오후 다섯 시 18분.소예는 마지막 메일을 보냈다.다섯 시 21분.추가 확인할 문서가 없는지 살폈다.없었다.메신저도 조용했다.소예는 가방을 들었다.그 순간 전화가 울렸다.신시안이었다.소예는 받지 않았다.한 번.두 번.세 번째.결국 받았다.“왜.”“어디야?”“회사.”“나도.”“그래서?”“오늘 저녁 뭐 먹을까?”소예가 눈을 가늘게 떴다.“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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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화. 생각보다 어려운 저녁 메뉴

“오늘은 내가 먼저 고를게.”은소예가 냉장고 문을 열며 말했다.신시안이 뒤에서 물었다.“뭘?”“저녁.”“오늘은 내기 안 했잖아.”“그러니까 그냥 내가 고른다고.”소예는 냉장고 안을 훑었다.계란.두부.대파.먹다 남은 반찬 몇 가지.냉동실에는 만두와 냉동밥이 있었다.시안이 옆으로 다가왔다.“뭐 있어?”“애매하게 다 있어.”“그게 무슨 말이야?”“하나씩은 있는데 뭘 만들기에는 애매하다고.”소예가 냉장고 문을 조금 더 열었다.시안이 안쪽을 보더니 두부를 집었다.“이거 언제 샀지?”“지난주.”“먹어야겠다.”“두부만?”“찌개?”“고기가 없는데.”“없어도 되잖아.”소예가 시안을 쳐다봤다.“당신 두부찌개 끓일 줄 알아?”“찾아보면 되지.”“내가 할게.”“왜?”“당신이 하면 한 시간 걸릴 것 같아.”“안 걸려.”“지난번 계란말이 기억 안 나?”시안이 두부를 다시 내려놓았다.“그건 프라이팬 문제였어.”“프라이팬은 아무 잘못 없었어.”“불이 너무 셌어.”“불 조절한 사람이 누구였는데?”시안이 입을 다물었다.소예가 웃으며 냉장고에서 두부를 꺼냈다.“오늘은 내가 할 테니까 옆에서 도와.”“뭐 하면 돼?”“대파 썰어.”“그 정도는 하지.”“두껍게 썰지 말고.”“알았어.”10분 뒤.소예는 도마 위의 대파를 내려다봤다.“신시안.”“왜?”“이게 얇게 썬 거야?”“충분히 얇은데.”소예가 가장 두꺼운 대파 하나를 집었다.손가락 한 마디만 했다.“이게?”“먹으면 똑같아.”“그럼 왜 썰어. 통째로 넣지.”“그건 너무 크잖아.”“지금도 커.”시안이 칼을 다시 잡았다.“그럼 더 썰면 되지.”“내가 할게.”“아니. 내가 해.”“손 조심하고.”“나 애 아니야.”“계란말이 태운 사람이니까.”“그 얘기 언제까지 할 거야?”소예가 잠깐 생각하는 척했다.“올해까지?”“너무 긴데.”둘이 옥신각신하는 동안 냄비에서는 국물이 끓기 시작했다.소예가 두부를 넣고 마지막으로 간을 봤다.“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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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화. 퇴근하면 찾을 것

오후 다섯 시 38분.은소예는 마지막 문서를 닫았다.“본부장님, 이건 내일 오전에 확인하셔도 됩니다.”공차연이 파일 하나를 들고 말했다.소예가 손을 내밀었다.“줘봐.”“진짜 급한 거 아닌데요.”“알아. 그래서 지금 대충 보고 내일 다시 볼게.”차연이 파일을 건넸다.소예는 첫 장부터 빠르게 훑었다.특별히 걸리는 부분은 없었다.메모 하나만 붙이고 파일을 돌려줬다.“여기 숫자만 내일 다시 확인해줘.”“네.”차연이 파일을 받아들고는 소예를 한번 봤다.“오늘은 안 급하시네요?”“뭐가?”“퇴근이요.”며칠 동안 시안과 퇴근 시간으로 내기를 했던 걸 말하는 모양이었다.소예가 시계를 확인했다.“오늘은 내기 안 해.”“끝났어요?”“응.”“누가 이겼는데요?”“내가.”차연이 웃었다.“그래서 끝난 거 아니에요?”“무슨 뜻이야?”“이겼으니까 더 안 하시는 거 아니냐고요.”소예가 잠시 차연을 바라봤다.“공차연.”“네.”“내가 그렇게 치사해 보여?”차연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그 1초가 길었다.“왜 대답을 안 해?”“고민했습니다.”“됐어.”차연이 웃으며 자리로 돌아갔다.소예도 웃음을 참으며 노트북을 닫았다.오늘은 누가 먼저 회사 밖으로 나가는지 중요하지 않았다.대신 아침에 두고 나온 게 있었다.작은 서점 퍼즐 속 고양이.꼬리와 귀만 나타난 채였다.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을 때 신시안이 먼저 서 있었다.소예가 그의 옆에 섰다.시안이 물었다.“끝났어?”“응.”“나도.”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둘은 나란히 탔다.소예가 말했다.“오늘은 안 뛰어도 되네.”“내가 언제 뛰었다고.”소예가 바로 그를 봤다.시안이 말을 바꿨다.“빨리 걸었지.”“그래. 그건 인정.”“당신이 갑자기 멈추지만 않았어도 내가 이겼어.”“또 시작한다.”“사실이잖아.”“음식물 쓰레기 세 번 남았어.”시안이 입을 다물었다.소예의 입꼬리가 올라갔다.“조용해졌네.”“다음에는 집안일 안 걸어.”“좋은 판단이야.”“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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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5화. 토요일에는 알람이 없다

토요일 오전.은소예는 눈을 떴다가 다시 감았다.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빛을 보니 아침은 이미 지난 것 같았다.하지만 휴대폰은 보지 않았다.옆에서 신시안이 자고 있었다.어젯밤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떠올랐다.진짜 깨우지 마.그래서 소예는 움직이지 않았다.그런데 5분쯤 지나자 문제가 생겼다.잠이 안 왔다.눈은 완전히 떠졌고.배도 고팠다.무엇보다 거실에 있는 퍼즐이 생각났다.‘퍼즐 먼저 하지 말라고 했는데.’정확히 약속한 건 아니었다.소예는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그 순간.“어디 가.”소예가 멈췄다.“깼어?”시안은 눈도 뜨지 않은 채 대답했다.“방금.”“내가 깨웠어?”“아니.”“그럼 더 자.”“당신은?”“나 일어날 건데.”그제야 시안이 눈을 떴다.“퍼즐?”“아니.”“표정이 퍼즐인데.”“배고파서 그래.”소예는 침대에서 내려왔다.“당신은 더 자.”시안이 시간을 확인했다.“열한 시 23분.”소예도 놀랐다.“진짜?”“응.”“많이 잤네.”“주말이잖아.”시안은 다시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30분만 더.”“자.”소예가 침실을 나가려다 멈췄다.“진짜 안 깨운다?”“응.”“점심도 나 혼자 먹는다?”시안이 다시 눈을 떴다.“그건 안 돼.”“왜?”“같이 먹어.”“그럼 일어나.”“5분.”소예가 웃었다.“30분에서 5분 됐네.”결국 시안은 10분 뒤에 나왔다.머리는 평소보다 흐트러져 있었다.소예가 식탁에 앉아 그를 보다가 웃었다.“왜.”“아니.”“뭔데.”“회사에서는 절대 못 보는 얼굴이라.”시안이 자기 머리를 한번 만졌다.“많이 이상해?”“조금.”“당신도 똑같아.”“나는 괜찮은데.”“거울 보고 와.”소예는 확인하러 가지 않았다.“주말에는 이래도 돼.”“그럼 나도.”시안도 그대로 의자에 앉았다.“뭐 먹지?”“라면?”“아침부터?”“지금 열한 시 넘었어.”“그럼 점심이네.”“라면에 계란.”“만두도.”“좋아.”결정은 10초도 걸리지 않았다.라면이 끓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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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화. 둘이 하면 청소도 오래 걸린다

일요일 오전 열 시 12분.은소예가 눈을 떴다.옆을 보자 신시안은 아직 자고 있었다.소예는 한동안 가만히 누워 있었다.어제 시안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내가 먼저 일어나도 퍼즐 안 할게.그런데 오늘은 자신이 먼저 일어났다.소예는 천장을 바라봤다.그리고 슬쩍 침실 문 쪽을 봤다.거실까지 가는 데는 몇 걸음이면 됐다.퍼즐 한 조각 정도는—“하지 마.”소예가 흠칫했다.옆을 보니 시안이 눈을 감은 채 말했다.“뭘?”“퍼즐.”“나 아무것도 안 했는데.”“지금 하러 갈 생각 했잖아.”소예가 몸을 돌려 시안을 봤다.“당신 자고 있었잖아.”“깼어.”“언제?”“방금.”시안이 눈을 떴다.“표정 보니까 딱 알겠던데.”“내 표정도 안 봤으면서.”“그럼 맞았네?”소예는 대답 대신 이불을 걷었다.“일어났으면 청소해.”“일어나자마자?”“어제 하기로 했잖아.”시안이 베개에 다시 얼굴을 묻었다.“밥부터.”“뭐 먹을 건데?”“간단하게.”“간단한 게 제일 어려워.”“토스트.”그 말에 소예도 순순히 침대에서 내려왔다.“좋아.”아침을 먹고 난 뒤.둘은 거실 한가운데 섰다.소예는 주변을 천천히 둘러봤다.퍼즐 테이블.보드게임 상자.소파 위 담요.어제 먹고 남은 과자.책 몇 권.충전기.편의점 봉투.평소라면 별것 아니었는데 한곳에 모여 있으니 제법 어수선했다.소예가 말했다.“생각보다 많네.”시안이 담요부터 접었다.“어제 다 우리가 꺼낸 거잖아.”“퍼즐은 치우면 안 돼.”“알아.”“조각 건드리지 말고.”“알았어.”“청소기 돌릴 때도 여기 근처 조심하고.”시안이 소예를 봤다.“차라리 당신이 퍼즐 지켜.”“그러면 나는 청소 안 하잖아.”“그것도 그러네.”둘은 역할을 나눴다.소예는 거실과 주방 정리.시안은 청소기와 바닥.처음 10분은 순조로웠다.문제는 소예가 책장 앞에 쌓인 책을 정리하기 시작하면서 생겼다.“어?”시안이 청소기를 돌리다 멈췄다.“왜?”소예는 책 한 권을 펼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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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화. 다시 같이 사니까 알게 되는 것

월요일 아침.은소예는 현관 앞에서 신발을 신다가 멈췄다.“신시안.”“응?”“내 우산 봤어?”시안이 방에서 나왔다.“현관에 없는데?”“그러니까.”소예는 우산꽂이를 다시 확인했다.검은 장우산 하나.시안 것이었다.자신이 쓰던 작은 접이식 우산은 보이지 않았다.“차에 있나?”“어제 차 안 탔잖아.”“회사?”“금요일에 들고 왔어.”시안이 잠시 생각했다.“편의점.”“뭐?”“토요일에 편의점 갔을 때 들고 갔잖아.”소예의 손이 멈췄다.“그날 비 안 왔는데?”“나갈 때 흐려서 당신이 챙겼어.”“아.”기억났다.그리고 편의점 계산대 옆에 우산을 세워뒀던 것도.“놓고 왔나 봐.”시안이 자기 장우산을 뽑아 소예에게 건넸다.“이거 써.”“당신은?”“차 타면 돼.”“나도 차 타면 되는데.”“오늘 외근 있다며.”“오후에.”“그럼 가져가.”소예는 우산을 받았다.“퇴근하면서 편의점 가봐야겠다.”“같이 가.”“우산 하나 찾으러?”“어차피 가는 길이잖아.”소예는 대답 대신 우산을 챙겼다.현관문을 나서기 직전 시안이 벽 쪽을 봤다.어제 걸어둔 야경 퍼즐 액자였다.“안 떨어졌네.”소예도 한번 올려다봤다.“아침부터 그것부터 확인한 거야?”“처음 달았으니까.”“잘 달았어.”“당신이 왼쪽으로 세 번 옮기라고 했지.”“처음 위치가 별로였으니까.”“5센티였는데.”“5센티가 중요해.”“알겠습니다, 본부장님.”소예가 시안을 흘겨봤다.“집에서는 그거 하지 마.”시안이 웃었다.회사에서는 각자 바빴다.소예는 오전 회의 두 개를 연달아 마쳤고, 점심 직전에는 NEXT ONE 팀원들과 다음 달 업무 일정을 확인했다.회의가 끝난 뒤 공차연이 노트북을 덮으며 물었다.“본부장님, 오늘 비 많이 온대요.”“알아. 우산 가져왔어.”“큰 거네요.”소예는 책상 옆에 세워둔 검은 장우산을 봤다.“내 건 잃어버렸어.”“어디서요?”“편의점인 것 같아.”차연이 웃었다.“본부장님도 물건 잃어버리세요?”소예가 눈을 가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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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화. 나만 몰랐던 습관

화요일 오전.은소예는 출근하자마자 책상 위에 가방을 내려놓았다.노트북을 켜고, 휴대폰을 옆에 놓고, 텀블러 뚜껑을 열었다.그리고 그대로 멈췄다.어젯밤 신시안과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당신이 모르는 당신 습관.소예는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방금 뭘 했지?가방.노트북.휴대폰.텀블러.항상 이 순서였던 것 같기도 했다.“뭐 하세요?”고개를 들자 공차연이 서 있었다.“뭘?”“손 보고 계셨잖아요.”“그냥.”차연이 서류를 내밀었다.“오전에 보실 자료예요.”“여기 둬.”“네.”차연이 돌아가려는데 소예가 불렀다.“차연아.”“네?”“내가 출근하면 제일 먼저 뭐 해?”차연의 눈이 커졌다.“갑자기요?”“그냥 궁금해서.”차연은 잠깐 생각했다.“노트북 켜시고요.”“응.”“휴대폰 오른쪽에 놓으시고.”소예가 책상을 봤다.정확했다.“그리고 텀블러 여시고.”“그다음은?”“메일 확인하시죠.”“그건 일이잖아.”“그럼 습관으로요?”“응.”차연이 이번에는 조금 오래 생각했다.“회의 들어가기 전에 펜 두 번 누르세요.”소예가 눈을 깜빡였다.“내가?”“네.”“두 번?”“딸깍, 딸깍.”차연이 손가락으로 누르는 시늉까지 했다.“항상?”“거의요.”소예는 책상 위 펜을 집었다.무심코 엄지손가락을 움직였다.딸깍.딸깍.손이 멈췄다.차연이 웃었다.“지금도 하셨어요.”소예가 펜을 내려놨다.“이상하네.”“왜요?”“난 몰랐어.”“습관이 원래 그렇죠.”차연이 나간 뒤에도 소예는 펜을 한동안 쳐다봤다.오전 회의.소예는 자리에 앉아 자료를 펼쳤다.그리고 펜을 들었다.딸깍.손이 멈췄다.한 번.소예는 펜을 내려다봤다.맞았다.또 하려 했다.옆에 앉은 직원이 의아하게 물었다.“본부장님?”“아니야. 계속해.”회의는 예정대로 진행됐다.그런데 이상하게도 한번 의식하고 나니 사소한 행동들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자료를 넘기기 전에 오른쪽 위를 먼저 보는 것.생각할 때 펜을 가로로 놓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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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화. 한 권을 다 읽은 밤

수요일 저녁.은소예가 집에 들어오자 거실 소파에 신시안이 앉아 있었다.손에는 며칠 전 소예가 건넨 책이 들려 있었다.소예가 가방을 내려놓으며 물었다.“벌써 왔어?”“20분쯤 됐어.”“밥은?”“기다렸지.”소예는 재킷을 벗다가 시안의 손에 든 책을 봤다.책갈피가 거의 마지막 부분에 꽂혀 있었다.“다 읽었어?”“아직.”“몇 장 남았는데?”시안이 책을 펼쳐 확인했다.“열두 장.”소예가 웃었다.“그 정도면 다 읽고 기다리지.”“같이 밥 먹으려고.”“책이랑 밥이 무슨 상관이야?”“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읽을 것 같아서.”소예는 그 말이 조금 의외였다.“재밌었나 보네.”“응.”“어디가?”“다 읽으면 얘기해.”소예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빨리 먹고 읽어.”“왜 당신이 더 급해?”“내가 추천했으니까.”“평가 기다리는 거야?”“조금.”저녁은 배달로 해결했다.소예가 메뉴를 고르려 휴대폰을 들었다.“뭐 먹을래?”“당신 먹고 싶은 거.”“또 그렇게 말한다.”“나는 다 괜찮아.”“그게 제일 고르기 어려워.”시안이 휴대폰 화면을 같이 봤다.“그럼 세 개만 골라.”“초밥, 족발, 파스타.”“초밥.”“바로?”“응.”소예가 주문 버튼을 눌렀다.“이렇게 고르면 되잖아.”“처음부터 세 개를 말하면 되지.”“다음부터.”“기억해.”“알았어.”음식이 도착할 때까지 둘은 소파에 앉았다.시안은 책을 다시 펼쳤다.소예는 옆에서 휴대폰을 보다가 힐끗 책을 봤다.한 페이지.두 페이지.시안의 손가락이 페이지 오른쪽 아래로 갔다.슥.소예의 입꼬리가 올라갔다.시안이 바로 말했다.“봤지?”“응.”“책 봐.”“나는 책 안 보고 있는데.”“그럼 휴대폰 봐.”소예는 웃으며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몇 분 뒤.시안이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책을 덮었다.소예가 기다렸다는 듯 물었다.“어땠어?”“재밌었어.”“끝?”“뭐가 더 필요해?”“어디가 좋았는데?”시안이 책 표지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중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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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화. 저녁 여덟 시의 약속

목요일 오후 여섯 시 7분.은소예가 노트북을 닫았다.오늘은 오랜만에 퇴근 후 일정이 있었다.거창한 건 아니었다.며칠 전 읽기 시작한 신시안의 책을 거의 다 읽었고, 오늘 저녁이면 마지막 장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았다.그리고 약속 아닌 약속을 하나 해뒀다.다 읽으면 어디가 제일 좋았는지 말해주기.“본부장님.”공차연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불렀다.“네?”“오늘 일찍 가시네요.”“여섯 시 넘었는데?”“본부장님 기준으로요.”소예가 시계를 확인했다.“그런가?”“요즘은 그래도 전보다 빨리 가세요.”소예는 가방을 들었다.“할 일 끝났으면 가야지.”“좋은 변화네요.”“차연이도 가.”“저도 이것만 보내고요.”소예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차연의 책상 한쪽에 놓인 작은 종이가방을 발견했다.“그건 뭐야?”“마들렌이요. 점심에 샀어요.”“맛있어?”“네. 근처에 새로 생긴 곳인데 괜찮아요.”소예가 가게 이름을 확인했다.회사에서 걸어서 5분 정도였다.“몇 시까지 하지?”“여덟 시요.”소예가 휴대폰으로 시간을 봤다.충분했다.“왜요? 가시게요?”“응. 집에 가면서.”“대표님이랑 드시려고요?”소예가 자연스럽게 대답했다.“아마?”예전 같으면 회사에서 이런 질문을 받는 것 자체가 어색했을 것이다.지금은 아니었다.누구도 특별하게 받아들이지 않았고, 소예 역시 굳이 의식하지 않았다.그게 오히려 편했다.가게에는 마들렌이 여섯 종류 있었다.플레인.초콜릿.레몬.얼그레이.말차.솔티캐러멜.소예는 진열장을 한참 바라봤다.“어떤 걸로 드릴까요?”직원이 물었다.“잠시만요.”자신이 좋아하는 건 레몬이었다.시안은?소예는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함께 먹은 음식은 많았다.좋아하는 메뉴도 알고 있었다.그런데 마들렌 취향까지 물어본 적은 없었다.소예는 휴대폰을 꺼냈다.[마들렌 뭐 좋아해?]답장은 1분도 안 돼 왔다.[갑자기?][가게 왔어.][얼그레이.]소예는 바로 주문했다.“얼그레이 두 개랑 레몬 두 개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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