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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열리지 않는 입

Author: 지호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5 06:07:06

추국장에는 아침부터 사람이 모였다.

임금이 상석에 앉았고, 이운과 채원은 그 곁을 지켰다.

마당 한쪽에는 박칠성과 조필규, 신태오, 최 내관, 한도겸이 나란히 꿇어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김태겸이 있었다.

의금부에 불이 난 지 나흘 만이었다. 타 버렸어야 할 증인과 증거는 그날 밤 모두 동궁으로 옮겨져 있었고, 귀비는 아직 그 사실을 모르는 채였다.

의금부 도사가 지금까지의 진술을 읽어 내려갔다.

조필규의 자백, 신태오의 증언, 최 내관의 자백, 불에 타지 않고 옮겨진 장부까지.

낭독이 끝나자 임금이 입을 열었다.

"들었느냐."

김태겸은 고개를 숙인 채 대답하지 않았다.

"윤정명을 역적으로 몬 것도, 세자빈의 죽음을 꾸민 것도 전부 네 손에서 나왔다는 증언이다."

"소신은…."

김태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소신이 한 일이옵니다."

국문장이 조용해졌다.

채원은 그 인정에도 안심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김태겸이 피해 온 건 자기 죄가 아니라 배후였다.

임금이 조필규를 향해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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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턴트우먼 세자빈이 되다.   84. 사라진 죄인

    채원은 결국 손을 놓았다.그때 담장 쪽에서 작은 기척이 났다.재경이었다.그는 금군의 시선이 닿지 않는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이운을 바라보고 있었다.이운의 시선이 잠시 그쪽으로 향했다.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다.하지만 재경은 알아들었다.따라오지 마라. 밖에서 움직여라.재경이 천천히 검자루에서 손을 뗐다."세자빈도 함께 가겠습니다."채원이 말하자 대장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마마께 내려온 명은 없습니다.""세자가 위해를 가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았는데 제가 여기 남아 있으라고요?""별궁에는 저하만 모시라는 명입니다.""그럼 저도 가겠다고 전하세요.""채원아."이운이 잘라 말했다."넌 남아.""왜요.""네가 해야 할 일이 있다."채원의 입이 다물렸다.이운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있었다.도사.사라진 가족.그리고 도사 집을 감시하다 습격당한 재경의 사람.그쪽을 쫓을 사람이 필요했다.무엇보다 이운까지 갇힌 상황에서 채원마저 함께 들어가 버리면 밖에서 움직일 사람이 줄어든다.채원은 이를 악물고 한 걸음 물러났다."얼마나 시간을 벌면 돼요?"대장이 알아듣지 못한 얼굴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봤지만 이운은 대답했다."가능한 만큼.""알겠어요."이운이 마당으로 내려가자 금군이 양옆으로 갈라졌다. 누구도 그의 몸에 손을 대지는 않았다.횃불이 그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걸음을 늦추지도, 서두르지도 않았다.대장이 허리를 숙였다."무례를 용서하십시오.""네가 명을 받은 것뿐이라는 건 안다."이운은 그대로 금군 사이를 걸었다.대문을 나서기 직전, 걸음을 멈추고 대장을 돌아봤다."한 가지만 묻겠다.""하명하십시오.""나를 지목했다는 자는 살아 있느냐?"대장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채원도 그 변화를 봤다."대답해라.""……살아 있는 것으로 압니다.""어디 있지?""의금부에 있다고 들었습니다."이운의 눈이 가늘어졌다.의금부.또 의금부였다.윤정명에게 역모의 죄가 씌워졌을 때도

  • 스턴트우먼 세자빈이 되다.   83. 포위

    "저하께서 시키셨다고, 자백했답니다."백건의 목소리가 떨렸다.이운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채원이 먼저 입을 열었다."그 자백, 누가 받아낸 거예요?""모릅니다. 그냥 그렇게만 전해 들었습니다."밖에서 발소리가 울렸다. 하나가 아니었다.재경이 문가로 다가가 밖을 살폈다."벌써 왔습니다."창틈으로 횃불 빛이 어른거렸다. 갑옷 스치는 소리가 뒤섞여 들려왔다.이운이 자리에서 일어섰다."몇이나 되나.""어림잡아도 스물은 넘습니다."채원이 검을 집어 들었다."싸우자는 게 아니라 잡으러 온 거잖아요. 숫자로 밀어붙이려는 거죠.""맞서면 그게 곧 죄를 인정하는 꼴이 된다."이운이 겉옷을 정돈하며 말했다."그럼 순순히 끌려가겠다는 거예요?""아직은."문밖에서 목소리가 들렸다."저하, 어명을 받들러 왔습니다."이운이 문을 열고 마루로 나섰다.설이가 문틈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였다.마당 가득 금군이 늘어서 있었다. 하나같이 예를 갖춘 자세였지만, 그 예가 오히려 서늘했다.대장이 두루마리를 펼쳤다."전하께 위해를 가하려 한 자를 사주하셨다는 자백이 나왔습니다. 별궁으로 모시라는 명입니다.""모시는 게 아니라 가두겠다는 거겠지."이운이 말했다.대장의 표정이 흔들렸지만 물러서지 않았다."명을 따를 뿐입니다."채원이 이운 옆으로 나섰다."자백 하나로 세자를 가둔다고요? 그 자백한 자는 지금 어디 있어요?""소인이 답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답할 수 없는 게 아니라 몰라서겠죠."대장의 눈매가 굳었다."세자빈께서는 물러나 계십시오.""물러날 이유가 없는데요.""세자가 아직 폐위된 것도, 죄인으로 확정된 것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에워싸는 게 맞아요?""자백이 나온 이상, 절차상 어쩔 수 없습니다.""자백 하나가 절차가 됩니까?"대장은 대답하지 못했다.재경이 담장 위 그림자 속으로 몸을 옮겼다. 검집에 손을 얹은 채 상황을 지켜봤다.대장이 손을 들자 군졸들이 일제히 멈췄

  • 스턴트우먼 세자빈이 되다.   82. 사라진 가족

    "진짜 서아가 맞는지."채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 말에 답할 때가 아니었다.재경도 더 캐묻지 않았다. 시선은 이미 조용한 집 쪽으로 돌아가 있었다.세 사람은 몸을 낮춘 채 담장을 따라 움직였다.대문 안쪽, 흙바닥에 검붉은 자국이 보였다. 흙에 반쯤 덮여 있었지만 한두 방울이 아니었다."핏자국이에요."채원이 낮게 말했다.자국은 대문 안쪽에서 시작해 담장을 따라 이어져 있었다.세 사람은 소리를 죽인 채 흔적을 따라갔다.담장 끝을 돌아 좁은 골목으로 들어선 순간 재경이 걸음을 멈췄다.사람 하나가 쓰러져 있었다.재경이 곧장 달려가 몸을 뒤집었다."정우야."도사의 집을 지켜보던 사람이었다.가슴과 옆구리에 피가 흥건했지만 아직 숨은 붙어 있었다. 재경이 그의 목을 받쳐 들자 사내의 눈꺼풀이 힘겹게 올라갔다."누가 이랬어."남자의 입술이 움직였지만 처음에는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이운이 몸을 낮췄다."도사는 어디 있느냐."그 말에 남자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데려…… 갔습니다.""누가."남자는 피가 섞인 숨을 삼키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도사뿐만…… 아닙니다."재경의 표정이 굳었다."무슨 말이야.""처와…… 아이들까지…… 전부……."채원이 도사의 집을 돌아봤다.사람이 없는 이유가 그제야 분명해졌다.도망친 게 아니었다.누군가 가족까지 통째로 데려간 것이다.재경이 다시 물었다."어디로 갔어. 봤을 거 아니야."남자는 대답하려 했지만 숨이 먼저 막혔다. 재경이 다급히 그의 어깨를 붙잡는 순간, 남자의 손이 힘겹게 움직여 이운의 소매를 움켜쥐었다."저하……."이운의 눈빛이 굳었다."말해라.""그자들이……."남자의 입에서 피가 흘러내렸다."저하의 이름을…… 말했습니다."정우의 눈이 다시 스르르 감겼다.그 한마디가 골목 안에 무겁게 가라앉았다."정우야."재경이 그를 흔들었지만 반응이 없었다.정우는 재경이 몸을 숨긴 뒤 처음으로 곁에 둔 사람이었다."숨은 붙어 있다."재경이 맥을 짚으며 말했다.

  • 스턴트우먼 세자빈이 되다.   81. 조각난 기억

    "넌 누구냐."두건은 이미 벗겨진 채였다. 낯익은 얼굴이 여과 없이 드러나 있었다. 그 눈빛만은 낯설었다.재경의 시선이 채원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채원은 대답하지 않았다.무슨 말을 해도 증명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눈물을 보여도, 옛일을 꺼내도, 재경은 믿지 않을 얼굴이었다."오라버니가 원하는 대답이 뭔지 모르겠어요."재경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뭘 말해도 안 믿을 거잖아요.""……"재경이 눈을 가늘게 좁혔다."그럼 안 궁금한 척이라도 해보시지.""안 궁금한 게 아니라,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걸 아니까 그래요.""그럼 저도 애써 증명하지 않을게요."재경이 자리에서 일어섰다.의자 끄는 소리가 방 안에 낮게 울렸다.채원도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저하는 빠지십시오."이운이 채원 앞을 반쯤 막아섰다."재경아."재경은 대답 대신 창가 쪽으로 몇 걸음 걸었다. 등을 돌린 채였다."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이운은 잠시 말이 없었다.그 말이 오히려 낯선 듯한 얼굴이었다.재경이 창턱에 손을 짚고 밖을 내다봤다."어떻게, 왜 저였는지는 지금 물을 만큼 급한 건 아닙니다. 그건 나중에 직접 말씀하신다고 했으니까요.""...때가 되면 말하마."재경은 돌아보지 않은 채로 말을 이었다."대신 도사 쪽은 제가 계속 쫓겠습니다. 저하와 부딪히지는 않게 하죠.""연락은."이운이 물었다."오늘처럼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이름은 밝히지 않을 겁니다.""그거면 됐다."재경이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이운의 손에 쥐여줬다. 걸으며 건넨 것이라 종이 끝이 조금 구겨져 있었다."도사가 최근 만난 자들 인상착의입니다."이운이 그것을 펼쳐보지도 않고 소매 안에 챙겼다."이걸로 도사 뒤에 누가 있는지 나오면 좋겠군."이운이 나직이 말했다."거기까지 나오면, 귀비 위에 있던 자와 같은 인물인지도 알겠지."재경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그자가 누구든, 이번엔 놓치지 않을 겁니다."채원이 끼어들었다."놓치지 않으려면, 이번엔 서두

  • 스턴트우먼 세자빈이 되다.   80. 죽은 사람의 얼굴

    밤이 깊어지자 이운은 처소의 나인들을 일찍 물리고, 백건에게도 자신이 부르기 전까지는 누구도 가까이 들이지 말라고 명했다.채원은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눈치채고 몇 번이나 이유를 물었지만, 이운은 오늘 밤 만나야 할 사람이 있다는 말만 남긴 채 더는 설명하지 않았다."누군데 이렇게까지 숨겨요?""살아 있다는 걸 들켜서는 안 되는 사람이다."채원이 그게 무슨 뜻이냐고 되묻기도 전에 창밖에서 작은 인기척이 들렸고, 검은 옷을 입은 사내가 얼굴을 두건으로 가린 채 조용히 안으로 들어왔다.이운이 전혀 놀라지 않는 것을 본 채원은 두 사람이 이미 알고 지내는 사이라는 걸 알아차리고, 경계를 풀지 않은 채 사내를 천천히 살폈다."도사는?""아직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최근 열흘 사이 같은 자를 두 번 만났고, 그때마다 돈을 받는 것까지 확인했습니다."사내는 의금부 도사가 돈을 받으면서도 계속 주변을 살폈고 손까지 떨고 있었다며, 스스로 가담한 것인지 협박을 받는 것인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가족은?""처와 어린 자식들이 있습니다. 집 근처를 맴도는 낯선 자들도 있어 지켜보는 중입니다."이운은 도사를 섣불리 잡으면 그 위에 있는 자가 숨어버릴 수 있다며 감시를 계속하라고 했고, 채원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다가 문득 이상한 점을 느꼈다."그런데 그 사람을 언제부터 쫓고 있었어요?"사내가 잠시 침묵하다 대답했다."윤정명 대감께 역모의 죄가 씌워졌을 때부터 의금부를 살폈습니다."채원의 표정이 굳자 사내는 당시 증거가 오간 경로와 이번 김태겸의 직인이 움직인 경로를 비교했고, 서로 다른 일인데도 기록이 어긋나는 방식이 지나치게 닮아 있었다고 설명했다."그럼 도사가 그때도 관련돼 있었다는 겁니까?""아직 모릅니다. 같은 자에게 이용당했는지, 처음부터 한패였는지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이운은 그 대답에 더 묻지 않고 다음 접촉을 확인하면 즉시 알리라고 했고, 사내는 짧게 고개를 숙인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그가 몸을 돌리는 순간 소매가 조

  • 스턴트우먼 세자빈이 되다.   79. 낯익은 수법

    백건이 물러난 뒤, 침전 안에는 다시 두 사람만 남았다.채원은 방금 본 문서를 떠올렸다.사흘 전 날짜.김태겸의 이름.그리고 병조판서의 직인.정작 김태겸은 그때 이미 옥에 갇혀 있었다."저하.""왜 그러느냐.""이거, 좀 닮았어요."이운이 채원을 돌아봤다."뭐가.""우리 아버지 때랑요."채원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창고에서 무기가 나오고, 병사 명단까지 나왔잖아요. 누가 봐도 아버지가 역모를 준비한 것처럼."이운의 얼굴이 굳었다."그 병사들 사이에 조필규의 부하들이 섞여 있었지.""네."채원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때도 진짜처럼 보이는 증거를 만들어서 아버지 이름을 씌웠어요."채원의 시선이 탁자 위 문서로 향했다."이번엔 김태겸이고요."잠시 침묵이 흘렀다.이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닮았다는 것만으로 같은 자의 짓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알아요.""확인해야 한다."이운이 문서를 집어 들었다."이 글씨부터."잠시 후 백건이 다시 들어왔다.손에는 김태겸이 직접 작성했던 문서 몇 장이 들려 있었다."확인했습니다.""말해라.""소집령에 적힌 필체는 김태겸의 것이 아닙니다."채원의 눈빛이 달라졌다."역시.""하지만……."백건이 잠시 말을 멈췄다.이운이 그를 바라봤다."뭐냐.""직인은 진품입니다."이운의 표정이 굳었다."확실한가.""예. 김태겸이 병조판서로 있을 때 사용하던 직인과 대조했습니다. 찍힌 자국이 일치합니다."채원이 탁자 위 문서를 바라봤다.글씨는 가짜.그런데 도장은 진짜였다."그 직인은 지금 어디 있어요?""김태겸이 투옥된 뒤 의금부 봉인고에 보관됐습니다."채원이 곧바로 이운을 바라봤다."그럼 누군가 거기서 꺼내 썼다는 거잖아요."이운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봉인고 기록을 가져와라.""예.""직인이 들어간 날부터 지금까지 전부."백건이 다시 물러났다.한 시진쯤 지났을 무렵.백건이 돌아왔다.이번에는 얼굴이 더 굳어 있었다."저하.""찾았느냐.""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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