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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 자리, 이제 관심 없어요
왕비 자리, 이제 관심 없어요
Penulis: 차유자

제1화

Penulis: 차유자
어두운 밤, 왕부.

방안엔 뜨거운 숨결로 가득했다. 막 한 차례 격렬한 정사를 치른 강소연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채 가쁘게 숨을 고르고 있었다.

유승헌의 큼지막한 손이 다시 그녀의 몸을 더듬자,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그만…”

강소연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그의 시선을 피했다.

유승헌의 눈빛에 욕정이 더욱 짙어졌다. 그의 입술이 막 그녀의 목덜미에 닿으려는 찰나, 천둥이 울렸고, 그의 행동도 멈추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일으키더니, 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어디 가세요?”

강소연은 넌지시 물었다.

유승헌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꾸했다.

“수향리에 간다.”

그렇다, 그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이는 천둥소리를 무서워했다. 그래서 이렇게 비 오는 밤이면 그녀를 지켜주기 위해 늘 달려가곤 했다.

강소연은 씁쓸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바닥에 흐트러진 옷가지를 주워 아무렇게나 몸에 걸쳤다.

강소연은 영원후 집안인 강씨 가문 출신 왕비였다. 하지만 유승헌의 마음속에서 그녀는 수향리의 이름도 명분도 없는 그 외실만도 못했다.

하필이면 그녀가 유승헌에게 첫눈에 반해 태후에게 혼인을 간청한 것 때문에 방금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유승헌은 그녀가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의 정실 자리를 빼앗았다고 원망하며 혼인 생활 삼 년 동안 단 한 번도 좋은 낯빛을 보인 적이 없었다, 잠자리를 제외하고는.

‘됐다, 다 자업자득이지.’

강소연은 시녀를 불러 뜨거운 물을 받아오게 했다. 막 통 안에 몸을 담그자마자 문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어머니를 곁에서 모시는 조 어멈의 목소리였다.

조 어멈은 소란을 피우며 그녀를 만나고자 했다.

강소연은 급히 일어나 옷을 갖춰 입고, 밖으로 나갔다.

조 어멈의 온몸은 비에 흠뻑 젖어있었고, 얼굴은 창백하기 그지없었다. 그녀가 나오자마자 조 어멈은 무릎을 꿇으며 울부짖었다.

“아가씨, 부인께서 위독하십니다! 제발 좀 보러 가주세요!”

강소연은 어머니의 건강이 줄곧 좋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다. 평소 가벼운 병치레로는 자신을 찾지 않는다는 것도.

조 어멈이 이 밤중에 비를 무릅쓰고 온 이상, 큰일이 터진 것이 분명했다.

강소연은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머리를 미처 다 묶지도 못한 채, 사람을 불러 마차를 준비시켜 곧장 강씨 가문으로 달려갔다.

“부인께서 오늘 또 두통 증세가 도지셨어요. 저녁도 거르시고 쉬시겠다고 하시더니, 갑자기 정신을 잃으셨습니다.”

마차에 오른 조 어멈은 강소연의 손을 부여잡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의원들을 여럿 불러봤지만 모두 손을 쓸 수 없다고만 했어요. 달리 방도가 없어, 이 늦은 시각에 아가씨를 찾아온 겁니다.”

강소연은 고개를 저으며 조 어멈을 달랬다.

“어머니가 편찮으신데, 딸인 제가 어찌 팔짱 끼고 지켜만 볼 수 있겠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사람을 시켜 왕부의 영패를 가지고 궁에 들어가 태의를 청하도록 했어요. 어머니는 분명 괜찮아지실 거예요.”

이 말은 조 어멈을 위로하는 것이면서, 또한 자기 자신을 위로하는 것이기도 했다.

집 안으로 들어선 강소연의 앞에 겁에 질린 의원들이 온몸을 벌벌 떨며 일제히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왕비마마, 송구합니다. 소인들은 재주가 부족하고 배움이 얕아 손을 쓸 수가 없습니다.”

안방으로 들어간 그녀는 미동도 없이 침상에 누워, 숨이 곧 끊어질 듯한 어머니를 마주했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펑 터지듯 쏟아졌다. 침상 머리맡에 무릎을 꿇고 어머니의 차가운 손을 살며시 감쌌다. 마음이 어지럽게 뒤엉켰다. 평소의 냉정하고 침착하던 모습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오 년 전, 아버지와 오라버니가 전장에서 전사하면서, 그녀에게 남은 유일한 혈육은 어머니뿐이었다. 어머니마저 잃을 수는 없었다.

‘어서 와야 하는데! 태의는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

대략 향 한 대 탈 정도의 시간이 지났고, 태의를 청하러 보냈던 하인이 돌아왔다. 그러나 태의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왕비마마, 태의는… 태의께서는…”

하인은 우물쭈물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강소연은 얼굴의 눈물을 훔치며 안방 밖으로 나와 차갑게 물었다.

“무슨 일이냐?”

하인은 바닥에 머리를 박고 나서야 겨우 입을 열었다.

“수향리의 그분이 몸이 편찮으시어, 왕야께서 궁에서 당직을 서던 태의들을 모두 데려가셨습니다. 나머지 태의들은 태후마마를 모셔야 해서 차마 자리를 뜰 수가 없었고요. 소인이 수향리로 왕야를 찾아갔으나, 왕비마마께서 보내셨다는 말을 듣고는 두말없이 문밖으로 쫓아냈습니다!”

‘또 수향리구나!’

강소연은 주먹을 꽉 쥐었다. 정성껏 길러온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고, 손톱 끝이 부러지며 손바닥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밖에는 폭우가 쏟아지듯 내리고, 번개가 치고 천둥이 울렸다.

“말을 준비해라, 내 직접 궁에 들어가겠다!”

시녀들과 하인들의 놀란 외침 속에서, 강소연은 우산조차 챙기지 않고 곧장 빗속으로 뛰어들었다.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말을 타지 않았는지조차 까맣게 잊은 채 말이다.

게다가 마차를 끄는 말은 유독 덩치가 컸다. 올라타는 것조차 힘겨웠다.

비틀거리며 궁에 도착한 강소연은, 죽을힘을 다해 두꺼운 청동 문을 두드렸다.

“태후마마를 뵙기를 청하옵니다! 태후마마, 부디 은혜를 베푸시어 제 어머니를 살려 주소서!”

궁인들이 급히 우산을 받쳐 들고 나와 그녀를 맞이했지만, 그녀를 결코 안으로 들여보내지 않았다.

“왕비마마, 돌아가십시오, 태후마마께서는 이미 잠자리에 드셨습니다.”

강소연은 그 자리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하얀 옷은 이미 오물로 얼룩졌고, 머리는 산발이 되어 몰골이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예의나 체면 따위를 돌볼 겨를이 없었다. 그녀는 무릎을 꿇은 채 궁인의 옷자락을 붙잡고 쉰 목소리로 애원했다.

“제발 저를 들여보내 주세요. 태후마마를 한 번만 뵙게 해주세요. 사람 목숨이 걸린 일입니다.”

“왕비마마, 이러시면 소인이 난처해집니다!”

처음 보는 광경에 깜짝 놀란 궁인은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왕비마마께서 소인을 좀 헤아려주십시오. 태후마마 심기를 건드렸다간, 제 목이 날아갈지도 모릅니다!”

“소연아?”

바로 그때, 남색 옷을 입은 한 남자가 우산을 받쳐 들고 걸어 들어와,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바닥에서 부축해 일으켰다.

강소연은 고개를 들어 상대를 바라보았다. 윤지후였다.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소꿉동무였다. 그는 의관 집안 출신으로 의술이 뛰어났고, 지금은 태의원에 몸담고 있었다.

“윤 대인!”

그녀는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듯 윤지후의 옷소매를 움켜쥐었다.

“제발 우리 어머니를 구해줘!”

“무슨 일이야?”

윤지후가 황급히 물었다.

“어머니께서 위독하셔. 여러 의원을 찾아봤지만 다들 손을 쓸 수가 없다고 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궁에 태의를 청하러 온 거야.”

강소연은 자신의 얼굴에 흐르는 것이 빗물인지 눈물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런데 왕야께서 외실을 돌보기 위해 궁중의 태의들을 수향리에 불러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태후마마께 청하러 온 거야…”

윤지후는 그 말을 듣고 이를 악물었다.

“유승헌, 그자가 감히 그대를 이렇게 대하다니!”

강소연은 두 눈을 감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오랜 세월, 이미 익숙해.”

“됐다.”

윤지후는 우산을 그녀의 몸쪽으로 기울였다.

“오늘 마침 당직을 서지 않아, 태의원에 의서 가지러 왔는데, 여기서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이야. 어서 부인을 뵈러 가자.”

“정말 고마워.”

강소연은 윤지후를 데리고 서둘러 강씨 가문으로 돌아갔다. 박미숙은 겨우 숨만 붙어있었다.

맥을 짚은 윤지후의 안색이 무겁게 굳었고,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지후조차 방법이 없다니. 이제 누구에게 어머니를 살려달라 청하여야 한단 말인가.’

강소연은 더는 견디지 못하고 얼굴을 감싸며 통곡했다.

“부인께서는 오랜 근심으로 심신이 많이 쇠약해지셨어. 지금까지 버티신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일이야.”

윤지후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침을 놓아 잠시 의식을 되찾게 할 순 있어.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오래가지는 못해.”

“그래.”

강소연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침을 놓자, 강 부인 박미숙이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

“소연아, 왔구나.”

강소연은 침상 가까이 다가가,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머니, 제가 너무 늦었지요?”

박미숙은 고개를 저으며, 두 눈 가득 자애로움을 담아 말했다.

“내 몸 상태는 내가 잘 안단다. 곧 네 아버지와 오라비를 다시 만나겠구나. 오히려 해방이기도 하지. 다만, 너를 두고 갈 생각을 하니 시름이 놓이지 않는구나.”

“안 돼요, 안 돼요…”

강소연은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박미숙은 그녀의 손등을 살며시 어루만지며 말을 이었다.

“십 년 전, 네 아버지가 군사를 이끌고 출정하셨을 때, 네가 인질로 궁에 들어갔었지. 그때부터 미소를 잃고 전처럼 웃지 않더구나. 나중에 혜왕을 연모한다며 그에게 시집갔으나, 이 어미 눈에는 네가 결코 즐거워 보이지는 않았다.”

유승헌이 언급되자, 강소연은 불현듯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녀가 가장 무력하고 처절했던 순간에, 그는 마음에 품은 여인과 다정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시큰거렸다.

손에 난 상처마저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이미 무뎌졌다고 생각했건만, 여전히 뼈에 사무치도록 아팠다.

삼 년간의 일방적인 사랑은 결국 빗나갔다. 그것도 아주 크게.

‘이런 부군과 함께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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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비 자리, 이제 관심 없어요   제3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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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비 자리, 이제 관심 없어요   제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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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비 자리, 이제 관심 없어요   제26화

    유승헌이 수련을 부축해 성벽 위로 올라, 정성껏 준비한 연화를 함께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온통 다른 곳에 가 있었다.“왕야께서 이렇게 애써 주시니, 참으로 기쁩니다.”수련이 그의 품에 머리를 기대며 허약한 목소리로 나직이 말했다.지난번에 이마를 다친 이후로, 그녀의 병은 갈수록 깊어졌다. 태의는 천 년 묵은 산삼을 약재로 쓰지 않으면 이번 겨울을 넘기기 어렵다고 했다.그날, 수련이 정신을 차리고 그에게 꿈 하나를 들려주었다. 꿈속에서 그녀는 성루 위에 서서 서하를 아득히 바라보았고, 그 뒤로 밤하늘을 뒤덮은 연화가 빛나고 있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유승헌은 경성의 모든 연화 장인을 불러 밤낮으로 작업하게 했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그녀를 위해, 그 꿈을 그대로 되살려 주기로 했다. “또 무슨 소원이 있느냐? 전부 이뤄 주마.”유승헌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며 다정하게 물었다.수련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제 신분이 미천하여 왕야와 어울리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왕야를 흠모하는 마음이 깊어, 비록 첩의 자리일지라도 왕야 곁에 머물 수 있다면 이생에 여한이 없겠습니다.”수련의 요구에 유승헌은 처음으로 망설였고, 이내 화제를 돌렸다. “어떻게든 너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 걱정하지 마라.”“제 몸은 제가 잘 압니다, 왕야…”수련이 입을 열려는 순간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고, 그녀는 기침을 쏟아냈다. 유승헌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의 겉옷을 여며 주었다. “몸이 약한 네가 이 바람을 견디기 어렵다. 먼저 내려가 있거라.”고개를 숙이는 순간, 그의 시야에 성벽 아래로 멀어져 가는 마차 한 대가 들어왔다.한눈에 봐도 유문인의 마차임을 알 수 있었다.‘설마 유문인이 강소연을 데리고 온 것인가, 이 대체 무슨 짓인가.’그 순간, 유승헌의 마음 깊은 곳에서 처음으로 당혹이란 감정이 생겨났다.어릴 적 자객에게 쫓길 때도, 자라서 조정에서 천자의 위엄을 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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