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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Penulis: 차유자
“뭐라고?”

유승헌이 눈을 가늘게 뜨고 강소연을 내려다보았다. 숨 막힐 듯한 위압감이 밀려왔다.

강소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시선에 맞섰다.

“화리하자고 했어요.”

유승헌이 품 안의 수련을 놓아주더니, 손을 들어 강소연의 어깨를 꽉 움켜쥐었다.

그는 냉소적으로 말했다.

“친정이 세운 공을 빌미로 내게 시집을 올 땐 언제고, 이제는 화리를 요구해? 대체 나를 뭐로 보는 것이냐? 네 마음대로 부렸다가 버릴 물건으로 보는 것이냐?”

“참으로 기이하네요. 삼 년간 단 한 번도 저를 좋게 본 적이 없었으면서, 왜 이제 와서 화리가 싫다는 겁니까?”

강소연은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을 움직였지만, 상대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몸에 들어간 힘을 뺐다.

“아버지의 남은 부하들은 모두 왕야의 밑으로 들어갔어요. 여기서 뭘 더 원하는 건데요?”

“날 그렇게밖에 안 보는 건가?”

유승헌의 눈빛이 불길이 타오르듯 이글거렸다.

“그럼 어떻게 봐야 하는 거죠?”

그녀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때, 옆에서 지켜보던 수련이 교태로운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왕야, 왕비께서 홧김에 하신 말씀이니 너무 나무라 하지 마셔요.”

“왕야랑 대화 중이다. 어느 안전이라고 감히 너 따위가 끼어들어?”

강소연이 눈을 흘기며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이제 착한 척은 그만두기로 했다.

“왕비마마, 전 그저…”

수련은 눈시울을 붉히며 애처롭게 굴었다.

“수련아, 왕비랑 긴히 할 얘기가 있으니, 먼저 돌아가거라.”

유승헌이 분노를 억누르며 낮은 목소리로 타이르듯 말했다.

“예, 왕야.”

수련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강소연을 향해 한 마디 덧붙였다.

“간밤에 윤 대인과 말 한 필을 같이 타고 친정집으로 돌아가셨다지요? 의술이 그렇게 뛰어난 윤 대인도 노부인을 구하지 못하셨다니, 참으로 안타깝네요.”

말을 마친 수련이 예를 올리더니, 유유히 밖으로 나갔다.

두 사람이 말 한 필을 같이 탄 것을 알게 된 유승헌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

그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다른 사내와 붙어다니다니, 네가 왕비라는 것을 잊은 것이냐? 사람들이 알게 되면 나를 얼마나 우습게 보겠느냐?”

“우스워요? 저야말로 이 경성의 웃음거리입니다!”

강소연이 코웃음을 쳤다.

“왕야가 태의들을 죄다 불러가지만 않았어도, 제가 보낸 하인을 내쫓지만 않았어도, 태의를 찾기 위해 궁에 직접 가는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겁니다. 수련의 목숨만 중요하고, 제 어머니의 목숨은 중요하지 않은 겁니까?”

“어젯밤 그런 일이 생긴 줄은 미처 몰랐다. 어머니를 잃은 것 때문에 상심하여 화리 얘기를 꺼냈다고 여길 테니, 너도 이쯤에서 그만하거라.”

유승헌이 미간을 찌푸리며 탐탁지 않은 듯 말했다.

그는 ‘몰랐다’라는 말 한마디로 이 상황을 마무리 지으려 했다. 마치 너그러운 마음으로 그녀를 봐주는 것처럼.

유승헌은 그녀가 자신을 떠날 수 없다고 굳게 믿었다. 그녀가 화리를 요구한 것도 밀고 당기기의 일종이라고 여겼다.

그것도 그랬던 것이, 삼 년간 강소연은 일방적으로 유승헌에게 매달렸다. 그러니 자연히 그녀를 가벼이 볼 수밖에 없었다.

강소연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두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있었지만, 결코 눈물을 떨어뜨리지 않았다.

“왕야, 십이 년 전에 왕야를 구해줬던 사람을 기억하세요?”

“당연하지, 그때 수련이 날 구하는 과정에서 팔에 흉터까지 얻었다.”

유승헌이 못마땅한 듯 되물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그런 걸 묻는 것이냐?”

“그때… 왕야를 구한 사람이 저라면 믿겠어요?”

유승헌이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네 몸은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 흉터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도 없었다. 태생부터 귀하게 태어나, 원하는 건 다 가졌으면서 어찌 수련의 공까지 빼앗으려는 거냐?”

“됐습니다.”

그녀는 더 이상 해명하지 않았다. 아무리 해명해도 소용없을 듯했다. 그는 애초부터 그녀를 믿지 않기에.

“합의 화리가 싫으시면 남편이 부인을 내쫓을 때 쓰는 화리장이라도 써주세요.”

강소연이 유난히 평온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너…”

얼굴이 시뻘겋게 질린 유승헌은 할 말을 잃었다.

“화리든 뭐든, 꿈도 꾸지 마라.”

말을 마친 유승헌은 화가 난 듯 몸을 홱 돌려 나갔다.

강소연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화리를 오히려 기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니야? 왜 저렇게 화내는 거야? 혹 상중에 화리하는 박정한 사내라는 소문이 무서워서 저러는 걸까?’

‘됐다, 며칠 뒤에 다시 생각하자.’

그녀는 고개를 돌려 엉망이 된 어머니의 옷을 바라보았다. 마치 엉망진창인 자신의 인생을 비추는 듯했다.

‘이런 선물을 드릴 순 없어.’

“이화야, 그만 가자.”

강소연이 곁에 있던 시녀에게 말했다.

“아무것도 가져가지 말아야겠어.”

강소연이 강씨 가문에 도착했을 때는 집안 곳곳에 이미 흰 휘장이 걸린 뒤였다. 강씨 가문과 교류가 있었던 관리들과 그 가족들이 조문을 와 있었다.

“영원후는 평생 전장에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셨지요. 그런데 이제는 왕비마마 혼자만 남았으니, 참으로 안타깝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소문에 혜왕과 사이가 좋지 않다지요? 삼 년간 자식도 없고, 이제 친정 식구라고는 하나도 없으니 앞으로가 걱정입니다.”

“혜왕이 극진히 아끼는 외실이 있다지요? 수향리에 있다고 들었는데…”

*

강소연은 멍하니 영전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지만, 귀에 들려오는 잡담들을 차마 무시할 수 없었다.

‘그래, 친정도 없고, 부군의 사랑도 못 받는 여인의 인생에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성지를 내리옵니다!”

바로 그때, 나이가 지긋한 내시 한 명이 명황색 성지를 손에 들고 천천히 영당으로 걸어 들어와 그녀의 앞에 섰다.

“황제의 조서를 내리옵니다. 고인이 돌아가셨으나 남기신 그 덕은 길이 빛나리라. 고 영원후 부인 박미숙은 온유하고 현숙하며 가정을 잘 다스리고 남편을 잘 보필하고 자식을 잘 길러 그 현숙함이 자자하도다. 이에 특별히 일품 고명 부인으로 추증하노니, 그 현숙함을 드러내어 은혜를 베푸노라. 삼가 이를 받들라.”

강소연이 내시로부터 성지를 건네받으며 바닥에 머리를 깊이 조아렸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내시가 그녀를 일으켜 세우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왕비마마, 애도를 표합니다. 폐하께서 선영원후의 충성을 생각하시어 특별히 은총을 베푸셨습니다. 훗날 왕비마마의 후손 중에서 한 명을 골라 강씨 성을 잇게 하면 영원후 작위를 계승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송씨 가문이 대대로 대를 이을 수 있게 말입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내시가 잠시 망설이더니 말을 덧붙였다.

“이는 혜왕께서 폐하께 간청하신 것입니다.”

‘왕야께서? 이런 걸 간청한 연유가 뭘까?’

삼 년간, 그는 잠자리가 끝나고 나면 늘 회임을 피하는 약을 그녀에게 보냈다.

‘나의 아이를 원치도 않으면서, 후손 이야기를 꺼낸 까닭이 뭘까? 혹… 화리하기로 마음먹은 것인가?’

‘잠깐, 회임을 피하는 약? 어젯밤 황급히 수련에게 가느라, 내게 약을 보내지도 않았잖아!’

강소연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 시점에 그의 아이를 가진다면 골치 아픈 일이 생길 게 분명했다.

“왕비마마?”

내시는 아무 말도 없는 그녀를 발견하고 의아한 듯 물었다.

“예?”

강소연이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대감께서 다른 분부라도 있으신가요?”

“저는 폐하의 말씀을 대신 전할 뿐입니다. 제가 감히 무슨 분부를 할 수 있겠습니까.”

내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다만 제가 보기에 왕야께서 왕비마마를 마음에 두고 계신 듯합니다. 태후마마께서도 두 분께서 한시라도 빨리 세자를 보시길 바라십니다.”

강소연의 입꼬리가 살짝 일그러졌다.

“대감의 충고 감사드립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유승헌이 자진해서 그녀를 위한 간청을 올린 까닭을 그제야 알 것 같았다. 세상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기 위해, 훗날 화리할 때 입방아에 오르지 않기 위해서였다.

유승헌이 자신을 마음에 두고 있다고 여길 바엔, 차라리 해가 서쪽에서 뜬다고 믿는 편이 나을 것이었다.

내관 일행을 배웅한 강소연이 몸을 돌려 이화에게 명했다.

“조용히 태의원으로 가서 윤지후를 불러와. 남의 눈에 띄어서는 안 돼.”

“윤지후를 왜 찾는 거냐?”

그때, 유승헌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고, 강소연은 깜짝 놀라 몸을 돌렸다.

상복을 입은 유승헌이 멀지 않은 곳에 서서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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