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의무로 나와 결혼했지만 너무 늦게 나를 사랑: Chapter 11 - Chapter 20

100 Chapters

제11장

로드리게스는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차를 몰고 있었다.핸들을 잡은 손가락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 아무리 도로에 집중하려고 해도 마리아의 말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다.‘사모님께서 오늘 아침 아주 일찍 나가셨어요... 울었던 것 같았습니다.’줄리아는 그의 앞에서 좀처럼 울지 않았다.결혼한 4년 동안 그는 줄리아가 슬퍼하는 모습을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보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녀는 고개를 돌리거나 재빨리 눈물을 닦아내거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행동했다.그녀는 거의 불평하지 않았다.자신에게 무엇인가를 요구하지도 않았다.그런데 왜 이번에는 마리아의 그 짧은 한마디가 이렇게까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걸까?그는 기어 변속기 옆에 놓인 휴대전화를 힐끗 바라보았다.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줄리아의 이름을 눌렀다.벨이 한 번 울렸다.두 번.세 번.아무런 응답도 없었다.로드리게스가 미간을 찌푸렸다.줄리아는 그를 무시하는 법이 없었다.자신에게 화가 났을 때조차 그녀는 전화를 받았다. 때로는 차가운 목소리로, 때로는 몇 마디만 짧게 대답했지만, 그래도 항상 전화를 받았다.그가 다시 전화를 걸었다.이번에도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배 속에서 덩어리가 뭉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그는 이런 감각이 싫었다.그는 별다른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다시 속도를 높였다.몇 분 후, 그는 클레멘타인 아리엘의 법률 사무실 앞에 차를 세웠다.엔진을 끄고 잠시 그대로 앉아 있었다.줄리아가 이곳에 왔을 거라는 확신이 거의 들었다.그는 차에서 내려 자신의 방문을 알릴 생각조차 하지 않고 곧장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문을 들어서자마자 비서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NLE 씨, 이러시면 안 됩니다—— 줄리아는 어디 있지?그의 말투에는 어떤 논쟁도 허락하지 않는 단호함이 묻어 있었다.젊은 비서의 몸이 굳었다.— 저...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로드리게스는 양손을 카운터 위에 짚고 그녀 쪽으로 살짝 몸을 기울였다.— 나는 그녀의 남편이야.비서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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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장

줄리아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침실 문을 닫았다.몇 초 동안 그녀는 문에 등을 기대고 그대로 움직이지 않았다.그녀는 가슴 위에 한 손을 올렸다.심장이 너무 세게 뛰어서 거의 아플 정도였다.그녀는 평생 내린 결정 중 가장 힘든 결정을 방금 내렸다.떠나는 것.이번에는 정말로.그녀는 젖은 뺨을 손등으로 재빨리 닦은 뒤 방 안을 둘러보았다.4년.이 벽 안에서 보낸 길고 긴 4년이었다.아무도 들을 수 없는 밤이면 이곳에서 조용히 울었다. 로드리게스가 복도를 지나오는 발소리를 듣고 싶어서, 말도 안 될 만큼 늦은 시간까지 그를 기다렸던 곳도 바로 이곳이었다.그녀는 그의 시선을 기다렸다.작은 행동 하나를.조금의 애정을.언젠가는 자신을 다른 눈으로 바라봐 줄지도 모른다고 수없이 스스로를 달랬다.하지만 더 이상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그 희망은 오래전에 죽었다.그녀는 이제야 그것을 인정할 용기를 찾았을 뿐이었다.줄리아는 옷장을 열어 작은 여행 가방 하나를 꺼냈다.많은 것을 가져갈 생각은 없었다.옷 몇 벌.서류.모아둔 돈.정말 필요한 것만.그리고 아직 버릴 수 없는 몇 가지 추억들.그녀는 가장 아래쪽 서랍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작은 상자 하나를 꺼냈다.뚜껑을 들어 올리는 순간 손가락이 살짝 떨렸다.사진들이었다.로드리게스를 처음 만났던 날.두 사람의 결혼식 날.그리고 결혼한 지 몇 달 후에 찍은 사진 한 장.줄리아는 마지막 사진에서 손을 멈췄다.사진 속 그녀는 로드리게스 옆에 앉아 환하게 웃고 있었다.그녀 옆에서 그는 거의 언제나 그랬듯 진지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때의 그녀는 두 사람이 행복하다고 믿었다.하지만 지금 그 사진은 그녀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그녀는 한참 동안 사진을 바라보다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내가 정말 순진했구나...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사진을 다시 상자 안에 넣었다.그리고 따로 간직해 두었던 마지막 물건에 시선이 닿았다.아기의 초음파 사진이었다.줄리아는 조심스럽게 그것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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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장

줄리아는 곧바로 가방을 자신의 품 쪽으로 더 세게 끌어안았다.— 아무것도 아니야.로드리게스는 움직이지 않았다.그의 시선은 줄리아에게 고정되어 있었고, 이내 그녀가 거의 가슴에 끌어안다시피 하고 있는 가방으로 내려갔다. 지퍼 사이로 무엇인가 삐져나와 있는 것을 그는 분명히 보았다.— 줄리아... 대체 뭘 숨기고 있는 거야?그녀는 맥박이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아무것도 숨기지 않았어.— 그렇다면 보여줘.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거의 평온하게 들릴 정도였다.하지만 그의 눈은 그녀에게서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았다.줄리아는 살짝 고개를 저었다.— 보여줄 게 없어.그녀가 그의 옆을 지나가려 했다.로드리게스는 곧바로 움직여 그녀의 앞을 막았다.줄리아가 그를 올려다보았다.— 이혼하겠다고 했잖아. 짐까지 싸고 있고. 그런데 이제는 네 가방 안에 뭘 넣고 있는지도 말하지 않겠다는 거야. 내가 정말 아무것도 못 본 척하면서 그냥 여기 서 있을 것 같아?이번에는 줄리아가 한참 동안 그를 바라보았다.그녀에게는 그에게 할 말이 너무나 많았다.하지만 입 밖으로 나온 것은 단 하나의 질문이었다.— 넌 내 인생에 대해 뭔가 알려고 한 적이 한 번도 없잖아. 그런데 왜 이제 와서 관심을 갖는 거야?로드리게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 말은 그가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곳보다 훨씬 깊은 곳을 찔렀다.몇 초 후, 그가 낮게 말했다.— 나는 네 남편이야.줄리아는 전혀 기쁘지 않은 미소를 지었다.— 바로 그거야. 넌 내 남편이잖아, 로드리게스.그녀의 목소리가 한층 부드러워졌다.그리고 더욱 슬퍼졌다.— 그런데도 4년 동안 나는 혼자라고 느꼈어.로드리게스가 살짝 시선을 내렸다.줄리아는 계속 말을 이었다.마치 수년 동안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말들이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쏟아져 나왔다.— 내가 슬플 때 뭘 하는지 알아?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모르지.그녀의 눈이 눈물로 반짝였다.— 내가 뭘 먹는 걸 좋아하는지도 모르잖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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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장

로드리게스는 밤새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새벽이 밝자마자 그는 책상 앞에 앉아 휴대전화를 바로 앞에 내려놓았다. 마치 화면을 계속 바라보고 있으면 자신이 기다리던 전화가 나타나기라도 할 것처럼, 자신도 모르게 휴대전화만 바라보고 있었다.클로드가 다시 전화하겠다고 한 지 벌써 한 시간이 넘었다.로드리게스는 초조하게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기분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그때, 마침내 휴대전화가 진동했다.그는 재빨리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그래서?수화기 너머로 클로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목소리에는 망설임이 묻어 있었다.— 정보를 알아냈습니다.로드리게스가 의자에 등을 기대고 있던 몸을 곧바로 일으켰다.— 말해.클로드는 대답하기 전에 잠시 숨을 골랐다.— 줄리아가 며칠 전에 개인 병원에 갔습니다.로드리게스의 눈빛이 차갑게 굳어졌다.— 무슨 일로?짧은 침묵이 흘렀다.그리고 클로드가 대답했다.— 산부인과 진료를 받았습니다.로드리게스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왜?— 로드리게스...— 클로드.짧은 한마디였다.하지만 그 한마디만으로도 상대방에게 지금 당장 대답을 원한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클로드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임신했습니다.로드리게스는 대답하지 않았다.몇 초 동안 그는 움직이지 않은 채 앉아 있었다. 휴대전화는 여전히 그의 귀에 붙어 있었다.임신.그 단어가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거의 잘못 들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확실해?— 네. 몇 번이나 확인했습니다.로드리게스는 너무 갑작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가 뒤로 밀려났다.— 몇 주야?— 약 8주 정도입니다.8주.로드리게스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그의 머릿속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날짜를 계산하기 시작했다.그리고 곧 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이 아이는...자신의 아이였다.자신과 줄리아의 아이.그는 천천히 손을 들어 얼굴을 쓸어내렸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줄리아는 알고 있었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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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장

줄리아의 질문이 두 사람 사이에 그대로 남았다.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그렇다고 말하면... 당신은 아이를 위해서 남을 건가요? 아니면...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 남을 건가요?로드리게스는 대답하지 않았다.그는 줄리아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마치 지금 처음으로 그녀를 제대로 바라보고 있는 사람처럼 한참 동안 그녀를 바라보았다.줄리아의 눈은 여전히 붉었다. 울고 있었지만 더 이상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그녀는 그저 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이번에는 그의 침묵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의 눈빛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고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그가 말하기를 원했다.마침내 마음속에 있는 진심을 말해 주기를 원했다.로드리게스의 시선이 천천히 그녀의 배로 향했다.자신의 아이.그 생각이 그를 정면으로 강하게 때린 듯했다.몇 초 동안 그의 표정이 달라졌다. 숨기기 힘든 감정이 그의 눈동자를 스쳐 지나갔다.그가 그녀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줄리아...— 대답해 줘.줄리아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지만, 그녀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당신이 의무감 때문에 남는 건 싫어요. 죄책감 때문에 나와 함께하는 결혼 생활을 다시 시작하는 것도 싫어요.로드리게스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난 몰랐어.줄리아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요.그는 목 뒤를 한 손으로 쓸어내렸다. 도무지 적절한 말을 찾지 못하는 듯했다.— 내가 알았더라면...줄리아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 그랬다면 뭘 했을 것 같아요?로드리게스는 입을 다물었다.아무런 대답도 나오지 않았다.줄리아는 몇 초 동안 기다렸다.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이미 답을 알아버렸다.— 역시 내가 생각한 그대로네요.그녀는 몸을 숙여 여행 가방을 다시 집어 들었다.— 날 보내줘요.그녀가 몇 걸음 옮겼을 때, 로드리게스가 조심스럽게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안 돼.줄리아가 뒤돌아보았다.그녀는 그의 손에서 자신의 팔을 빼냈다.— 왜요?그가 그녀를 바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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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장

줄리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빌라를 떠났다.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이 너무나 힘겨웠다.다리는 납덩이처럼 무거웠다. 마치 마음 한구석에서는 아직도 그곳에 남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울고 싶었다.차라리 다시 돌아가 로드리게스에게 자신을 붙잡아 달라고 말하고 싶기도 했다.하지만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 있을까?그녀는 4년을 기다렸다.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다정한 행동 하나, 달라진 눈빛 하나, 자신이 그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해 줄 몇 마디를 기다렸다.하지만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이제는 자신을 생각해야 했다.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아기를 생각해야 했다.대문 앞에는 자동차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줄리아를 발견한 샘은 곧바로 차에서 내렸다.— 줄리아?그녀가 그의 앞에서 멈춰 섰다.— 여기서 뭐 하는 거야?샘은 그녀의 뒤에서 차 문을 닫았다.— 클레망틴에게 연락이 왔어.줄리아가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클레망틴이 너한테 전화했어?— 응. 너를 데리러 와 달라고 했어. 혼자 떠날까 봐 걱정된다고 하더라.줄리아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그녀의 시선이 샘의 뒤편으로 향했다.방금 자신이 떠나온 거대한 빌라.그녀는 그곳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모든 방.모든 복도.모든 추억.줄리아는 마지막으로 커다란 창문을 바라보았다.그리고 그를 보았다.로드리게스가 안에 서 있었다.꼼짝도 하지 않은 채.마치 그녀가 떠난 순간부터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은 사람처럼.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몇 초 동안 줄리아는 주변의 모든 것이 사라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그녀는 그가 무언가 행동하기를 기다릴 수도 있었다.문을 열고 나와 주기를.자신에게 다가와 주기를.하지만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그래서 줄리아는 시선을 돌렸다.— 가자.샘이 그녀를 위해 차 문을 열어 주었다.차에 오르기 직전, 줄리아가 멈춰 섰다.그녀의 손이 조심스럽게 배 위에 올라갔다.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혼잣말처럼 작게 중얼거렸다.— 이번에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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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장

자동차는 도심 한가운데에 있는 현대적인 건물 앞에서 속도를 늦추더니 멈췄다.줄리아는 몇 초 동안 창밖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이 동네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었다. 주변에 어떤 상점이 있는지, 식당은 어디에 있는지, 심지어 어떤 길들이 이어져 있는지도 아직 몰랐다.그런데도 마음 한구석이 조금씩 편안해졌다.오랜만에 처음으로 숨을 제대로 쉴 수 있을 것 같았다.더 이상 존재하기 위해 누군가의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자유였다.샘이 시동을 끄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도착했어.줄리아는 안전벨트를 풀고 천천히 차에서 내렸다.— 고마워.샘은 트렁크를 열어 그녀의 여행 가방을 꺼냈다.줄리아가 직접 가져가려고 했지만, 샘이 먼저 들어 올렸다.— 고맙다는 말은 안 해도 돼.그녀는 조금 난처한 표정으로 그를 몇 초 동안 바라보았다.— 너한테 폐가 되고 싶지는 않아.샘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넌 나한테 폐가 아니야.그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떠올랐다.— 이 건물에 비어 있는 아파트가 하나 있어. 네가 원하는 만큼 오래 지내도 돼.줄리아가 곧바로 입을 열어 거절하려 했다.— 샘...샘이 한 손을 들어 그녀의 말을 막았다.— 그냥 오랜 친구끼리 서로 도와주는 거라고 생각해.줄리아는 다시 망설였다.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무엇보다 지금까지 겪은 일을 생각하면, 이제는 혼자 힘으로 살아가고 싶었다.하지만 샘은 그녀에게 어떠한 부담도 주지 않았다.결국 줄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아파트는 소박했지만 아늑했다.로드리게스의 빌라처럼 화려하지 않았다.그런데도 줄리아는 이상할 만큼 이곳이 편안하게 느껴졌다.거실 한쪽에는 커다란 통유리창이 자리하고 있었고, 그 너머로 도심의 건물들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였다.작은 주방에는 필요한 것들이 모두 갖춰져 있었다.줄리아는 소파 위에 가방을 내려놓고 주변을 둘러보았다.아직 자신의 집은 아니었다.적어도 지금은.하지만 이상하게도 전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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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장

줄리아는 천천히 눈을 떴다.몇 초 동안 그녀는 등을 대고 누운 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천장을 바라보았다.방 안은 조용했다.커튼 사이로 햇살 한 줄기가 들어와 침대 끝을 따뜻하게 비추고 있었다.그러다 어젯밤의 기억이 떠올랐다.NLE 가문의 저택.로드리게스.이혼.그녀는 정말로 로드리게스를 떠났다.가슴을 가득 채운 이상한 해방감이 느껴졌다.하지만 동시에 목구멍이 꽉 막히는 듯한 답답함도 밀려왔다.그녀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본능적으로 배 위에 손을 올렸다.— 안녕, 우리 아기.그녀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번졌다.이번에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그리고 오랜만에 처음으로 그 생각이 그녀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그로부터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로드리게스는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새벽부터 그는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그의 앞에는 이혼 서류가 펼쳐져 있었다.이미 여러 번 확인한 서류였다.그런데도 그의 시선은 계속 같은 곳으로 돌아갔다.줄리아 마르티네스.그는 천천히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그는 줄리아가 자신의 삶에 들어왔던 날을 떠올렸다.그때 그는 오직 한 가지 생각만 하고 있었다.그녀에게 진 빚을 갚는 것.줄리아는 그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었다.그래서 그는 그녀와 결혼한다면 적어도 그녀가 마땅히 누려야 할 편안한 삶과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것이 자신이 그녀에게 줄 수 있는 전부라고 믿었다.하지만 그는 틀렸다.시간이 흐르면서 줄리아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의 일상 속에서 너무나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그녀의 존재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 되어 있었다.어쩌면 지나치게 자연스러웠을지도 모른다.그는 줄리아가 자신에게 정말 어떤 의미인지 알려고 한 적이 없었다.그녀가 떠나겠다고 결심하기 전까지는.그때 휴대전화 벨소리가 그의 생각을 끊었다.그가 전화를 받았다.— NLE 회장님, 회의가 10분 후에 시작됩니다.로드리게스는 몇 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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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장

Rodriguez는 카페 앞에 한동안 서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차로 돌아가 그대로 떠날 수도 있었다. 어쩌면 그게 가장 현명한 선택일지도 몰랐다.그런데도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유리창 너머로 Julia가 Sam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그녀는 웃고 있었다.예전에 모든 것이 괜찮은 척하기 위해 그에게 보여주던 작고 예의 바른 미소가 아니었다.달랐다.꾸밈없이 자연스러운 미소였다.그녀는 정말로 행복해 보였다.Rodriguez는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잠시 시선을 돌려보았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결국 그는 카페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입구 위에 달린 작은 종이 맑게 울렸다.Julia가 고개를 돌렸다.그녀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Rodriguez?Sam도 뒤를 돌아보았다.Julia는 천천히 컵을 내려놓았다.— 여기서 뭐 하는 거야?Rodriguez가 그들의 테이블로 다가갔다.— 널 보러 왔어.Julia는 시선을 내렸다.그녀의 손가락이 긴장한 듯 컵 가장자리를 만지작거렸다.— 왜?그가 입을 열었다.보고 싶었다고 말하고 싶었다.그녀가 떠난 뒤로 집이 이상할 정도로 텅 빈 것처럼 느껴졌다고.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밤새 그녀 생각만 했다고.하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그 말들은 너무 어려웠다.Sam은 자신이 방해가 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의자를 뒤로 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사람이 이야기할 수 있게 나는 먼저 갈게.Julia가 곧바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니. 있어.Rodriguez의 몸이 굳었다.단 두 마디였다.있어.Julia가 자신에게 남아 달라고 부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질투가 가슴을 찔렀지만, 그는 곧바로 그 감정을 삼켰다.그에게는 그럴 권리가 없었다.무엇보다 그녀를 4년 동안 혼자 내버려 둔 건 바로 자신이었다.— 네가 다시 일을 시작하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그가 마침내 말했다.— 응.— 내가 도와줄 수 있어.J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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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장

2주.Julia가 집을 떠난 지 벌써 2주가 지났다.그리고 그 14일 동안 Rodriguez는 결코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집이 끔찍할 정도로 조용해졌다는 것을.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면 그의 시선은 여전히 저절로 거실을 향했다.몇 초 동안 그는 그녀가 안락의자에 앉아 두 손에 책을 펼쳐 들고 있는 모습을 볼 것만 같았다.그러다 그는 현실을 떠올렸다.Julia는 더 이상 이곳에 없었다.그녀의 빈자리는 집 안 모든 곳에 자리 잡은 것처럼 느껴졌다.Maria가 늘 그의 아침 식사를 준비하던 주방에도.아직도 그녀의 향기가 희미하게 남아 있는 침실에도.그리고 Julia가 혼자 있고 싶을 때 자주 찾아가던 정원에도.Rodriguez는 가끔 아무 이유 없이 문 앞에 멈춰 서곤 했다.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아무리 자신에게 그저 집일 뿐이라고 말해도, 그는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Julia가 빈자리를 남겼다.하지만 그는 그 빈자리를 어떻게 채워야 할지 알지 못했다.조금씩 그는 자신에게 Julia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였는지를 깨닫기 시작했다.그리고 그 깨달음은 너무 늦게 찾아왔다.---한편, Julia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그녀는 작은 실내 인테리어 회사에 다시 취직했다.예전에 자신이 몸담았던 화려하고 명망 높은 세계와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하지만 그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오히려 자신의 하루가 마음에 들었다.매일 아침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야 할 이유가 있었다.자신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때로는 녹초가 될 만큼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왔다.하지만 저녁이 되어 자신이 하루 동안 해낸 일을 바라볼 때면 작은 자부심이 마음을 따뜻하게 감쌌다.그녀는 다시 자신을 위해 살아가기 시작했다.그리고 무엇보다 이제는 Rodriguez에게 의지할 필요가 없었다.Sam은 종종 그녀를 도와주기 위해 곁에 있어 주었다.그는 사적인 질문을 하지 않았다.그녀의 결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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