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의무로 나와 결혼했지만 너무 늦게 나를 사랑: Chapter 21 - Chapter 30

100 Chapters

제21장

몇 분 후, 로드리게스는 NLE 그룹 본사에 도착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최상층의 조용한 복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누군가를 찾을 필요조차 없었다.다이애나가 이미 그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녀는 우아한 검은 드레스를 입고 무심한 듯 손가락 사이로 휴대폰을 돌리고 있었다. 로드리게스를 보자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왔네.로드리게스는 멈추지 않았다.— 네가 줄리아에 대해 알려줄 게 있다고 했잖아.그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시간을 낭비하러 온 것이 아니라는 게 분명했다.다이애나가 그의 뒤를 따라갔다.— 그래.두 사람은 그녀의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로드리게스는 뒤에서 문을 닫은 뒤 그녀를 향해 돌아섰다.— 말해.다이애나는 잠시 침묵했다.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르는 듯했다. 결국 그녀는 책상 위에 휴대폰을 내려놓고 사진 한 장을 화면에 띄웠다.로드리게스가 화면을 힐끗 바라보았다.그리고 그대로 굳어버렸다.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이 사진은……그는 알고 있었다.4년 전, 사고가 일어났던 날 찍힌 사진이었다.사진 속에는 자신의 차 근처에 서 있는 줄리아가 있었다. 그녀가 자신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기 불과 몇 분 전의 모습이었다.로드리게스는 화면 앞으로 다가갔다.— 이걸 어디서 찾았어?— 어제 받았어.그가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누구한테?다이애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날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야.로드리게스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다이애나는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진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야.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불쾌한 압박감이 밀려왔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다이애나가 그에게 몇 걸음 다가갔다.— 그 사고가 네가 생각했던 것처럼 단순한 일이 아니었을지도 몰라.로드리게스는 움직이지 않았다.— 로드리게스…… 그날 누군가 너를 해치려고 했어.그의 시선이 다시 사진으로 향했다.몇 초 동안 그의 눈에는 줄리아만 보였다.그리고 곧바로 한 가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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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장

로드리게스는 NLE 그룹 본사를 나서면서 머릿속에 오직 한 가지 생각만을 품고 있었다.진실을 밝혀내야 한다.차에 올라탄 그는 다이애나가 건넨 봉투를 조수석에 내려놓았다. 하지만 곧바로 시동을 걸지는 않았다.그의 두 손은 여전히 운전대 위에 놓여 있었다.사진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떠올랐다.줄리아.그는 그날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줄리아는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차를 보자 생각할 틈도 없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달려들었다.당시 그는 그녀의 행동을 그저 용감한 여자의 행동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렇게 생각할 수 없었다.만약 그 일이 처음부터 우연이 아니었다면?그때 휴대폰이 울렸다.로드리게스는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클로드.— 뭔가 알아냈어?로드리게스의 목소리는 긴장되어 있었다.— 아직은 아니야. 하지만 그 차량의 최초 소유주 이름을 찾아냈어.로드리게스가 좌석에서 몸을 일으켰다.— 누구야?클로드가 잠시 침묵했다.— 예전에 NLE 그룹과 계약을 맺고 일했던 보안 회사야.로드리게스의 미간이 좁혀졌다.— 우리 회사와 관련된 사람이야?— 바로 그 부분을 확인하고 있어.로드리게스는 앞에 펼쳐진 도로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몇 초 동안 생각한 뒤 그가 대답했다.— 조용히 진행해.— 알겠어.통화가 끊겼다.로드리게스는 한동안 움직이지 않은 채 있다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그리고 마침내 엔진에 시동을 걸었다.하지만 그는 본사 방향으로 차를 몰지 않았다.교차로에서 방향을 틀어 곧장 줄리아의 아파트로 향하는 길에 들어섰다.---줄리아가 부엌에 있을 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그녀는 재빨리 손을 닦고 현관으로 향했다.샘일 거라고 생각했다.문을 열자 그녀의 얼굴에 살짝 미소가 떠올랐다.그러나 곧 그 미소는 사라졌다.문 앞에 로드리게스가 서 있었다.— 여기엔 왜 왔어?그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그의 시선이 줄리아의 얼굴에 머물렀다.줄리아는 변해 있었다.예전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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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장

샘은 뒤에서 조용히 문을 닫았다.몇 초 동안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그의 시선이 줄리아에게서 로드리게스로 향했다. 두 사람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방 안에 감도는 긴장감은 곧바로 느껴졌다.— 네가 손님을 맞고 있는 줄 몰랐어.샘이 차분하게 말했다.줄리아가 작게 미소 지었다.— 로드리게스는 이제 갈 거야.로드리게스가 천천히 그녀를 바라보았다.그 몇 마디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상처가 되어 가슴에 박혔다.그는 이제 갈 사람이었다.하지만 그는 4년 동안 그녀의 남편이었다.함께 집을 나누고, 같은 성을 사용하고, 함께 삶을 살아온 4년이었다.그런데 이제 줄리아의 아파트에 서 있는 자신이 마치 낯선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냥 네 안부가 궁금해서 온 거야.그가 대답했다.샘이 팔짱을 꼈다.— 줄리아는 괜찮아.로드리게스의 눈빛이 차갑게 굳었다.— 너한테 물어본 게 아니야.— 그만해.줄리아가 끼어들었다.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두 남자를 멈추게 하기에 충분했다.그녀가 로드리게스를 바라보았다.— 나한테 할 말이 있었잖아. 이미 했어.로드리게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무언가 더 말하고 싶었다. 몇 분이라도 더 머물 수 있는 이유가 필요했다.하지만 이제 자신이 이곳에 있을 자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잠시 후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갈게.그가 문으로 향했다.손이 막 문손잡이에 닿았을 때, 그는 걸음을 멈췄다.그리고 뒤돌아보았다.— 줄리아.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왜?로드리게스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너한테 다시 돌아오라고 요구하지 않을게.줄리아가 살짝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아기를 위해서 내가 곁에 있을 수는 있게 해줘.이번에는 그녀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그녀는 자신의 배를 내려다본 뒤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알겠어.로드리게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문을 열고 아무 말도 덧붙이지 않은 채 밖으로 나갔다.---복도에 나온 그는 한동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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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장

로드리게스는 오랫동안 차 안에 앉아 있었다.서류는 여전히 그의 무릎 위에 놓여 있었고, 같은 페이지가 펼쳐져 있었다. 몇 번이나 다시 읽어도 그곳에 적힌 이름은 변하지 않았다.앙리 NLE.자신의 아버지였다.그는 방금 발견한 사실이 단순한 손짓 하나로 사라지기라도 바라는 듯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말도 안 돼……그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그는 휴대폰을 꺼내 클로드에게 전화를 걸었다.몇 번의 신호음이 울린 뒤 통화가 연결되었다.— 사고가 있었던 날짜를 전후로 아버지와 관련된 모든 거래 내역을 확인해 줘.전화기 너머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 로드리게스, 정말 여기까지 가도 괜찮겠어?— 당연하지.클로드가 다시 망설였다.— 네 가족과 관련된 일이라도?로드리게스는 서류를 내려다보았다.잠시 침묵한 뒤 대답했다.— 가족과 관련된 일이라면 더더욱.그는 전화를 끊었다.이번에는 더 이상 생각만 하고 있지 않았다.그는 곧바로 차에 시동을 걸었다.---아파트에서 줄리아는 여전히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소파에 누운 채 어둠 속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 손은 배 위에 놓여 있었고,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생각이 끊임없이 맴돌았다.로드리게스가 아기의 존재를 알게 된 이후, 그녀는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두려웠다.로드리게스 그 자체가 두려운 것은 아니었다.이 임신이 두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바꿔놓을지가 두려웠다.그녀는 자신의 아이가 로드리게스가 곁에 남는 이유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자신을 있는 그대로 선택해 주기를 바랐다.의무감 때문이 아니라.두 사람이 아이를 갖게 되었기 때문이 아니라.그녀는 몇 초 동안 눈을 감았다.그때 부엌 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몸을 일으켰다.샘이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너도 안 자?샘이 돌아보며 물었다.줄리아가 작게 미소 지었다.— 나도 똑같이 물어볼 수 있잖아.샘이 살짝 어깨를 으쓱했다.— 네가 먹을 걸 좀 만들어 주려고.줄리아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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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장

로드리게스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그는 앙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앙리는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아들의 표정을 마주하고 있었다.마치 익숙한 아버지의 얼굴에서 자신이 평생 알고 지냈던 사람이 맞는지 확인하려는 듯했다.— 나한테 위협이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거예요?앙리가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 상황이 위험해지기 전에 내가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로드리게스가 짧게 웃었다. 웃음에는 조금의 기쁨도 없었다.— 그런데 실패했죠.그의 목소리가 떨렸다.분노가 있었다.하지만 그 분노 뒤에는 무엇보다 오랫동안 마음속 깊이 묻어두었던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었다.— 줄리아가 죽을 뻔했어요!앙리가 눈을 감았다.그는 몇 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알고 있다.— 아니요. 아버지는 몰라요.로드리게스는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서류를 집어 들어 아버지 앞에 거칠게 내리쳤다.— 그날 내가 뭘 봤는지 아버지는 몰라요. 그녀가 그 차 앞에 뛰어들었을 때 내가 어떤 기분이었는지도 몰라요.그날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앙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로드리게스는 방 안을 몇 걸음 오가다가 갑자기 몸을 돌렸다.— 왜요?그의 시선이 아버지의 눈에 꽂혔다.— 왜 누군가 나를 죽이려고 했던 거예요?앙리는 길게 숨을 들이마셨다.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듯했다.— 어떤 사람들은 네가 내 자리를 이어받는 걸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로드리게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제 자리요?— 그때 나는 이미 네게 경영권을 물려줄 준비를 시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회사 안의 몇몇 사람들이 그걸 반대하고 있었지.로드리게스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누구예요?앙리는 침묵했다.그러다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의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삼촌이다.로드리게스의 몸이 굳었다.— 클로드요?— 아니.앙리가 고개를 저었다.— 네가 거의 들어본 적 없는 다른 삼촌이다.로드리게스는 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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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장

줄리아는 끔찍한 밤을 보냈다.전날 걸려 온 익명의 전화 이후, 그녀는 눈을 감을 때마다 그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다시 들리는 것 같아 잠을 이룰 수 없었다.「NLE 가문에 남아 있었어야 했어.」그저 자신을 겁주기 위한 협박일지도 모른다고 몇 번이나 되뇌었지만, 그녀의 본능은 그 말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었다.거실에서는 샘이 소파에서 잠들어 있었다.그는 그녀를 병원에 데려다준 뒤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거부했다.그녀가 괜찮은지 확실히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다행히 의사는 두 사람을 안심시켜 주었다.아기는 건강했다.줄리아는 그 말을 떠올릴 때마다 다시 한번 큰 안도감을 느꼈다.그녀는 조심스럽게 배 위에 손을 올렸다.— 아무도 우리를 해치게 두지 않을 거야.그 순간 침대 옆 탁자 위에 놓여 있던 휴대전화가 진동했다.줄리아는 깜짝 놀랐다.그녀는 급하게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로드리게스:「어때? 너와 아기는 괜찮아?」줄리아는 몇 초 동안 화면을 바라보았다.왜 이 남자의 몇 마디가 아직도 자신에게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치는 걸까?그녀는 결국 답장을 입력했다.「우리는 괜찮아.」로드리게스의 답장은 거의 바로 도착했다.「다행이야.」줄리아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녀는 다른 질문을 기다리고 있었다.아직도 아파?필요한 건 없어?뭐든지.하지만 휴대전화는 더 이상 울리지 않았다.그녀는 결국 휴대전화를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몇 분이 흘렀다.그러다 다시 화면이 켜졌다.두 번째 메시지였다.「미안해.」줄리아의 몸이 굳었다.그녀는 그 세 글자를 다시 읽었다.그리고 또 한 번.미안해.단순한 말이었다.하지만 로드리게스가 한 말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그 말은 그녀가 인정하고 싶지 않을 만큼 큰 영향을 주었다.지난 4년 동안 그는 거의 사과하지 않았다.꼭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줄 몰라서만은 아니었다.마음 깊은 곳에서 그는 항상 자신과의 결혼을 그녀가 갚아야 할 빚처럼 여겼다.마치 자신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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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장

다이애나는 줄리아의 집 앞에서 몇 초 동안 움직이지 못한 채 서 있었다.자신도 모르는 사이 두 손이 꽉 주먹을 쥐고 있었다.방금 자신이 본 줄리아는 예전에 알던 조용하고 존재감 없이 지내던 여자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그녀는 변했다.그리고 그 변화는 다이애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그때 그녀의 손에 들린 휴대전화가 진동했다.로드리게스에게서 온 메시지였다.「왜 줄리아를 찾아갔어?」다이애나는 몇 초 동안 화면을 바라보았다.그는 자신이 이곳에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녀는 서둘러 답장을 입력했다.「그냥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어.」답장은 곧바로 돌아왔다.「내 허락 없이 다시는 그녀의 집에 가지 마.」다이애나의 얼굴이 굳어졌다.내 허락 없이?로드리게스가 언제부터 줄리아를 그렇게 신경 쓰기 시작한 걸까?그녀는 휴대전화 화면을 잠그고 가방 안에 넣었다.이번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로드리게스에게 무언가가 달라졌다.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줄리아가 있었다.---한편, 로드리게스는 클로드에게 요청했던 정보를 막 전달받은 참이었다.그는 책상 위에서 서류 파일을 펼쳤다.페이지를 넘길수록, 그는 자신이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았던 줄리아의 삶 일부를 발견하게 되었다.줄리아는 언제나 자신의 회사를 직접 세우고 싶어 했다.그녀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여행을 떠나 다른 나라들을 보고 싶어 했고, 지금까지의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하기를 꿈꿨다.하지만 무엇보다도, 두 사람이 결혼한 후 줄리아에게 여러 차례 직업적인 기회가 찾아왔었다.그리고 줄리아는 그 모든 기회를 거절했다.자신을 위해서였다.로드리게스는 한동안 서류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목구멍이 꽉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거의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하나둘 떠올랐다.어떤 저녁이면 줄리아는 그의 곁에 앉아 자신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다.자신이 이루고 싶은 것을 이야기할 때면 그녀의 눈에는 작은 빛이 반짝였다.하지만 당시의 그는 거의 귀를 기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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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장

줄리아는 전화를 끊은 뒤에도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휴대전화는 여전히 손에 들려 있었지만, 더 이상 화면을 바라보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눈앞의 한곳을 바라보며, 로드리게스가 마지막으로 했던 말을 머릿속에서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다.‘네가 완전히 내 곁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내가 인정하고 싶은 것보다 훨씬 더 아파.’줄리아는 조용히 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다시 기대하지 마...그녀는 누구보다 로드리게스를 잘 알고 있었다.그는 어느 날에는 다정하고 세심한 사람이었다가, 다음 날이면 차갑고 누구도 다가갈 수 없는 사람으로 변하곤 했다. 그녀는 이미 그런 변화를 경험한 적이 있었다.더 이상 몇 마디의 달콤한 말에 자신의 미래를 걸고 싶지 않았다.정말 그의 마음이 변했다면, 그는 그것을 직접 보여줘야 했다.약속이 아니라.행동으로.---다음 날 아침, 줄리아는 평소처럼 회사로 출근했다.가방을 내려놓고 의자를 당겨 앉자마자 한 동료가 급하게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줄리아, 이사님이 너를 찾으셔.줄리아가 고개를 들었다.— 나를?— 응. 지금 바로.줄리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이사실로 향했다.문을 두 번 가볍게 두드린 뒤 안으로 들어갔다.— 저를 찾으셨나요?남자는 그녀에게 미소를 지으며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네. 제안 하나를 드리고 싶어서요.그는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서류를 집어 그녀에게 내밀었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들어왔습니다. 대형 개인 주택을 전체적으로 리모델링하는 공사입니다. 집주인이 처음부터 끝까지 공사를 책임지고 진행할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줄리아는 재빨리 서류를 펼쳤다.첫 페이지를 훑어본 뒤 설계도를 살펴보았다.그녀의 눈이 살짝 커졌다.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바로 그녀가 오래전부터 맡아보고 싶었던 종류의 프로젝트였다.중요한 프로젝트.진짜 책임이 따르는 일.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이사를 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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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장

줄리아는 잔을 내려다보며 손가락으로 잔의 다리를 무심하게 빙빙 돌렸다.— 당신은 모든 게 너무 간단한 것처럼 말하네.로드리게스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도 그게 절대 간단하지 않다는 걸 잘 알아.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줄리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4년 동안 나는 우리 결혼이 그저 의무일 뿐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이제야 알겠어. 우리 삶을 이렇게 힘들게 만든 건 결국 나였다는 걸.줄리아는 목이 꽉 조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그녀는 이 말을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려왔던가.그런데 왜 막상 듣고 나니 여전히 이렇게 아픈 걸까?— 이제야 이해한 거야?— 응.로드리게스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자신을 변호하려 하지도 않았고,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지도 않았다.그 예상하지 못한 진심이 오히려 줄리아를 당황하게 했다.줄리아는 작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럼 다이애나는?로드리게스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그는 가장 적절한 말을 찾으려는 듯 몇 초 동안 침묵했다.— 다이애나는 내 과거야.줄리아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그녀를 사랑했잖아.— 그렇게 생각했어.— 지금은?로드리게스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대답했다.— 지금은 모르겠어. 내가 그녀에게 느꼈던 감정이 정말 사랑이었는지... 아니면 단순히 하나의 기억에 대한 집착이었는지.줄리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로드리게스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너와는 달라.줄리아의 심장이 작게 뛰었다.하지만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네가 곁에 있을 때는 네가 존재한다는 것조차 제대로 의식하지 못했어. 그런데 네가 떠나고 나니까... 어디를 가든 네 빈자리가 느껴져.줄리아는 곧바로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그의 말은 여전히 그녀의 마음을 흔들 힘이 있었다.그 사실이 싫었다.그녀는 이 남자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렇게 오랫동안 애써왔으니까.— 로드리게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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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장

줄리아가 막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휴대전화가 진동했다.그녀는 열쇠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화면을 바라보았다.모르는 번호로부터 메시지가 와 있었다.「정말 당신이 남편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줄리아는 미간을 찌푸렸다.그녀는 몇 초 동안 대답하지 않은 채 화면을 바라보았다.대체 누가 이런 메시지를 보낸 걸까?휴대전화가 다시 진동했다.「그에게 왜 당신과 결혼했는지 물어봐.」줄리아는 가슴 한쪽이 묵직해지는 것을 느꼈다.번호를 차단할 수도 있었다.대화를 삭제하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갈 수도 있었다.아마 그렇게 하는 것이 맞았을 것이다.하지만 그녀가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세 번째 메시지가 도착했다.이번에는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줄리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사진을 열었다.사진이 화면에 나타나는 순간, 그녀의 표정이 굳어졌다.로드리게스였다.그리고 다이애나.그 사진은 로드리게스와 결혼하기 며칠 전, 한 호텔 앞에서 찍힌 것이었다.다이애나는 로드리게스의 팔에 매달린 채 서 있었고, 두 사람은 함께 웃고 있었다.줄리아는 그들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다이애나가 로드리게스의 인생에서 중요한 사람이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럼에도 그 사진은 그녀에게 묘한 불편함을 안겨주었다.그녀는 사진을 확대했다.그리고 그대로 굳어버렸다.로드리게스의 손에는 작은 상자가 들려 있었다.줄리아는 그 상자를 한눈에 알아보았다.자신이 결혼식 날 그에게서 받았던 반지가 들어 있던 상자였다.그녀는 화면 속 작은 상자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왜 결혼하기도 전에 그 상자가 다이애나와 함께 있었던 걸까?줄리아는 다시 메시지를 확인했다.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당신은 모든 진실을 알 자격이 있어.」그리고 몇 초 후 또 다른 메시지가 왔다.「내일 오후 3시에 만나요. 로열 호텔. 혼자 오세요.」줄리아는 휴대전화를 천천히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이 모든 것을 삭제했어야 했다.당장 로드리게스에게 전화를 걸었어야 했다.하지만 그녀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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