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의무로 나와 결혼했지만 너무 늦게 나를 사랑: Chapter 1 - Chapter 10

100 Chapters

제1장

4년 후…Julia Martinez는 침실 거울 앞에 몇 초 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손가락이 무의식적으로 아이보리색 드레스의 천을 매만졌다. 드레스는 그녀에게 완벽하게 어울렸다. 하지만 그녀가 거울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은 드레스가 아니었다.그녀의 시선은 눈 밑에 희미하게 내려앉은 다크서클과, 억지로 미소를 지으려 애쓰지만 끝내 제대로 웃지 못하는 자신의 얼굴에 머물렀다.화장으로도 오랫동안 그녀 안에 자리 잡은 피로를 완전히 감출 수는 없었다.오늘은 NLE 그룹의 창립 50주년 기념일이었다.최고의 경영자들과 투자자들, 주요 파트너들과 언론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화려하고 성대한 갈라 행사였다.그리고 여느 공식 행사 때와 마찬가지로, 그녀는 남편의 곁에 있어야 했다.Julia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신 뒤 문을 열었다.Rodriguez NLE는 이미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완벽하게 몸에 맞는 검은 턱시도를 입은 그는 차분하게 소매 단추를 채우고 있었다. 그의 모든 동작은 정확하고 절제되어 있었다. 거의 기계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여전히 눈부시게 잘생긴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다. 그 표정은 닫혀 있었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Julia는 잠시 그를 바라보았다.4년.같은 지붕 아래에서 함께 살아온 4년이었다.그녀는 그의 습관을 손바닥 보듯 알고 있었다.매일 아침, 설탕을 넣지 않은 커피.자정이 훨씬 지나서야 끝나는 회사에서의 늦은 밤.직원들에게 가끔씩 보여주는 희미한 미소.그녀는 그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단 하나, 그의 마음만 빼고.결혼한 지 4년이 지났지만, 그는 그녀가 그토록 듣고 싶어 했던 세 마디를 단 한 번도 속삭여 준 적이 없었다.사랑해.“준비됐어?”Rodriguez가 그녀를 바라보지도 않은 채 재킷을 집어 들며 물었다.Julia는 가슴을 조여 오는 아픔을 꾹 삼키고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응.”그는 차 열쇠를 집어 들었다.“가자.”차 안에서는 익숙한 침묵이 흘렀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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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Julia는 그대로 얼어붙은 채 서 있었다.주변에서는 여전히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잔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으며, 카메라 플래시도 끊임없이 터지고 있었다.하지만 그녀에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그녀의 시선은 오직 Rodriguez에게 고정되어 있었다.그는 마치 잃어버렸던 자신의 일부를 되찾은 사람처럼 Diana를 바라보고 있었다.4년.결혼 생활 4년 동안 Julia는 그의 표정 하나하나를 알아보는 법을 배웠다.차분함, 진지함, 무뚝뚝함…하지만 지금 그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만큼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진심이 담긴 미소였다.환하게 빛났고, 어딘가 다정하기까지 했다.“Diana…”Rodriguez가 평소보다 훨씬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Diana는 망설임 없이 그에게 다가갔다.그녀의 자신감은 너무나 자연스러웠다.마치 두 사람 사이에 흐른 세월 따위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Diana는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많이 변했네.”Rodriguez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진짜 웃음이었다.“너도 마찬가지야.”Julia의 심장이 꽉 조여왔다.그 웃음소리…그녀는 언젠가 집에서, 함께 저녁을 먹다가 혹은 아무렇지 않은 대화를 나누던 중에 그 웃음소리를 듣고 싶다고 얼마나 간절히 바랐던가.그제야 Julia는 깨달았다.그 웃음은 애초에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그녀는 그저 되살아난 과거의 한 장면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Diana가 마침내 Julia에게 시선을 돌렸다.그녀의 미소는 여전히 예의 바르고 정중했다.“당신이 Julia군요.”“네… 만나서 반가워요.”Julia는 목이 바싹 말라 있었지만 최대한 부드럽게 대답했다.Diana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제가 없는 동안 Rodriguez를 잘 돌봐주셔서 고마워요.”말투는 우아했다.공격적인 느낌은 전혀 없었다.그런데도…Julia는 속이 서서히 뒤틀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제가 없는 동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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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Julia의 손가락 사이에서 휴대전화가 다시 한 번 진동했다.그녀는 꼼짝도 하지 않은 채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메시지를 다시 읽었다.한 번.두 번.세 번.마치 몇 번을 읽으면 글자가 다른 내용으로 바뀌기라도 할 것처럼.「NLE 사모님, 검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병원으로 방문해 주시기 바랍니다.」목이 꽉 조여왔다.몇 주 전부터 그녀의 몸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찾아오는 메스꺼움.예고도 없이 찾아오는 어지럼증.그리고 몸에 달라붙은 것처럼 떨어지지 않는 피로감…처음에는 모두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함께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충분히 지칠 수 있으니까.하지만 담당 의사는 혹시 모를 상황을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혹시…Julia는 잠시 눈을 감았다.아니.확실한 결과를 듣기 전까지 섣불리 기대하고 싶지 않았다.“Julia?”Rodriguez의 목소리에 그녀는 화들짝 놀랐다.Julia는 곧바로 고개를 들었다.“거의 먹지 않잖아.”그녀는 억지로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별로 배가 고프지 않아.”Rodriguez의 시선이 몇 초 동안 그녀에게 머물렀다.그는 무언가 더 물어볼지 망설이는 듯했다.하지만 한 여자의 목소리가 그 짧은 순간을 끊어버렸다.“Rodriguez, 잠깐 빌려도 될까?”Diana가 언제나 그렇듯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의 테이블로 다가와 있었다.Rodriguez는 거의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다.“물론이지.”그 두 마디만으로 Julia의 가슴은 다시 무너져 내렸다.그는 그녀에게 괜찮은지조차 묻지 않았다.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망설임도 없었다.그는 그저 Diana와 함께 떠났다.마치 Julia가 수많은 손님들 사이에 조용히 앉아 있는 하나의 존재에 불과한 것처럼.Julia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눈으로 따라갔다.그들은 놀라울 정도로 자연스럽게 나란히 걸었다.작게 웃음을 나누기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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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병원을 나온 Julia는 계단에서 잠시 걸음을 멈췄다.그녀는 의료 기록이 담긴 서류를 마치 그것만이 자신을 안심시켜 줄 수 있는 유일한 것처럼 품에 꼭 끌어안고 있었다.방금 전, 자신의 뱃속에서 작은 생명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웃어야 했다.마음이 가벼워야 했다.행복해야 했다.하지만 그녀의 가슴을 짓누르는 것은 끝없는 공허함이었다.몇 분 후, Julia는 택시에 올라탔다.차가 달리는 내내 그녀는 창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도시의 불빛을 바라보고 있었다.하지만 아무것도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차가 저택 앞에 멈췄을 때는 밤 11시가 가까워져 있었다.저택 안은 고요했다.너무나 고요했다.Rodriguez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Julia는 천천히 위층으로 올라갔다.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발걸음이 점점 더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침실에 들어온 그녀는 거울 앞에서 무심하게 귀걸이를 풀었다.그때 그녀의 시선이 침대 한가운데 놓인 우아한 검은색 상자에 멈췄다.Julia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심장이 조금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설마…선물일까?자신에게 주는 것일까?지난 4년 동안 Rodriguez는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는 한 그녀에게 선물을 준 적이 없었다.그런데 왜 하필 오늘일까?어린아이처럼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그녀는 상자에 다가갔다.손끝으로 뚜껑을 살짝 만진 뒤, 조심스럽게 열었다.상자 안에는 보기 드물 정도로 우아한 목걸이가 들어 있었다.얇은 화이트골드 체인에 물방울 모양의 펜던트가 달려 있었다.그리고 그 중심에는 눈부신 빛을 내뿜는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었다.Julia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그 짧은 순간, 그녀의 마음은 감히 불가능한 희망을 품었다.어쩌면…어쩌면 그가 자신을 생각한 것일지도 몰랐다.어쩌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 사이에 무언가가 변하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Julia는 감탄 어린 눈으로 목걸이를 조심스럽게 손에 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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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Julia가 눈을 떴을 때, 햇살은 이미 커튼 사이로 스며들고 있었다.습관처럼 그녀는 침대 반대편으로 손을 뻗었다.이불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Rodriguez는 이미 오래전에 떠난 뒤였다.언제나 그랬듯이.Julia는 몇 초 동안 그대로 누워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러다 조심스럽게 손을 배 위에 올렸다.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안녕...너무 작은 목소리라 자신 외에는 아무도 들을 수 없었다.그 생각만으로도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하지만 그 위로는 오래가지 못했다.Julia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준비한 뒤 식당으로 내려갔다.집 안에는 갓 내린 커피 향이 은은하게 퍼져 있었다.가정부 Maria가 그녀 앞에 접시를 내려놓더니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사모님, 요 며칠 식사량이 점점 줄고 계세요. 얼굴도 너무 창백하시고요.Julia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Maria. 전 괜찮아요.거짓말은 너무나 쉽게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오히려 그게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자신이 느끼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어제부터 그녀는 자신의 모든 삶을 뒤흔든 비밀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손이 배를 스칠 때마다 가슴은 벅찬 행복으로 가득 찼다.하지만 그 행복은 곧바로 두려움에 덮였다.이제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그런데도 그 어느 때보다 외로웠다.그때 식탁 위에 놓인 휴대전화가 진동했다.Rodriguez에게서 온 메시지였다.「점심은 집에서 먹지 못할 것 같아. Diana와 회의가 있어.」Julia는 몇 초 동안 그 짧은 문장을 바라보았다.‘잘 지내고 있어?’그런 말은 없었다.‘몸 잘 챙겨.’그런 말도 없었다.하트 하나도, 미소 하나도 없었다.그저 차갑고 사무적인 메시지 하나뿐이었다.Julia는 아무런 답장도 하지 않은 채 화면을 잠갔다.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한편, NLE 그룹 본사의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Diana의 등장은 회사 전체의 시선을 한곳으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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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줄리아는 꼼짝도 하지 못한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앞에서 샘 윌리엄은 예전과 다름없는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그는 변해 있었다.대학교 시절 그녀가 알던 자유롭고 철없던 청년은 이제 자신감 넘치는 남자가 되어 있었다. 완벽하게 맞춰 입은 정장, 우아한 분위기, 그리고 눈빛에 깃든 자신감만 보아도 그가 눈부신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샘은 잠시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다가 작게 웃었다.— 그러니까... 나를 알아보지도 못한 거야?줄리아는 살짝 고개를 저은 뒤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그런 게 아니야... 그냥 거의 5년이나 지났잖아.— 5년하고도 3개월 12일이야.샘이 장난스럽게 정정했다.줄리아는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정말 기억하고 있었어?그는 조금 난처한 듯 어깨를 으쓱했다.— 뭐랄까... 세어봤어.줄리아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내려앉았다.하지만 어색하지는 않았다.오히려 편안한 침묵이었다.그러던 순간, 샘의 눈빛이 달라졌다.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발견하자 그의 미소가 사라졌다.— 줄리아... 정말 괜찮아?본능적으로 줄리아는 가방을 더욱 꽉 움켜쥐었다.그 안에는 아기의 초음파 사진이 들어 있었다.그녀의 비밀이었다.— 응... 괜찮아. 그냥 조금 피곤해서 그래.그녀가 조용히 대답했다.샘은 그녀가 모든 진실을 말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하지만 그는 더 이상 캐묻지 않기로 했다.대신 차 문을 열어주었다.— 내가 데려다줄게.줄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필요 없어.— 부탁할게.그의 목소리는 차분했고 조금의 강요도 없었다.— 정말 안 좋아 보여.줄리아는 몇 초 동안 망설였다.결국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고마워.---차는 활기찬 도시의 거리를 달리기 시작했다.창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았지만, 줄리아의 눈에는 그들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차 안을 가득 채운 침묵은 전혀 답답하지 않았다.오히려 그녀에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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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저택 앞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로드리게스는 샘 윌리엄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너무나 차가워서 누구라도 불편함을 느낄 정도였다.하지만 샘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그는 놀라울 만큼 침착한 모습으로 손을 내밀었다.— 샘 윌리엄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로드리게스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그의 시선은 여전히 줄리아의 손가락 사이에 들려 있는 명함에 머물러 있었다.그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 내가 질문했잖아, 줄리아.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줄리아는 침착함을 되찾기 위해 조용히 숨을 들이마셨다.— 대학 시절 친구예요. 병원에서 나오다가 우연히 만났어요.— 우연히?로드리게스의 말투에는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뜻이 선명하게 담겨 있었다.— 네.그는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물었다.— 그게 전부야?줄리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로드리게스는 샘에게 시선을 돌렸다.— 데려다줘서 고맙습니다. 이제 가셔도 됩니다.초대가 아니었다.명령이었다.샘은 조금도 도발적인 기색 없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물론 가겠습니다.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차분하게 덧붙였다.— 하지만 줄리아는 성인입니다. 자기 일은 스스로 대답할 수 있습니다.두 남자는 한동안 서로를 바라보았다.분위기는 숨이 막힐 정도로 팽팽해졌다.줄리아는 심장이 더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그녀는 일이 더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샘... 데려다줘서 정말 고마워.그녀가 고마운 마음을 담아 미소 지었다.— 이제 들어갈게.샘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차에 다시 올라타기 전, 그는 잠시 줄리아의 눈을 바라보았다.— 내가 했던 말 잊지 마. 무슨 일이든 도움이 필요하면 나한테 전화해.— 고마워.샘은 마지막으로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 차에 올라탔다.그리고 차를 출발시켰다.로드리게스는 샘의 차가 거리 끝으로 사라질 때까지 시선으로 따라갔다.그제야 그는 줄리아를 바라보았다.— 들어가.단 한마디였다.차갑고,아무런 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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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장

다음 날 아침, 줄리아는 모두가 일어나기 전에 눈을 떴다.그녀는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한 가지 생각만을 품은 채 1층으로 내려갔다.로드리게스가 깨어나기 전에 저택을 떠나는 것.며칠 전부터 메스꺼움이 점점 숨기기 어려워지고 있었다.예고도 없이 찾아왔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나타나기도 했다.그녀는 무엇보다 로드리게스가 의심하기 시작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주방에 들어서자마자 진한 커피 냄새가 코를 찔렀다.순간 속이 뒤집혔다.— 안 돼...그녀는 곧바로 한 손으로 입을 막고 싱크대로 달려갔다.몸을 제대로 숙일 틈도 없이 구토가 터져 나왔다.— 줄리아 사모님!마리아는 하던 일을 내버려두고 급히 그녀에게 달려왔다.— 왜 그러세요? 어디 아프세요?줄리아는 몇 초 동안 싱크대에 기대어 있었다.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괜찮아요... 그냥 어젯밤에 잠을 잘 못 잤어요.마리아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수년 동안 줄리아를 지켜봐 왔다.NLE 가문에서 20년이 넘게 일했으며, 로드리게스가 자라는 모습도 지켜본 사람이었다.그리고 오랜 시간 함께 지내면서 줄리아의 기분 변화를 알아차리는 법도 자연스럽게 익혔다.오늘 아침은 분명 무언가 이상했다.— 사모님, 병원에 가보시는 게 좋겠어요.줄리아는 억지로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이미 다녀왔어요.그녀가 더 말하기도 전에 뒤에서 낮고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무슨 일이야?줄리아의 몸이 굳었다.그녀는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주방 입구에 로드리게스가 서 있었다.그는 이미 출근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완벽하게 다려진 정장을 입고 있었고, 넥타이도 흐트러짐 하나 없이 매여 있었다.머리카락 역시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줄리아가 입을 열기도 전에 마리아가 먼저 대답했다.— 사모님이 며칠 전부터 몸이 별로 좋지 않으세요.로드리게스는 아내를 바라보았다.그는 곧바로 그녀의 창백한 얼굴과 거의 하얗게 질린 입술을 알아차렸다.그의 시선이 몇 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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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장

줄리아는 거실에 걸려 있는 시계를 힐끗 바라보았다.저녁 7시.로드리게스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그가 어디에 있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다이애나와 함께였다.굳이 물어볼 필요조차 없었다.몇 시간 전, 그가 직접 대답을 해주었으니까.「그냥 업무적인 저녁 식사일 뿐이야.」그때부터 그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줄리아는 거의 손대지 않은 접시를 내려다보았다.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마리아가 식탁을 정리하고 있었다.그러다 결국 그녀가 줄리아에게 다가왔다.— 사모님, 저녁 식사가 준비됐어요. 회장님 몫도 남겨둘까요?줄리아는 작게 미소 지었다.하지만 눈빛에는 아무런 기쁨도 없었다.— 아니, 마리아. 오늘 저녁은 밖에서 드실 거야.가정부는 잠시 말이 없었다.그녀는 줄리아의 접시를 바라본 뒤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사모님이라도 꼭 드셔야 해요. 계속 식사를 거르시면 안 돼요.줄리아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배 위에 올라갔다.이제는 거의 습관처럼 되어버린 행동이었다.— 네 말이 맞아.그녀는 포크를 들어 식사를 해보려 했다.한 입.그 순간 속이 꽉 조여왔다.그녀는 거의 곧바로 식기를 내려놓았다.그때 식탁 위에 놓여 있던 휴대전화가 진동했다.줄리아가 고개를 돌렸다.화면에 알림 하나가 떠 있었다.「다이애나 케이타가 새로운 사진을 게시했습니다.」그녀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냥 알림을 무시할 수도 있었다.아니, 무시했어야 했다.하지만 그녀의 손은 자신도 모르게 휴대전화로 향했다.몇 초 후 사진이 화면에 나타났다.줄리아는 꼼짝도 하지 못했다.다이애나와 로드리게스가 도시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에 마주 앉아 있었다.테이블 위에는 정성스럽게 차려진 음식들이 가득했고, 촛불 아래에서 두 잔의 샴페인 잔이 반짝이고 있었다.그리고 로드리게스는 웃고 있었다.진심으로 웃고 있었다.줄리아는 그가 자신과 함께 있을 때 그런 미소를 짓는 모습을 거의, 아니 어쩌면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그녀는 목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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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줄리아는 해가 뜨기도 훨씬 전에 눈을 떴다.그녀는 거의 한숨도 자지 못했다.눈을 감을 때마다 같은 장면이 떠올랐다. 디아나 앞에 앉아 있는 로드리게스.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마치 마침내 행복해진 사람처럼.그녀는 몇 초 동안 침대에 누운 채 천장을 바라보았다.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말없이 옷을 갈아입은 그녀는 코트를 챙겨 입고, 아무도 자신을 보지 못하도록 서둘러 저택을 빠져나왔다.한 시간 후, 줄리아는 클레멘타인 아리엘의 법률 사무실 앞에 도착했다.그녀는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클레멘타인은 책상 뒤에 앉아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줄리아?그녀의 표정이 곧바로 굳어졌다.친구의 얼굴은 창백했다. 눈은 눈물로 부어 있었고, 몹시 지쳐 보였다.클레멘타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리 와. 앉아.줄리아는 의자 쪽으로 다가가 그대로 주저앉았다.그녀는 두 손을 무릎 위에서 꼭 맞잡았다.차를 타고 오는 내내 이 말을 수없이 머릿속으로 되뇌었다. 하지만 막상 클레멘타인과 마주하자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친구는 기다려주었다.재촉하지 않았다.마침내 줄리아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나, 이혼하고 싶어.클레멘타인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지난 4년 동안 그녀는 상처와 모욕, 실망을 겪으면서도 줄리아가 이 결혼을 붙잡고 있는 모습을 지켜봐 왔다. 몇 번이고 떠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줄리아는 언제나 남아야 할 이유를 찾아냈다.그런 줄리아가 오늘, 마침내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낸 것이다.— 정말 확실해?줄리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목소리가 떨렸다.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의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나도 노력했어, 클레멘타인. 정말 노력했어.그녀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내가 그 사람을 충분히 사랑하면, 언젠가는 그 사람도 나를 사랑해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모든 걸 받아들였어.그녀가 작게 숨을 들이마셨다.— 직장도 포기했어. 그 사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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