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011화. 가도 돼
“왜 날 안 가둬?” 벨리사는 그 말을 하고도 내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저녁 식탁 위의 촛불이 두 사람 사이에서 낮게 흔들렸다. 식사가 끝난 뒤라 접시는 대부분 치워졌고, 와인잔 하나만 내 오른손 가까이에 남아 있었다. 나는 잔을 집지 않았다. “가두길 원해?” “그 얘기가 아니잖아.” “그럼 뭔데.” 벨리사의 입술이 잠깐 다물렸다. 아침의 미소는 없었다. 머리카락도 제대로 정리하지 않은 채였고, 검은 겉옷의 매듭은 한쪽으로 치우쳐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남에게 보이기 전에 고쳤을 것이다.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는 모양이었다. “네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어.” “알아야 해?” “당연하지.” “왜.” 벨리사의 눈썹이 올라갔다. “내 목숨이 달렸으니까.” 드디어 정확한 말이었다. 나는 등을 의자에 기대었다. “그럼 살아남으려고 내가 원하는 대로 하게?” “그게 이상해?” “아니.” 오히려 벨리사다웠다. 이 애는 명예보다 생존을 먼저 골랐다. 그 사실을 숨기려고 예쁜 말과 웃음을 붙일 뿐이었다. “그래서 가두는 게 편하다는 거야?” “적어도 알 수 있잖아.” “뭘.” “네가 나를 죄인으로 보는지.” 벨리사가 한 걸음 다가왔다. “내가 어디까지 움직여도 되는지. 누구를 만나도 되는지. 뭘 하면 죽고, 뭘 하면 사는지.” 말할수록 목소리가 조금씩 빨라졌다. “지금은 방도 있고, 밥도 주고, 궁 안은 돌아다녀도 된다면서 전부 감시하잖아.” “맞아.” “그게 더 미쳐 버릴 것 같다고.” 나는 잠깐 그 말을 들었다. 벨리사가 스스로 인정한 건 처음이었다. 무섭다. 모르겠다. 차라리 규칙을 달라. 오델린 밑에서 자란 사람답기도 했다. “그럼 규칙 하나 줄까?” 벨리사의 눈이 즉시 올라왔다. “뭔데.” “장례 끝나면 황궁 밖으로 나가도 돼.” 정적이 생겼다. 벨리사는 내 말을 이해하는 데 한 박자쯤 걸렸다. “뭐?” “나가도 된다고.” “어디로.” “어디든.” 그 애의 표정이 서서히 굳었다. 아까까지는 감옥 얘기를 하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정말 출구를 열어 주자 반응은 정반대였다. “수도 밖도?” “원하면.” “제국 밖도?” “국경을 넘는 데 필요한 절차만 밟으면.” “나를 안 잡아?” “왜 잡아.” 벨리사가 웃을 듯 입술을 움직였다가 실패했다. “장난하지 마.” “안 해.” “내가 지금 나가면 도망치는 거잖아.” “장례가 끝난 뒤라고 했어.” “그 뒤에는?” “그 뒤에는 네 선택.” 벨리사의 시선이 내 손으로 내려갔다. 검을 쥐지 않았다. 시종을 부르지도 않았다. 문밖 근위병에게 아무 명령도 하지 않았다. 그 애가 진짜인지 확인할 만한 행동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더 믿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그럼 재판은?” “증거가 나오면 부르겠지.” “내가 없으면.” “소환장 보내고.” “내가 제국 밖이면?” “절차대로.” “도망가면?” 나는 어깨를 아주 조금 움직였다. “도망가고 싶으면 해.” 이번에는 벨리사가 정말로 말을 잃었다. 나는 그 애를 바라봤다. “대신.” 벨리사의 어깨가 바로 굳었다. 역시. 조건이 나와야 안심하는 사람의 반응이었다. “도망친 사람에게 적용되는 법은 그대로 받아.” 벨리사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그게 끝?” “응.” “잡으러 군대 안 보내?” “네가 그 정도 인물이라고 생각해?” 그 말에 벨리사가 눈을 크게 떴다. 자존심을 찌른 건 알았다. 일부러였다. “나 황녀야.” “현재는.” “뭐?” “아직 작위 박탈 안 됐으니까.” 벨리사의 얼굴에서 혈색이 아주 조금 빠졌다. 나는 차갑게 말하지 않았다. 사실을 확인했을 뿐이었다. 그게 더 효과가 있었다. “너.” 벨리사는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 “내가 진짜 갈 거라고 생각 안 하지?” “갈 수도 있지.” “그러면?” “가면 가는 거고.” “안 잡는다고?” “응.” 그 애는 나를 노려봤다. 화가 난 건지 겁이 난 건지 경계가 흐릿했다. “뭘 보려고 그러는 건데.”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벨리사는 답을 기다리다가 먼저 시선을 피했다. “미친년.” 작게 뱉은 말이었다. “들려.” “들으라고 했어.” “잘했네.” 벨리사는 한숨처럼 웃었다. 이번 웃음은 계산이 없었다. 어이없어서 나온 쪽이었다. 그게 오히려 더 자연스러웠다. “가서 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일부터 장례 마지막 절차 들어가니까.” 벨리사는 여전히 서 있었다. “정말 끝나면 나가도 돼?” “몇 번을 물어.” “확인하는 거야.” “가도 돼.” 나는 그 말을 남기고 먼저 방을 나왔다. 다음 날 오전. 오델린이 찾아왔다. 놀랍지도 않았다. 벨리사가 밤새 무슨 말을 했는지 전부 전달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아니면 경비 교대나 시종들 말만으로도 알았겠지. “폐하.” 오델린은 집무실 중앙에 서서 허리를 숙였다. “벨리사에게 황궁을 떠나도 된다고 말씀하셨습니까.” “네.” “장례 이후에.” “맞아요.” 오델린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검은 옷 소매 아래로 드러난 손가락이 아주 미세하게 굽었다가 다시 펴졌다. “철회해 주십시오.” “왜요.” “벨리사는 지금 정상적으로 판단할 상태가 아닙니다.” “스물다섯이라면서요.” “나이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럼.” “겁을 먹고 있습니다.” 오델린이 그 말을 직접 인정한 건 처음이었다. 나는 문서에서 시선을 떼고 그녀를 봤다. “어제는 어리다고만 했는데.” “겁먹은 사람은 가장 쉬운 출구를 고릅니다.” “그래서 나갈 거라고 생각해요?”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럼 나가면 되죠.” 오델린의 눈이 조금 차가워졌다. “폐하.” “왜요.” “그 아이가 밖에서 무슨 일을 겪을지 아십니까.” “모르죠.” “황실 내부가 흔들리는 상황입니다.” 오델린의 목소리는 여전히 낮고 차분했다. “선황께서 돌아가셨고, 새 황제가 즉위했으며, 저와 벨리사의 위치가 불확실합니다. 지금 벨리사가 황궁 밖으로 혼자 나가면 귀족들은 그 자체를 신호로 볼 겁니다.”053화. 오늘은 진짜 짐승으로 만들어줄게요오델린이 처음으로 나를 짐승이라고 부른 날을 나는 냄새로 기억한다.마구간.마른 건초.말의 체온.안장에 밴 기름 냄새.길들이는 중인 어린 말을 타려다 떨어졌다.팔꿈치가 까지고 손바닥에 흙이 묻었다.오델린이 왔다.화난 얼굴이 아니었다.너무 차분했다.그게 늘 더 무서웠다."말 안 듣는 짐승도 너보다는 관리하기 쉽겠구나."어린애는 비유를 비유로 듣지 않는다.나는 그 말을 그대로 들었다.말보다 못한 아이.관리해야 할 상태.그날 이후 내 이름은 상태가 되었다.관리해야 할 아이.왜 이렇게 다루기 힘드니.이름보다, 통제해야 할 상태가 먼저였다."기억나요?""마구간. 예.""뭐라고 했어요."오델린은 입을 다물었다가 천천히 열었다."말 안 듣는 짐승도, 황녀보다 관리하기 쉽겠다고 했습니다."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오늘은 그 말대로 해줄게."오델린의 눈이 아주 조금 커졌다."무슨 말입니까.""당신이 나를 짐승이라고 불렀잖아요. 그럼 오늘은 진짜 짐승으로 만들어줄게요."단추를 풀었다.목까지 올라온 깃이 벌어지며 속살이 드러났다.그녀가 움직이지 않자 내가 직접 벗겼다.어깨에서 끈을 밀어 내리고, 천이 가슴을 지나 허리로 미끄러졌다.치마자락이 바닥에 쌓였다.속옷까지.이제 방 안에 남은 것은 목의 형벌환과 손목의 기본 구속구뿐이었다."엎드려요.""……""짐승은 두 발로 서 있지 않아요. 손과 무릎으로. 엎드려."오델린은 한동안 나를 봤다.눈빛은 꺾이지 않았다.그래도 천천히 무릎을 굽혔다.손이 돌바닥을 짚었다.무릎이 바닥을 받쳤다.구속구가 돌에 부딪혀 딱, 하고 울렸다.허리는 일자로, 엉덩이는 위로.황후였던 여자의 몸이 짐승의 자세를 했다."그래. 그게 짐승이지.""……입 닥치시죠.""벌칙 정할게요. 힘이 빠져서 무릎이 꿇리면 벌이에요. 당신이 엉덩이를 들 수 없으면, 몸은 끝날 때까지 내가 가지고 놀아요."뒤로 돌았다.엎드린 몸은 뒤에서
052화. 둘은 아직 서로를 믿고 있었다“엄마한테 말했어?”“아니.”“갑자기 열어도 돼?”“내가 들어갈 수 있는 방이니까.”벨리사의 표정이 아주 조금 굳었다.나는 문을 열기 전에 덧붙였다.“그래도 먼저 부를 거야.”그리고 문을 두 번 두드렸다.“오델린.”안에서 잠깐 정적이 흘렀다.“예, 폐하.”목소리는 평소와 비슷했다.조금 낮고.아주 조금 느렸다.“들어갈게요.”“알겠습니다.”그제야 문을 열었다.*오델린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회색 형벌복.목의 검은 형벌환.머리는 자개 핀 하나로 낮게 묶여 있었다.정리되어 있었다.너무 정리되어 있어서 오히려 눈에 들어왔다.등은 곧았고, 두 손은 무릎 위에 가지런했다.옷깃도 흐트러진 곳이 없었다.평소의 오델린 베르시아라고 해도 될 만큼 단정했다.다만 자세히 보면 달랐다.얼굴빛이 조금 옅었다.눈 아래에는 잠을 덜 잔 사람처럼 얕은 그늘이 남아 있었다.손가락이 완전히 힘을 되찾지 못한 듯 한 번씩 천천히 접혔다 펴졌다.내가 들어오는 소리에 몸을 일으킬 때도 평소보다 반 박자 늦었다.방 안에는 목욕 뒤의 비누 냄새가 났다.그 아래에 침실에서 맡았던 것과 비슷한 희미한 단내가 남아 있었다.벨리사가 문턱에서 멈췄다.이번에는 허락 때문이 아니었다.“엄마.”오델린의 얼굴이 바뀌었다.아주 잠깐.정말 잠깐이었다.회색 눈이 커지고, 입술이 열릴 듯하다가 멈췄다.그리고 곧 원래의 얼굴로 돌아왔다.고고하고.차분하고.딸 앞에서 한 번도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던 여자의 얼굴.“벨리사.”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도 흔들리지 않았다.벨리사는 들어오지 못하고 서 있었다.내가 말했다.“들어가도 돼.”그제야 한 걸음.두 걸음.벨리사는 오델린 앞까지 가지 않았다.서로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 거리에서 멈췄다.오델린의 시선이 먼저 딸의 얼굴을 훑었다.머리.귀걸이.드레스.손목.목.다친 데가 없는지 확인하는 눈이었다.자기가 어떤 상태인지 보여주기 전에 딸부터 보는 사람의
051화. 엄마는 어디 있어?벨리사는 내 침실 구조를 알고 있었다.모를 수가 없었다.며칠 전에도 제 발로 들어왔고, 어제는 더 오래 머물렀다.침대가 어느 쪽에 놓였는지, 창가 소파가 어디 있는지, 안쪽 벽에 문 하나가 더 있다는 것까지 이미 봤다.그 문 뒤에 오델린이 있다는 것도 안다.고해 시간이 되면 내가 직접 문을 열고 데리고 나온다는 것도.그러니 오늘 벨리사가 묻고 싶은 건 위치가 아니었다.“엄마, 괜찮아?”아침부터 가져온 서류철을 책상 위에 내려놓은 뒤였다.나는 첫 장도 펼치지 않고 벨리사를 봤다.밝은 크림색 드레스에 금빛 갈색 머리를 반쯤 묶었다.귀에는 작은 초록 보석이 흔들렸다.겉으로는 늘 보던 벨리사였지만 손끝이 서류 모서리를 괜히 두 번 쓸었다.“어떤 의미로.”“그냥 괜찮냐고.”“벨리사.”이름만 부르자 입술이 조금 비뚤어졌다.“그렇게 보면 꼭 내가 거짓말하는 것 같잖아.”“지금은 반쯤 하고 있으니까.”벨리사는 의자를 당겨 앉았다.잠깐 나를 노려보다가 먼저 시선을 피했다.“고해할 때 봤잖아.”“누구를.”“엄마.”나는 기다렸다.벨리사는 자기가 어디까지 말하고 싶은지 고르는 중이었다.“네가 엄마 방 안에서 계속 뭘 하는지는 몰라. 알고 싶지도 않고.”마지막 말만 조금 빨랐다.“그런데 고해할 때는 밖으로 데리고 나오잖아.”“응.”“손 풀어줄 건 풀어주고. 물도 주고. 시간 정해놓고. 끝나면 끝났다고 하고.”나는 대답하지 않았다.벨리사는 그런 침묵을 긍정으로 받아들였다.“생각보다.”그녀가 손가락을 깍지 꼈다.“선을 지키더라.”이상한 말이었다.내가 오델린에게 선을 지킨다는 말.틀린 말도 아니었다.고해 시간에는 특히 그랬다.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고, 오델린이 정확한 문장으로 인정하게 하고, 정해둔 벌이 끝나면 끝냈다.시간을 늘리지 않았고, 대답을 바꿀 때까지 같은 질문을 반복하지도 않았다.그게 벨리사에게는 중요해 보였다.자기 어머니가 바로 내 침실 안쪽에 갇혀 있다는 사실
050화. 서로를 묻히고 시작했다이번에는 아까보다 빠르게.오델린의 허리가 떠올랐다가 내려앉았다.발목의 쇠가 덜컹거렸다."아, 아...! 안, 돼...!""안 돼?""거, 거기...! 그렇게 하면...!""그렇게 하면 뭐.""....!""말해. 그러면 뭐.""...가, 갈 것 같습니다.""가면 네가 지는 거야."오델린이 이를 악물었다.나는 멈추지 않았다.음핵을 문지르고, 튕기고, 다시 문지르고.오델린의 몸이 활처럼 휘어졌다.묶인 팔이 머리 뒤에서 떨렸다."아, 아아...!"절정 직전.오델린이 시계를 봤다.눈이 커졌다.아직 한참 남았다."아직 십 분도 안 됐어.""....!""참아. 네가 이기려면."천천히, 더 천천히.음핵 위에서 동그랗게.오델린은 참았다.숨을 멈추고, 허벅지를 떨며, 이빨을 악물고.절정 직전에서 버텼다."하... 하...!""잘 참네.""....!""그래서."나는 손을 뗐다."여기서 끝.""아...!"오델린의 몸이 부르르 떨었다.절정 직전에서 끊긴 몸이, 그 자리에서 떨고 있었다.눈이 흐려졌다."끝났습니까...""아직 안 끝났어.""....!""십오 분은 아직 남았고. 네가 직접 해."오델린의 눈이 커졌다.묶인 손이 머리 뒤에서 움직였다.내려가고 싶어 움직였다.하지만 팔꿈치가 걸렸다.닿지 않았다.거울 속에서 그녀는 자기 손이 자기 몸에 닿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만지고 싶어?""...만지고 싶습니다.""직접 해."나는 손목의 구속구를 풀었다.쇠가 쇠에서 빠지는 소리.찰칵.팔이 내려왔다.오델린은 잠시 자기 손을 내려다봤다.형벌 이후 처음으로, 자기 몸을 만질 수 있는 손."거울 봐.""....""네가 지금 무슨 꼴인지."오델린의 손이 내려갔다.배.골반.그리고 보지 바로 위에서 멈췄다.손끝이 떨렸다.닿기 직전에 멈췄다."허락해 주십시오.""뭘.""...제 보지를, 만지게.""네 몸인데?"오델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049화. 거울 앞에서 상 줄게요거울을 먼저 들여보냈다.사람 키만 한 전신 거울.나무 틀도, 장식도 없는 맨 거울.창문 없는 회색 방 한가운데 세우자 방이 통째로 비쳤다.벽, 세면대, 욕조, 그리고 잠긴 도구함까지.그다음 시계.거울 옆 탁자 위에 올렸다.초침이 도는 게 보이는 시계였다.오델린은 방 구석에 서 있었다.내가 부르기 전에는 움직이지 않았다.어제부터 몸에 밴 규칙이었다.아니, 벌써 며칠째인지도 모르겠다.물어보고, 허락받고, 움직이는 것.그게 몸에 배었다."나와."발목의 쇠가 바닥을 스쳤다.찰랑."거울 앞에 서."오델린이 거울 앞에 섰다.회색 형벌복.목에는 검은 형벌환.머리는 자개 핀 하나로 낮게 묶여 있었다.무릎 벌을 하고, 고해를 하고, 그래도 그녀는 자세를 놓지 않았다."옷 벗어."손이 형벌복 끈으로 갔다.그리고 멈췄다."전부입니까.""전부."형벌복이 어깨에서 미끄러져 내려갔다.속옷까지 벗어 발밑에 내려놓았다.나는 그 옷들을 발로 한쪽에 밀어 두고, 오델린을 거울 앞에 정확히 세웠다."다리 벌려. 발 하나만큼."발목의 연결쇠가 허락하는 만큼 벌렸다."손."오델린이 두 손을 머리 뒤로 올렸다.나는 손목의 구속구를 서로 맞물렸다.쇠가 쇠를 끼우는 소리.찰칵.팔을 내리려 하면 팔꿈치가 머리 옆에서 걸렸다.완전히 내릴 수 없는 각도였다.거울 속에 오델린이 섰다.팔은 머리 뒤로 묶이고, 다리는 벌어지고, 가릴 것이 하나도 없었다.제모된 보지가 거울 빛에 번들거렸다.이후 내 손이 매일 닦아 낸 몸이었다.회색 눈이 거울 속의 자신과 마주쳤다.나는 그 옆에 섰다.거울 속에서 우리 둘이 나란히 비쳤다."오늘 게임이야.""게임.""십오 분. 그 시간 동안 안 가면 네가 이겨.""이기면요.""오늘 밤 침대에서 자."오델린의 눈이 바닥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왔다.나흘째 자고 있는 바닥.차갑고 단단한 돌."지면?""아침까지 내가 이 방에 있어."오델린은 잠깐 생각했
048화. 내가 만든 얼굴로 끝내요젖은 붓이 질 안을 갉는 소리가 방 안에 질척하게 울렸다.오델린의 허리가 의자에서 떠올랐다 내려앉았다."하, 아, 아...! 으...! 그, 그런 데...! 거긴, 붓으로...!""붓이 더 좋아? 보지가 붓을 꽉 잡아줘야지. 안 그러면 빠져나가니까."애액이 붓을 타고 흘러내렸다.붓을 빼자 그 자리에서 애액이 줄줄 새 나왔다.허벅지 안쪽을 타고 의자에 떨어졌다.축축해진 붓을 오델린의 입술에 댔다."입 벌려요. 청소해줄게요."입을 벌리게 했다.붓이 입술을 따라, 입안을 천천히 닦았다.애액이 묻은 붓이 혀를 스치자 오델린의 몸이 떨렸다.혀가 붓을 따라 움직였다.자기 냄새를 닦아내는 붓을, 혀로 빨아들이듯.입안을 닦일 때마다 낮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으...읏...!"마지막으로 입술을 쪽, 빨아줬다.오델린의 눈이 커졌다.입술이 벌어졌다."삼키면 안 돼요."애액과 침이 섞여 양이 늘었다.오델린이 숨을 쉴 때마다 입안에서 부글부글 거품이 걸렸다.애액이 줄기가 되어 입술 사이로 흘러내렸다.닦을 손이 없었다.손은 얼굴에 대면 안 되니까."입 다물지 마요. 확인할 때까지."다시 붓을 보지에 밀어 넣었다.축축하게 적셔서, 젖꼭지부터 몸을 색칠했다.애액이 묻은 붓이 가슴을, 배를, 허벅지를 스칠 때마다 예열된 육체가 민감하게 떨었다.붓이 지나간 자리에 소름이 돋았다.한 번도 젖지 않은 붓은 없었다.오델린의 몸 전체가 자기 냄새로 칠해졌다.그녀는 숨을 쉴 때마다 그 냄새를 맡았다.자기 몸에서 나는, 자기 것인데 낯선 냄새."으, 윽...! 하...! 이, 이건...!""몸을 당신에 냄새로 칠하고 있어."화장솜을 꺼냈다.천천히, 구석구석 문질러 닦았다.목.쇄골.가슴 사이.겨드랑이.솜이 지나갈 때마다 오델린의 어깨가 들썩였다.애액이 발린 살이 솜에 스칠 때마다 낮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그리고 두 손가락과 함께 화장솜을 보지에 넣어 천천히 청소했다.질 안까지.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