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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사위와 하는 꿈

잠들지 못하는 밤.​침대맡 조명은 꺼졌고, 혜정의 얼굴만 휴대폰 액정빛에 떠 있었다. 뉴스도 질리고, 연예인들의 기사도 시큰둥했다. 무의식처럼 손가락이 쇼츠 영상을 향했다.​“한국 드라마가 남미에서 먹히려면 막장을 넣어야 돼요.”​얼굴이 긴 남미의 미녀, 한국어가 꽤나 유창했다. ‘한국 막장이 더 유명한 거 아냐?’ 라고 생각하는 찰나, 영상 속 여자는 태연스럽게 말했다.​“딸이랑 결혼했다가, 그 엄마랑 결혼하고 며느리는 시아버지와 눈맞고…”​너무 자연스럽게 던지는 농담에 혜정은 웃음을 터뜨렸다.​“뭐야… 얘네들… 미쳤네, 정말.”​짧은 쇼츠 클립이었다. ‘황당한 설정이네…’ 웃음 뒤, 속 어딘가가 묘하게 찔린 듯 아릿했다. 작은 자극. 하지만 혜정의 몸 어딘가에는 이미 그 감각이 씨앗처럼 심겨 있었는지도 몰랐다.​새벽의 감수성은 자꾸만 오늘 밤의 품을 떠올리게 했다. 조금 전 자신을 안았던 단단한 손, 목선에 스치던 온기.​그가 남자였다는 사실을 지금까지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오늘 밤은 자꾸만 떠오르고 있었다.​시간은 새벽 3시를 넘었다.​혜정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눈꺼풀을 감았지만, 그 안쪽에서 상상은 여전히 꿈틀거렸다.​꿈속의 그녀는 누군가의 손길을 느꼈다. 티셔츠 너머, 부드럽고 조심스러운 닿음. 차가운 손끝이 아니라 익숙한 체온.​“흐읏…”​한 줄기 숨이 새어나갔다.​“어머님…”​희미하게 들리는 목소리. 가까워지는 숨결. 눈꺼풀은 무겁게 잠겨 있었고, 몸은 마치 얇은 안개 속에 잠긴 듯 감각만이 표류하고 있었다.​“어머님…”​희미하게 쿡— 젖가슴을 찌르는 듯한 느낌. 간지러운 기분이었다. 처음엔 그저 꿈속의 나른한 감각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 손길은 조금씩, 너무나 분명하게 자신을 매만지고 있었다.​‘안 돼…’​거부해야 했다. 하지만 자신을 간지럽히는 이 손길을 뿌리칠 수 없었다.​그 순간 조금씩 말려 올라가는 셔츠 자락. 피부에 스치는 손의 온도. 손바닥의 무게가 피부결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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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장모님의 애인?

도심을 벗어난 외곽의 작은 한식집. 짙은 회색 구름이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비가 오겠네. 한동안 비가 안 오더니.”​운전석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던 옥철은 재빨리 차문을 열고, 곧장 돌아와 조수석 문을 열어젖혔다. 내리기를 망설이는 혜정을 향해 다그치듯 재촉했다.​하늘거리는 치마 아래 힐이 자갈에 걸릴까, 혜정은 조심스레 발을 내딛었다.​건물은 낡았지만, 점심시간이면 언제나 자리가 없는 곳이었다. 분명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가는 맛집임에는 틀림없었다. 혜정은 그 북적이는 소란 속에서도 혹시나 아는 이를 마주칠까 봐 주변을 두리번거렸다.​긴 테이블에 마주 앉은 옥철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메뉴를 고르며 주문을 마쳤고, 곧장 종업원에게 덧붙였다.​“소주 한 병도 같이 줘요.”“대낮부터 술이에요?” 혜정은 피곤한 목소리로 물었다.“한 잔쯤이야. 괜찮아. 지 여사도 괜찮잖아?”​말끝을 흐리는 대신, 그는 이미 두 개의 잔을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놓였다. 그의 태도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지만, 눈빛은 예전과 달라져 있었다.​낮은 조명 아래, 그의 시선은 느리고 무겁게 혜정의 위아래를 훑었다. 예전 같으면 대수롭지 않게 흘려넘길 수 있었을, 흔한 농담 섞인 시선.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그 나이대에 의례히 주고받는, 의미 없고 저급한 농담들까지도 오늘은 달랐다. 그 시선은 더디고 무겁게 그녀를 따라다녔다.​만남을 거절했던 여자가 다시 전화를 걸어왔을 때, 이유를 모를 사람은 없다.​혜정은 그 사실이 더욱 씁쓸했다.​“세입자가 다음 달엔 잔금 치를 거예요. 그때 갚을게요.”​혜정이 어렵게 말을 꺼내자, 옥철은 술병을 기울이며 가볍게 흔들었다. 톡— 술방울이 잔에 떨어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그 얘긴, 밥부터 먹고 해. 밥 앞에서 무슨 돈 타령이야.”​겉으로는 배려 같았지만, 혜정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저 눈빛 속엔 예전과 다른 계산이 들어 있었다.​“근데, 그 집 전세 놓으면 지 여사는 어디서 살려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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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사위가 먹고 싶어 하는 것

“어… 언제 왔어?”​뺨에 남은 눈물 자국을 감추려는 듯, 혜정은 손등으로 서둘러 얼굴을 훑었다. 발각당한 듯한 민망함과, 이미 다 보였다는 체념이 섞인 표정이었다. 떨리는 손끝.​준호는 주머니 속 손가락만 꼼지락거리며, 일단 다가와서 전화는 끊었지만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알지 못했다. 짧지만 길게 느껴지는 정적. 서로가 서로의 어색함이 가라앉기만을 기다리는 듯한 순간이었다.​준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아… 술 생각이 나서요. 좀 걷다 들어가려구요. 주무시는 줄 알고…”​혜정은 고개를 살짝 들었다가, 눈이 마주치자 곧 피했다.​“어디서부터 들은 거야… 부끄럽네, 정말.”​준호는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괜찮습니다. …이제 들어가실 거죠?”​혜정은 망설이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음… 조금만. 자넨 먼저 들어갈래?”​그러나 준호는 조용히 그녀 옆에 섰다.​“저도 나온 지 얼마 안 됐어요. 같이 좀 걸어요.”​가을밤의 바람이 두 사람 사이를 천천히 스쳤다. 낙엽 밟히는 소리만이 적막을 메우며 흘렀다.​꽤 시간이 지난 듯할 무렵, 혜정이 먼저 입을 열었다.​“박 사장이라고… 예전부터 알던 사람 있어. 그 사람이 좀 도와준다 해서…”​준호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네.”​혜정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농담처럼 말했다.​“나 이래 봬도 은근히 인기가 있다니까. 미인계 좀 썼지…”​말끝은 이내 흐려졌고, 고개가 다시 숙여졌다.​“주책이지? 미안…”​준호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아뇨. 장모님 아직 젊어요. 진짜로요.”​짧은 웃음이 그녀의 입술 끝을 스쳤다. 그러나 정적은 다시 찾아왔다.​그 정적을 깬 건 이번엔 준호였다.​“…얼마예요?”“뭐?” 혜정이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얼마가 필요한 건데요.”​순간, 그녀의 눈동자에 당혹과 미안함, 그리고 아주 잠깐 옅은 안도감이 스쳤다.​“아니야. 절대 안 돼. 지금도 이렇게 신세 지는 것도 미안한데…”“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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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서로가 의도한 터치

준호는 술잔을 비우며 멍하니 식탁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혼자 마신 지 얼마나 됐을까. 어깨가 묵직하고, 이마엔 잔잔한 열감이 돌았다.​“이제 그만 마셔야 되는 거 아니야?”​아이방 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준호는 고개를 돌렸다. 아이는 생각보다 순순히 잠든 것 같았다.​“나도 사위랑 한잔 하고 싶었는데…”​준호는 손사래를 쳤다.​“아니에요. 안주도 남았고… 어서 오세요, 어머님.”​혜정은 말없이 미소를 짓다가 테이블 쪽으로 쪼르르 와서는 준호 앞에 놓인 전골냄비를 집어든다. 준호는 아까 경험했던 그 살색 향기가 나는 듯 자신도 모르게 코를 돌렸다.​“잠깐만. 식었겠다. 국 데워올게.”​그녀가 냄비를 다시 챙기며 종종걸음으로 돌아가는 뒷모습을 준호는 가만히 바라보았다. 불그스름한 얼굴, 약간 흐릿해지는 시야 속에서 유난히 살랑거리는 엉덩이만 또렷하다.​술 때문일까. 아니면, 요 며칠 내내 가슴 깊숙이 맴돌던 무언가 때문일까. 준호는 심호흡을 길게 내쉬며 입술을 한번 지그시 깨물었다.​“후우우…”​​​​​—​​​​​끓고 있는 찌개의 수증기가 유리창에 하얗게 번졌다. 그 너머, 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어딘가 낯설다고 혜정은 생각했다. 잔잔하게 웃고 있었다. 누굴 기다리는 듯한 얼굴…​‘나 참… 뭐 하는 거야, 지금…’​그런데도, 그녀는 목 늘어진 티셔츠의 주름을 펴고, 다시 한번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있었다. 술이 취한 사위의 얼굴이 떠오른다. 아이를 재우는 동안 혼자 조용히 마시던 그의 옆모습.​자신을 도우려 삶의 고단함을 하나 더 얹은 걸일까… 어딘지 모르게 피로해 보이는 준호의 얼굴을 떠올리며 혜정은 다시 한번 셔츠를 내려다보고는 자작하게 졸여진 전골 냄비에 불을 껐다.​손가락 끝으로 조심스럽게 냄비를 집어들어 옮기는 혜정, 따뜻한 국물 냄새가 테이블을 감쌌다.​“됐어. 자, 한잔 따라드리겠습니다~ 우리 사위님”​그녀가 소주를 따라주자 준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잔을 들었다.​“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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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사위가 보던 것

차에 시동이 걸리자 부드러운 엔진음이 이마 위로 스미듯 진정감을 주었다.​다행히 시계를 보니 아주 늦은 건 아니었다.​아이에게 휴대폰 영상을 하나 틀어주자 금세 조용해졌다. 그제서야 머릿속에 여유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하지만 그 틈을 비집고, 어젯밤의 기억이 되감기처럼 돌아오기 시작했다.​술기운. 주고받은 말들. 엉킨 눈빛. 짧았지만 진한 정적.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아니, 닿았었나?​그리고 남은 술과 깨어난 감각에 대한 그리움에 컴퓨터 앞에서 다시 한 잔. 그리고...​“...내가 컴퓨터를 껐나?”​준호는 핸들을 쥔 손을 잠시 멈추고 이마를 짚었다. 화면을 껐던가. 아니면 취해 중간에 그대로 잠들어 버린 건가. 희미한 불안이 속을 서서히 파고들었다.​​​​​—​​​​​호들갑을 떨며 달려나간 사위와 손자. 혜정은 괜히 술을 부추겨 그의 일상을 어지럽힌 건 아닌가, 미안함이 남았다.​아이의 아침 식탁을 치우고 난 뒤 문득 떠오른 건 준호가 몸부림치던 침대 위였다. 헝클어진 시트가 눈앞에 아른거려, 발길이 저절로 그 방으로 향했다.​슬리퍼가 바닥을 스치며 방문을 열자 묵직한 남자의 냄새가 공기 속에 배어 나왔다. 다른 이의 것이라면 얼굴을 찌푸렸을지도 모를 냄새였지만, 혜정은 오히려 가슴이 편안해졌다. 그 향은 가을밤 자신을 감싸던 준호의 체취와 닮아 있었다.​“그래도 환기는 좀 시켜야지…”​창문을 열고 몸을 돌린 순간, 책상 위 컵에 남은 소주가 눈에 들어왔다. 하루 묵은 술 냄새가 코끝을 찔렀지만 그마저도 왠지 귀엽게 느껴졌다. 휴지통은 구겨진 티슈로 가득 차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지저분하다 싶으면서도, ‘이 사람, 또 혼자 여기서 잠 못 이루다 버둥댔구나…’ 하는 생각이 스며들었다. 그 흔적 하나하나가 안쓰럽고 사랑스럽고, 그래서 손길로 다 정리해주고 싶어졌다.​그때였다.​손끝이 무심코 마우스를 건드리자, 어둡던 화면이 환히 켜졌다.​“어?!”​놀란 그녀는 반사적으로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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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할머니 방에서 놀자

샤워를 마치고 나온 혜정의 귀에, 욕실 쪽에서 다시 물소리가 흘러왔다.​— 쏴아아…​씻지도 못하고 아이를 데리고 나간 사위가 돌아와서 씻으러 들어간 모양이었다. 혜정은 몸을 감싼 샤워타올을 묶은 손을 다시 한번 살폈다. 그 사이 물소리에 섞여 들려오는—기묘하게 규칙적인 소리.​— 차박 차박 차박 차박 차박​처음엔 물줄기가 벽에 부딪히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리듬은 너무 일정했고, 어쩐지 어떤 행위의 박자처럼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혜정은 무의식처럼 발걸음을 옮겼다. 안방으로. 욕실 문 앞까지.​문틈 아래로 흘러나오는 습한 공기에 더해져 억눌린 숨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었다.​“허…억… 허억…”​그녀의 걸음이 그 자리에 멎었다. 숨이 목구멍에 걸린 채 내려가지 않았다. 벗어나야 한다는 이성의 경고와, 그 자리에 뿌리내리고 싶다는 본능의 충동이 동시에 그녀를 끌어당겼다. 조금 전까지 머릿속을 스치던 금단의 장면이—이제는 욕실 문 너머, 현실 속에서 울리고 있었다.​혜정은 조금 전 사위의 컴퓨터가 켜지며 보였던 장면을 떠올렸다.​​​​​—​​​​​“이거… 이거 어떻게 끄는 거야…”​벌거벗은 남녀가 얽혀 있는 그 장면이 너무 적나라해서, 처음엔 그것이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하지만 화면 아래 천천히 움직이는 자막은 모든 걸 말해주었다.​[OFKU-1xx — 고베에서 상경한 아내의 어머니…]​“……어머니?”“……아내의, 어머니…?”​혜정은 숨이 멎는 것 같았다. 그제야 그녀는 자신이 그 장면을 얼마나 오래 바라보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손가락이 차갑게 식어 있었고 입술은 바싹 말라 있었다.​이건… 우연히 튼 영상이겠지. 우연이겠지. 우연이어야만 했다.​하지만 그녀는 화면 속 여인의 얼굴과 자신이 묘하게 겹쳐진다는 사실에, 어쩌면 아주 예전부터 누군가의 욕망 속에 자신이 놓여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기분에 서늘한 전율이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리는 걸 느꼈다.​그 순간 혜정은 손을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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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도망쳐야 했지만...

“아빠!! 아빠도 일루 와서 같이 봐!!! 저기!!! 우리 갔던 데야!”​그 말 한마디에 준호는 잠시 멈칫했다. 혜정의 방. 그 문을 넘는 순간부터 늘 몸 안에 뻣뻣한 불편함이 피어오르는 곳.​준호는 움찔하며 침대에 안겨 있는 혜정과 아이를 바라본다. 혜정의 눈은 티비 화면에 고정되어 있다. 마치 준호의 결정따위 어떻게 되든지 관심이 없다는 듯.​“얼른 와!! 아빠~~!!!”​하윤이가 다그치듯 환하게 웃으며 손짓했다. 티비에선 여행지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지금 화면엔 베트남의 바닷가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1년 전, 가족 셋이 함께 다녀온 그곳. 준호는 화면 너머로 하윤이가 그때를 떠올리고 있다는 걸 느꼈다. 혹시 엄마를 떠올리는 건 아닐까—잠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아이는 티비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장서방도 와서 같이 봐. 그냥.”​혜정의 목소리가 문 너머로 들려왔다. 예전처럼 다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는 준호를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았다.​“아… 네…”​준호는 문 앞에서 잠시 머뭇거렸다. 씻지 않은 몸으로 그녀의 침대에 오르는 것이 괜히 미안했다.​“괜찮아. 그냥 올라와. 옆에 누워.”​말은 그렇게 했지만, 혜정의 눈은 여전히 티비에만 고정되어 있었다.​“아빠, 저기 베트남 맞찌?”​하윤이가 품을 벌리며 준호를 당겼고, 그의 몸은 저항 없이 침대 위로 끌려들었다. 좁은 싱글 침대에 준호, 하윤, 그리고 혜정이 나란히 누웠다.​준호는 좁은 공간에서 몸이 닿지 않도록 본능적으로 몸을 한쪽으로 기울였다. 그러나 되려 그 여백은 결국 혜정을 바라보는 시선의 각도로 이어졌다. 그녀는 여전히 화면만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준호는 자꾸만 시선이 옆으로 쏠렸다.​헐렁한 티셔츠 아래로 드러나는 목선, 숨이 아이를 타고 그녀에게 닿지는 않을까 조심스러워지는 거리. 준호는 몸은 피했지만, 눈은 도망치지 못했다.​하윤이가 신경 쓰였다. 준호는 아이의 배를 토닥거리며 물었다.​“하윤아,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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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여자도 자위를 한다

​​“흐으응——!!”​아이의 방에서 갑작스레 터져나온 작은 투정. 애착담요를 찾는 듯, 몸을 뒤척이는 듯했다. 준호는 그제야 담요를 움켜쥐고 몸을 일으켰다.​그때 혜정의 등도 크게 올라왔다가 천천히 가라앉았다. 참았던 숨이 한꺼번에 풀려나오는 듯. 준호는 아무 말 없이 돌아섰다.​​​​​—​​​​​전날 밤, 혜정은 한숨도 자지 못했다. 잠이 오지 않았다기보다는 잠들 자신이 두려웠다. 눈을 감으면, 그 손길이, 그 체온이, 그 눈빛이, 모든 감각이 다시 떠올라 몸을 일으켜 세웠다.​나이 들어 주책맞게 심장이 그렇게나 두근거릴 줄은 몰랐다. 그것은 분명 사위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아무 일도 없었지만, 모든 게 이미 벌어진 듯한 다음 날 아침. 술기운 하나 없이 맨 정신으로 맞는 하루는 낯설고 버거웠다.​아이까지 늦잠을 자버린 탓에 부엌은 부산스러웠고, 식탁 위 그릇 부딪히는 소리가 유독 날카로웠다. 그 속에서도 시간은 흘러갔다. 식사는 끝났고, 준호는 옷매무새를 다듬고 있었다.​혜정은 며칠째 그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고 있었다. 눈을 피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그를 바라보는 것이 두려웠다.​그의 손등, 도드라진 핏줄 하나, 팔의 근육선, 움직일 때마다 티셔츠 아래에서 드러나는 실루엣. 그것들이 모두 지난밤의 감각으로 되살아났다.​준호가 움직이기만 해도 몸이 움츠러드는 것만 같았다.​“어머님, 다녀오겠습니다. 하윤아, 할머니 인사드려야지.”“아, 그… 그래… 다녀와…”​말끝이 흐려졌다.​“하윤아, 할머니 뽀뽀.”​아이의 작은 발소리가 다가왔다. 이어진 익숙한 볼 뽀뽀. 늘 받아왔던 사랑스러운 인사였지만 오늘은 그 작디작은 입술이 가슴께를 더 깊이 흔들었다.​준호는 어색하게 몸을 돌려 문을 닫고 나갔다.​“……후우……”​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그제야 혜정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숨을 내쉬었다. 그제야 조금 살 것 같았다. 천천히 몸을 돌렸다. 어디부터 정리를 시작해야 할까.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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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정액의 향기

오늘도 장모님은 나를 피한다.​밥을 먹을 때도, 하윤이를 재우러 들어갈 때도 장모님이 자신을 피하고 있다는 것을 준호는 느꼈다. 어젯밤 그 터치는 잠든 사람이 보일 수 있는 반응이 아니었다.​그녀는 깨어 있었고, 피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허락’이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확인할 수도 없었다.​“그때 깨어 있었죠?”“피하지 않으셨잖아요?”​그런 말을 내뱉는 순간, 모든 것이 끝장날 수도 있다. 이건 단순한 욕정이 아니라, 정말이지 인생이 걸린 문제였다. 그래서일까. 그녀가 자꾸 자신을 피하는 모습은 준호를 더 주저하게 만들었다.​더더욱 함부로 움직이지 말라는 경고처럼.​밤이 깊었다. 아이는 잠들었고, 불 꺼진 집은 조용했다. 혜정의 방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안에서는 희미한 TV 소리만 흘러나왔다.​‘아직 안 주무시나…’​준호는 그녀의 문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열어볼까. 잘자라는 인사라도 해볼까. 하지만 어제와 같은 우연이 없는 이상, 이 문을 내 의사로 여는 건… 너무 명확한 ‘의도’가 되어버릴 것 같았다.​그는 결국 돌아섰다. 냉장고 문을 열고, 소주 칵테일을 얼음 잔에 따라 한 모금 마셨다.​— 꿀꺽.‘술을 끊어야 되는데…’​그래도 이 목을 타고 내려가는 알코올의 힘. 내일도 나를 또 유혹하겠지. 입안에 남은 알코올 향을 굴리며 컴퓨터 앞에 앉았다.​한숨처럼 의자에 몸을 던지자, 모니터가 켜지고 브라우저가 자동으로 열렸다. 거기엔… 며칠 전 봤던 영상과 너무도 비슷한 목록들이 주르르, 스크롤도 하지 않았는데 줄줄이 이어져 있었다.​“아내가 출산으로 입원중, 장모님과 둘이서…”“취해서 들어온 장모님…”“장모님과 AV 감상을…”​제목이 자극적일수록, 그 속에서 움직일 것 같은 장면들이 준호의 머릿속을 먼저 점령했다. 그는 한 손으로 마우스를 옮겼다. 클릭하지 않아도, 영상 썸네일 위에 마우스가 닿는 순간 몇 초간의 프리뷰가 자동으로 재생되기 시작했다.​숨이 가빠졌다. 눈은 점점 그 화면
last updateDernière mise à jour : 202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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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잠든 사이에? 진짜 한 거야?!

그렇게 며칠이었다.​줄도, 말도 없이 서로를 당기다 밀어내는 줄다리기. 계속되다 못해, 어느 순간부터는 그저 끈이 풀린 채 서로의 눈치만 살피는 무기력한 탐색이 이어지고 있었다.​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하루는 흘러갔다. 그다음 날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 무탈한 반복 속에서만, 가장 많은 일이 일어나는 법이었다.​준호가 방에 들어간 뒤 문이 닫히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안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리듬에 숨을 삼키는 밤.​다음날 아침, 어김없이 이어지는 자위. 스스로를 어루만지는 시간이 반복될수록, 그의 손이 닿길 바라는 몸은 점점 더 뻔뻔하게 변해갔다.​‘이 손이 아니라… 다른 손이었으면 좋겠어.’​그녀는 지쳐가고 있었다. 몸은 이미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똑똑히 알고 있었고, 그 욕구를 ‘절제’라는 말로 틀어막는 일에도 한계가 다가오고 있었다.​욕실 거울 앞에 서서 언뜻 비치는 자신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말했다.​‘왜 이렇게까지 되었을까…’​그건 분명 준호 때문만은 아니었다. 버티고 억눌러온 자신 때문이었다. 그 욕망을 밀쳐두며 살아왔던 긴 세월, 그것이 지금 터지듯 몸 안에서 고여 있었던 것이다.​그는 너무 가까웠고, 지나치게 인간적이었고, 무엇보다… 너무 가련했다. 자신처럼.​“그 방 문을 열어버릴까…”“아니면 그냥 와달라고 말할까?”“아니면… 손이라도 한번 스쳐볼까…”​그러나 생각은 늘, ‘도저히 그럴 순 없다’는 벽 앞에서 주저앉았다.​그때 시선이 멈춘 곳. 처방만 받아두고 서랍에 쳐박아 두었던 약봉지.​​​​​—​​​​​저녁, 식탁.​“장서방?”​혜정은 평소보다 반음 높인 목소리로 불렀다.​“후식 좀 줄까?”​조금은 부드럽게, 조금은 장난스럽게 말을 꺼내보았지만 되려 준호는 짧게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냉기 섞인 무반응.​허공에 흩어진 말끝을 주워담듯, 혜정은 돌아서 약과 물을 들고 왔다. 컵 가장자리로 떨리는 손끝, 그 아래 쟁반이 살짝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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