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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사위가 먹고 싶어 하는 것

last update Veröffentlichungsdatum: 04.09.2026 14:06:39

“어… 언제 왔어?”

​

뺨에 남은 눈물 자국을 감추려는 듯, 혜정은 손등으로 서둘러 얼굴을 훑었다. 발각당한 듯한 민망함과, 이미 다 보였다는 체념이 섞인 표정이었다. 떨리는 손끝.

​

준호는 주머니 속 손가락만 꼼지락거리며, 일단 다가와서 전화는 끊었지만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알지 못했다. 짧지만 길게 느껴지는 정적. 서로가 서로의 어색함이 가라앉기만을 기다리는 듯한 순간이었다.

​

준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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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술 생각이 나서요. 좀 걷다 들어가려구요. 주무시는 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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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정은 고개를 살짝 들었다가, 눈이 마주치자 곧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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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들은 거야… 부끄럽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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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는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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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습니다. …이제 들어가실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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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정은 망설이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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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조금만. 자넨 먼저 들어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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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준호는 조용히 그녀 옆에 섰다.

​

“저도 나온 지 얼마 안 됐어요. 같이 좀 걸어요.”

​

가을밤의 바람이 두 사람 사이를 천천히 스쳤다. 낙엽 밟히는 소리만이 적막을 메우며 흘렀다.

​

꽤 시간이 지난 듯할 무렵, 혜정이 먼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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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사장이라고… 예전부터 알던 사람 있어. 그 사람이 좀 도와준다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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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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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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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정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농담처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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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래 봬도 은근히 인기가 있다니까. 미인계 좀 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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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끝은 이내 흐려졌고, 고개가 다시 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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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책이지?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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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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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장모님 아직 젊어요. 진짜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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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웃음이 그녀의 입술 끝을 스쳤다. 그러나 정적은 다시 찾아왔다.

​

그 정적을 깬 건 이번엔 준호였다.

​

“…얼마예요?”

“뭐?” 혜정이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얼마가 필요한 건데요.”

​

순간, 그녀의 눈동자에 당혹과 미안함, 그리고 아주 잠깐 옅은 안도감이 스쳤다.

​

“아니야. 절대 안 돼. 지금도 이렇게 신세 지는 것도 미안한데…”

“얼마인지만 말해보세요. 전세금 들어오면 주시면 되잖아요.”

​

한참의 실랑이 끝에, 혜정은 조용히 입술을 열었다.

​

“…이천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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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는 잠시 숨을 고르다 고개를 끄덕였다.

​

“내일 오전에 확인해볼게요. 그런 사람한테 책 잡히지 마세요. 안 그래도 되니까.”

​

그 말에 혜정의 눈가가 붉어졌다.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

두 사람이 걷는 발걸음은 어느새 아파트 단지를 훌쩍 벗어나 있었다. 생각보다 먼 길을 함께 걸은 것이었다.

​

준호는 그녀의 어깨에 살짝 손을 얹었다. 조심스러운 무게. 그러나 분명 따뜻했다.

​

“기운 내세요. 기죽지 말고요. 이제 추워요. 들어가요.”

​

혜정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발걸음은 그의 속도에 맞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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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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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어제 폭우가 무색할 만큼, 다음 날 아침은 눈부시게 맑았다.

​

숙취를 씹듯 입안을 쩝쩝거리며 약국 앞에 선 지환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

“어? 어제 불을 안 끄고 갔나?”

​

약국 안은 벌써 불이 환했다. 자동문은 버튼을 누르자마자 거침없이 열렸고, 안에는 준호가 있었다.

​

“뭐야. 왠일이야. 내가 늦은 거야?”

​

지환은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며 투덜거렸다. 평소랑 똑같은 출근 시간인데, 아이 등원시키고 오는 준호가 먼저 와 있다니.

​

“진짜 웬일이래. 꿈인가.”

​

눈을 가늘게 뜨며 약국 안으로 들어서자, 준호가 환히 웃었다.

​

“형.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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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한마디에, 지환은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

“…씨이발. 안 돼. 뭔진 몰라도 안 돼. 나가.”

​

준호는 능청스럽게 다가왔다.

​

“이천만.”

“뭐, 이 새끼가… 아침부터 재수 없게 돈 타령이야? 내가 돈이 어딨—”

​

말이 끝나기도 전에, 준호가 덥석 안기듯 매달렸다.

​

“형~ 이번 한 달 내가 아침 다 출근할게. 정산도 내가 하고, 택배도 내가 다 받고. 딱 한 달만! 다음 달에 바로 갚아!”

“안 된다니까. 나도 죽겠다, 인마.”

​

지환은 손사래를 쳤지만, 준호는 이미 알고 있었다.

​

“형, 며칠 전에 코인잔고 내가 다 봤어. 그거 존버해봤자 휴지 조각이야. 그냥 동생 코인으로 갈아타.”

“야… 너 설마 내 폰도 훔쳐보냐?”

​

지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준호는 손을 모아 비는 시늉을 했다.

​

“딱 이천. 진짜 딱 한 달만. 다음 달 10일 전에 갚는다, 무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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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아침 햇살이 쌀쌀한 바람 사이로 내려앉았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던 길, 혜정은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다가도 아이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곧 얼굴빛이 가라앉았다.

​

“휴…”

​

무심코 꺼낸 휴대폰. 알림창에 쌓여 있는 메시지 중, 자꾸만 눈에 밟히는 한 줄.

​

[박옥철] [계좌번호 알려줘요…]

​

꺼버릴까 하다, 망설이며 주머니 속에 다시 밀어 넣었다. 사위에게 신세를 지는 것, 아니면 박 사장과 경계가 무너지는 것. 어느 쪽도 답은 없었다.

​

“하아… 로또라도 사볼까.”

​

건너편, 오래된 붉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늘 거기 있던 복권 판매점. 오늘따라 유난히 눈에 밟혔다. 혜정은 잠시 서 있다가, 이끌리듯 발걸음을 옮겼다.

​

“저기…”

​

가게 안은 한산했다. 복스러운 인상의 주인이 익숙한 손님 맞이하듯 웃으며 말했다.

​

“저기 선반에 있어요.”

“아… 네.”

​

출입문 옆 선반에서 종이 한 장과 검은 사인펜을 집어 들었다.

​

로또. 도박이라고는 백원짜리 맞고밖에 해본 적 없는 그녀에게, 이 숫자가 적힌 얇은 종이카드는 낯설고도 묘하게 무거웠다.

​

‘그냥… 고르면 되는 건가.’

​

하지만 펜을 들자, 머릿속은 이미 숫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자꾸 튀어나오는, 잊을 수 없는 숫자들.

​

‘결국 다 내가 아는 숫자잖아.’

​

찡그린 채 아무렇게나 몇 개를 적고, 만 원짜리를 내밀었다.

​

— 삐—

​

기계음.

​

“여기 번호 하나 빠졌어요. 숫자 하나 더 고르셔야죠. 그냥 불러주셔도 돼요.”

​

사장이 자주 있는 일인 양 웃으며 말했다. 순간, 혜정은 뒤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온몸이 굳는 듯했다. 그리고 그때 갑자기 떠오른 것은 왜 딸의 생일도 아니고 사위의 생일일까.

​

“5… 5번이요.”

​

​

​

​

​

—

​

​

​

​

​

부끄러움과 두근거림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

‘이 나이 먹도록 로또 한 장도 제대로 못 사보고… 대체 뭘 하며 산 거야.’

​

숫자 하나에 머뭇거리던 자신이 떠올라, 혜정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

그저 바로 뒷사람처럼 능숙하게 만 원짜리를 내밀며

“자동이요.”

한마디만 했어도 됐을 텐데.

​

한참을 꼭 쥐고 있던 복권 용지를 조심스레 접어 지갑에 넣는다.

​

“후…”

​

심호흡. 떨림과 부끄러움을 뱉어내듯 길게 내쉬었다.

​

— 까똑.

​

[경희] 언니… 진짜 너무한…

​

어제 돈이 급하다며 독촉하던 동생의 메시지였다. 방금 토해낸 불안이 다시 차올랐다. 가슴이 뻐근하게 조여오고, 시야가 좁아지는 듯한 압박. 손끝까지 힘이 빠져, 휴대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

‘안 돼… 지금 이러면 안 돼.’

​

길바닥 위에서 쓰러지면 정말 끝이다. 혜정은 흔들리는 시선을 들며 상가 앞에 놓인 플라스틱 의자를 겨우 찾아내 앉았다. 덜덜 떨리는 손이 휴대폰을 놓칠 것같아 다시 힘을 주었다.

​

정말 급해서일 수도 있다. 아니면 빌려간 돈을 갚을 수 없을까 불안해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유가 뭐든, 이미 금이 간 관계라는 건 분명했다.

​

‘답장을 해줘야 되나…’

​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멍하니 화면만 바라보던 순간— 또 하나의 알림이 상단을 덮었다.

​

[입금]

21,000,000 원

장준호 → 지혜정

​

혜정은 눈을 의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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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

​

[장모님] 고마워~~…

​

문자 알림음.

​

입금한 지 채 몇 초 지나지 않아 도착한 메시지였다.

​

‘마음이 얼마나 급했으면…’

​

준호는 피식 웃으며 옆에서 입이 튀어나온 지환의 어깨를 가볍게 주물렀다.

​

“맨날 돈 없다 돈없다 하면서 코인에 넣을 돈은 어디서 난 거야?”

​

지환은 눈을 흘기더니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

“야. 이거 떡상하면 어떻게 하냐..”

​

투덜거리며 다시 휴대폰 화면 속 그래프를 훑었다. 손끝이 분주하게 일봉, 월봉을 넘긴다.

​

“아오… 형 같은 사람이 시작하면 그게 떡락 시그널이라니까. 얼마가 됐든 코인으로 줄 테니까 그만 징징거려. 차트 그만 봐.”

​

지환은 여전히 화면을 노려보다가 씁쓸하게 툭 내뱉었다.

​

“씨발… 너 약속 지켜. 4천으로 갚을 준비나 해.”

​

준호는 웃으며 다시 핸드폰 화면을 켰다. 메신저에 뜬 새 메시지.

​

[장모님] 고마워~~ 사위^^ 근데 왜 100만 원이 더 들어왔어? 잘못 보낸 거야?

​

그런 센스는 아내 다희에게 배운 것이었다. 줄 땐 조금 더 주라는 말. 그리고 그것은 준호가 장모 혜정에게서 물려받았을 유산이기도 했다. 늘 몇 배가 되어 돌아왔던 그 방식. 그가 준 건 단순한 돈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여유였다.

​

[요즘 좀 쳐져 계신 것 같아서요. 필요한 거 사세요. 많이는 못 보냈어요.]

​

답장은 금세 돌아왔다.

​

[장모님] 아니야…나 필요한 거 없어. 뭐 먹고 싶어? 오늘 저녁은, 먹고 싶은 거 다 말해^^

​

준호는 휴대폰을 내려다보다가 잠깐 눈을 감고 생각했다.

​

‘먹고 싶은 거…’

​

​

​

​

​

—

​

​

​

​

​

저녁식탁이 되어버린 작은 테이블.

​

하윤이는 아이 의자에 앉아, 준호가 넘기는 책 속 그림을 따라가며 입을 바삐 움직였다. 그 옆, 한때 다희가 앉던 자리에 이제는 준호가 자리하고 있었다.

​

책을 펼쳐 들고 한 글자씩 천천히 읽어주던 그는, 아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

“이건 뭐야?”

“음… 곰돌이…아니!! 오리너구린가… 너구리!”

​

정확하진 않았지만, 그 엉뚱한 대답도 사랑스러웠다.

​

그는 아이와 가능한 많은 시간을 함께하려 애썼다.

​

‘뭐든 학원으로 때우진 말자.’

​

아내와 함께 했던 약속이었다. 다 지키진 못했어도, 마주보는 시간만큼은 놓치지 않으려 했다. 엄마 없이 버티는 아이에게, 자신만큼은 확실한 기댈 곳이 되고 싶었다.

​

“자~~ 이제 좀 치울래?”

​

부엌 쪽에서 들려온 혜정의 목소리. 커다란 냄비를 품에 안은 그녀가 테이블로 다가왔다.

​

“네, 자~ 하윤아 먹고 또 보자.”

​

준호는 책을 접고 테이블 위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접시와 컵을 치우고, 테이블 매트를 깔았다.

​

그 위로 혜정이 조심스레 냄비를 내려놓는 순간, 그녀의 머리카락 끝이 살짝, 준호의 귀를 스치고 지나갔다.

​

아주 은은한 화장품 향이 코끝을 스쳤다. 향수처럼 인위적인 냄새가 아니라, 땀과 비누, 화장품이 오래 배어 나온 듯한 몸의 온기가 섞인 향기였다.

​

준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었지만, 시선이 닿을까 두려워 얼른 눈을 내리깔았다. 그리고, 그 짧은 찰나에 시야에 스친 것. 혜정의 티셔츠 안, 목선 아래로 부드럽게 드리운 곡선. 살짝 모아진 가슴골 위로 살색 브라의 곡선이 아른거렸다. 옷감인지 살결인지 분간되지 않는 순간, 준호의 몸은 본능처럼 움찔했다.

​

희미한 그림자가 유독 깊고 짙게 눈에 밟혔다.

​

그러나 생각이 이어지기도 전에 혜정은 벌떡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곧, 쟁반 위에 술병을 올려 들고 돌아왔다.

​

“우리 사위 소주 좋아하잖아. 오늘은 마음껏 드세요~”

​

쾌활한 목소리에, 준호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식사 자리는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아이 옆자리에 앉은 준호의 자리를 혜정이 대신 앉고, 준호는 맞은편으로 돌아갔다. 혜정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국을 식혀 숟가락을 들어올리고, 젓가락으로 반찬을 챙겨 아이의 앞에 놓아주었다.

​

“오늘 내가 씻기고 재울게. 장 서방은 그냥 마음껏 먹어. 냉장고에 소주 더 있으니까.”

​

말을 마친 혜정은 자신의 잔도 준호 앞에 조용히 내밀었다.

​

“나는 한 잔만. 하윤이 재워야 하니까…”

​

잔 위로 번진 불빛이 유난히 흔들렸다. 그 불빛 속에서, 그녀의 웃음은 묘하게 잔잔했지만 또렷했다. 그 잔이, 그 순간만큼은 유난히 반짝여 보였다.

​

​

​

​

​

—

​

​

​

​

​

아이는 금세 잠들었다.

​

전골 국물에 타듯 섞어 마신 소주가 은근히 속을 데워왔지만, 갈증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사위의 술자리는 끝났을까… 아니면, 아직 남아 있을까…

​

혜정은 조용히 아이의 옆에 앉아 작은 배를 톡톡— 가볍게 두드려보았다.

​

“하윤아… 자니?”

​

대답 대신 새근거리는 콧바람. 아이가 깊이 잠든 신호였다. 말려 올라간 셔츠를 곱게 내려주고, 흘러내린 이불을 다시 끌어올려 덮었다. 수면등 불빛 아래, 고요히 감긴 눈과 작은 얼굴은 세상 누구보다 평화로워 보였다.

​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킨 혜정이 문 쪽으로 몸을 돌리려다 잠시 서서 옷매무새를 다잡았다. 혹시나 머리카락도 헝클어진 것은 아닌가 손가락으로 슬쩍 빗어내리며 정돈한다.

​

후—

​

조용히 숨을 내쉬고, 발끝으로 걸음을 옮겨 문을 닫았다. 방 안의 온기와는 다른, 묘한 열기가 가슴 아래에서부터 천천히 치밀어 오르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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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모의 침대   46화 올려줘, 더 높이

    “끄하아아아앙!!!”​절정이 오고 있었다. 그녀의 몸 전체가 무언가에 꿰뚫린 채로 바닥에서 수직으로 솟구치고, 한순간 모든 감각이 꺼져버리는, 전류 같은 절정이 찾아오고 있었다.​“으흐으그… 으그으윽… 어그윽…”​이해할 수 없는 소리.​통제되지 않는 몸.​그 사이로 흘러나온 애액은 걸쭉하게, 두 사람의 사이를 흰 실처럼 뒤덮었다. 준호는 그녀에게 자지를 꽂은 채,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풀썩.​시트가 펄럭이며 바닥에 착 가라앉았다.​“허으윽…!”​그녀의 신음 위로, 준호는 몸 전체를 그녀 위에 겹쳤다.​그리고 허리를 거칠게 박아댔다.​—철썩 철썩 철썩 철썩​준호는 허공에 든 장모의 다리를 두 손으로 감싼 채, 온몸의 무게를 실어 혜정의 중심에 쏟아붓고 있었다.​끝까지 빠졌다가, 다시 깊숙이.​살이 마찰하며 내는 파열음. 걸쭉하게 섞인 체액이 내는 질척한 소리. 두 사람의 경계는 이미 녹아 있었다.

  • 장모의 침대   45화 사랑스러운 체위

    — 질퍽 질척​젖어 있던 곳에서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는 물은 억눌렀던 욕망의 흔적처럼, 적나라하게 넓게 퍼졌다.​서로의 땀과 숨결, 그리고 막 터져나온 액체가 뒤섞이며 다리 사이를 뜨겁게 적셨다.​혜정은 엉덩이를 한번 더 깊게 밀어넣듯 앉히며, 다리에 맺힌 감촉을 느꼈다.​“흐그으으응!!!​그리고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철벅. 철벅.“아흑…”“아윽…!”​일정하게 울리는 살과 살의 부딪힘. 음탕한 물소리가 방 안을 메우는 가운데, 혜정은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몸이 위아래로 흔들릴 때마다, 시선 너머로 스쳐 지나가는 준호의 얼굴. 그는 혜정에게서 시선을 한 번도 떼지 않았다.​아래에서, 위를 덮고 있는 그녀를 눈을 깜빡이지도 않은 채 바라보고 있었다.​그 시선이, 뜨겁고 날카로웠다.​‘지금…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기분은 좋은 걸까.&rsquo

  • 장모의 침대   44화 빨아서 깨끗하게 해줘요

    준호는 두 손으로 혜정의 허리를 움켜쥐었다. 손바닥 아래, 살결이 뜨겁고 젖어 있었다.​그녀의 몸이 시트에 눌릴 때마다 살이 맞부딪혔다.​—철썩 철썩​허벅지가 부딪칠 때마다 그녀가 떨렸다. 안쪽에서 그를 더 깊이 끌어들이는 떨림. 준호는 무릎을 세운 채 상체를 숙였다. 몸 전체의 무게를 그녀의 허리 위로 실었다. 제압하듯, 그러나 터져 나오는 쾌락은 항복을 받아내는 것에 가까웠다.​“허억… 허억…”​숨이 맞물릴 때마다 땀이 떨어졌다. 그 한 방울이 그녀의 등허리를 타고 흘러내렸다.​더 깊게, 더 확실하게.​“아흑!!! 나몰라!! 아흐으응!!!!”​그녀의 신음이 터질 때마다 준호의 귓가가 떨렸다. 그 소리가 고통인지 쾌락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다만 그 음색이 그를 더 미치게 만들었다.​한순간도 멈추지 못했다.​몸속 어딘가에서부터 피가 몰려왔다. 허리 아래로 쏠리는 열기와 함께, 머리끝까지 번지는 압력이 폭발 직전까지 차올랐다.​“으윽!! 쌀게요… 안에…”

  • 장모의 침대   43화 여기... 넣어도 되죠?

    “흐읏… 어흐… 아, 하악…!”​몸이 튀었다. 복부 깊은 곳에서부터 퍼져나오는 전류 같은 감각. 촉촉한 열기 사이에 이질적인 이물감이 박혀들자, 쾌락은 방향을 잃고 터져나갔다. 혀와 손이 같은 박자로 안팎을 빠져나가며 혜정의 중심은 풀려버렸다.​“끄흐으윽… 으응… 으으아…!”​손끝은 다시 미끄러졌고, 혀는 더 강하게 빨아들였다.​“이제 제발 그만!”과“조금 더!”​의 감각 사이에서 사위의 공격은 잠시 멀어졌다. 애액과 침이 엉망으로 뒤섞여 시트를 더럽혔을 것 같았다.​“하아… 하아…. 하아…”​혜정은 숨소리를 낮춰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아랫도리를 벗은 채, 개구리처럼 네 다리를 활짝 벌리고 엎드린 장모의 모습을 바라보며 사위는 어떤 생각을 할까.​‘천박한 년’이라고 욕하지는 않을까.이제부터 ‘함부로 해도 되는 여자’ 취급을 하지는 않을까.​쾌락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죄책감이 그 자리를 메웠다. 바닥에 무너져 앉던 그날 밤이 서늘하게 되살아났다.

  • 장모의 침대   42화 거기?! 안돼!!!!!!

    아이를 재우러 들어간 준호는 이불을 아이 턱까지 끌어올리며 나지막이 말했다.​“이제 그만 자야지… 하윤아.”​하지만 아이는 하룻밤 아빠를 보지 못한 탓인지 눈이 반짝였다. 베개를 껴안은 채 이리저리 몸을 굴리며 조잘거렸다.​“아빠, 그거 알아? 오늘 만화에 나오는 공룡이—”​다시 시작된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매번 같은 캐릭터, 같은 대사, 같은 결말. 그런데도 아이의 눈동자는 처음 듣는 것처럼 살아 있었다.​준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의 머리칼을 쓸어내렸다. 귀는 온통 바깥을 향해 있었다.​현관 너머, 거실은 고요했다.​냉장고의 모터음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혜정은 약을 먹고 잠이 들었을까. 혹시나 꺼지려는 의식을 붙잡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그녀가 그의 앞에서 수면제를 삼켰다는 건 명백한 초대였다. 맨정신으로는 서로를 마주할 용기가 없다는. 그래서 잠의 가장자리를 빌려야만 자신의 침대로 초대할 수 있다는 신호.​준호의 가슴이 조여들었다.​온몸은 이미 문밖으로 나가려는 듯 굳어 있었다. 그를 붙잡은 건 작고 따뜻한 손이었다.​“아빠, 그 이야기 한번만 더 해… 하아아아암”​아이의 목소리가 얇게 갈라지며 긴 하품을 밀어냈다. 준호는 숨을 들이켰다.​“응,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다… 그래서 그 고양이 해적이 말이야…”​​​​​—​​​​​겨우 아이를 재우고 나온 준호는 조심스레 문을 닫았다.​문틈이 맞물리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아이의 잠투정이 길어서 화장실이 급했다. 소변을 보고 나서 세면대 앞에 섰다.​— 쏴아아​수도꼭지를 틀자 물줄기가 흰 도기면에 부딪히며 흩어졌다. 손끝으로 물을 받자 차가움이 팔을 타고 올라왔다.​준호는 깊게 숨을 내쉬었다.​서두르고 싶었지만, 이상하게도 손의 움직임은 느려졌다.​그녀는 분명 준비했을 것이다. 장모라는 여자는 언제나 단정하게, 치장 하나 허투루 하지 않았던 여인이니까​그를 맞이한다면 그 또한 ‘의식’처럼 치밀

  • 장모의 침대   41화 다시 수면제

    아무 반응이 없었다. 화를 내는 것도, 한숨을 쉬는 것도.​‘화가 나서 휴대폰을 던졌나…’​충분히 그럴 만했다. 혜정이 젊어 보이긴 해도, 이런 사진을 받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게다가 상대가 사위라니.​[…]​깜빡이는 말줄임표.​그리고 다시 정적.​준호는 직감했다. 화는 아니다. 지금 그녀는 사진을 붙들고 그날을 되살리고 있을지 모른다.​자신의 입술에 닿아 있던 그것을 입안으로 받아들이던 순간.​준호의 손끝이 움직였다.​[빨고 싶죠?]​다시 깜빡이는 말줄임표.그녀가 망설이고 있다.​“안에… 싸줘…”​그날 욕실에서 절정 직후 헐떡이던 속삭임이 귓가에 맴돌았다. 만약 그때, 정액과 애액 범벅이 된 자지를 그녀의 입가에 들이밀었다면. 그녀는 주저하지 않았을 것이다.​뜨거운 것을 핥아내고, 입속 가득히 삼켜내며, 다시 발기를 유도해 목 깊숙이 받아들였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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