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MELDEN“어… 언제 왔어?”
뺨에 남은 눈물 자국을 감추려는 듯, 혜정은 손등으로 서둘러 얼굴을 훑었다. 발각당한 듯한 민망함과, 이미 다 보였다는 체념이 섞인 표정이었다. 떨리는 손끝.
준호는 주머니 속 손가락만 꼼지락거리며, 일단 다가와서 전화는 끊었지만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알지 못했다. 짧지만 길게 느껴지는 정적. 서로가 서로의 어색함이 가라앉기만을 기다리는 듯한 순간이었다.
준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 술 생각이 나서요. 좀 걷다 들어가려구요. 주무시는 줄 알고…”
혜정은 고개를 살짝 들었다가, 눈이 마주치자 곧 피했다.
“어디서부터 들은 거야… 부끄럽네, 정말.”
준호는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이제 들어가실 거죠?”
혜정은 망설이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음… 조금만. 자넨 먼저 들어갈래?”
그러나 준호는 조용히 그녀 옆에 섰다.
“저도 나온 지 얼마 안 됐어요. 같이 좀 걸어요.”
가을밤의 바람이 두 사람 사이를 천천히 스쳤다. 낙엽 밟히는 소리만이 적막을 메우며 흘렀다.
꽤 시간이 지난 듯할 무렵, 혜정이 먼저 입을 열었다.
“박 사장이라고… 예전부터 알던 사람 있어. 그 사람이 좀 도와준다 해서…”
준호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혜정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농담처럼 말했다.
“나 이래 봬도 은근히 인기가 있다니까. 미인계 좀 썼지…”
말끝은 이내 흐려졌고, 고개가 다시 숙여졌다.
“주책이지? 미안…”
준호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뇨. 장모님 아직 젊어요. 진짜로요.”
짧은 웃음이 그녀의 입술 끝을 스쳤다. 그러나 정적은 다시 찾아왔다.
그 정적을 깬 건 이번엔 준호였다.
“…얼마예요?”
“뭐?” 혜정이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얼마가 필요한 건데요.”
순간, 그녀의 눈동자에 당혹과 미안함, 그리고 아주 잠깐 옅은 안도감이 스쳤다.
“아니야. 절대 안 돼. 지금도 이렇게 신세 지는 것도 미안한데…”
“얼마인지만 말해보세요. 전세금 들어오면 주시면 되잖아요.”
한참의 실랑이 끝에, 혜정은 조용히 입술을 열었다.
“…이천만 원.”
준호는 잠시 숨을 고르다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오전에 확인해볼게요. 그런 사람한테 책 잡히지 마세요. 안 그래도 되니까.”
그 말에 혜정의 눈가가 붉어졌다.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두 사람이 걷는 발걸음은 어느새 아파트 단지를 훌쩍 벗어나 있었다. 생각보다 먼 길을 함께 걸은 것이었다.
준호는 그녀의 어깨에 살짝 손을 얹었다. 조심스러운 무게. 그러나 분명 따뜻했다.
“기운 내세요. 기죽지 말고요. 이제 추워요. 들어가요.”
혜정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발걸음은 그의 속도에 맞춰졌다.
—
어제 폭우가 무색할 만큼, 다음 날 아침은 눈부시게 맑았다.
숙취를 씹듯 입안을 쩝쩝거리며 약국 앞에 선 지환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어제 불을 안 끄고 갔나?”
약국 안은 벌써 불이 환했다. 자동문은 버튼을 누르자마자 거침없이 열렸고, 안에는 준호가 있었다.
“뭐야. 왠일이야. 내가 늦은 거야?”
지환은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며 투덜거렸다. 평소랑 똑같은 출근 시간인데, 아이 등원시키고 오는 준호가 먼저 와 있다니.
“진짜 웬일이래. 꿈인가.”
눈을 가늘게 뜨며 약국 안으로 들어서자, 준호가 환히 웃었다.
“형. 형님.”
그 한마디에, 지환은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씨이발. 안 돼. 뭔진 몰라도 안 돼. 나가.”
준호는 능청스럽게 다가왔다.
“이천만.”
“뭐, 이 새끼가… 아침부터 재수 없게 돈 타령이야? 내가 돈이 어딨—”
말이 끝나기도 전에, 준호가 덥석 안기듯 매달렸다.
“형~ 이번 한 달 내가 아침 다 출근할게. 정산도 내가 하고, 택배도 내가 다 받고. 딱 한 달만! 다음 달에 바로 갚아!”
“안 된다니까. 나도 죽겠다, 인마.”
지환은 손사래를 쳤지만, 준호는 이미 알고 있었다.
“형, 며칠 전에 코인잔고 내가 다 봤어. 그거 존버해봤자 휴지 조각이야. 그냥 동생 코인으로 갈아타.”
“야… 너 설마 내 폰도 훔쳐보냐?”
지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준호는 손을 모아 비는 시늉을 했다.
“딱 이천. 진짜 딱 한 달만. 다음 달 10일 전에 갚는다, 무조건.”
—
아침 햇살이 쌀쌀한 바람 사이로 내려앉았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던 길, 혜정은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다가도 아이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곧 얼굴빛이 가라앉았다.
“휴…”
무심코 꺼낸 휴대폰. 알림창에 쌓여 있는 메시지 중, 자꾸만 눈에 밟히는 한 줄.
[박옥철] [계좌번호 알려줘요…]
꺼버릴까 하다, 망설이며 주머니 속에 다시 밀어 넣었다. 사위에게 신세를 지는 것, 아니면 박 사장과 경계가 무너지는 것. 어느 쪽도 답은 없었다.
“하아… 로또라도 사볼까.”
건너편, 오래된 붉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늘 거기 있던 복권 판매점. 오늘따라 유난히 눈에 밟혔다. 혜정은 잠시 서 있다가, 이끌리듯 발걸음을 옮겼다.
“저기…”
가게 안은 한산했다. 복스러운 인상의 주인이 익숙한 손님 맞이하듯 웃으며 말했다.
“저기 선반에 있어요.”
“아… 네.”
출입문 옆 선반에서 종이 한 장과 검은 사인펜을 집어 들었다.
로또. 도박이라고는 백원짜리 맞고밖에 해본 적 없는 그녀에게, 이 숫자가 적힌 얇은 종이카드는 낯설고도 묘하게 무거웠다.
‘그냥… 고르면 되는 건가.’
하지만 펜을 들자, 머릿속은 이미 숫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자꾸 튀어나오는, 잊을 수 없는 숫자들.
‘결국 다 내가 아는 숫자잖아.’
찡그린 채 아무렇게나 몇 개를 적고, 만 원짜리를 내밀었다.
— 삐—
기계음.
“여기 번호 하나 빠졌어요. 숫자 하나 더 고르셔야죠. 그냥 불러주셔도 돼요.”
사장이 자주 있는 일인 양 웃으며 말했다. 순간, 혜정은 뒤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온몸이 굳는 듯했다. 그리고 그때 갑자기 떠오른 것은 왜 딸의 생일도 아니고 사위의 생일일까.
“5… 5번이요.”
—
부끄러움과 두근거림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이 나이 먹도록 로또 한 장도 제대로 못 사보고… 대체 뭘 하며 산 거야.’
숫자 하나에 머뭇거리던 자신이 떠올라, 혜정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저 바로 뒷사람처럼 능숙하게 만 원짜리를 내밀며
“자동이요.” 한마디만 했어도 됐을 텐데.
한참을 꼭 쥐고 있던 복권 용지를 조심스레 접어 지갑에 넣는다.
“후…”
심호흡. 떨림과 부끄러움을 뱉어내듯 길게 내쉬었다.
— 까똑.
[경희] 언니… 진짜 너무한…
어제 돈이 급하다며 독촉하던 동생의 메시지였다. 방금 토해낸 불안이 다시 차올랐다. 가슴이 뻐근하게 조여오고, 시야가 좁아지는 듯한 압박. 손끝까지 힘이 빠져, 휴대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안 돼… 지금 이러면 안 돼.’
길바닥 위에서 쓰러지면 정말 끝이다. 혜정은 흔들리는 시선을 들며 상가 앞에 놓인 플라스틱 의자를 겨우 찾아내 앉았다. 덜덜 떨리는 손이 휴대폰을 놓칠 것같아 다시 힘을 주었다.
정말 급해서일 수도 있다. 아니면 빌려간 돈을 갚을 수 없을까 불안해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유가 뭐든, 이미 금이 간 관계라는 건 분명했다.
‘답장을 해줘야 되나…’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멍하니 화면만 바라보던 순간— 또 하나의 알림이 상단을 덮었다.
[입금]
21,000,000 원 장준호 → 지혜정
혜정은 눈을 의심했다.
—
[장모님] 고마워~~…
문자 알림음.
입금한 지 채 몇 초 지나지 않아 도착한 메시지였다.
‘마음이 얼마나 급했으면…’
준호는 피식 웃으며 옆에서 입이 튀어나온 지환의 어깨를 가볍게 주물렀다.
“맨날 돈 없다 돈없다 하면서 코인에 넣을 돈은 어디서 난 거야?”
지환은 눈을 흘기더니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야. 이거 떡상하면 어떻게 하냐..”
투덜거리며 다시 휴대폰 화면 속 그래프를 훑었다. 손끝이 분주하게 일봉, 월봉을 넘긴다.
“아오… 형 같은 사람이 시작하면 그게 떡락 시그널이라니까. 얼마가 됐든 코인으로 줄 테니까 그만 징징거려. 차트 그만 봐.”
지환은 여전히 화면을 노려보다가 씁쓸하게 툭 내뱉었다.
“씨발… 너 약속 지켜. 4천으로 갚을 준비나 해.”
준호는 웃으며 다시 핸드폰 화면을 켰다. 메신저에 뜬 새 메시지.
[장모님] 고마워~~ 사위^^ 근데 왜 100만 원이 더 들어왔어? 잘못 보낸 거야?
그런 센스는 아내 다희에게 배운 것이었다. 줄 땐 조금 더 주라는 말. 그리고 그것은 준호가 장모 혜정에게서 물려받았을 유산이기도 했다. 늘 몇 배가 되어 돌아왔던 그 방식. 그가 준 건 단순한 돈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여유였다.
[요즘 좀 쳐져 계신 것 같아서요. 필요한 거 사세요. 많이는 못 보냈어요.]
답장은 금세 돌아왔다.
[장모님] 아니야…나 필요한 거 없어. 뭐 먹고 싶어? 오늘 저녁은, 먹고 싶은 거 다 말해^^
준호는 휴대폰을 내려다보다가 잠깐 눈을 감고 생각했다.
‘먹고 싶은 거…’
—
저녁식탁이 되어버린 작은 테이블.
하윤이는 아이 의자에 앉아, 준호가 넘기는 책 속 그림을 따라가며 입을 바삐 움직였다. 그 옆, 한때 다희가 앉던 자리에 이제는 준호가 자리하고 있었다.
책을 펼쳐 들고 한 글자씩 천천히 읽어주던 그는, 아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건 뭐야?”
“음… 곰돌이…아니!! 오리너구린가… 너구리!”
정확하진 않았지만, 그 엉뚱한 대답도 사랑스러웠다.
그는 아이와 가능한 많은 시간을 함께하려 애썼다.
‘뭐든 학원으로 때우진 말자.’
아내와 함께 했던 약속이었다. 다 지키진 못했어도, 마주보는 시간만큼은 놓치지 않으려 했다. 엄마 없이 버티는 아이에게, 자신만큼은 확실한 기댈 곳이 되고 싶었다.
“자~~ 이제 좀 치울래?”
부엌 쪽에서 들려온 혜정의 목소리. 커다란 냄비를 품에 안은 그녀가 테이블로 다가왔다.
“네, 자~ 하윤아 먹고 또 보자.”
준호는 책을 접고 테이블 위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접시와 컵을 치우고, 테이블 매트를 깔았다.
그 위로 혜정이 조심스레 냄비를 내려놓는 순간, 그녀의 머리카락 끝이 살짝, 준호의 귀를 스치고 지나갔다.
아주 은은한 화장품 향이 코끝을 스쳤다. 향수처럼 인위적인 냄새가 아니라, 땀과 비누, 화장품이 오래 배어 나온 듯한 몸의 온기가 섞인 향기였다.
준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었지만, 시선이 닿을까 두려워 얼른 눈을 내리깔았다. 그리고, 그 짧은 찰나에 시야에 스친 것. 혜정의 티셔츠 안, 목선 아래로 부드럽게 드리운 곡선. 살짝 모아진 가슴골 위로 살색 브라의 곡선이 아른거렸다. 옷감인지 살결인지 분간되지 않는 순간, 준호의 몸은 본능처럼 움찔했다.
희미한 그림자가 유독 깊고 짙게 눈에 밟혔다.
그러나 생각이 이어지기도 전에 혜정은 벌떡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곧, 쟁반 위에 술병을 올려 들고 돌아왔다.
“우리 사위 소주 좋아하잖아. 오늘은 마음껏 드세요~”
쾌활한 목소리에, 준호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 자리는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아이 옆자리에 앉은 준호의 자리를 혜정이 대신 앉고, 준호는 맞은편으로 돌아갔다. 혜정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국을 식혀 숟가락을 들어올리고, 젓가락으로 반찬을 챙겨 아이의 앞에 놓아주었다.
“오늘 내가 씻기고 재울게. 장 서방은 그냥 마음껏 먹어. 냉장고에 소주 더 있으니까.”
말을 마친 혜정은 자신의 잔도 준호 앞에 조용히 내밀었다.
“나는 한 잔만. 하윤이 재워야 하니까…”
잔 위로 번진 불빛이 유난히 흔들렸다. 그 불빛 속에서, 그녀의 웃음은 묘하게 잔잔했지만 또렷했다. 그 잔이, 그 순간만큼은 유난히 반짝여 보였다.
—
아이는 금세 잠들었다.
전골 국물에 타듯 섞어 마신 소주가 은근히 속을 데워왔지만, 갈증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사위의 술자리는 끝났을까… 아니면, 아직 남아 있을까…
혜정은 조용히 아이의 옆에 앉아 작은 배를 톡톡— 가볍게 두드려보았다.
“하윤아… 자니?”
대답 대신 새근거리는 콧바람. 아이가 깊이 잠든 신호였다. 말려 올라간 셔츠를 곱게 내려주고, 흘러내린 이불을 다시 끌어올려 덮었다. 수면등 불빛 아래, 고요히 감긴 눈과 작은 얼굴은 세상 누구보다 평화로워 보였다.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킨 혜정이 문 쪽으로 몸을 돌리려다 잠시 서서 옷매무새를 다잡았다. 혹시나 머리카락도 헝클어진 것은 아닌가 손가락으로 슬쩍 빗어내리며 정돈한다.
후—
조용히 숨을 내쉬고, 발끝으로 걸음을 옮겨 문을 닫았다. 방 안의 온기와는 다른, 묘한 열기가 가슴 아래에서부터 천천히 치밀어 오르는 것만 같았다.
“끄하아아아앙!!!”절정이 오고 있었다. 그녀의 몸 전체가 무언가에 꿰뚫린 채로 바닥에서 수직으로 솟구치고, 한순간 모든 감각이 꺼져버리는, 전류 같은 절정이 찾아오고 있었다.“으흐으그… 으그으윽… 어그윽…”이해할 수 없는 소리.통제되지 않는 몸.그 사이로 흘러나온 애액은 걸쭉하게, 두 사람의 사이를 흰 실처럼 뒤덮었다. 준호는 그녀에게 자지를 꽂은 채,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풀썩.시트가 펄럭이며 바닥에 착 가라앉았다.“허으윽…!”그녀의 신음 위로, 준호는 몸 전체를 그녀 위에 겹쳤다.그리고 허리를 거칠게 박아댔다.—철썩 철썩 철썩 철썩준호는 허공에 든 장모의 다리를 두 손으로 감싼 채, 온몸의 무게를 실어 혜정의 중심에 쏟아붓고 있었다.끝까지 빠졌다가, 다시 깊숙이.살이 마찰하며 내는 파열음. 걸쭉하게 섞인 체액이 내는 질척한 소리. 두 사람의 경계는 이미 녹아 있었다.
— 질퍽 질척젖어 있던 곳에서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는 물은 억눌렀던 욕망의 흔적처럼, 적나라하게 넓게 퍼졌다.서로의 땀과 숨결, 그리고 막 터져나온 액체가 뒤섞이며 다리 사이를 뜨겁게 적셨다.혜정은 엉덩이를 한번 더 깊게 밀어넣듯 앉히며, 다리에 맺힌 감촉을 느꼈다.“흐그으으응!!!그리고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철벅. 철벅.“아흑…”“아윽…!”일정하게 울리는 살과 살의 부딪힘. 음탕한 물소리가 방 안을 메우는 가운데, 혜정은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몸이 위아래로 흔들릴 때마다, 시선 너머로 스쳐 지나가는 준호의 얼굴. 그는 혜정에게서 시선을 한 번도 떼지 않았다.아래에서, 위를 덮고 있는 그녀를 눈을 깜빡이지도 않은 채 바라보고 있었다.그 시선이, 뜨겁고 날카로웠다.‘지금…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기분은 좋은 걸까.&rsquo
준호는 두 손으로 혜정의 허리를 움켜쥐었다. 손바닥 아래, 살결이 뜨겁고 젖어 있었다.그녀의 몸이 시트에 눌릴 때마다 살이 맞부딪혔다.—철썩 철썩허벅지가 부딪칠 때마다 그녀가 떨렸다. 안쪽에서 그를 더 깊이 끌어들이는 떨림. 준호는 무릎을 세운 채 상체를 숙였다. 몸 전체의 무게를 그녀의 허리 위로 실었다. 제압하듯, 그러나 터져 나오는 쾌락은 항복을 받아내는 것에 가까웠다.“허억… 허억…”숨이 맞물릴 때마다 땀이 떨어졌다. 그 한 방울이 그녀의 등허리를 타고 흘러내렸다.더 깊게, 더 확실하게.“아흑!!! 나몰라!! 아흐으응!!!!”그녀의 신음이 터질 때마다 준호의 귓가가 떨렸다. 그 소리가 고통인지 쾌락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다만 그 음색이 그를 더 미치게 만들었다.한순간도 멈추지 못했다.몸속 어딘가에서부터 피가 몰려왔다. 허리 아래로 쏠리는 열기와 함께, 머리끝까지 번지는 압력이 폭발 직전까지 차올랐다.“으윽!! 쌀게요… 안에…”
“흐읏… 어흐… 아, 하악…!”몸이 튀었다. 복부 깊은 곳에서부터 퍼져나오는 전류 같은 감각. 촉촉한 열기 사이에 이질적인 이물감이 박혀들자, 쾌락은 방향을 잃고 터져나갔다. 혀와 손이 같은 박자로 안팎을 빠져나가며 혜정의 중심은 풀려버렸다.“끄흐으윽… 으응… 으으아…!”손끝은 다시 미끄러졌고, 혀는 더 강하게 빨아들였다.“이제 제발 그만!”과“조금 더!”의 감각 사이에서 사위의 공격은 잠시 멀어졌다. 애액과 침이 엉망으로 뒤섞여 시트를 더럽혔을 것 같았다.“하아… 하아…. 하아…”혜정은 숨소리를 낮춰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아랫도리를 벗은 채, 개구리처럼 네 다리를 활짝 벌리고 엎드린 장모의 모습을 바라보며 사위는 어떤 생각을 할까.‘천박한 년’이라고 욕하지는 않을까.이제부터 ‘함부로 해도 되는 여자’ 취급을 하지는 않을까.쾌락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죄책감이 그 자리를 메웠다. 바닥에 무너져 앉던 그날 밤이 서늘하게 되살아났다.
아이를 재우러 들어간 준호는 이불을 아이 턱까지 끌어올리며 나지막이 말했다.“이제 그만 자야지… 하윤아.”하지만 아이는 하룻밤 아빠를 보지 못한 탓인지 눈이 반짝였다. 베개를 껴안은 채 이리저리 몸을 굴리며 조잘거렸다.“아빠, 그거 알아? 오늘 만화에 나오는 공룡이—”다시 시작된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매번 같은 캐릭터, 같은 대사, 같은 결말. 그런데도 아이의 눈동자는 처음 듣는 것처럼 살아 있었다.준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의 머리칼을 쓸어내렸다. 귀는 온통 바깥을 향해 있었다.현관 너머, 거실은 고요했다.냉장고의 모터음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혜정은 약을 먹고 잠이 들었을까. 혹시나 꺼지려는 의식을 붙잡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그녀가 그의 앞에서 수면제를 삼켰다는 건 명백한 초대였다. 맨정신으로는 서로를 마주할 용기가 없다는. 그래서 잠의 가장자리를 빌려야만 자신의 침대로 초대할 수 있다는 신호.준호의 가슴이 조여들었다.온몸은 이미 문밖으로 나가려는 듯 굳어 있었다. 그를 붙잡은 건 작고 따뜻한 손이었다.“아빠, 그 이야기 한번만 더 해… 하아아아암”아이의 목소리가 얇게 갈라지며 긴 하품을 밀어냈다. 준호는 숨을 들이켰다.“응,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다… 그래서 그 고양이 해적이 말이야…”—겨우 아이를 재우고 나온 준호는 조심스레 문을 닫았다.문틈이 맞물리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아이의 잠투정이 길어서 화장실이 급했다. 소변을 보고 나서 세면대 앞에 섰다.— 쏴아아수도꼭지를 틀자 물줄기가 흰 도기면에 부딪히며 흩어졌다. 손끝으로 물을 받자 차가움이 팔을 타고 올라왔다.준호는 깊게 숨을 내쉬었다.서두르고 싶었지만, 이상하게도 손의 움직임은 느려졌다.그녀는 분명 준비했을 것이다. 장모라는 여자는 언제나 단정하게, 치장 하나 허투루 하지 않았던 여인이니까그를 맞이한다면 그 또한 ‘의식’처럼 치밀
아무 반응이 없었다. 화를 내는 것도, 한숨을 쉬는 것도.‘화가 나서 휴대폰을 던졌나…’충분히 그럴 만했다. 혜정이 젊어 보이긴 해도, 이런 사진을 받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게다가 상대가 사위라니.[…]깜빡이는 말줄임표.그리고 다시 정적.준호는 직감했다. 화는 아니다. 지금 그녀는 사진을 붙들고 그날을 되살리고 있을지 모른다.자신의 입술에 닿아 있던 그것을 입안으로 받아들이던 순간.준호의 손끝이 움직였다.[빨고 싶죠?]다시 깜빡이는 말줄임표.그녀가 망설이고 있다.“안에… 싸줘…”그날 욕실에서 절정 직후 헐떡이던 속삭임이 귓가에 맴돌았다. 만약 그때, 정액과 애액 범벅이 된 자지를 그녀의 입가에 들이밀었다면. 그녀는 주저하지 않았을 것이다.뜨거운 것을 핥아내고, 입속 가득히 삼켜내며, 다시 발기를 유도해 목 깊숙이 받아들였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