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해요. 원하는 걸."좁은 차 안을 맴돌던 시혁의 낮고 서늘한 목소리가 멎자,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다.예원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 흔들림 없는 그의 짙은 눈동자를 가만히 마주 보았다. 자신이 지금 이 순간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모를 만큼 어리석지는 않았다.하지만 그것을 입 밖으로 내어 명확한 언어로 발음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무게를 지닌 문제였다.지금까지는 그와 나란히 앉아 저녁을 먹고, 고요하게 시선을 맞추고, 아주 짧게 코트 소매 끝을 붙잡는 선에서 멈출 수 있었다.그 모든 행동들은 아직 안전한 경계선 안쪽에 머물러 있었고, 언제든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갈 여지가 남아 있었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분명한 문장으로 내뱉는 순간부터는 달랐다.지금까지 그녀의 삶을 지배해온 수많은 결정들은 누군가의 눈치를 보거나 주어진 상황에 끌려가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하지만 지금, 이 좁은 차 안에서 권시혁을 향해 내리는 결정만큼은 달랐다.남편이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유치한 보상 심리나 반작용도 아니었고, 서류상에 명시된 외부 교제 허용 조항이라는 비겁한 핑계에 기대는 것도 아니었다.오직 문예원이라는 사람의 온전한 자의와 충동으로, 지금껏 한 번도 넘어본 적 없는 새로운 선을 넘어가겠다는 명백한 선언이었다.예원은 피하고 싶지 않았다. 이 숨 막히는 긴장감과 맞닿은 시선을 물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예원은 마른침을 한 번 얕게 삼켰다.그리고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시혁의 눈을 올곧게 마주 본 채, 자신의 가장 솔직한 욕망을 자신의 목소리로 발음했다."키스해줘요."그 짧은 문장을 내뱉고 난 직후에도 예원은 고개를 숙이거나 부끄러움에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Last Updated : 2026-09-1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