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는 죽음 대신 남주의 침대로 들어갔다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21 - チャプター 30

116 チャプター

21.

21.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실리안의 기다란 팔이 아그네샤의 허리를 부드럽고 단단하게 감싸 안았다. 평소처럼 다짜고짜 강요하는 폭압적인 태도가 아닌, 유려하고 부드러운 손길에 아그네샤는 순간 크게 당황해 귓가가 발갛게 달아올라 버렸다. “어, 어제도 해서 아직 멀쩡하시잖아요! 기운도 넘치시면서!” 변명처럼 툴툴거리는 아그네샤의 붉어진 귀밑으로 바실리안이 고개를 묻었다. 뜨거운 숨결이 닿더니, 얇은 살결을 혀로 느릿하게 핥고 짓궂게 빨아대기 시작했다. “읏…! 바, 바실리안……!”“혹시 모르지 않나. 미리 충전해 두면 원정하는 동안 폭주의 위험도 줄고 덜 힘들지도.” 귓가를 간지럽히는 낮게 깔린 음성에 아그네샤가 어깨를 움찔거린 순간, 바실리안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뒤통수를 감싸 안았다. 거부할 틈도 없이 바실리안의 입술이 밀려들었고 두 사람의 숨결이 깊고 진득하게 얽혀 들어갔다. 입안 구석구석을 부드럽게 헤집으며 혀를 얽어오는 짙은 키스에 아그네샤의 몸에 절로 힘이 풀려버렸다. 만족스러운 듯 낮게 입술을 뗀 바실리안은 엄지손가락으로 아그네샤의 붉게 부풀어 오른 입술을 살짝 문지른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침실을 나섰다. ‘쾅-’ 하고 문이 닫히고 저택 밖에서 웅장하게 들려오는 기사단의 말발굽 소리에 아그네샤는 멍하니 서 있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폭신한 침대 위로 엎어졌다. 그가 남기고 간 짙은 체향과 입술에 남아 있는 열기 때문에 가슴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아그네샤는 붉게 불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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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 마법사의 일이 끝나고 조용히 방을 빠져나가자, 침실에는 다시금 무거운 정적이 찾아왔다. 차가운 마력이 지나간 몸을 쓸어내리며, 아그네샤는 가제보에서 마주했던 상념보다 한층 깊은 생각 속으로 침잠해 들어갔다. 원작 소설이라는 존재, 그리고 자신이 속한 이 현실에 대하여. 현실 세계에는 각양각색의 성격과 삶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지만, 서사가 존재하는 이야기 속 세계는 필연적으로 악역이 있어야 한다. 주인공의 빛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고, 갈등을 유발해 극을 끌어줄 명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진짜 아그네샤 역시 작가의 펜 끝에서 악역으로 태어나 단죄받도록 설정된 불쌍한 피해자가 아니었을까.’ 지체 높은 고위 귀족으로서 남을 내려다보고 오만하게 구는 것은 공작가의 후계자인 바실리안 역시 마찬가지였다. 냉혹하고 오만하기로 치면 그가 한 수 위였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아그네샤’라는 이름 뒤에는 지독하고 이기적인 악녀라는 추악한 소문이 찰거머리처럼 따라붙어 있었다. 이 세계에 빙의하고 진짜 아그네샤의 기억을 선명하게 전해 받았을 때, 아그네샤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아그네샤의 행동이 사람들이 입을 모아 손가락질할 만큼 악랄하거나 악마 같은 행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중요한 빈틈은 존재했다. 자신이 이 세계로 들어온 후 저택 안에서 웅크린 채 나오지 않았던 그 3년이라는 세월. 아이러니하게도 원작 소설 속에서는 그 3년이야말로 아그네샤가 여주를 괴롭히고 다니며 ‘제국 최고의 악녀’로 이름을 날렸던 가장 활발한 시기였다. 하지만 소설이라는 거대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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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 바실리안은 부드러운 타협 따위는 없다는 듯, 굳게 다물린 입술 틈새로 제 축축하고 뜨거운 혀를 사정없이 쑤셔 넣었다. 입 안 전체를 구석구석 훑고 지나가며, 깊숙한 곳까지 핥아 올리는 집요한 혀 놀림에 농밀한 마찰음이 두 사람의 밀착된 얼굴 사이에서 터져 나왔다. “읍…! 앙, 읏! 바, 바실……!”“하아, 응… 숨 쉬어, 영애.” 잠시 입술을 떼어내며 나직하게 속삭인 바실리안은 틈을 주지 않고 다시 아그네샤의 입술을 삼켜버렸다. 젖은 흑발에서 떨어진 물방울과 두 사람의 입가에서 흘러나온 침이 턱선을 타고 흘러내려 하얀 목덜미를 진득하게 적셨다. 바실리안의 기다란 혀가 아그네샤의 혀뿌리를 강하게 당기고 감싸 안으며 빨아들일 때마다, 아그네샤의 입에서는 참지 못한 가느다란 교성이 입안 가득 울려 퍼졌다. “아응… 읏, 흐읏……!” 아그네샤가 숨을 헐떡이며 소리를 낼수록 바실리안의 혀 놀림은 더욱 집요하고 노골적으로 변해갔다. 단 한 치의 틈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그는 아그네샤의 아랫입술을 강하게 깨물어 당기다가 마른침을 삼키듯 깊숙이 혀를 집어넣어 여린 입안을 헤집었다. “하아, 읏…! 바, 바실리안, 잠시만……!” 사정없이 서로의 혀가 얽혀드는 순간마다 질척한 마찰음이 귓가를 어지럽게 울렸다. 바실리안은 아그네샤의 입안 틈새로 고이는 침을 그대로 마주 삼키며, 그녀의 단단히 응축된 마력의 열기까지 전부 빨아들일 기세로 집요하게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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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 아그네샤는 한쪽 발만으로 겨우 몸을 지탱한 채, 위태롭게 흔들리는 균형 속에서 바실리안의 물기 어린 흑발을 손가락 사이에 강하게 쥐었다. 그리고 그를 제 다리 사이로 더욱 깊숙이 당겨 내렸다. “하아, 하아…! 더, 더 깊이… 읏!” 고작 사흘 동안 억눌렸을 뿐인데, 몸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온 쾌감은 마치 처음으로 이 짓을 배우는 것처럼 격렬하고 생소하게 전신을 파고들었다. 그러면서도 이미 바실리안의 억센 손길과 집요한 혀 놀림에 익숙해져 버린 은밀한 감각은 뇌리를 마비시키는 그 질척한 쾌락을 끝없이 갈구하고 있었다. 손가락이 질 안쪽의 민감한 벽을 긁어 올리며 찰싹거리는 젖은 소리를 낼 때마다, 아그네샤의 입에서는 통제할 수 없는 야한 신음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바실리안의 젖은 머리칼을 쥔 그녀의 손에 억센 힘이 들어가며, 두 사람의 밀착된 하체 사이로 뜨거운 마력의 열기와 축축한 마찰음이 무자비하게 터져 나왔다. 질구 안으로 들어간 손가락 두 개가 가위질하듯 틈새를 벌리더니, 곧이어 세 번째 손가락까지 질척한 질구 속으로 무자비하게 파고들었다. 손가락 마디가 미끄러지듯 안쪽의 민감한 벽을 헤집을 때마다 이미 넘쳐흐르다 못해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는 애액 소리가 침실 안에 크게 울려 퍼졌다. 손가락을 진득하게 적시던 바실리안은 이내 젖은 손가락을 쑥 빼내었고, 찰싹이는 음습한 소리와 함께 투명한 액체가 공중에서 길게 늘어졌다. 그는 어깨에 걸쳐져 있던 거추장스러운 가운을 단숨에 바닥으로 벗어던지며 단단한 상체를 노출했다. 바실리안은 아그네샤의 엉덩이를 억센 두 손으로 받쳐 들어 올렸고, 아그네샤는 익숙하게 그의 단단한 골반을 허벅지로 감싸 안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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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 바실리안의 억센 허리가 뒤에서 폭발하듯 연속해서 쳐올려지자, 단숨에 뿌리 끝까지 밀려들어 간 굵은 음경이 아그네샤의 자궁 내부를 빈틈없이 메워버렸다. 찰싹, 퍽, 퍽—! 아그네샤의 탄력적인 엉덩이 살과 바실리안의 단단한 허벅지가 쉴 새 없이 부딪치며 거친 소리가 침실 전체를 뒤흔들었다. 안쪽 깊은 자궁벽을 귀두 끝으로 꾹꾹 짓찧을 때마다 아그네샤는 바실리안의 어깨에 머리를 묻은 채 제대로 된 숨조차 쉬지 못하고 질척한 신음만을 터뜨렸다. “하아, 응! 거기, 너무, 읏… 깊어, 바실……!”“더 깊이 넣어 달라며, 영애. 응? 여기서 멈출까?” 바실리안은 허리 짓을 멈추지 않은 채, 그녀의 귀밑샘부터 목선까지 젖은 입술로 진득하게 할퀴듯 핥아 내렸다. 아그네샤는 쾌감으로 마비되어 가는 머릿속으로 그가 멈추는 것을 본능적으로 두려워하며, 제 배 위에 놓인 그의 손을 더욱 바짝 끌어당겼다. “아니, 아니야…! 하지 마, 흣! 계속해 줘……!” 두 사람이 마구 부딪힐 때마다 내벽 사이에 고여 있던 애액이 공기 중으로 튀어 올라 바닥과 침대 시트로 흩뿌려졌고 농밀하고 축축한 냄새가 밤의 공기를 끈적하게 가득 채워갔다. 바실리안은 허리를 돌려가며 은밀한 구석구석을 무자비하게 짓눌렀고 아그네샤는 그가 안겨주는 매서운 쾌락에 짓눌려 오직 그의 이름을 부르며 격정적인 밤 속으로 끝없이 빠져들었다. 다음날 아그네샤는 뺨이 딱딱하고 뜨거운 무언가에 짓눌려 있다는 답답함에 잘 떠지지 않는 눈꺼풀을 힘겹게 올려 세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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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 햇살을 받아 투명하게 빛나는 애액이 두 사람의 밀착된 은밀한 부위 사이로 끊임없이 비쳐 나오며 질척한 소리를 터뜨렸다. 아그네샤가 허리를 들어 올릴 때마다 귀두 끝이 질벽의 은밀한 구석을 미끄러지듯 긁어내렸고 다시 깊숙이 앉아 내리눌릴 때마다 단단하게 부풀어 오른 음경이 자궁 입구를 꾹꾹 문질렀다. “아앙…! 흣, 하아, 응……!” 스스로 만들어 내는 미칠 듯한 자극에 아그네샤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자지러지는 신음을 흘렸다. 바실리안은 허리를 움직이는 그녀의 가녀린 몸짓을 눈에 담으며, 어깨를 짚고 있는 그녀의 손 위에 자신의 커다란 손을 겹쳐 잡았다. 손가락을 마디마디 얽어매며 굳게 깍지를 낀 그는 아래에서 기다렸다는 듯 위로 억센 골반을 쳐올렸다. “하아… 잘하네, 영애.” 단순히 살기 위해 벌였던 거친 몸부림은 어느새 서로의 체온에 비비며 온기를 갈구하는 지독한 열망으로 변해 있었다. 두 사람의 엉덩이와 허벅지가 사정없이 부딪쳐 침실 전체를 울리는 거친 마찰음 속에서, 얽혀 잡은 손가락 사이로 느껴지는 온기가 그들의 마음마저 지독하게 적시고 있었다. 바실리안이 밑에서 거세게 쳐올려지는 억센 골반의 속도감을 아그네샤의 가녀린 허리는 더 이상 감당해 내지 못했다. 가쁘게 헐떡이던 숨통이 턱턱 막혀왔고, 다리 사이에서 사정없이 파고드는 거대한 열기에 전신이 마비되는 듯했다. “모, 못 움직이겠어… 읏, 바실, 잠시만……!” 눈물짓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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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 제 가슴팍으로 꼼지락거리며 작은 머리통을 비벼오는 모습이 견딜 수 없이 사랑스러웠던 것일까. 바실리안은 나직하게 숨을 들이쉬며 아그네샤의 감긴 눈가와 발그레한 볼 위에 차례로 젖은 입맞춤을 내렸다. 그리고 붉게 부풀어 오른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 위로 이전의 거친 야성 대신 다정하고 보송보송한 감촉으로 슬며시 깊고 부드러운 키스를 써 내려갔다. “으응… 자라면서요…….” 아그네샤가 몽롱한 음성으로 조심스레 항의해 보았지만,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는 숨결은 이미 바실리안의 다정한 입맞춤에 젖어 야릇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바실리안은 나직하게 피식 웃음을 흘리며 아그네샤의 가녀린 허리를 묶고 있던 가운 끈을 슬그머니 잡아당겨 풀어헤쳤다. 스르륵 소리를 내며 넓게 벌어진 가운 옷자락 사이로 아침의 격렬한 정사 흔적이 노골적으로 남아 있는 아그네샤의 하얀 살결과 발그레하게 부풀어 오른 가슴이 훤히 드러났다. 바실리안의 큼직하고 따뜻한 손바닥이 매끄러운 피부를 쓸어 올리며 탐스러운 가슴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그가 부드럽게 가슴을 주무르고 손가락 마디로 오돌토돌하게 단단해진 유두를 굴리며 지그시 누르자, 감긴 눈꺼풀 아래로 아그네샤의 붉은 속눈썹이 경련하듯 파르르 떨렸다. “아, 안 돼요… 흐응…….” 말은 거절하면서도 그의 쾌락에 길든 몸은 거짓말을 하지 못했다. 아그네샤의 여린 입술 틈으로 참지 못한 가느다란 교성이 삐져나왔고 허벅지 안쪽이 움찔거리며 다시 은밀하게 젖어 들었다. 그 작은 반응에 바실리안의 식었던 음경이 순간적으로 묵직하게 팽창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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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 해가 완전히 지고 창밖이 어둠으로 물들었을 때쯤, 여전히 고롱거리며 잠에 빠져 있는 아그네샤의 말랑한 뺨을 바실리안이 손가락으로 콕콕 찔렀다. “영애, 이제 저녁 먹어야지. 그만 일어나.”“으응…….” 잠결에 긴장이 풀린 아그네샤는 칭얼거리며 바실리안의 품 안으로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제 품을 찾아드는 그 작은 움직임이 견딜 수 없이 귀여워, 바실리안은 나직하게 웃으며 그녀를 더욱 단단히 끌어안았다. 꽉 죄어오는 압박감과 답답함에 아그네샤가 꼼지락거리다 힘겹게 눈꺼풀을 올려 세웠다. “배고파…….”“배고플 만하지.”“소, 소공작!” 비몽사몽간에 들려온 목소리에 바실리안의 품에 안겨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아그네샤가 깜짝 놀라 몸을 움찔거리며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격하게 움직인 탓에 여며두었던 가운이 양옆으로 스르륵 벌어져 버렸다. 붉은 흔적이 점점이 남은 하얀 가슴과 유두가 공기 중에 고스란히 드러나자, 바실리안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내밀어 부드러운 가슴팍에 입술을 지그시 눌렀다. “일어나자마자 유혹하는 건가.”“아, 아니에요……!” 아그네샤는 얼굴이 불타오르듯 붉어진 채 황급히 가운을 여미며 침대 밖으로 물러섰다. 그 모습을 느긋한 눈빛으로 감상하던 바실리안은 종을 울려 시녀를 불렀다. “저녁은 식당에서 먹을 테니, 영애가 입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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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자, 바실리안은 자연스럽게 아그네샤를 넓은 품 안에 가득 끌어안았다. 계속되었던 정사와 따뜻하고 배부른 식사까지 더해진 탓일까. 그의 품이 약간 답답하면서도 몽롱하게 느껴지는 체온에 아그네샤는 이내 스르륵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다음 날 눈을 떴을 때, 늘 그랬듯 바실리안의 자리는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다. 시녀들이 차려온 정갈한 아침을 침실에서 마친 아그네샤는 익숙한 걸음으로 저택 정원의 가제보로 향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를 들으며 가제보에 앉아 있던 아그네샤는 문득 묘한 감상에 젖어 들었다. 이 저택에 갇힌 지 이제 겨우 일주일. 하지만 마치 이곳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살아온 것처럼 이상하리만치 평온하고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 무엇보다 어제저녁, 유독 다정하게 제게 고기를 쓸어주고 소소한 애칭을 주고받던 바실리안의 모습이 자꾸만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어쩌면… 목숨을 걸고 도망치듯 이곳을 나가지 않아도 되는 건 아닐까?’ 그의 다정한 눈빛과 손길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 한구석에서 조심스러운 기대감이 자라났다. 하지만 그 기대감은 이내 차디찬 현실의 벽에 부딪혀 사그라들었다. 이 소설의 진짜 여주인공이 수도로 돌아오기까지 남은 시간은 단 2주. 여주가 등장하는 순간, 거짓말처럼 모든 판도가 뒤바뀔 터였다. 바실리안이 어제 보여주었던 그 농밀하고 부드러운 다정함 역시 여주의 등장과 함께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았다. 여주가 돌아오면 그는 다시 냉혹한 소공작이자 기사단장으로 돌아갈 것이고 자신은 그저 처형당해야 할 멸문한 가문의 죄인으로 다뤄질 것이 분명했다.&nbs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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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 성큼성큼 다가오는 인기척에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서늘한 눈빛을 한 바실리안이 서 있었다. 아그네샤가 조심스레 입을 열어 인사를 건넸다. “오셨어요, 소공… 아니, 바실리안.” 그러나 바실리안은 그녀의 부드러운 인사에 대답조차 없이 먹잇감을 노려보는 듯한 어두운 눈빛으로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영애, 카일란 백작가의 영식을 아나?” 갑작스럽고 서슬 퍼런 물음에 당황한 아그네샤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머뭇거리다 이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드 카일란 영식 말씀인가요? 제 약혼자가 될 뻔한 분이죠. 가문끼리 이야기가 오가긴 했지만, 파티에서 몇 번 인사를 나눈 게 전부였어요. 그런데 왜 갑자기 물으세요?” 아그네샤의 담담한 대답에 바실리안의 붉은 눈동자가 잔혹할 정도로 날카롭게 빛났다. “약혼자가 될 뻔한 영식이라.” 바실리안이 낮게 읊조리며 아그네샤와의 거리를 단숨에 좁혀 왔다. 서늘한 그의 체온과 억눌린 살기가 온실 안의 더운 공기를 한순간에 짓눌렀다. “그렇다면 발로아 가문이 사라지지 않았다면, 그자가 영애의 약혼자가 되었겠군?” 바실리안의 턱 끝에 힘이 들어가며 미간이 좁혀졌다. 아그네샤는 그의 눈에 일렁이는 이상할 정도의 집착과 불쾌감을 느끼면서도 사실을 그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 그러지 않았을까요. 아버지께서 그 가문과의 혼약을 긍정적으로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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