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림 작가와 정식 계약을 마친 다음 날, 민유리와 정태준의 거실 테이블 위에는 세 종류의 문서가 놓였다. 가장 얇은 것은 사진 촬영 계약서였고, 그 옆에는 유리 온실 대관 계약서가 있었다. 마지막 하나는 서한나가 직접 만들어 온 결혼 준비 목록이었다.세 번째 문서만 유난히 두꺼웠다.유리는 첫 장을 넘기자마자 이마를 짚었다.“한나야, 이게 다 뭐야?”“결혼식 준비 목록.”“목록이 왜 열일곱 장인데?”“네가 아무것도 모르면서 석 달이면 충분하다고 큰소리쳤다며.”서한나는 소파에 등을 기대고 앉아 빨간 펜으로 항목 하나를 두드렸다.“장소랑 사진작가는 정했지. 그다음은 드레스, 정장, 헤어·메이크업, 부케, 식순, 사회자, 축가, 식사 메뉴, 답례품, 청첩장, 하객 명단, 좌석 배치, 혼인 서약, 양가 부모님 의상, 주차 안내, 비상약, 우천 대비—”“잠깐만.”유리가 손을 들어 말을 막았다.“온실인데 우천 대비가 왜 필요해?”“비가 많이 오면 유리 천장에 빗소리가 커서 마이크 음향을 다시 맞춰야 한대.”“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내가 너보다 먼저 업체에 물어봤으니까.”태준은 문서를 읽으며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필요한 내용입니다.”유리가 옆을 돌아보았다.“태준 씨까지 왜 그래요?”“질문 항목이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내가 만든 목록과 합치면 누락을 줄일 수 있겠어요.”“그쪽 목록은 몇 장인데요?”“열두 장입니다.”한나의 눈이 빛났다.“역시 변호사님. 저랑 공유해 주세요.”“메일 주소를 주시죠.”“두 사람 지금 신났지?”아무도 부정하지 않았다. 유리는 두꺼운 종이 뭉치를 내려다보다가 소파 등받이에 머리를 기댔다. 결혼은 서로 좋아하는 두 사람이 날짜를 정하고 가족과 친구들 앞에서 약속하면 끝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준비를 시작하니 결정해야 할 것은 약속 자체보다 그 약속을 둘러싼 것들이 훨씬 많았다.한나가 다음 장을 펼쳤다.“우선 오늘 결정할 건 하객 명단. 온실 최대 좌석이 오십 석이라면서?”“응
آخر تحديث : 2026-09-26 اقرأ المزي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