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도착한 지 닷새째 되던 날, 민유리는 열두 장의 사진을 인화해 재단 작업실 벽에 붙였다.따뜻한 커피가 담긴 두 개의 컵, 승객이 오지 않은 버스 정류장, 비가 그친 뒤에도 접히지 않은 우산, 문 닫은 빵집 앞에 놓인 의자, 누군가를 기다리며 계속 켜져 있는 현관등. 사진 속에는 사람이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조금 전까지 누군가 머물렀거나 곧 누군가 도착할 것 같은 자리가 있었다.유리는 마지막으로 기차역 승강장을 찍은 사진을 붙였다. 열차가 떠난 뒤 텅 빈 선로와 벤치 한쪽에 남겨진 꽃다발이 담긴 사진이었다. 누가 놓고 갔는지, 누구에게 주려고 가져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포장지 끝에 맺힌 빗방울과 아직 시들지 않은 꽃잎이 오래 기다리지 않았다는 사실만 보여 주고 있었다.“당신의 사진에는 항상 한 사람이 없네요.”옆에서 사진을 보던 야쿠프가 말했다. 그는 턱수염을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첫 번째 사진부터 마지막 사진까지 다시 훑었다.“기다림을 찍었으니까요.”“기다리는 사람도 없고, 기다림을 받는 사람도 없어요.”“그래도 두 사람의 자리는 있잖아요.”“당신에게는 보이는 것 같군요.”야쿠프의 말에는 비난이 없었지만 유리는 대답하지 못했다. 곧 시작된 중간 비평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나왔다. 클레르는 두 개의 컵을 찍은 사진과 꽃다발 사진을 특히 좋아했지만, 연작 전체가 지나치게 사적인 암호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유리에게 기다림은 특정한 한 사람을 향하고 있어요. 그 친밀함이 사진의 장점이지만, 관객이 들어갈 자리가 좁아질 위험도 있습니다.”마리아가 팔짱을 낀 채 물었다.“그 한 사람은 약혼자예요?”소개 자료 사건 이후 누구도 태준에 관해 직접 묻지 않았지만, 유리는 굳이 숨기지 않았다.“네.”“그래서 모든 사진이 집처럼 보였군요. 거리와 역을 찍었는데도.”클레르가 한 장을 가리켰다.“이 사진들을 버릴 필요는 없어요. 다만 당신이 아는 기다림만 찍지 말고, 당신이 모르는 기다림을 한 번 만나 봐요. 세상에는 돌아
آخر تحديث : 2026-09-22 اقرأ المزي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