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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전 금욕주의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01 - チャプター 110

126 チャプター

101화

화요일 오후, 서인은 재무팀에서 올라온 수정 자금 계획을 검토하고 있었다. 전날부터 협상을 진행한 세 곳의 협력업체 가운데 한 곳은 기존 결제 조건을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지만, 나머지 두 곳은 여전히 선결제를 요구하고 있었다. 구매팀에서는 대체 공급처를 알아보고 있었으나 생산 일정에 맞춰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했다. 서인은 다음 주 자금 집행표를 다시 확인했다. 선급금으로 빠져나갈 금액이 일부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부족분이 남아 있었다. “다른 거래처들은요?” “어제 확인 요청한 업체들 가운데 절반 정도 회신이 왔습니다. 현재까지 추가로 조건 변경을 요구한 곳은 없고, 나머지는 아직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체 공급처 쪽도 계속 확인해 주세요. 단가만 볼 게 아니라 납기까지 같이요.” “네, 상무님.” 담당자가 나간 뒤 서인은 다시 집행표를 확인했다. 한 곳의 결제 조건이 정상화됐는데도 다음 주 예상 잔액은 여전히 마이너스였다. 지급일을 더 미룰 수 있는 항목이 있는지 살폈지만, 이미 한 차례 조정한 내역이 대부분이었다. 서인은 수정된 자료를 저장하고 다음 보고 일정을 확인했다. 휴대전화에 메시지가 와 있었다. [몇 시에 끝나요?] 재하였다.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여섯 시가 가까웠다. 오늘은 시은의 늦은 생일 식사가 있는 날이었다. [지금 정리 중이에요. 20분 정도 걸릴 것 같아요.] [도착하면 연락할게요.] 서인은 재무팀에 내일 오전까지 필요한 자료를 정리해 보내달라고 회신한 뒤 노트북을 덮었다. 재하의 차에 올라탄 건 여섯 시 반이 조금 넘어서였다. 서인은 뒷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맸다. 옆에 앉아 있던 재하가 그녀의 가방을 받아 가운데 놓아주었고, 기사는 두 사람이 자리를 잡은 것을 확인한 뒤 차를 출발시켰다. “많이 기다렸어요?” “아뇨. 방금 왔어요.” “오늘 좀 늦어질 뻔했어요.” “바빠요?” “네. 생각보다 정리할 게 많네요.” 퇴근 시간이라 도로에는 차가 많았다. 서인은 창밖을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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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화

재하는 서인을 돌아봤다.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불빛이 그녀의 얼굴을 스쳤다. 서인은 여전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있었겠죠.” 서인이 고개를 돌렸다. “그때는 둘 다 그게 낫다고 생각했잖아요.” “……그랬죠.”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어요?” “그런 건 아니에요.” 서인은 곧바로 대답했다가 잠시 말을 골랐다. “시은 씨랑 유민 씨를 보니까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두 사람은 그렇게 싸우고도 다시 잘 지내잖아요.” “그렇죠.” “우리는 싸운 적도 없는데.” 재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혼이 잘못된 결정이었다는 건 아니고요.” “알아요.” 재하가 덧붙였다. “무슨 뜻인지는.” 서인은 그를 잠시 바라보다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후로 두 사람은 별말 없이 집까지 돌아왔다. 서인이 먼저 그런 질문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차가 집 앞에 멈추자 두 사람은 내려 현관으로 향했다. 서인이 구두를 벗는 동안 재하는 주방으로 가 냉장고에서 탄산수를 꺼냈다. 뚜껑을 열고 한 모금 마시는데 뒤에서 서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 먼저 올라갈게요.” “그래요.” “잘 자요, 재하 씨.” 재하가 돌아봤다. “잘 자요.” 서인이 계단을 올라간 뒤 재하는 거실 소파에 앉아 태블릿을 켰다. 메일을 확인하고 있는데 발목에 부드러운 것이 닿았다. 서리였다. 서리는 재하의 다리에 몸을 비비더니 소파 앞에 앉아 그를 올려다봤다. “털 빠져, 임마.” 재하가 발을 조금 옮기자 서리는 다시 다가와 다리에 머리를 문질렀다. 결국 재하가 손을 내려 머리를 쓰다듬자 기다렸다는 듯 턱을 들이밀었다. 재하는 태블릿을 한 손에 든 채 서리의 턱 아래를 긁어주었다. 서리는 잠시 눈을 가늘게 뜨더니 위층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세웠다. 재하도 계단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서인의 발소리가 잠깐 들렸다가 멀어졌다. 재하는 다시 서리를 내려다봤다. “너는 엄마 따라갈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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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화

서인은 재하를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평소처럼 저녁을 먹었느냐고 묻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이사 이야기를 꺼내더니, 이제 와서 약속을 바꿀 생각이 있느냐고 묻고 있었다. “네. 발표하고 나면 나가기로 했잖아요.” “꼭 나가야 합니까?” “……네?” “발표하고 나서도 여기 있으면 안 되는 이유가 있어요?” 서인은 재하의 얼굴을 살폈다.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이혼한 사실이 알려지면 아무래도 이상하잖아요. 이미 남남인데 계속 같은 집에서 산다는 것도 그렇고.” “우리가 남남은 아니지 않나?” 서인은 입을 다물었다. 법적으로는 이미 이혼한 사이였다. 서류상으로는 아무 관계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런데 재하는 당연하다는 듯 그 말을 부정하고 있었다. “……법적으로는 그렇죠.” “그건 아는데.” 재하가 말을 이었다. “그게 여기서 나가야 할 이유가 되냐는 겁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그게 중요합니까?” “재하 씨한테는 중요하지 않을지 몰라도 저한테는 중요해요. 한성이랑 우진 관계도 있고, 괜히 이상한 말 나오는 건 싫으니까요.” 재하는 잠시 서인을 바라봤다. “그건 우리가 알아서 할 문제죠.” “…….” “남들한테 허락받을 일도 아니고.” 서인은 선뜻 반박하지 못했다. 이미 새집도 계약했고, 발표 시기도 정했다. 남은 건 입주 날짜를 확정하는 일뿐이었다. 그런데 재하는 그 마지막 절차를 굳이 밟을 필요가 있느냐고 묻고 있었다. “재하 씨는 제가 안 나갔으면 좋겠어요?” “네.” 대답은 곧바로 돌아왔다. 서인은 그를 바라봤다. 잠시 생각하거나 이유를 되물을 줄 알았는데, 재하는 망설이지 않았다. “……왜요?” “불편한 거 없잖아요. 지금처럼 지내면 되죠.” 그다운 대답이었다. 서인은 잠시 시선을 내렸다가 다시 그를 바라봤다. 재하는 여전히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 언제까지요?” 재하가 대답했다. “서인 씨가 나가고 싶어질 때까지.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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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화

주방에는 갓 내린 커피 향이 퍼져 있었다. 출근 준비를 마친 서인이 아래층으로 내려왔을 때, 재하는 아일랜드 식탁 앞에 서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채 휴대전화를 확인하던 그가 서인을 발견하고 잔을 내려놓았다. “일찍 내려왔네요.” “잠이 깨서요.” 재하는 커피 머신 앞으로 돌아섰다. 서인이 평소 마시는 원두를 골라 커피를 내리는 동안, 서인은 거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서리야.” 소파 아래에서 나오던 서리가 그녀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서인은 쪼그려 앉아 다가오는 서리의 턱을 긁어주었다. 서리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그녀의 무릎에 머리를 비볐다. “잘 잤어?” 대답 대신 짧은 울음소리가 돌아왔다. 서인이 서리를 쓰다듬고 있을 때 재하가 불렀다. “커피 식어요.” “네.” 서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돌아왔다. 아일랜드 위에는 그녀가 늘 사용하던 잔이 놓여 있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자 익숙한 맛이 입안에 퍼졌다. 재하는 맞은편에 기대선 채 남은 커피를 마셨다. “오늘 데려다줄게요.” 서인은 잔을 내려놓았다. “기사님 오고 계실 텐데요.” “회사로 바로 출근하시라고 해요.” “알겠어요.” 서인은 휴대전화를 꺼내 기사에게 연락했다. 재하는 맞은편에서 커피를 마시며 그녀가 통화를 마치기를 기다렸다.통화를 끝낸 서인이 남은 커피를 마저 비우고 잔을 내려놓자, 재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갈까요?” “네.” 현관으로 향하던 서인은 거실을 한 번 돌아봤다. 서리가 소파 위에 올라앉아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 “서리야, 다녀올게.” 재하는 그 모습을 보다가 현관문을 열었다. 차는 대문을 지나 주택가를 빠져나왔다. 조용한 골목을 벗어나자 출근길 차량들이 도로를 메우고 있었다. 신호에 걸린 차들이 교차로 앞에 줄지어 섰고, 횡단보도에는 커피를 든 직장인들이 모여 있었다. 서인은 창밖을 바라보다 옆에 앉은 재하를 흘끗 봤다. 그는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신호가 바뀌자 앞차와 간격을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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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화

“이것도 AI가 알려줬어요?” 서인의 물음에 재하가 고개를 돌렸다. “뭘요.” “데이트할 때 손잡으라고요.” “이런 건 나도 아는 겁니다.” 서인이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물어볼 수도 있잖아요.” “나를 뭘로 보는 겁니까.” 재하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다시 앞을 봤다. 서인은 그와 보폭을 맞췄다. 맞잡은 손은 그대로였다. 산책로에는 운동을 나온 사람들과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간간이 지나갔고, 강 건너편 건물들의 불빛이 수면 위로 길게 번져 있었다. 서인은 맞잡은 손을 내려다봤다. 결혼 생활 동안 손을 잡은 적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공식 석상에서 카메라를 의식해야 할 때면 재하가 먼저 손을 잡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두 사람을 알아보는 사람도, 지켜보는 카메라도 없었다. 서인은 맞잡은 손에 가볍게 힘을 주었다. “왜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서인이 태연하게 대답하자 재하는 더 묻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손을 조금 고쳐 잡았다. 산책로를 따라 얼마쯤 갔을 때, 강변 쪽에 마련된 편의점과 야외 테이블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마다 사람들이 앉아 있었는데, 그중 몇몇은 은박 용기에 담긴 라면을 먹고 있었다. 서인은 속도를 늦췄다. “재하 씨.” “네.” “저거 안 먹어봤죠?” 재하가 그녀의 시선을 따라갔다. “뭔데요.” “한강 라면이요.” “네.” “그럴 줄 알았어요.” 서인은 편의점 쪽을 바라봤다. 한강에서 즉석 라면 조리기로 끓인 라면을 먹는 모습은 방송이나 인터넷에서 여러 번 본 적이 있었다. 언젠가 한 번쯤 먹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일부러 찾아올 만큼 대단한 음식도 아니어서 그동안 기회가 없었다. 테이블마다 놓인 라면 용기에서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는 배가 고프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 모습을 보니 허기가 느껴졌다. “우리도 저거 먹어봐요.” “라면을?” “네.” 재하는 편의점 쪽을 한 번 더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럽시다.” 서인은 곧장 편의점으로 향했다.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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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화

“돌아가는 건 이번 주 토요일이라고 했죠?”서인의 물음에 시은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이번에 안 가면 유민이 학교에서 잘린대요.”“잘리긴 누가 잘려.”유민이 웃으며 말을 받았다.“졸업은 해야죠.”“그래서 혼자 가라고 했거든요? 제가 피부과 관리를 한 달 치나 끊어놨는데 아직 반도 못 받았단 말이에요. 근데 자기는 이제 저랑 떨어져서 못 지내겠대요.”유민이 시은을 돌아봤다.“자기는?”“뭐가?”“자기는 나랑 떨어져 있을 수 있어?”“그러니까 같이 가는 거잖아.”유민이 시은의 손을 잡았다.서인도 두 사람을 보며 웃었다.네 사람이 저녁을 먹고 있는 곳은 시은이 한국에 머무는 동안 꼭 가보고 싶다고 했던 레스토랑이었다. 출국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함께 식사하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재하가 예약해 둔 곳이었다.시은과 유민이 나란히 앉고, 맞은편에는 재하와 서인이 자리를 잡았다.시은은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만족스러운 얼굴로 접시를 살펴봤다. 유민과 나눠 먹으며 맛을 평가하는 동안 재하는 별말 없이 식사를 했고, 서인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끔 대화에 끼어들었다.메인 요리를 거의 다 먹었을 무렵, 직원이 와인을 더 주문할지 물었다.서인은 테이블 위에 놓인 와인 리스트를 펼쳤다. 몇 가지를 살피던 그녀가 손을 멈췄다. 와인 이름 옆에 실린 작은 병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재하 씨, 이 와인 우리 신혼여행에서 마셨던 거네요.”“뭐요?”재하가 그녀 쪽으로 몸을 기울여 리스트를 함께 살펴봤다.“그런 것 같네요.”“라벨이 특이해서 기억하고 있었어요. 근데 말벡 아니었나?”“서인 씨가 그때 사진 찍어두지 않았어요?”“아, 그랬던 것 같아요.”서인은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첩을 열었다. 결혼식이 있던 달까지 날짜를 거슬러 올라가자 신혼여행에서 찍은 사진들이 나타났다.식당과 음식, 여행지의 풍경이 차례로 지나갔다.“여기 있다.”서인이 사진 하나를 확대했다.“초점이 안 맞아서 잘 안 보이네.”재하도 화면을 들여다봤다. 서인은 그가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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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화

오전 경영회의가 끝난 것은 열한 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재하는 마지막 보고서를 덮고 회의실에 남아 있던 임원들을 둘러봤다. “해외 법인 쪽은 환율 변동 반영해서 다시 가져오세요. 지금 수치로는 투자 규모를 확정하기 어렵습니다.” “네. 현지 법인과 확인해서 수정하겠습니다.” 재하는 화면에 띄워진 다음 안건을 확인했다. 수도권 복합개발 사업과 관련된 보고였다. 우진이 추진 중인 개발 사업들의 진행 상황과 투자 일정이 정리되어 있었고, 그중에는 한성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이촌동 사업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촌동은?” “한성 측과 실무 협의 진행 중입니다. 일부 사업비 산정 기준이 달라서 조율하고 있습니다만, 전체 일정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닙니다.” “언제까지 정리됩니까?” “이번 주 안으로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예정 말고 날짜를 정하세요.” 재하가 보고서의 한 항목을 짚었다. “양쪽에서 산정 기준이 다르면 투자 규모도 달라질 텐데, 그 상태로 다음 단계 진행할 수는 없잖아요.” “네. 한성 측과 다시 확인하겠습니다.” “다음 회의에서는 숫자 맞춰서 가져오세요.” “알겠습니다.” 재하는 나머지 안건을 확인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의실을 나서는 동안에도 몇몇 임원이 다가와 추가로 보고할 사항을 전달했다. 재하는 필요한 내용을 확인하고 담당자를 지정한 뒤 집무실로 향했다. “두 시에 해외 투자 관련 화상회의 있으시고, 네 시에는 기획실에서 신규 사업 검토 보고 예정입니다. 저녁에는 별도 일정 없으십니다.” “네 시 보고는 자료 먼저 보내달라고 하세요.” “네, 대표님.” “점심은?” “아직 정해진 일정 없습니다.” “간단하게 먹죠.” “준비하겠습니다.” 재하는 집무실로 들어갔다. 책상 위에는 결재를 기다리는 서류가 몇 건 놓여 있었다. 자리에 앉아 순서대로 검토한 뒤 전자결재까지 마치고 나니 점심시간이 가까워졌다. 재하는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별다른 연락은 없었다. 메시지 목록을 훑다가 서인과 나눈 대화창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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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화

“어디 갈지는 안 알려줄 거죠?” 재하의 물음에 서인은 고개를 저었다. “네. 비밀이에요.” “힌트도 없어요?” “당연하죠. 그냥 편한 옷이랑 운동화만 준비해요.” “알겠어요.” 재하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자 오히려 서인이 의아해졌다. 한두 가지쯤은 더 물어볼 줄 알았는데. “그게 끝이에요? 더 안 물어봐요?” “난 그냥 따라가야죠. 서인 씨가 준비한 데이트 코스인데.” 서인은 웃었다. 재하는 그런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골 식겠어요.” 서인도 따라 일어나 식탁으로 향했다. 그날 저녁을 먹는 동안에도 재하는 목적지를 더 묻지 않았다.*** 약속한 토요일, 서인은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을 떴다. 일곱 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평소 주말이라면 조금 더 누워 있었겠지만 오늘은 일찍부터 준비할 생각이었다. 샤워를 마치고 드레스룸으로 들어간 서인은 옷장 앞에 섰다. 많이 걸어야 하니 구두는 제외였다. 청바지에 니트를 꺼내놓고 운동화를 골랐다가, 상의를 다른 것으로 바꿔보았다. 편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고르려니 출근 준비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결국 처음 꺼냈던 니트를 입었다. 거울 앞에서 머리를 정리한 뒤 가방을 챙겼다. 휴대전화 배터리와 필요한 물건들을 확인하고 나서야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재하는 거실 소파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 그를 발견한 서인이 걸음을 멈췄다. 청바지에 여우 자수가 박힌 후드티를 입고 있었다. 얼마 전 백화점에서 서인이 골라준 옷이었다. “재하 씨, 그 옷 입었네요.” 재하가 자신의 옷을 내려다봤다. “네. 왜요? 이상해요?” “잘 어울려서요.” 서인이 웃자 재하는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그럼 출발할까요?” “좋아요.” 재하가 차 키를 집어 들었다. 차에 올라 안전벨트를 매자 재하가 시동을 걸었다. “어디로 모실까요?” 서인은 기다렸다는 듯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했다. “이제 알려드릴게요.” 화면에 표시된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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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화

롤러코스터 입구에 도착한 서인은 대기 줄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췄다. 가까이서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머리 위로 복잡하게 얽힌 레일이 지나가고 있었고, 열차가 가파른 경사를 내려올 때마다 사람들의 비명이 전보다 더 크게 들렸다. 서인은 한참 동안 레일을 올려다보다가 조용히 시선을 내렸다. 괜찮을 것이었다. 바이킹도 무사히 탔는데 롤러코스터라고 다를 게 있을까. 어차피 안전 검사를 통과한 놀이기구였고, 하루에도 수백 명씩 타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선뜻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서인 씨.” 재하가 옆에서 불렀다. “네.” “안 타도 됩니다.” “알아요.” 서인은 태연하게 대답하고 대기 줄로 들어섰다. 재하도 그녀를 따라 들어왔다. 줄은 여러 번 꺾인 통로를 따라 이어져 있었다. 머리 위로 레일이 지나갔고, 일정한 간격으로 열차가 올라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다 어느 순간 소리가 뚝 끊기면 어김없이 비명이 터져 나왔다. 서인은 안내판에 적힌 주의 사항을 읽었다. 안전장치 착용 방법과 탑승 제한 기준, 소지품 보관 안내까지 빠짐없이 확인했다. 줄이 줄어드는 동안 서인은 거의 말이 없었다. 앞사람을 따라 조금씩 움직이면서도 초조한 표정이었다. “재하 씨.” “네.” “이 정도로 죽지는 않겠죠?” 재하가 그녀를 돌아봤다. “……네?” “사람이 그렇게 약하진 않을 거 아니에요.” 서인은 아주 진지한 얼굴이었다. 재하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대답했다. “그래야죠.” 서인은 별다른 반응 없이 앞을 바라봤다. 재하의 대답이 크게 도움이 된 것 같지는 않았다. 탑승장에 가까워지자 열차가 정차하는 소리와 직원들의 안내 방송이 들렸다. 방금 타고 내린 사람들이 출구 쪽으로 지나갔다. 즐거워 보이는 사람도 있었지만, 표정이 썩 좋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서인은 그쪽을 보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렸다. 잠시 후 두 사람의 차례가 되었다. 재하가 먼저 좌석에 앉았고 서인도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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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화

두 번째 놀이기구까지 타고 나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뭐 좀 먹을까요?” “그럴까요?” 서인도 마침 쉬고 싶던 참이었다. 둘은 가까이 있는 상점 앞에 섰다. 상점 앞에는 츄러스와 음료를 주문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달콤한 계피 향이 주변에 퍼져 있었고, 갓 튀긴 츄러스에 설탕을 묻히는 모습이 보였다. 서인은 메뉴판을 살피다가 재하를 돌아봤다. “츄러스 먹을래요? 나 이거 되게 좋아하는데.” “좋아요.” 두 사람은 츄러스 하나씩과 음료를 주문했다. 음식을 받아든 뒤 근처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서인은 종이 포장지를 조금 내려 츄러스 끝을 드러낸 뒤 한입 베어 물었다. 바삭한 겉면에 묻은 설탕과 계피 향이 입안에 퍼졌다. 오랜만에 먹으니 더 맛있었다. 맞은편에 앉은 재하도 츄러스를 먹고 있었다. 손가락 끝에는 설탕까지 잔뜩 묻어 있었다. 서인은 그 모습을 보다가 휴지를 한 장 뽑았다. “재하 씨, 손에 설탕 다 묻었어요.” 재하가 손을 내려다봤다. “그러네요.” 서인은 그의 손을 잡고 휴지로 손가락에 묻은 설탕을 닦아주었다. “다 흘리고 먹네.” 재하는 얌전히 손을 내맡겼다. “이거 생각보다 설탕이 많이 떨어지는데.” “그러니까 포장지를 잡고 먹어야죠.” 서인은 자신이 들고 있는 츄러스를 살짝 들어 보였다. “이렇게요.” 재하가 그녀의 손을 봤다. “알겠어요.” 서인은 만족스럽게 다시 츄러스를 베어 물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재하가 그녀를 바라봤다. “서인 씨도 묻었는데.” “어디요?” “여기.” 재하가 자신의 입술 옆을 가리켰다. 서인은 휴지로 입가를 닦았다. “됐어요?” “아뇨. 거기 말고. 반대쪽.” 서인이 손을 옮겼지만 이번에도 엉뚱한 곳이었다. 재하는 휴지를 내려놓고 손을 뻗었다. 엄지손가락으로 서인의 입술 옆에 묻은 설탕을 가볍게 닦아냈다. “됐어요.” 서인은 잠깐 그를 올려다봤다. 재하는 아무렇지 않게 손을 거두고 다시 츄러스를 먹었다. 서인도 남은 츄러스를 한입
last update最終更新日 :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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