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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화

مؤلف: 월야
last update تاريخ النشر: 2026-09-28 18:39:07

아버지 병원에서 전화가 온 건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보호자님, 검사 결과가 예상보다 좋지 않아 다음 치료를 조금 당겨야 할 것 같습니다.”

나는 황급히 빈 회의실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얼마나 빨리요?”

“이번 주 안으로 입원하셔야 합니다. 추가 검사와 비급여 치료까지 병행하면 비용도 안내해 드린 금액보다 많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간호사가 조심스럽게 제시한 액수를 듣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하지만 망설일 여유는 없었다.

“진행해 주세요. 돈은 어떻게든 준비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은행 앱을 켰다. 화면에 뜬 숫자를 확인하는 순간 손가락이 굳었다.

1,870,000원.

며칠 전 월급이 들어왔지만, 내 계좌에는 아버지 검사비조차 치르기 빠듯한 돈만 남아 있었다.

그 아래에는 이유가 선명했다.

최명숙 4,000,000원.

이번 달도 어김없이 빠져나간 시어머니 몫이었다.

결혼 초기에는 삼백만 원이었다. 승진으로 연봉이 오르자 시어머니는 기다렸다는 듯 금액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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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남편이 나를 팔았고, 그 남자가 나를 샀다   45화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창가 소파에는 엄마가 옷도 제대로 갈아입지 못한 채 잠들어 있었다.아버지 역시 얕은 숨을 내쉬며 눈을 감고 계셨다. 나는 조심스럽게 침대 곁으로 다가가 보조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조용히 앉아 있으니 자꾸만 조금 전 복도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우연히 만난 걸로 합시다.’진이건의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귓가에 남아 있었다.정말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나를 보려고 일부러 찾아온 걸까.그 생각을 하자 엘리베이터 안에서 내 머리카락을 스쳤던 그의 손끝까지 떠올랐다. 괜히 심장이 빨리 뛰어 머리칼을 만지작거리다 손을 내렸다.“……뭐 하는 거야, 진짜.”나지막이 혼잣말을 하며 휴대전화를 꺼냈다.가장 먼저 뱅킹 앱을 열어 통장 잔액부터 확인했다. 이번 달부터 시어머니 계좌로 다달이 빠져나가던 사백만 원은 더 이상 나가지 않는다. 하지만 아버지의 정밀 검사와 치료가 얼마나 길어질지는 알 수 없었다.예금과 적금을 하나씩 더해보고, 앞으로 들어올 월급과 퇴직금까지 꼼꼼히 계산했다.당분간은 내 힘으로 버틸 수 있었다.문제는 그다음이었다.지잉―.화면 위로 메시지 알림이 떴다.백현우였다.[저녁 늦어. 먼저 자.]짧고 건조한 문장을 바라보니 헛웃음이 나왔다.아내의 아버지가 입원한 날이었다. 병원에서는 세상에 둘도 없는 헌신적인 사위처럼 굴더니, 병원 문을 나서는 순간 자기 할 일은 끝났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나는 답장하지 않은 채 창을 닫았다.대신 조금 전 원무과에서 받아온 정산 서류를 다시 펼쳤다.검사비, 입원비, 예상 치료비.그리고 오늘 현우가 결제하고 간 금액.한참 숫자를 들여다보다 휴대전화 메모장을 열었다.[백현우 병원비 지급 내역]오늘 날짜와 함께 그가 낸 금액을 정확히 적었다.현우가 아버지에게 쓴 돈은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내 힘으로 전부 돌려줄 생각이었다.그래야 다시는 그 돈으로 내 목을 조르거나 나를 다른 남자에게 파는 거래 도구로 삼지 못할 테니까.그때 메시지 알림이 하나 더 울렸다.발신

  • 내 남편이 나를 팔았고, 그 남자가 나를 샀다   44화

    원무과에서 다시 연락이 온 건 오후 세 시가 조금 넘어서였다.나는 깊이 잠든 아버지의 이불을 가슴께까지 끌어올려 드리고 조용히 병실을 빠져나왔다.복도로 나오자 쌓였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모습도 엉망이었다. 아침부터 제대로 먹은 게 없어 입술은 말라 있었고, 대충 묶은 머리카락도 흐트러져 있었다.1층 원무과 로비는 병실과 달리 사람들로 붐볐다. 번호표를 뽑아 빈 의자에 앉은 뒤 휴대전화를 켰다.진이건에게서 온 답장은 없었다.[개인적인 일이 있어서 반차 냈습니다.]내가 보낸 한 줄만 화면에 남아 있었다.괜히 허전해 휴대전화를 내려놓는데 호출 번호에 불이 들어왔다.“한지아 님.”창구로 다가가자 직원이 서류 몇 장을 건넸다.“내일 추가 정밀 검사 들어가시면 오늘 결제하신 금액 외에 비용이 더 발생할 수 있습니다.”“……얼마나 더 나올까요?”직원이 모니터를 확인한 뒤 금액을 알려주었다.생각했던 것보다 컸다. 나는 입술 안쪽을 깨물었다.“검사 결과 확인한 뒤에 결제해도 괜찮을까요?”“네. 내일 정확한 내역 확인하시고 처리하셔도 됩니다.”서류를 받아 돌아서던 순간, 지나가던 누군가와 부딪힐 뻔했다.“죄송…….”고개를 들자 말이 멎었다.진이건이었다.이곳에서 마주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한 사람이 정장 차림으로 내 앞에 서 있었다.“대표님……?”이건도 걸음을 멈췄다.“한지아 씨.”“여기는…… 웬일이세요?”그가 잠시 나를 바라봤다.“볼일이 있어서 왔습니다.”“병원에요?”“병원에 병원 볼일 말고 다른 게 있겠습니까.”태연한 얼굴이었다. 어이가 없으면서도 그다운 대답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그러네요.”이건의 시선이 내 얼굴에 오래 머물렀다.괜히 신경 쓰여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왜…… 그렇게 보세요?”“얼굴이 엉망이라서요.”웃음이 금세 사라졌다.“사람 얼굴 보고 참 직설적이시네요.”“밥 안 먹었죠.”묻는다기보다 이미 알고 있는 말투였다.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 내 남편이 나를 팔았고, 그 남자가 나를 샀다   43화

    다음 날 오후, 아버지 병실 문을 열자 뜻밖의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백현우였다.“지아야, 왔어?”나를 돌아보며 문을 열어주는 얼굴에는 다정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아버님, 오늘은 좀 어떠세요? 가슴 답답하신 건 괜찮아지셨어요?”현우는 침대 곁으로 다가가 아버지의 이불깃을 매만졌다. 때마침 들어온 담당 간호사에게 검사 경과와 치료 일정도 꼼꼼히 물었다.“추가 검사는 언제 진행하나요?”“내일 오전으로 잡혀 있습니다.”“비용은 상관없으니 필요한 검사는 전부 진행해 주세요.”엄마가 감격한 얼굴로 현우의 손을 꼭 쥐었다.“현우야, 참 고맙다. 네가 아니었으면 우리가 이 큰 비용을 어떻게 감당했을지…….”“어머니, 제가 사위인데 당연히 아버님을 모셔야죠.”나는 병실 문가에 서서 그 모습을 바라봤다.어제는 내연녀의 집에 가져갈 전복죽을 챙기게 하더니, 오늘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내 부모 앞에서 다정한 사위 노릇을 하고 있었다.엄마가 나를 돌아봤다.“지아야, 너 현우한테 정말 잘해야 한다. 요즘 세상에 장인 병원비까지 이렇게 대주는 사위가 어디 있니.”현우가 다가와 내 어깨를 감쌌다.“지아도 고생이 많은데요, 뭘. 제가 더 잘해야죠.”잠시 후 현우는 원무과에서 입원 보증금과 추가 검사비까지 결제했다.병원을 나설 때까지 그는 헌신적인 사위였다.지하주차장에서 차 문이 닫히기 전까지는.“진 대표한테 연락했어?”방금 전까지 다정했던 목소리가 차갑게 변했다.나는 안전벨트를 매며 대답했다.“했어요.”“뭐래?”“아직 제대로 얘기 못 했어요.”현우가 시동을 걸다 말고 고개를 돌렸다.“한지아, 지금 한가하게 굴 때야?”“무슨 말이에요?”“백억 투자 말이야. 진 대표가 당신 말은 듣잖아.”나는 가방 안으로 손을 넣어 휴대전화의 녹음 버튼을 누른 뒤 무릎 위에 내려놓았다.“그래서요?”“다음 미팅도 당신이 맡아. 필요한 자료 다 준비하고, 진 대표가 요구하는 것도 최대한 맞춰줘.”“대표님 상대하는 게 제 일이니까요?”“그것도 있고

  • 내 남편이 나를 팔았고, 그 남자가 나를 샀다   42화

    보온 용기에 전복죽을 담는 손끝에 뜨거운 김이 스쳤다. 시어머니는 그 모습조차 마땅찮은지 혀를 찼다.“속까지 적당히 식혀. 서라 탈나면 네가 책임질 거니? 배 속의 애가 우리 집 기둥이야.”나는 말없이 죽과 시어머니가 사 온 특상급 한우, 과일을 쇼핑백에 넣었다. 준비를 마치자 시어머니는 기다렸다는 듯 쇼핑백을 내 가슴에 밀어붙였다.“갔다 와.”“제가요?”“그럼 현우를 보내? 임신 초기라 힘든 애한테 여자끼리 가서 수발도 들고 챙겨줘야지.”여자끼리.남편의 내연녀와 본처를 한 울타리에 묶어 부르는 말이었다.소파에 기대 있던 현우가 한술 더 떴다.“간 김에 청소기 돌리고 냉장고도 정리해. 어제 보니까 바닥에 머리카락 굴러다니더라.”기가 막혀 현우를 바라보자 시어머니가 내 팔뚝을 매섭게 집어틀었다.“어디서 남편 말에 표정이 그래! 네가 자식 못 낳아서 집안 복덩이 고생시키는 건 생각 안 해? 군소리 말고 다녀와!”손톱 자국이 팬 팔뚝을 감싸며 쇼핑백을 들었다.“알겠습니다.”민서라가 사는 오피스텔은 차로 이십 분 거리였다.초인종을 누르자 헐렁한 실크 원피스를 입은 서라가 문을 열었다. 나를 확인한 그녀의 입꼬리가 비스듬히 올라갔다.“과장님?”“어머니가 보내셨어요.”쇼핑백을 내밀자 서라가 안을 들여다봤다.“어머나, 어머님이 또 챙겨주셨구나. 역시 우리 어머님은 나밖에 없어.”“한우까지 보내셨네. 어머님이 우리 장손 먹여야 한다고 자꾸 보내시네요.”서라는 아직 티도 나지 않는 배를 쓰다듬으며 피식 웃었다.“죄송해서 어떡해요. 죽 시중까지 들게 만들어서. 그래도 현우 씨 핏줄이 먹는 거니까 감사히 잘 먹을게요.”그녀는 집 안쪽을 힐끗 돌아봤다.“요즘 속이 안 좋아서 집안일을 하나도 못 했어요. 현우 씨가 사람이라도 불러준다고 했는데 아직이라…….”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뻔했다. 알아서 치우고 가라는 뜻이었다.“아, 현우 씨도 금방 온대요. 딸기 먹고 싶다고 했더니 바로 사 온다고 하더라고요.”시어머니를 모셔다드린다던 남자의

  • 내 남편이 나를 팔았고, 그 남자가 나를 샀다   41화

    간만에 찾아온 휴무일이었다.늦잠이라도 자고 싶었지만 아침 여덟 시도 되기 전에 인터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화면에 찍힌 얼굴을 확인하자 한숨이 흘러나왔다.시어머니 최명숙이었다.문을 열자 시어머니는 인사도 받기 전에 나를 위아래로 훑었다.“아직까지 이러고 자빠졌니?”“오늘 휴무라서요.”“쉬는 날이면 집안일도 같이 쉬어? 하여간 게을러 터져서는.”시어머니는 나를 밀치듯 지나쳐 거실로 들어갔다. 양손에는 백화점 쇼핑백과 과일 상자가 들려 있었다.“현우는?”“아직 자요.”“남편이 피곤할 텐데 마누라가 돼서 아침상도 안 차리고 뭐 한 거냐! 당장 깨워서 밥 차려라. 나도 아침 안 먹고 왔다.”소파에 앉은 시어머니가 유리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훑었다.“청소는 하고 사는 거냐? 먼지 쌓인 꼴 좀 봐라.”회사에서는 수십억 원대 프로젝트를 다루는 과장이었지만, 이 집에서는 밥 늦게 차리고 먼지 하나 제대로 못 닦는 며느리였다.나는 입을 다문 채 주방으로 향했다.“그리고 죽 좀 쑤어라.”걸음이 멈췄다.“……죽이요?”“서라 갖다주게.”시어머니는 과일을 꺼내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임신 초기에 잘 먹어야 한단다. 어제 현우한테 들으니까 입덧 때문에 제대로 못 먹는다더구나.”내 남편의 아이를 밴 내연녀의 죽을 나더러 쑤라는 소리였다.“어머니가 민서라 씨를 왜 그렇게 챙기세요?”“왜긴 왜야! 현우 아이를 가졌는데! 태어나면 엄연한 우리 백씨 집안 핏줄이야.”시어머니는 최고급 한우 세트까지 꺼냈다.“이것도 같이 보내라. 임산부는 고기를 먹어야지.”어제 내 아버지 치료비를 두고 친정이 사위 돈을 받아먹는다고 하던 사람이었다.“제 아버지는 이번 주에 입원하셔야 해요.”“그래서?”“치료비가 더 필요하다고 말씀드렸잖아요.”“그건 현우하고 네가 알아서 할 일이고.”“제 월급으로 내겠다고 했더니 어머니가 못 하게 하셨잖아요.”시어머니의 인상이 사납게 구겨졌다.“너 또 그 지겨운 소리니?”“제가 번 돈인데 제 아버지 치료비로는 못 쓰면서,

  • 내 남편이 나를 팔았고, 그 남자가 나를 샀다   40화

    아버지 병원에서 전화가 온 건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이었다.“보호자님, 검사 결과가 예상보다 좋지 않아 다음 치료를 조금 당겨야 할 것 같습니다.”나는 황급히 빈 회의실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얼마나 빨리요?”“이번 주 안으로 입원하셔야 합니다. 추가 검사와 비급여 치료까지 병행하면 비용도 안내해 드린 금액보다 많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간호사가 조심스럽게 제시한 액수를 듣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하지만 망설일 여유는 없었다.“진행해 주세요. 돈은 어떻게든 준비하겠습니다.”전화를 끊자마자 은행 앱을 켰다. 화면에 뜬 숫자를 확인하는 순간 손가락이 굳었다.1,870,000원.며칠 전 월급이 들어왔지만, 내 계좌에는 아버지 검사비조차 치르기 빠듯한 돈만 남아 있었다.그 아래에는 이유가 선명했다.최명숙 4,000,000원.이번 달도 어김없이 빠져나간 시어머니 몫이었다.결혼 초기에는 삼백만 원이었다. 승진으로 연봉이 오르자 시어머니는 기다렸다는 듯 금액을 올렸다.‘현우가 집이며 차며 생활비까지 책임지는데, 네 월급까지 네가 들고 있으면 그게 어디 정상적인 집안이니?’처음에는 모아두는 돈이라고 했다. 나중에 아파트 평수를 넓힐 때 보태주겠다고 했고, 현우 사업에 급전이 필요하면 잠시 쓰고 다시 채워놓겠다는 말도 덧붙였다.나는 그 말을 믿었다.월급날마다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돈을 보냈다. 내가 번 돈인데도 비싼 화장품 하나를 집어 들면 죄짓는 기분에 다시 내려놓곤 했다.친정엄마 환갑 때 현금 삼십만 원을 드렸다가 시어머니에게 들켜 난리가 난 적도 있었다.‘친정에 그렇게 퍼다 나를 거면 시집은 왜 왔니? 사위 돈 빼돌려 친정 살림 보태니?’내가 번 돈이었다.그런데도 그날 나는 엄마에게 보낸 삼십만 원까지 해명해야 했다.그리고 이제 아버지가 쓰러지셨다.몇 년을 쉬지 않고 일했건만, 정작 내 아버지 치료비조차 내 손으로 낼 수 없는 처지였다.휴대전화가 울렸다.시어머니.나는 화면에 뜬 이름을 바라보다 통화 버튼을 눌렀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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