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각, 궐에서는 작은 술렁임이 일고 있었다. 청나라에서 볼모로 갔던 세자 내외를 비롯하여, 그들과 함께 심양에서 돌아온 김대감댁 둘째 아들과 그 가솔들을 위로하기 위해 중전이 친히 연회를 베풀기로 하였다는 전갈이 각 대감 댁으로 전해진 것이었다."중전마마께서 친히 연회를 여신다니, 이는 실로 큰 영광이 아닐 수 없구나."김정 대감은 소식을 전해 듣고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노론 실세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데 있어, 중전의 눈에 드는 것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었다. 더구나 이번 연회에는 둘째 아들 시헌의 가솔들, 즉 심양에서 돌아온 손자 손녀들도 함께 참석하게 될 터였다."호직아, 호정아. 이번 연회에는 너희도 함께 참석하게 될 것이니, 부디 예를 갖추어 흠 잡힐 일이 없도록 하여라."할아버지의 당부에 호직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고, 호정은 살짝 긴장한 기색으로 예를 갖추었다. 궐 안의 연회라니, 청나라에서 돌아온 이후 처음 있는 큰 나들이였다.연회를 앞두고 집안은 분주해졌다. 호정은 어머니와 함께 새로 지은 당의를 입어 보며 매무새를 다듬었고, 호직은 사랑채에서 아버지와 함께 궐에서 지켜야 할 예법을 다시금 익혔다. 시경은 그런 소란과는 무관하다는 듯 평소처럼 술병을 옆에 끼고 지냈지만, 이번 연회에는 그도 예외 없이 참석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못마땅한 얼굴을 감추지 않았다."내가 굳이 그런 자리에 왜 가야 하는지 모르겠구나.""숙부님도 대감마님의 아들이시니 당연히 함께 가셔야지요."호직이 대꾸하자 시경은 코웃음을 쳤다."그런 자리에 가 봐야 서로 눈치나 살피고 아부나 떠는 것이 전부일 터인데, 재미도 없는 것을.""그리 말씀하셔도 결국은 가시게 될 것을 아시지 않습니까."호직의 말에 시경은 대답 대신 술잔을 기울일 뿐이었다.드디어 연회 날이 밝았다. 궐의 후원, 넓은 마당에 차일이 드리워지고 그 아래로 화려한 잔칫상이 줄지어 놓였다. 청나라에서 돌아온 관리들과 그들을 환영하기 위해 초대된 종친과 대신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Terakhir Diperbarui : 2026-09-27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