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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도로 걸어 잠근 문

작가: 연월담
last update 게시일: 2026-09-27 18:22:17

연못가에서의 그 밤 이후로도, 시경의 못된 버릇은 고쳐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짓궂어진 듯했다.

"문안 인사를 그리 서둘러 마치고 어딜 가느냐.“

아침, 후원에서 마주친 시경이 대뜸 말을 걸어왔다. 호정은 걸음을 멈추고 마지못해 예를 갖추었다.

"어머니께서 기다리고 계셔서요."

"흥, 청나라에서는 예법 같은 것도 배우지 않았느냐. 어른 앞에서 그리 급히 걸음을 옮기는 것이 아니다."

"...숙부님께 그런 말씀을 들을 정도로 무례하게 굴지는 않았사온데요."

"말대꾸가 아주 몸에 배었구나.“

시경은 피식 웃으며 팔짱을 꼈다. 그 웃음이 얄미워 호정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그대로 자리를 벗어났다.

그날 이후로 호정은 아예 그를 마주치지 않으려 애를 썼다. 아침 문안을 드릴 때도 시경이 있을 법한 시각을 피해 일찍 움직였고, 후원을 거닐 때도 사랑채 쪽은 아예 발길을 끊었다. 밥상머리에서도 그와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일이 잦았다.

"아씨, 요즘 부쩍 사랑채 쪽으로는 걸음을 안 하시는 듯합니다."

청아가 슬쩍 물었다. 호정은 짧게 답했다.

"거기 가 봐야 좋은 소리 들을 일이 없으니 그렇지."

"시경 나리 때문이시옵니까?"

"...그 어른 이야기는 꺼내지도 말거라."

호정의 단호한 말투에 청아는 더 캐묻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한 지붕 아래 사는 이상, 완전히 피하기란 쉽지 않았다. 며칠 뒤, 별당 마당을 지나던 호정은 마침 그곳에 나와 있던 시경과 딱 마주치고 말았다. 호정은 못 본 척 방향을 틀어 돌아가려 했다.

"어딜 그리 도망치듯 가느냐."

시경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호정은 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숙부님을 피해 다니는 것이 아니옵니다."

"피해 다니는 게 아니라면 왜 나만 보면 걸음을 돌리는 것이냐."

"숙부님께서 저를 보시기만 하면 트집을 잡으시니, 굳이 마주칠 이유가 없다 여겨서요."

호정의 대답에 시경은 잠시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다 코웃음을 쳤다.

"트집이라니. 조카 된 도리로 어른의 말을 그리 삐딱하게 듣는 것이냐."

"어른답게 구셔야 조카 된 도리도 지킬 것이 아니옵니까."

말을 마친 호정은 더 이상 대꾸를 기다리지 않고 그대로 걸음을 옮겨 자리를 벗어났다. 뒤에서 시경이 무어라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호정은 돌아보지 않았다.

그날 이후로도 시경은 마주칠 때마다 한 마디씩 가시 돋친 말을 던졌고, 호정은 그때마다 짧게 맞받아치거나 아예 자리를 피해 버렸다. 집안 사람들 사이에서도 어느새 두 사람이 서로 데면데면하다 못해 사이가 좋지 않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삼촌 조카 사이에 저리 냉랭한 것도 참 드문 일이지."

"시경 도련님이 워낙 성격이 유별나시니 오죽하겠나."

지나가는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들을 때마다 호정은 애써 못 들은 척했다. 그저 하루빨리 저 못된 숙부와 마주치는 일이 줄어들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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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시각, 궐에서는 작은 술렁임이 일고 있었다. 청나라에서 볼모로 갔던 세자 내외를 비롯하여, 그들과 함께 심양에서 돌아온 김대감댁 둘째 아들과 그 가솔들을 위로하기 위해 중전이 친히 연회를 베풀기로 하였다는 전갈이 각 대감 댁으로 전해진 것이었다."중전마마께서 친히 연회를 여신다니, 이는 실로 큰 영광이 아닐 수 없구나."김정 대감은 소식을 전해 듣고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노론 실세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데 있어, 중전의 눈에 드는 것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었다. 더구나 이번 연회에는 둘째 아들 시헌의 가솔들, 즉 심양에서 돌아온 손자 손녀들도 함께 참석하게 될 터였다."호직아, 호정아. 이번 연회에는 너희도 함께 참석하게 될 것이니, 부디 예를 갖추어 흠 잡힐 일이 없도록 하여라."할아버지의 당부에 호직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고, 호정은 살짝 긴장한 기색으로 예를 갖추었다. 궐 안의 연회라니, 청나라에서 돌아온 이후 처음 있는 큰 나들이였다.연회를 앞두고 집안은 분주해졌다. 호정은 어머니와 함께 새로 지은 당의를 입어 보며 매무새를 다듬었고, 호직은 사랑채에서 아버지와 함께 궐에서 지켜야 할 예법을 다시금 익혔다. 시경은 그런 소란과는 무관하다는 듯 평소처럼 술병을 옆에 끼고 지냈지만, 이번 연회에는 그도 예외 없이 참석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못마땅한 얼굴을 감추지 않았다."내가 굳이 그런 자리에 왜 가야 하는지 모르겠구나.""숙부님도 대감마님의 아들이시니 당연히 함께 가셔야지요."호직이 대꾸하자 시경은 코웃음을 쳤다."그런 자리에 가 봐야 서로 눈치나 살피고 아부나 떠는 것이 전부일 터인데, 재미도 없는 것을.""그리 말씀하셔도 결국은 가시게 될 것을 아시지 않습니까."호직의 말에 시경은 대답 대신 술잔을 기울일 뿐이었다.드디어 연회 날이 밝았다. 궐의 후원, 넓은 마당에 차일이 드리워지고 그 아래로 화려한 잔칫상이 줄지어 놓였다. 청나라에서 돌아온 관리들과 그들을 환영하기 위해 초대된 종친과 대신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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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못가에서의 그 밤 이후로도, 시경의 못된 버릇은 고쳐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짓궂어진 듯했다."문안 인사를 그리 서둘러 마치고 어딜 가느냐.“아침, 후원에서 마주친 시경이 대뜸 말을 걸어왔다. 호정은 걸음을 멈추고 마지못해 예를 갖추었다."어머니께서 기다리고 계셔서요.""흥, 청나라에서는 예법 같은 것도 배우지 않았느냐. 어른 앞에서 그리 급히 걸음을 옮기는 것이 아니다.""...숙부님께 그런 말씀을 들을 정도로 무례하게 굴지는 않았사온데요.""말대꾸가 아주 몸에 배었구나.“시경은 피식 웃으며 팔짱을 꼈다. 그 웃음이 얄미워 호정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그대로 자리를 벗어났다.그날 이후로 호정은 아예 그를 마주치지 않으려 애를 썼다. 아침 문안을 드릴 때도 시경이 있을 법한 시각을 피해 일찍 움직였고, 후원을 거닐 때도 사랑채 쪽은 아예 발길을 끊었다. 밥상머리에서도 그와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일이 잦았다."아씨, 요즘 부쩍 사랑채 쪽으로는 걸음을 안 하시는 듯합니다."청아가 슬쩍 물었다. 호정은 짧게 답했다."거기 가 봐야 좋은 소리 들을 일이 없으니 그렇지.""시경 나리 때문이시옵니까?""...그 어른 이야기는 꺼내지도 말거라."호정의 단호한 말투에 청아는 더 캐묻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그러나 한 지붕 아래 사는 이상, 완전히 피하기란 쉽지 않았다. 며칠 뒤, 별당 마당을 지나던 호정은 마침 그곳에 나와 있던 시경과 딱 마주치고 말았다. 호정은 못 본 척 방향을 틀어 돌아가려 했다."어딜 그리 도망치듯 가느냐."시경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호정은 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숙부님을 피해 다니는 것이 아니옵니다.""피해 다니는 게 아니라면 왜 나만 보면 걸음을 돌리는 것이냐.""숙부님께서 저를 보시기만 하면 트집을 잡으시니, 굳이 마주칠 이유가 없다 여겨서요."호정의 대답에 시경은 잠시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다 코웃음을 쳤다."트집이라니. 조카 된 도리로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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