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이제 와서 나를 사랑한다고?: Kapitel 11 – Kapitel 15

15 Kapitel

11. 감쪽같이 속아 드릴게요.

억지로 먹기 시작한 멜론은 어느새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제일 좋은 걸로 골라 왔다는 말이 거짓말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과육은 부드럽게 씹혔고, 입안에 퍼지는 단맛도 기분 좋을 만큼 진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꽤나 맛있게 먹고 있었다. 마지막 한 조각을 포크로 찍어 과즙을 삼키고 포크를 내려놓으려던 순간이었다. “우연아.” 차강현이 나를 불렀다. “몸은 좀 어때? 조금 나아졌어?” 무슨 소리를 하려고 이렇게나 공을 들이는 걸까. 포크를 마저 내려놓고 그를 바라봤다. “응. 점점 괜찮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 강현은 다행이라는 듯 웃었다. 그러고는 잠시 내 얼굴을 살피더니, 협탁 위에 놓인 빈 용기를 제 쪽으로 가져갔다. “다행이다. 당신 아픈 거 보니까 내가 마음이 안 좋더라고.” 속으로 어이가 없어 웃을 뻔한 걸 간신히 참았다. 차강현은 그런 내 속도 모르고 퍽 다정한 얼굴을 연기하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우연아. 나 당신한테 할 말이 하나 있는데.” 아. 드디어 본론인가. 나는 무릎 위에 손을 얌전히 포개고 그를 바라봤다. “무슨 말인데요?” “음, 별건 아니고.” 차강현의 입꼬리는 부드럽게 올라가 있었지만, 말을 고르는 듯한 시선이 잠깐 내 얼굴을 훑었다. 어른들 앞에 데려가면 누구라도 흡족해할 법한 단정한 인상에, 웃을 때면 눈매가 순하게 휘어지는 얼굴이 좋았었다. 반듯한 생김새만큼이나 마음도 올곧은 사람일 거라고 믿었는데. “당신도 이제 몸 좀 추스르고 나면…….” 그의 말끝이 느리게 늘어졌다. 나는 가만히 기다렸다. 꽃다발에 멜론까지. 삼 년 전 연애하던 시절의 다정함을 굳이 되살려 놓은 데에는 역시 이유가 있는 모양이었다. “사실 회사에 일이 좀 생겼어.” 역시나. “무슨 일인데?” “큰일은 아니야. 당신이 신경 쓸 정도는 아니고.” 큰일이 아니라면서 저렇게 운을 띄우는 건 무슨 심보일까. “자금 들어오는 일정이 밀리면서 전체 계획이 틀어지게 생겼어. 계약은 이미 진행됐고,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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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개새끼

“병실에 녹음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뭐라고요?” 너무 뜬금없는 말이라 되묻고 말았다. “아니……그게, 무슨.” 말끝을 흐리던 나는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 내가 처음으로 눈을 떴을 때, 그때 무슨 말을 했더라. 머릿속이 온통 새하얬다. “대체…….”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틀어막았다. 설마. 차강현. 그 생각이 머리를 스치는 순간, 손끝이 차갑게 식었다. “때 되면 당신 남편이 수거해 가겠죠.” 백도겸의 확신이 내 추리에 쐐기를 박았다. 수거해 간다니. 그 말은 녹음기가 지금도 병실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는 뜻이었다. 차강현은 내가 퇴원할 때쯤 그걸 직접 가져갈 생각인 모양이었다. 그때까지 계속 작동하고 있을 테고. “…….” 내가 잠든 사이에 누가 병실에 들어왔는지, 누구와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심지어 혼잣말로 무슨 생각을 털어놓았는지까지 전부 기록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자 피부 위로 소름이 돋았다. 이유를 떠올릴수록 더 끔찍했다. 남편이 아내의 병실에 녹음기를 설치한다는 게 대체 무슨 의미인가. 내가 의식을 잃고 누워 있는 동안에도, 정신을 차린 뒤에 벌어지는 일들까지 몰래 엿들으려 했다는 건가. 내가 누구에게 전화를 거는지, 무슨 말을 하는지, 무슨 생각을 털어놓는지 알아내기 위해서? 그렇다면……. 의식을 되찾은 첫날, 백도겸과 나눴던 대화도. 전부. ㅡ ‘이런 건 녹음을 해야지.’ ㅡ ‘당하고만 있을 반푼이로는 안 보이는데.’ 그 말들이 머릿속에서 뒤늦게 되살아났다. 그렇다면 차강현은 대체 무엇을 위해? 차강현의 머리통에 든 생각이 무엇이던간에 그가 모두 알아버린다면, 시작도 하기 전에 끝장이었다. 차강현은 내가 자신을 의심한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부터 더는 방심하지 않을 테니까. 증거를 없애고, 말을 맞추고, 자신에게 불리한 흔적을 지우겠지. 천하의 교활한 인간이니까. 그는 그렇게 살아 남았으니까. “하지만 저는……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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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남편 몰래 만나는 남자

“개인적으로 차강현 같은 개새끼들을 별로 안 좋아합니다.” 개새끼. 너무나도 반듯한 얼굴에서 거침없는 욕설이 튀어나왔다. 어울리지 않는 말이라서인지, 아니면 너무 아무렇지 않게 내뱉어서인지 잠깐 귀를 의심했다. 백도겸은 제 입에서 나온 말이 무슨 파문을 일으켰는지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 욕을 했다는 자각조차 없는 사람처럼, 그저 하던 말을 이어 갔다. “가르쳐 줄까 싶어서요. 자기 주제라는 게 뭔지.”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담담했다. 감정이 지나치게 배제되어 있어서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더 선명하게 와닿았다. “남의 등에 업혀 올라가는 법을 배웠으면.” 그가 잠시 말을 끊었다. “내려오는 법도 배워야겠죠.” 백도겸의 눈에는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 그는 자신의 계획에 대해 더이상 설명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그가 재킷 안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 쪽으로 밀었다. “…….” 휴대폰이었다. 차강현이 모르는 연락 수단. 그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움직일 수 있는, 아주 작은 틈. “남편 눈에 띄지 않게 보관하세요. 괜히 들켜서 일을 복잡하게 만들지 말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부터 저는 어떻게 하면 되는 건데요?” 휴대폰을 품에 넣으며 물었다. “말했잖습니까. 입조심하라고.” 백도겸은 소파 팔걸이에 느슨하게 기댄 채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게 다예요?” “Verdant Capital에서 차강현이 추진 중인 건에 관여할 일이 생길 겁니다. 정확히는, 그렇게 만들 생각이고요.” Verdant Capital. 백도겸이 대표로 있는 VERDANT GROUP의 핵심 투자회사였다. 글로벌 기업 인수와 전략적 지분 투자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곳. 그런 회사가 먼저 투자 의향을 내비친다면, 자금줄이 막힌 차강현으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을 터였다. “잠깐만요. 그러면…….” 머릿속에서 흩어져 있던 조각들이 하나둘 맞물렸다. 차강현은 지금 돈이 필요했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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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피할 수 없는 조우

“신받은 지 1년도 안 됐다고?” 혜원이 되물었다. “그래. 사람 얼굴만 보면 속에 있는 생각까지 줄줄 읊는다던데?” 미숙의 말에 혜원이 코웃음을 쳤다. 사람 얼굴만 보면 속에 있는 생각까지 안다고? 그럼 어디 한번 알아맞혀 보라지. 제 딸을 사지로 밀어 넣은 어미의 속이 어떤지. 잠시 후, 안쪽에서 맑은 방울 소리가 들렸다. 딸랑. 혜원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어머, 선녀님이 벌써 아셨나 봐.” 미숙이 움찔하며 혜원의 팔을 붙잡았다. “뭘 알아. 우리가 온 줄 알고 방울 흔드나 보지.” “아이고, 너는 입만 열면 초를 치니.” 미숙이 혀를 찼다. 그 순간, 신당의 문이 열렸다. *** “…….” 혜원은 자리에 앉으면서도 주변을 살폈다. 신당 안에는 촛불과 향로, 색색의 천으로 장식한 신단이 놓여 있었다. 벽 한쪽에는 이름 모를 신들의 그림이 걸려 있었고, 향 연기가 천장 가까이에서 가늘게 휘돌았다. “여우가 흰 털을 뒤집어썼다고 양이 되는 건 아니지.” 그런데 혜원의 엉덩이가 방석에 닿기도 전에 선녀무당의 시선이 그녀에게 꽂혔다. “…….” 그 눈길이 어찌나 깊고 섬뜩한지, 혜원은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 “혀는 달고, 눈은 웃는데…… 속에는 발톱이 들었어. 제 발톱에 피 묻히기 싫으니 남의 살부터 물어뜯는 놈이지.” 선녀무당의 손끝이 무릎 위를 천천히 쓸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실을 한 올씩 풀어내듯, 기묘한 움직임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나직하던 목소리가 뚝 끊겼다. ”…….“ 선녀무당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초점 없는 듯 흐릿하던 눈동자가 문득 한곳에 박혔다. “여우가 토끼를 물고 제 굴로 달아나는 줄 알았더니…….” 입술 끝에 희미한 웃음이 걸렸다. “산 밑에 용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었네.” “네?” 무슨 소리야. 미숙과 혜원이 얼떨떨한 얼굴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 “이걸 어쩌나. 산에 주인이 따로 있는 줄도 모르고.” “…….” “쯧쯧, 쯧쯧쯧…….”
last updateZuletzt aktualisiert : 202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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