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에 녹음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뭐라고요?” 너무 뜬금없는 말이라 되묻고 말았다. “아니……그게, 무슨.” 말끝을 흐리던 나는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 내가 처음으로 눈을 떴을 때, 그때 무슨 말을 했더라. 머릿속이 온통 새하얬다. “대체…….”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틀어막았다. 설마. 차강현. 그 생각이 머리를 스치는 순간, 손끝이 차갑게 식었다. “때 되면 당신 남편이 수거해 가겠죠.” 백도겸의 확신이 내 추리에 쐐기를 박았다. 수거해 간다니. 그 말은 녹음기가 지금도 병실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는 뜻이었다. 차강현은 내가 퇴원할 때쯤 그걸 직접 가져갈 생각인 모양이었다. 그때까지 계속 작동하고 있을 테고. “…….” 내가 잠든 사이에 누가 병실에 들어왔는지, 누구와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심지어 혼잣말로 무슨 생각을 털어놓았는지까지 전부 기록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자 피부 위로 소름이 돋았다. 이유를 떠올릴수록 더 끔찍했다. 남편이 아내의 병실에 녹음기를 설치한다는 게 대체 무슨 의미인가. 내가 의식을 잃고 누워 있는 동안에도, 정신을 차린 뒤에 벌어지는 일들까지 몰래 엿들으려 했다는 건가. 내가 누구에게 전화를 거는지, 무슨 말을 하는지, 무슨 생각을 털어놓는지 알아내기 위해서? 그렇다면……. 의식을 되찾은 첫날, 백도겸과 나눴던 대화도. 전부. ㅡ ‘이런 건 녹음을 해야지.’ ㅡ ‘당하고만 있을 반푼이로는 안 보이는데.’ 그 말들이 머릿속에서 뒤늦게 되살아났다. 그렇다면 차강현은 대체 무엇을 위해? 차강현의 머리통에 든 생각이 무엇이던간에 그가 모두 알아버린다면, 시작도 하기 전에 끝장이었다. 차강현은 내가 자신을 의심한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부터 더는 방심하지 않을 테니까. 증거를 없애고, 말을 맞추고, 자신에게 불리한 흔적을 지우겠지. 천하의 교활한 인간이니까. 그는 그렇게 살아 남았으니까. “하지만 저는……
Zuletzt aktualisiert : 2026-10-16 Mehr le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