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현관에서 한마디를 더 하고 갔다."그 봉사자, 서린이었습니다."윤정숙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수가 없었다. 현관문이 닫히고, 차 소리가 멀어지고, 권 여사가 조심스럽게 안방 문을 두드릴 때까지 그녀는 화장대 앞 의자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손바닥 위에 닳은 비누 조각을 올려놓은 채로."사모님, 저녁 차릴까요.""됐어.""조금이라도…….""됐다고 했잖아."목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나왔다. 권 여사의 발소리가 멀어졌다. 윤정숙은 그 소리를 들으며 자기가 방금 누구의 말투를 썼는지 알았다. 3년 동안 며느리에게 쓰던 말투였다.* * *그녀는 잠을 자지 못했다.새벽 두 시에 일어나 불을 켰다. 비누는 화장대 위, 한지 위에 놓여 있었다. 방 안 공기에 그 냄새가 아주 얇게 섞여 있었다. 장미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오래된 기름 냄새. 30년 넘게 서랍 속에 있던 것이 하룻밤 사이에 방을 조금 차지하고 있었다.그녀는 그 냄새를 맡으며 병원을 떠올렸다.마지막 봄, 남편이 떠나고 사흘 뒤였다. 병실을 비워 달라는 연락이 왔다. 그녀는 권 여사를 데리고 갔다. 환자복, 슬리퍼, 약봉지, 다 읽지 못한 책 두 권. 쓰레기봉투 두 개와 종이 가방 하나면 충분했다. 30년을 산 사람의 마지막 방이 그만큼이었다.창틀에 병이 하나 있었다.손가락 두 마디만 한 병. 코르크 마개, 실로 묶은 꼬리표. 그녀는 그걸 집었다. 꼬리표에 둥근 글씨로 무언가 적혀 있었다. 읽지 않았다. 병원까지 와서 향수를 받아 쓰는 남편이 우스웠고, 그걸 만들어 준 낯선 아가씨가 괜히 불편했다. 그녀는 병을 쓰레기봉투에 넣었다. 약봉지 위로 떨어지며 작게 부딪는 소리가 났다.그 소리를 그녀는 지금까지 기억하지 못했다. 지금, 새벽 두 시에 그 소리가 났다.그 병 안에 이 냄새가 들어 있었을 것이다.울산의 욕실. 창문 없는 좁은 방. 보일러가 꺼진 겨울 아침, 김이 서린 거울 앞에서 분홍 비누를 문지르던 스물여섯 살의 자신. 남편이 마지막에 맡고 싶어 했던 것은 청담동의
آخر تحديث : 2026-10-15 اقرأ المزي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