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 수칙: 소문에는 사실로 답한다.클로에의 입술이 벌어졌다가 닫혔다.방금까지 떨어지던 눈물도 멎었다. 필립은 성녀의 팔을 받친 채 레녹스와 나를 번갈아 보았다.“대공, 지금 성녀께서 거짓말을 했다는 뜻이오?”“그렇게 말했다.”레녹스가 왼쪽 귀에서 손을 내렸다.내 앞을 가로막지는 않았다. 옆으로 와 섰다. 내가 입을 열 자리까지 빼앗을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브루노 대신관이 클로에에게 손수건을 건넸다. 반지가 여러 개 낀 손이었다.“많이 놀라신 듯합니다. 우선 안정을 취하시는 게 좋겠습니다.”클로에가 손수건으로 눈가를 눌렀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는 아까의 굳은 표정이 사라져 있었다.“저는 괜찮아요…….”괜찮으면 좀 걸어 나가면 될 텐데. 필립의 팔은 놓지 않았다.나는 치맛자락을 내려다보았다. 분수대 물이 튄 자리에 짙은 점이 남아 있었다. 한나가 보면 얼룩부터 걱정하겠지.“저는 돌아갈게요.”내가 몸을 돌리자 레녹스도 돌아섰다.“대공 전하도 가시게요?”“네가 가는 곳이니까.”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굳이 그 말을 해야 하나.나는 필립 쪽을 보지 않았다. 대신 레녹스의 장화 앞코를 한 번 보고 걸음을 옮겼다. 은회색 머리가 내 옆에서 나란히 움직였다.뒤에서 누군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정말 홀린 것 아냐?”레녹스의 왼손이 귀 쪽으로 올라갔다.나는 걸음을 늦추지 않았다.◐6월 11일 아침, 한나가 손가락을 세 개나 펴고 방에 들어왔다.쟁반은 다른 손에 들려 있었다. 찻잔이 달그락거렸다.“아가씨, 벌써 세 가지예요.”“쟁반부터 내려놔. 소문 듣다가 찻잔을 깨면 소문이 하나 늘어.”한나가 얼른 탁자에 쟁반을 놓았다. 그러고는 손가락을 다시 폈다. 꼭 장을 보고 온 물건 수를 맞추는 얼굴이었다.“첫째, 아가씨가 성녀님을 분수대에 빠뜨렸대요.”“안 빠졌는데.”“둘째, 대공 전하께서 아가씨한테 홀리셨대요.”“그건 대공 전하에게 물어봐야겠네.”“셋째, 성녀님이 처음부터 거짓말을 하신 거래요.”나는 찻잔 손잡이를
آخر تحديث : 2026-10-17 اقرأ المزي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