جميع فصول : الفصل -الفصل 30

80 فصول

21화. 악녀, 소문을 읽다

악녀 수칙: 소문에는 사실로 답한다.클로에의 입술이 벌어졌다가 닫혔다.방금까지 떨어지던 눈물도 멎었다. 필립은 성녀의 팔을 받친 채 레녹스와 나를 번갈아 보았다.“대공, 지금 성녀께서 거짓말을 했다는 뜻이오?”“그렇게 말했다.”레녹스가 왼쪽 귀에서 손을 내렸다.내 앞을 가로막지는 않았다. 옆으로 와 섰다. 내가 입을 열 자리까지 빼앗을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브루노 대신관이 클로에에게 손수건을 건넸다. 반지가 여러 개 낀 손이었다.“많이 놀라신 듯합니다. 우선 안정을 취하시는 게 좋겠습니다.”클로에가 손수건으로 눈가를 눌렀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는 아까의 굳은 표정이 사라져 있었다.“저는 괜찮아요…….”괜찮으면 좀 걸어 나가면 될 텐데. 필립의 팔은 놓지 않았다.나는 치맛자락을 내려다보았다. 분수대 물이 튄 자리에 짙은 점이 남아 있었다. 한나가 보면 얼룩부터 걱정하겠지.“저는 돌아갈게요.”내가 몸을 돌리자 레녹스도 돌아섰다.“대공 전하도 가시게요?”“네가 가는 곳이니까.”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굳이 그 말을 해야 하나.나는 필립 쪽을 보지 않았다. 대신 레녹스의 장화 앞코를 한 번 보고 걸음을 옮겼다. 은회색 머리가 내 옆에서 나란히 움직였다.뒤에서 누군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정말 홀린 것 아냐?”레녹스의 왼손이 귀 쪽으로 올라갔다.나는 걸음을 늦추지 않았다.◐6월 11일 아침, 한나가 손가락을 세 개나 펴고 방에 들어왔다.쟁반은 다른 손에 들려 있었다. 찻잔이 달그락거렸다.“아가씨, 벌써 세 가지예요.”“쟁반부터 내려놔. 소문 듣다가 찻잔을 깨면 소문이 하나 늘어.”한나가 얼른 탁자에 쟁반을 놓았다. 그러고는 손가락을 다시 폈다. 꼭 장을 보고 온 물건 수를 맞추는 얼굴이었다.“첫째, 아가씨가 성녀님을 분수대에 빠뜨렸대요.”“안 빠졌는데.”“둘째, 대공 전하께서 아가씨한테 홀리셨대요.”“그건 대공 전하에게 물어봐야겠네.”“셋째, 성녀님이 처음부터 거짓말을 하신 거래요.”나는 찻잔 손잡이를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10-17
اقرأ المزيد

22화. 악녀, 오웬에게 듣다

악녀 수칙: 수상한 말은 끝까지 듣는다.아버지는 콧수염을 손끝으로 눌렀다.“자주 오신다는 말씀은…….”“영애를 보러 오겠다는 뜻입니다.”마구간을 보러 온다고 하면 덜 곤란할 텐데. 레녹스는 먹구름에게 책임을 넘길 생각이 없었다.아버지가 나를 보았다.나는 손에 든 종이를 반듯하게 맞췄다. 종이 가장자리에 검은 말 털이 붙어 있었다. 떼려고 했더니 장갑 쪽으로 옮겨 붙었다.“비올레타도 알고 있는 일이냐?”“지금 들었어요.”“반대하지는 않는다는 뜻이고?”“제가 싫으면 안 오신대요.”레녹스가 고개를 끄덕였다.아버지의 손이 콧수염에서 떨어졌다. 대신 소매 끝을 당겼다. 손님 앞에서 내게 싫다고 말하라고 시킬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그렇다면 방문하실 때 사람을 먼저 보내 주십시오.”“그러겠습니다.”오웬이 얼른 수첩을 꺼냈다. 아버지는 그 모습을 보고서야 한 발 물러섰다.나는 장갑에 붙은 털을 떼어 냈다.정문으로 오겠다는 말이 이렇게 길게 끝날 줄은 몰랐다.◐6월 15일, 한나가 내 외출용 장갑을 가져올 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이번에는 정문에서 말다툼할 일이 없었다. 레녹스가 보낸 사람이 먼저 왔고, 아버지는 방문을 허락했다.문제는 내게 저택에 있을 생각이 없다는 점이었다.“아가씨, 도서관에 가신다고 전할까요?”“응. 돌아와서 뵙겠다고 해.”한나가 문으로 가다가 멈췄다.“그렇게 말씀드리면 도서관으로 오실 텐데요.”나는 장갑을 끼우다 말고 한나를 보았다.한나는 들고 있던 모자를 가슴 앞에 붙였다.“제가 잘못 생각했을 수도 있어요.”“아니.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계단을 내려갔더니 레녹스가 현관에 서 있었다.북부 털망토 대신 얇은 회색 망토를 걸쳤다. 그래도 현관을 좁게 만드는 데는 별문제가 없었다. 옆에 선 오웬은 접은 수첩을 주머니에 넣고 있었다.“도서관에 간다며.”“네. 말을 돌보는 책을 보려고요.”베른에게는 물어볼 수 있었다. 다만 먹구름이 조금만 빨리 달려도 나는 지난번보다 얼마나 잘 달렸는지부터 말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10-17
اقرأ المزيد

23화. 악녀, 성녀의 차 모임에 가다

악녀 수칙: 사과를 받아도 사실까지 바꾸지는 않는다.“발트하임에 내려오는 옛말이요.”레녹스가 책을 탁자에 내려놓았다.나는 잉크가 번진 종이를 책 밑으로 밀지 않았다. 숨겼다가는 그쪽부터 볼 사람이었다.“귀가 평생 조용한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이 짝이라던데요.”레녹스의 손이 책 표지 위에서 멈췄다.“오웬이 말을 많이 했군.”“많이 줄이겠다고도 했어요. 뒤에 붙는 말은 안 해 줬고요.”“그건 지금 할 말이 아니야.”“그럼 언제요?”“나중에.”서가 너머에서 작은 기침 소리가 났다. 책을 찾으러 간 사람치고는 가까웠다.나는 펜을 잉크병 옆에 가지런히 놓았다.“그 말을 듣고 저를 따라오시는 거예요?”레녹스는 내 앞에 놓인 책을 보았다가 눈을 들었다.“네 옆이 편해서 온다.”“옛말 때문은 아니고요?”“옛말이 없어도 왔을 거다.”손끝에 묻은 잉크가 말라 있었다. 나는 손수건을 꺼냈다가 도로 넣었다. 마른 잉크를 문지르면 손수건만 더러워질 터였다.레녹스가 의자를 들고 맞은편에 앉았다.“불편한가?”“아직은요.”“불편하면 말해.”“그건 잘해요.”“알아.”옆 탁자의 학생이 빌려 갔던 책을 조심스럽게 돌려주었다. 나는 책을 받고 필요한 부분을 다 봤는지 물었다.학생이 고개를 끄덕였다.레녹스는 내가 책을 펼칠 자리를 비워 주었다. 종이가 밀려나면서 잉크 점이 다시 드러났다.나는 그 옆에 빠뜨린 문장을 적었다.이번에는 같은 줄을 두 번 읽지 않았다. 세 번 읽었다.◐클로에의 초대장은 며칠 뒤에 왔다.흰 봉투에 빛의 신전 문장이 찍혀 있었다. 한나는 봉투를 쟁반에 올린 채 내려놓지 못했다.“아가씨가 보셔야 하는 편지래요.”“놓고 가면 되잖아.”“답을 기다리겠다고 하셔서요.”문밖에 신전 사람이 서 있었다. 봉투를 가져온 손에는 작은 향 주머니가 들려 있었다.나는 초대장을 펼쳤다.『6월 22일, 빛의 신전 정원에서 차를 함께하고 싶습니다. 지난 분수대의 일을 오래 마음에 두고 계실까 걱정됩니다. 직접 만나 오해를 풀 기회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10-17
اقرأ المزيد

24화. 악녀, 말 뒤에 타다

악녀 수칙: 도움을 받았다고 고삐까지 넘기지는 않는다.나는 장갑 단추를 마저 채웠다.클로에의 흰 소매가 아직 손등 가까이에 있었다. 조금만 손을 움직이면 닿을 거리였다.“이번엔요?”클로에가 고개를 들었다.“분수대에서도 그렇고, 오늘도요. 비올라 님은 제가 들었던 분과 많이 다르세요.”“그럼 저를 본 사람에게 물어보셨어야죠.”나는 손목을 내렸다.“말만 들으면 다르게 알 수 있으니까요.”클로에는 웃음을 다시 입가에 올렸다. 정원 입구에 있던 시녀가 다가오자 몸도 바로 세웠다.“앞으로는 제가 직접 알아 가고 싶어요.”“오늘 제가 한 말은 기억해 주세요.”“물론이죠.”나는 고개를 숙이고 돌아섰다.회랑에서는 레녹스가 책을 덮고 있었다. 책갈피를 꽂는 손이 조금 느렸다. 오웬은 정원 안쪽을 보다가 내 쪽으로 눈을 돌렸다.“끝나셨습니까?”“네.”레녹스가 의자에서 일어났다.“가자.”무엇을 들었는지 묻지 않았다. 내가 회랑 계단을 내려갈 때도 옆에서 걸음을 맞췄다.뒤에서 클로에가 다른 영애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조금 전 내 귓가에 닿았던 목소리와는 달랐다.나는 장갑 단추를 한 번 눌렀다.제대로 잠겨 있었다.◐6월 28일 아침, 한나가 내 승마복 소매를 붙잡았다.“잠깐만요. 여기 실이 나왔어요.”나는 문고리에서 손을 뗐다.한나가 작은 가위를 가져와 소매 끝의 실을 잘랐다. 잘라 낸 것을 손바닥에 담고 나서야 길을 비켜 주었다.“이제 가셔도 돼요.”“먹구름이 기다리다 지쳤겠다.”“아가씨가 늦으면 베른 아저씨 주머니부터 뒤진대요.”“먹을 건 잘 찾네.”내 주머니는 비어 있었다. 말이 주인을 반기는 이유가 간식뿐이면 조금 서운할 것 같아서, 오늘도 베른에게 먹이는 일을 맡길 생각이었다.마구간 앞에는 회색 말이 서 있었다.그 옆에 레녹스가 있었다. 북부 털망토 대신 가벼운 겉옷을 입었는데도 눈에 먼저 들어왔다. 먹구름은 문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그쪽을 보고 있었다.귀가 뒤로 눕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반기는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10-17
اقرأ المزيد

25화. 악녀, 경주를 정하다

악녀 수칙: 못 한다는 말에는 까닭부터 묻는다.나는 레녹스의 허리에 얹은 손을 조금 내렸다.“옆에 계셔도 제가 할 수 있는 건 제가 할 거예요.”“그러면 되지.”회색 말이 길에 패인 자국을 피해 걸었다. 레녹스는 고삐를 짧게 고쳐 쥐고, 내가 앉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지금은?”나는 앞에서 걷는 먹구름을 보았다. 안장은 바로 놓였고 걸음도 고르게 이어졌다.“넓은 길에 나가면 내려 주세요.”“알아.”큰길에 닿자 레녹스는 평평한 곳에 말을 세웠다. 오웬이 먹구름을 붙잡고 기다렸다.나는 먼저 땅으로 내려왔다. 장화 바닥이 흙에 닿자 무릎을 굽혔다 폈다. 아프지는 않았다. 손바닥도 장갑 안에서 움직일 만했다.레녹스는 내가 먹구름의 안장을 살필 동안 회색 말 위에 그대로 있었다.“다시 탈 건가?”“네.”먹구름이 내 소매를 코로 밀었다.“나도 놀랐어. 너만 놀란 거 아니야.”나는 목을 두드린 뒤 안장에 올랐다. 이번에는 등자에 발을 놓고 조임끈까지 확인했다.레녹스가 옆으로 왔다. 내가 고삐를 잡자 기다렸다는 듯 말을 움직였다.남문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누구도 서두르지 않았다.◐7월 3일 아침, 나는 의자 위에 서 있었다.한나가 내 바짓단에 핀을 꽂았다. 먹구름이 아니라 하녀에게 발목을 붙잡혀 못 움직이는 중이었다.“왼발도 조금만 들어 주세요.”“어디까지?”“아뇨, 그렇게 높이 말고요. 제가 밑단만 잡으면 돼요.”한나가 웃음을 참으며 내 장화를 내렸다.나는 양팔을 벌렸다. 옷을 입고 가만히 서 있는 일이 말 타는 것보다 힘들다는 걸 이제 알았다.“지난번에는 괜찮았는데.”“그때도 길었어요. 안장에 앉으면 올라가니까 그냥 입으신 거죠.”한나가 접힌 천을 손톱으로 눌렀다.“내리실 때 뒤꿈치에 밟히면 어떡해요.”“그래서 줄여 주는 거잖아.”“그러니까 움직이지 마세요.”내가 입을 다물자 한나는 핀을 하나 더 꽂았다. 작은 바늘을 입에 물려다가, 나를 보고 바늘꽂이에 꽂았다.창가 탁자에는 베른이 보내 준 헝겊이 놓여 있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10-17
اقرأ المزيد

26화. 악녀, 원문을 찾다

악녀 수칙: 남이 읽어 주는 말보다 내 눈으로 읽은 글을 믿는다.“같이 가시면 제가 읽는 동안 기다리셔야 해요.”레녹스가 내가 주머니에 넣은 안내장을 보았다.“기다리면 되지.”계단 아래에서 오웬이 고개를 들었다.“기록관에 가시려면 미리 열람 신청을 해야 합니다. 오래된 문서는 바로 꺼내 주지 않거든요.”“그럼 신청부터 할게요.”“제가 서식을 가져다드리겠습니다.”오웬이 품에서 작은 수첩을 꺼냈다. 레녹스는 다시 계단을 내려가는 내 옆에 섰다.마구간으로 가는 길이었다.원문을 읽기 전까지 안장을 넣어 둘 이유는 없었다.◐7월 6일, 왕립 기록관 입구에서 나는 장갑을 벗었다.접수대에 앉은 직원이 장갑과 내 손을 번갈아 보았다.“오래된 문서를 직접 만지실 경우에는 손을 씻으셔야 합니다. 필기용 잉크는 따로 내드립니다.”“어디에서 씻으면 되나요?”직원이 옆문을 가리켰다.나는 장갑을 주머니에 넣고 그쪽으로 갔다. 레녹스도 따라왔다.작은 세면대 앞에 서자 뒤에서 오웬의 목소리가 들렸다.“전하, 영애께서 손을 씻으러 가시는 겁니다.”“나도 씻을 거다.”“아, 문서를 보실 거니까요.”오웬의 말끝이 조금 늦게 붙었다.나는 수도꼭지를 돌렸다. 차가운 물이 손바닥의 굳은살을 타고 흘렀다. 레녹스는 내가 비켜선 뒤에야 세면대 앞으로 갔다.벽에 걸린 수건은 깨끗했다. 다만 너무 높았다.발끝을 들까 하다가 옆에 놓인 마른 수건 바구니를 발견했다. 하나를 꺼내 손을 닦자 레녹스가 벽의 수건에서 손을 뗐다.“그걸 쓰려고 했나?”“바구니를 늦게 봤어요.”“다음엔 낮게 걸어 달라고 하지.”“제가 쓸 걸 찾으면 되죠.”레녹스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 뒤에서 기다리던 오웬에게 자리를 내주었다.접수대로 돌아오니 신청서 옆에 열람 허가서가 놓여 있었다.『왕국 경주 참가 규정 원본 및 관련 개정 문서.』내가 적어 낸 문구였다.직원은 레녹스에게 인사한 뒤에도 신청서를 내 쪽으로 밀었다.“신청하신 분의 서명을 확인하겠습니다.”나는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10-17
اقرأ المزيد

27화. 악녀, 연습하다

악녀 수칙: 못 한다는 말은 해 본 뒤에 듣는다.마차에 오르자 접은 종이의 모서리가 무릎을 찔렀다.나는 종이를 꺼내 맞은편 빈자리에 놓았다. 레녹스가 올라오다가 그 자리를 보고 옆으로 옮겨 앉았다.“사람보다 자리를 많이 쓰는군.”“오늘은 이쪽이 더 귀해요.”“그렇겠지.”레녹스는 종이가 바람에 들리지 않게 창을 조금 닫았다.오웬이 마지막으로 올라왔다. 손수건을 넣으면서도 코끝을 한 번 문질렀다.“이제 후작님께 보여 드리러 가시는 겁니까?”“네. 그리고 베른에게도요.”“마구간지기에게 규정을요?”“안장을 꺼내 놓고 기다리거든요.”레녹스가 내 무릎 옆의 장갑을 보았다.“언제부터 달릴 거지?”“베른이 먹구름을 살펴보고 괜찮다고 하면요.”고집은 내 몫이었다. 말의 다리까지 내 고집대로 움직일 수는 없었다.나는 장갑을 집어 종이 옆에 놓았다.“대공 전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세요?”“일어난다.”“얼마나 일찍요?”“네가 나오는 시간에 맞출 수 있다.”오웬이 접어 넣었던 손수건을 다시 꺼냈다.재채기는 하지 않았다. 입가만 가렸다.◐7월 12일 아침, 먹구름이 마구간 문밖으로 코를 내밀었다.나는 고삐를 잡고 기다렸다. 베른이 안장 끈 밑으로 손을 넣어 살폈다.“지금까지는 저택 주변을 돌았으니 오늘은 달라요. 처음부터 끝까지 세게 달리려고 하지 마세요.”“알아요.”“아는 것하고 고삐를 늦추는 건 다릅니다.”베른이 내 오른손을 보았다.굳은살이 있다고 손 전체가 단단한 건 아니었다. 며칠 안장을 고쳐 잡고 오래 타느라 손가락 아래가 붉어져 있었다.나는 장갑을 끼었다.“먹구름이 먼저 지치면 돌아올게요.”“아가씨가 먼저 지쳐도 돌아오셔야 합니다.”말부터 챙기는 걸 들켰다.베른은 안장 끈을 한 번 더 확인하고 물러났다. 한나가 작은 보자기를 내밀었다.“빵이랑 물이에요. 빵은 내려서 드세요.”“달리면서 먹을 생각은 없었어.”“가만히 앉아서 드실 시간이 없다고 하실까 봐요.”내가 보자기를 안장에 묶는 동안 먹구름이 한나의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10-17
اقرأ المزيد

28화. 악녀, 필립에게 경고하다

악녀 수칙: 남의 눈물까지 내 잘못으로 받지는 않는다.클로에가 필립의 소매를 놓았다.하얀 손수건이 눈가로 올라갔다. 멀어서 눈물이 났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손수건을 접는 손은 잘 보였다.나는 먹구름의 입가에 붙은 각설탕 부스러기를 털었다.“오늘은 여기까지예요.”레녹스가 주머니를 닫았다. 먹구름은 닫힌 주머니에 코를 들이밀다가 내 고삐에 막혔다.7월 18일 아침, 먹구름은 단것을 더 얻어먹을 생각만 하고 있었다. 기록이 줄어든 기쁨을 너무 먹는 쪽으로 풀었다.“안 돼. 베른이 정한 만큼 먹었어.”먹구름이 내 어깨를 코로 밀었다.“나한테 따져도 없어.”“내게도 없다.”레녹스가 빈 손바닥을 보여 주었다.주머니에 남았는지는 몰라도 지금 줄 것은 없다는 뜻이었다. 먹구름은 손바닥보다 주머니를 오래 봤다.오웬이 회중시계를 가방에 넣었다.“전하, 돌아가시면 오전에 보실 서류가…….”말끝이 흐려졌다.산책길에서 필립이 내려오고 있었다.클로에는 따라오지 않았다. 필립이 돌아보자 손수건을 든 채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러고는 반대쪽 길로 걸었다.필립의 걸음이 빨라졌다.나는 고삐를 짧게 잡았다. 먹구름이 낯선 사람이 다가오는 걸 보고 귀를 움직였다.“전하, 말 뒤로는 오지 마세요.”필립이 먹구름의 뒷다리 옆에서 멈췄다.내가 손으로 앞쪽을 가리키자 그제야 돌아왔다. 옷자락에는 풀잎이 붙어 있었다.“지금 말이 문제냐.”“잘못 서 계시면 문제죠.”나는 먹구름을 한 걸음 옮겼다. 필립과 말 사이에 내가 섰다.필립은 숨을 고른 뒤 입을 열었다.“성녀가 너 때문에 울었다.”오웬이 가방 끈을 어깨에 걸다 말았다.레녹스는 회색 말의 고삐를 오웬에게 건넸다. 그러고는 필립의 뒤쪽에 섰다.팔짱까지 꼈다.필립이 어깨 너머로 돌아봤다.“대공, 할 말이 있으십니까?”“아직 없다.”아직이라는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필립의 눈썹이 움직였다.나는 먹구름의 고삐를 고쳐 쥐었다.“성녀님이 우는 걸 보셨어요?”“내 앞에서 울었다. 그걸 의심하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10-17
اقرأ المزيد

29화. 악녀, 한나를 내보내지 않다

악녀 수칙: 내 사람의 짐은 남의 소문으로 싸지 않는다.레녹스가 풀어 내린 팔을 먹구름이 코로 밀었다.손이 비었는지 확인하는 모양이었다.“없다.”먹구름은 주머니를 봤다.“저 말도 전하 말씀을 다 믿지는 않네요.”“확인했잖나.”“주머니 안까지는 못 봤으니까요.”레녹스가 주머니 입구를 벌렸다. 먹구름이 코를 들이밀기 전에 내가 고삐를 당겼다.“그만. 대공 전하 옷까지 먹을 생각은 하지 마.”오웬이 침 묻은 가방 끈을 손수건으로 닦았다.필립이 사라진 산책길을 다시 볼 필요는 없었다. 나는 먹구름의 안장을 살피고 장갑을 고쳐 꼈다. 레녹스도 회색 말의 고삐를 받아 들었다.내가 저택으로 돌아가는 길에 들어서자 회색 말이 나란히 붙었다.이제는 어느 쪽으로 가느냐고 묻지도 않았다.◐신전의 선물은 7월 24일 오후에 도착했다.한나는 내 승마복을 털다가 불려 내려갔다. 돌아왔을 때는 품에 납작한 상자를 안고 있었다.은빛 끈이 달린 흰 상자였다.“아가씨, 성녀님께서 보내셨어요.”나는 책상에 펴 둔 연습 기록에서 눈을 들었다.“나한테?”“저한테도 주셨대요.”한나가 상자 밑에 붙은 작은 종이를 보여 주었다.『한나에게.』짧은 글씨 아래에 빛의 신전 인장이 찍혀 있었다.“이름을 물어봤다고 해요. 아가씨를 모시는 하녀가 누구냐고요.”“그래서 네 이름으로 보냈대?”“네. 아가씨께 잘 부탁드린다고 전해 달라고 하셨어요.”상자 안에는 빗이 있었다.손바닥보다 조금 긴 빗이었다. 촘촘한 빗살 위로 은 장식이 붙었고, 가운데에는 작은 꽃이 새겨져 있었다.한나는 빗을 꺼내지 않았다.“받아도 될까요?”“네 이름으로 왔잖아.”“그래도 이런 건 제가 쓰기에는…….”나는 상자를 돌려 뒤쪽까지 살폈다. 다른 이름은 없었다. 은 장식에도 글씨는 없었다.클로에가 한나에게 줄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내 하녀의 머리가 잘 빗어지는지 걱정할 사람은 아니었다.“전해 준 사람이 다른 말은 안 했어?”“신전에서 보낸 선물이니 감사히 받으라고 했어요. 저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10-17
اقرأ المزيد

30화. 악녀, 축제를 즐기다

악녀 수칙: 남들이 쳐다본다고 즐거운 일을 그만두지 않는다.클로에의 손이 멈췄다.나는 상자를 고쳐 안았다. 발송 목록에 적힌 한나의 이름이 햇빛 아래서 잘 보였다.“받는 사람이 좋아했거든요. 괜히 다른 사람 물건인 줄 알고 돌려줄 뻔했어요.”“그랬군요. 저는 그저…….”“다음에도 이름을 적어 주시면 돼요.”나는 계단을 내려갔다.레녹스가 나란히 걸었다. 클로에가 뒤에서 무슨 말을 더 했지만, 마차 문이 열리는 소리에 끝이 묻혔다.오웬이 먼저 발판을 살폈다.“저택으로 가겠습니다.”“네. 빗부터 돌려줘야겠어요.”마차에 오르기 전에 상자 뚜껑을 눌렀다. 제대로 닫혀 있었다.한나에게 줄 물건을 한나에게 가져가는 데 왜 대공과 신전 서기까지 필요했는지 모르겠다. 덕분에 오늘 연습은 늦어졌다.그렇다고 남은 하루까지 내줄 생각은 없었다.◐8월 1일, 한나는 내 머리에 마지막 핀을 꽂았다.거울 속에서 은 장식 빗이 움직였다. 한나는 자기 머리뿐 아니라 내 머리를 빗을 때도 그 빗을 썼다. 쓰고 나면 손수건으로 닦아 작은 주머니에 넣었다.“오늘은 머리를 좀 더 높이 올릴까요? 더우실 텐데요.”“목만 안 덮으면 돼.”“리본은요?”나는 의자 옆에 걸린 연보라색 리본을 집었다.“이건 하고 싶어.”한나가 내 머리 뒤에 리본을 묶었다.오늘 입은 옷은 소매가 짧았다. 치맛자락도 평소보다 가벼웠다. 사람 많은 길에서 밟힐까 봐 한나가 속치마를 덜어 냈다.나는 거울 앞에서 발을 움직여 봤다.“뛰어도 되겠네.”“뛰셔야 할 일이 있나요?”“있을 수도 있지.”한나가 웃다가 허리춤에 작은 주머니를 달아 주었다.“손수건 넣었어요. 동전도요. 사과 사탕은 옷에 묻으면 잘 안 지워진대요.”“벌써 먹을 걸 정해 줬어?”“아가씨가 어제 세 번 물으셨잖아요. 축제에서 그걸 파는지요.”그랬다.나는 나갈 채비를 마치고 문을 열었다.현관에는 레녹스가 서 있었다. 북부의 두꺼운 망토 대신 얇은 회색 겉옷을 입었다. 오웬은 그 옆에서 접은 종이 부채를 펴고
last updateآخر تحديث : 2026-10-17
اقرأ المزيد
السابق
1234568
امسح الكود للقراءة على التطبيق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