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 수칙: 겁먹은 사람에게 대답부터 재촉하지 않는다.나는 계단 위에 올렸던 발을 내려놓았다.“매일 밤?”“물건을 나르는 사람이 본 날에는 그랬대.”“그럼 매일인지는 모르는 거네.”데릭이 물병을 내려다봤다.“그렇지. 내가 말을 잘못 옮겼어.”“다음에 그 사람을 만나면 본 것만 물어봐 줘. 성녀가 대신관 방에 가는 것 자체는 이상한 일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너는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나는 과자 봉투의 접힌 끝을 눌렀다.이상했다. 은방울도, 조용해진 귀도, 성녀가 밤마다 찾아가는 방도.그렇다고 이상한 것을 전부 죄라고 할 수는 없었다. 내가 그 짓을 당해 봤으니까.“생각은 해. 아직 아는 건 없고.”데릭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병을 든 손이 조금 내려갔다.“사본이 오면 같이 볼까?”“내가 먼저 보고. 물어볼 게 있으면 부를게.”“그래.”이번에는 대답 뒤에 서운한 얼굴을 붙이지 않았다.나는 계단을 다시 올랐다. 과자 봉투가 팔에 닿아 바스락거렸다. 반이나 비었는데도 버릴 생각은 들지 않았다.◐10월 8일 아침, 나는 책상 위에 조사 서류를 펼쳤다.다음 날 도착한 사본은 며칠 동안 접었다 펴서 모서리가 조금 닳아 있었다. 내 진술, 신전에서 보낸 진술, 아직 확인하지 못한 물건 목록.그리고 증인 명단.한나는 창가에서 내 승마 장갑을 말리고 있었다. 어제 연습하다가 물통에 빠뜨린 것들이었다.“아가씨, 이건 오늘 못 쓰시겠어요.”“다른 것 있어.”“오른쪽만 축축해요. 왼쪽은 괜찮은데.”“양손이 서로 다른 날씨를 겪게 할 수는 없잖아.”한나가 장갑을 나란히 걸었다.나는 명단 마지막 줄에 손가락을 댔다.이름만 읽었을 때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 아래 적힌 일을 보고서야 손가락이 멈췄다.『성녀의 의복과 제단보를 관리하는 하녀.』접힌 제단보를 안고 있던 팔. 손톱 옆에 남은 붉은 자국. 재판장에서 끝내 내 쪽을 보지 않던 얼굴.나는 종이를 가까이 당겼다.전생에도 이 사람이었다.성녀가 쓰던 방에 드나들 수 있는
آخر تحديث : 2026-10-17 اقرأ المزي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