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 수칙: 내 편을 데려올 때는 돌아갈 길부터 마련한다.“그 말, 하녀 앞에서도 해 주세요.”레녹스가 문고리에서 손을 뗐다.“이번엔 틀리지 않는다는 말?”“귀가 조용해도, 시끄러워도 듣겠다는 말이요.”마구간에서 나온 바람이 발목을 훑었다. 나는 장갑 끝을 당기며 앞마당 쪽으로 걸었다.레녹스가 나란히 따라왔다.“해 주겠다.”“겁이 나서 말을 못 할 수도 있어요.”“기다리지.”“대공님이 가만히 보고만 계시면 더 무서울 수도 있고요.”레녹스가 나를 보았다.나는 그 얼굴을 잠깐 살폈다. 북부의 얼음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건 아니었다.“조금 덜 굳어 계세요.”“어떻게.”“그건 저도 모르겠네요.”레녹스의 입가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그 정도면 됐다. 적어도 사람을 데려와 놓고 심문부터 하지는 않을 얼굴이었다.◐12월 14일, 한나는 내 망토 안쪽 끈을 두 번 묶었다.“한 번이면 돼.”“마차에서 풀릴 수도 있잖아요.”“두 번 묶으면 내가 못 풀 수도 있고.”한나가 매듭을 내려다봤다. 잠깐 고민하더니 한 번 풀고, 끝을 길게 남겼다.나는 탁자 위에 놓인 장갑을 집었다. 그 옆에는 천으로 싼 빵이 있었다.“이건?”“따뜻한 방에 가도 배가 고프면 더 서럽잖아요.”작은 꾸러미가 하나 더 있었다. 깨끗한 양말이었다.나는 두 꾸러미를 가방에 넣었다.“네 것도 챙겼어?”“저는 저택에 있잖아요.”“그럼 내 몫에서 먹어.”한나가 웃었다. 망토 깃을 마지막으로 펴 주고 한 걸음 물러났다.문밖에는 데릭이 서 있었다. 허리의 검은 평소와 같았지만, 장갑을 꼈다 벗었다 하고 있었다.“왜 그러고 있어?”“손이 둔해지나 확인했다.”“오늘 검을 쓸 일은 없어야 해.”“안다.”오빠가 장갑을 벗어 허리띠에 끼웠다.신전 기사들을 붙잡고 말을 나누는 역할이었다. 나는 오빠가 검 이야기라면 오래 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다만 듣는 사람도 그만큼 오래 버틸지는 오늘 확인해야 했다.계단 아래에서 이사벨의 목소리가 들렸다.“비올라! 나
آخر تحديث : 2026-10-17 اقرأ المزي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