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 수칙: 남이 정한 색을 입지 않는다.“데려갈 거예요.”내 대답에 베른이 먹구름의 고삐를 고쳐 잡았다.“그럼 꽃 장식에 익숙해지게 해 둬야겠습니다.”먹구름은 제 결혼식이라도 되는 줄 아는지 턱을 높이 들었다. 나는 검은 목을 두드렸다.“꽃은 먹는 게 아니야.”먹구름이 내 손바닥을 뒤졌다. 아무것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는 레녹스 쪽으로 코를 돌렸다.“그쪽도 없대.”레녹스가 빈 주머니를 뒤집어 보였다. 먹구름은 기어이 주머니 끝까지 냄새를 맡았다. 사람 말을 믿지 않는 건 좋은데, 너무 철저했다.베른이 고삐를 당겨 검은 코를 떼어 놓았다.“옷을 물지 않는 연습도 해야겠네요.”“그건 꼭 해 주세요. 제 치마는 길어질 테니까.”레녹스가 나를 봤다.“정했나.”“아직요. 색부터 고르려고요.”“같이 가지.”“드레스 고르는 데도요?”“그래.”베른은 먹구름을 보고, 레녹스를 보고, 다시 고삐를 잡았다.“둘 다 아가씨가 가는 데 가고 싶은 모양입니다.”먹구름이 콧김을 뿜었다. 레녹스는 부정하지 않았다.나는 극장 계단을 내려가며 내밀어진 손을 잡았다.◐3월 30일, 드레스 가게의 창에는 하얀 옷이 걸려 있었다.치마를 풍성하게 벌리고 소매에는 고운 자수를 놓았다. 허리에 묶인 띠도 하얬다. 흠잡을 곳 없이 예쁜 옷이었다.내가 입고 싶은 옷은 아니었다.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주인이 깊이 고개를 숙였다. 한나는 내 망토를 받아 들었고, 레녹스는 문을 닫고 곧장 따라 들어왔다.주인의 시선이 레녹스에게서 멈췄다.“대공 전하께서도 함께 고르시나요?”“구경만 해요.”내가 먼저 대답했다.레녹스는 내 옆에 섰다.“필요하면 돕겠다.”“단추 잠그는 건 한나가 해 줘요.”“그럼 기다리지.”주인은 창가의 넓은 의자를 권했다. 레녹스가 앉으려다 내 쪽을 봤다.나는 가게 안쪽의 거울을 가리켰다.“저는 저기 있을 거예요.”레녹스는 의자를 조금 옮겼다. 거울이 잘 보이는 자리였다.한나가 내 망토를 접다가 웃었다.“전하, 제가 옷을 가리면
آخر تحديث : 2026-10-17 اقرأ المزي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