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는 중학교 삼 년, 고등학교 삼 년, 대학 교양 두 학기를 배웠다.그리고 거의 다 잊었다.잊은 건 단어만이 아니었다. 문장을 어디서 끊어 읽어야 하는지부터 몰랐다. 남은 건 품질 규격서에 나오는 약어 몇 개와 커피 전문점 메뉴판의 단어들뿐이었다.입사 시험 때 토익 점수를 겨우 맞췄다. 해외 협력사와 메일을 주고받을 때는 번역기를 돌렸다. 해인은 영어를 잘했다. 영업팀이라 외국 바이어를 상대했다. 해외 출장에서 돌아오면 공항에서 나를 보자마자 영어로 인사하며 놀렸다. "Hi, honey. Did you miss me?" 나는 "미스 유 투" 하고 한국말처럼 대답했다.그 영어를, 처음부터 다시.해인이 옆에 있었으면 가르쳐 주었을 것이다. 틀릴 때마다 웃으면서. 나는 그 웃음을 들으려고 일부러 더 틀렸을지도 모른다.도서관 외국어 서가에 영어 교재가 한 칸 가득이었다. 기초 문법, 중급 독해, 단어장, 회화책. 나는 기초 문법부터 뽑았다. 표지에 '왕초보도 30일이면'이라고 적혀 있었다.책등이 딱딱했다. 한 번도 펼쳐지지 않은 새 책이었다. 펼치자 풀 냄새가 났다. 첫 장이 쩍, 하고 갈라지는 소리를 냈다.나에게 30일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나는 그 문구를 보고 소리 내어 웃었다. 서른 날. 벽에 금 서른 개. 그건 이미 몇 번이나 그었다. 웃음소리는 몇 걸음 앞에서 사라졌다.방법은 필사 씨의 노트를 해독할 때와 같았다. 쪼갠다. 아는 것부터 확정한다. 하지만 이번엔 교재가 있었다. 누군가 이미 쪼개 놓은 순서. 나는 그 순서를 따라가기만 하면 됐다.교재 첫 장에 이름 쓰는 칸이 있었다. 나는 거기 이름을 적었다. 이우진. 도서관 책에 이름을 쓰는 건 처음이었다. 조금 미안했다. 그래도 적었다.1과. 인칭대명사. I, you, he, she.나는 그 네 단어를 소리 내어 읽었다. 아이, 유, 히, 쉬. 목소리가 몇 걸음 안에서 사라졌다. 괜찮았다. 한 번 더. 아이, 유, 히, 쉬.해인의 발음을 따라 해 보았다. Hi, honey. 입에서
آخر تحديث : 2026-10-17 اقرأ المزي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