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뒤로 나는 비치는 것들을 세기 시작했다.유리창, 거울, 꺼진 텔레비전 화면, 자동차 창문, 사이드미러, 스테인리스 냄비 바닥, 숟가락 뒷면, 물이 고인 대야, 반짝이는 대리석 바닥, 휴대폰의 검은 화면.세상은 비치는 것투성이였다.집 안만 해도 서른 개가 넘었다. 욕실 거울, 현관 거울, 안방 화장대 거울, 거실 텔레비전, 베란다 통유리, 전자레인지 문, 냉장고 문, 식탁 유리, 액자 유리, 서아 방 창문. 스테인리스 냄비들. 해인의 손거울.나는 그것들을 하나씩 덮었다. 수건으로, 이불로, 종이로. 텔레비전에는 담요를 씌웠다. 베란다 통유리에는 암막 커튼을 쳤다. 식탁 유리는 들어서 베란다에 세워 벽 쪽을 보게 했다. 해인의 손거울은 서랍 깊숙이 넣었다.욕실 거울에는 이미 수건이 걸려 있었다. 현관 거울에는 해인의 겨울 목도리를 둘렀다. 전자레인지 문에는 달력을 한 장 찢어 붙였다. 냄비들은 엎어 놓았다. 숟가락은 서랍에 넣고 서랍을 닫았다.덮고 나니 집이 이상해졌다. 모든 게 천을 뒤집어쓴 집. 이사 가는 날 같기도 하고, 장례식 날 같기도 했다.천 아래 모서리들이 뭉툭하게 솟아 있었다. 집 안이 조금 어두워졌다. 암막 커튼 틈으로 빛줄기 하나만 새어 들어왔다. 나는 그 빛줄기를 따라 걸었다. 거실 창가 테이프 자리까지는 커튼을 반 뼘 걷어 두었다. 그림자는 재야 했으니까.그래도 그게 나았다.그 뒤로 사흘은 그게 보이지 않았다. 점검표 여섯 칸을 다 채웠다. 그림자는 2. 편의점에는 가지 않았다. 컵라면이 떨어져도.편의점 대신 집에 남은 것들로 먹었다. 통조림, 찬장 구석의 누룽지, 서아 간식 서랍의 쌀과자. 쌀과자는 봉지 안에서 반쯤 부스러져 있었다. 서아가 들고 다니며 쥐었다 놓았다 한 봉지였다.나흘째, 쌀이 떨어졌다.마트에 가야 했다. 마트까지 칠 분. 그 칠 분 동안 상가 유리창이 몇 개인지 나는 이미 세어 두었다. 스물세 개. 마트 안에는 셀 수도 없었다. 냉장 진열대 유리문만 수십 개였다.나는 모자를 눌러쓰고 고개를 숙이
آخر تحديث : 2026-10-17 اقرأ المزي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