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날, 나는 사람을 찾으러 나갔다.첫날은 무서워서 집에 숨었다. 둘째 날은 무서워서 밖으로 나갔다. 같은 무서움인데 방향만 달랐다.나가기 전에 거실 벽 앞에 섰다. 서아 키를 재는 눈금자가 붙어 있는 벽이었다. 곰돌이 그림 옆에 연필로 그은 선 세 개. 돌, 18개월, 두 돌. 선 옆에 날짜와 키가 적혀 있었다. 77센티, 82센티, 87센티.나는 그 옆, 곰돌이 머리 위쪽 빈 벽에 연필로 금을 두 개 그었다.하나, 둘.해인이 보면 벽지에 낙서했다고 잔소리할 것이다. 나는 그 잔소리를 듣고 싶었다.두 돌 선을 긋던 날이 생각났다. 서아는 벽에 등을 대고 가만히 서 있지 못했다. 자꾸 발뒤꿈치를 들었다. 키가 커 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연필이 머리에 닿는 게 간지러워서였다. 해인이 서아 이마를 손바닥으로 살짝 누르고, 나는 그 틈에 재빨리 선을 그었다. 87센티. 해인은 1센티쯤은 속은 것 같다고 했다.나는 내가 그은 금 두 개를 손끝으로 쓸어 보았다. 연필 가루가 조금 묻어났다. 흑연 냄새가 났다. 서아의 선보다 훨씬 짧고 가는 금이었다.현관을 나서며 도어락 비상 열쇠를 챙겼다. 편의점 라이터, 볼펜, 출석부 종이. 그리고 서아의 분홍 실내화는 가방에 넣었다. 두고 나갈 수가 없었다.경찰서부터 갔다.가는 길에 어린이집 쪽 골목은 일부러 피했다. 유리문의 손자국을 또 보면 거기서 한 발짝도 못 움직일 것 같았다.동네 지구대는 걸어서 십 분 거리였다. 유리문을 밀고 들어가자 민원 창구 앞에 번호표 기계가 서 있었다. 대기 번호 17. 호출 번호 16. 번호표 한 장이 기계 입에서 반쯤 나오다 멈춰 있었다. 누군가 뽑으려던 17번.그 번호표를 뽑았다. 종이가 쉽게 빠져나왔다. 내 손에 들어온 순간 그냥 종이였다.얇고 매끄러운 종이였다. 17이라는 숫자가 까맣게 찍혀 있었다. 나는 그걸 창구 위에 올려 두었다. 부를 사람이 없는 번호였다. 그래도 구겨서 버리지는 못했다."실례합니다."창구 너머 책상들이 비어 있었다. 모니터들은 까맸고,
Last Updated : 2026-10-1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