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은 비친다.나는 그걸 잊고 있었다. 물시계를 만드는 석 달 스무 날 동안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 세상의 물은 멈춰 있었으니까. 멈춘 물은 유리구슬 같았다. 단단하고, 뿌옇고, 아무것도 비추지 않았다. 한강도, 분수도, 식판 위 포도알의 물기도.그런데 흐르는 물은 달랐다.물시계가 흐른 지 열이틀째 아침이었다. 나는 녹차를 우리고 나서 늘 하던 대로 대나무 통 앞에 쪼그려 앉았다. 잣대의 눈금을 읽으려고. 검은 노트에 적으려고. 한 눈금이 얼마인지 아직 재는 중이었다.맨 위 옹기를 올려다보았다. 물이 얼마나 남았는지.그리고 수면에서, 그것을 보았다.내 얼굴 뒤에. 한 걸음. 머리 하나 더 큰. 먹물처럼 번지는 윤곽. 얼굴 자리가 매끈하게 빈.지우는 것.나는 뒤로 넘어졌다. 엉덩방아를 찧었다. 손바닥이 바닥을 짚었다. 돌아보았다. 등 뒤는 비어 있었다. 로비, 신간 코너, 소파, 녹차 잔. 아무것도.다시 옹기를 보았다. 올려다보는 각도에서는 수면이 보이지 않았다. 물의 가장자리만.일어서서 수면을 내려다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심장이 목까지 올라와 뛰었다.삼 년 넘게 나는 비치는 것을 피해 살았다. 거울은 덮고, 유리는 등지고, 화장실 거울엔 수건을, 편의점 유리문엔 방수포를. 멈춘 물은 비추지 않아서 괜찮았다. 이 세상에서 물은 안전했다.내가 그걸 흐르게 만들었다.내 손으로. 석 달 스무 날 걸려서.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흐르는 것을 만들었고, 그건 곧 이 세상에서 가장 새로운 거울이었다.덮어야 했다.나는 담요를 가지러 휴게실로 뛰어가려다 멈췄다. 옹기를 덮으면. 물 위에 뭔가를 얹으면. 그건 내 손을 떠난 것이 물에 닿는 것이었다. 멈출까. 물이. 흐름이 끊길까.물시계를 깨면 되었다. 옹기 하나만 깨면. 물이 쏟아지고, 공중에 멈추고, 끝.나는 쇠톱을 쥐었다. 받침대 옆에 세워 둔.손이 떨렸다.똑.물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두 번째 옹기로.똑.나는 쇠톱을 쥔 채로 그 소리를 들었다. 열이틀 동안 매일 밤 잠
Last Updated : 2026-10-1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