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네의 공책을 거울 속 서가에 돌려놓으러 간 날, 나는 세 권을 더 빌려 왔다.거울 사이의 길은 이제 익숙했다. 점검표 일곱 칸을 채운 날, 그림자가 1인 날. 담요를 걷고, 초점을 한 겹씩 뒤로 보내고, 차가운 물 한 겹. 초록 복도, 틈, 누런 허공.떠 있는 돌바닥에 설 때마다 나는 먼저 소리를 냈다."다녀왔습니다."……다녀왔습니다. 왔습니다. 습니다.메아리가 대답했다. 그게 좋아서, 매번 했다.집에서도 그랬다. 현관문을 열면 "다녀왔습니다" 하고 먼저 말했다. 서아는 그 소리가 들리면 어디에 있든 달려 나왔다. 양말 신은 발이 거실 바닥에 미끄러지는 소리가 먼저 들리고, 그다음에 서아가 보였다. 여기서는 메아리가 서아 대신 달려 나왔다.엠마네의 공책을 원래 자리에 꽂았다. 선반의 빈자리 옆 대출 쪽지를 떼어 내고, 반납이라고 적었다. 필사 씨의 자리는 여전히 비어 있었다. 쪽지만 꽂힌 채로.빌려 온 세 권은 이랬다.세로로 쓴 한자 사이사이에 작은 구불구불한 글자가 섞인 노트. 일본 글자였다. 한자는 필사 씨 덕분에 조금 읽을 수 있었다. 구불구불한 쪽은 전혀.그리고 필사 씨의 것처럼 한자로만 쓰인 실 묶음. 옛 한글이 없는.그리고 영어 교재로 늘어난 실력으로 조금 읽어 볼 만한, 가죽 표지의 영어 노트. 엠마네보다 훨씬 오래된 영어였다. thou, thee. 사전에 '고어'라고 적혀 있는 단어들.일본어부터 하기로 했다.이유는 단순했다. 한자를 조금은 읽을 수 있었으니까. 모르는 말 속에 아는 글자가 섞여 있으면, 그게 발 디딜 돌이 됐다.도서관 외국어 서가에 일본어 교재도 한 칸이 있었다. 히라가나, 가타카나부터. 오십 개씩, 백 개. 영어 알파벳 스물여섯 개보다 네 배 많았다. 나는 스케치북 새 장에 오십음도를 옮겨 그리고 매일 한 줄씩 외웠다. 아, 이, 우, 에, 오. 카, 키, 쿠, 케, 코.스케치북의 오십음도는 금세 지저분해졌다. 외운 글자에는 연필로 작은 점을 찍었다. 모양이 거의 같은 글자 두 개에는 빨간 볼펜으
آخر تحديث : 2026-10-17 اقرأ المزي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