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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최악의 첫만남

last update Veröffentlichungsdatum: 03.11.2026 12:34:17

찰칵. 문이 닫혔다. 태준은 한참 동안 닫힌 문을 바라봤다.

"…와."

기가 막혔다. 살면서 이런 대접을 받아 본 적이 있었던가. 적어도 여자에게는 없었다. 물론 자신도 진지한 관계를 원한 건 아니었다. 윤서연과 연애?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성격은 더럽고, 말끝마다 사람을 긁어 대고, 자신이 하는 말에는 반드시 반박부터 하는 여자였다. 그런 여자랑 무슨 연애를 한다고. 그런데.

'그냥 실수였다고 생각해요.'

왜 자꾸 그 말이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태준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바닥에 떨어진 셔츠를 집어 들다가 잠시 멈췄다. 셔츠 단추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어젯밤. 서연이 급하게 잡아당기던 순간 떨어진 것이었다. 그는 손안의 셔츠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헛웃음을 터뜨렸다.

"사람을 아주 우습게 아네."

태준은 셔츠를 침대 위로 던졌다. 다시는 엮이지 않을 생각이었다. 윤서연과는. 절대로.

***

6개월 전. 인천국제공항. 오후 4시 17분.

강태준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휴대폰을 확인했다. 부재중 전화 열두 통. 문자 메시지 일곱 개. 그중 여섯 개가 항공사 운항본부에서 온 것이었다.

[강 기장님, 귀국하시는 대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사고 관련 법률 검토 회의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피해 승객 측 법률대리인이 선임되었습니다.]

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또 시작이군.'

사고가 발생한 지 정확히 3주가 지났다. 인천발 싱가포르행 국제선. 순항 중 예상보다 강한 난기류를 만나면서 기내에서 승객 여덟 명이 부상을 입었다. 그중 두 명은 골절상을 입었고, 한 명은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태준은 즉시 객실 승무원에게 상황을 확인하고, 관제기관과 협의해 회항이 아닌 목적지까지의 운항을 이어 갔다.

착륙은 안전하게 마쳤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사고 당시 기상 정보. 고도 변경 요청 시점. 객실 안전벨트 표시등 작동 시점. 승무원들의 안전 조치. 모든 것이 조사 대상이 되었다.

태준은 조사에 성실히 협조했다. 자신의 판단에 책임질 자신이 있었으니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피해 승객 일부가 항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리고 오늘. 그 소송을 맡은 변호사와 첫 면담이 예정되어 있었다.

"강 기장님."

뒤에서 누군가 그를 불렀다. 부기장 박지훈이었다.

"오늘 회의 참석하십니까?"

"해야겠죠."

"피해자 측 변호사, 장난 아니라던데요."

태준이 무심하게 물었다.

"뭐가."

"항공사고 쪽에서 꽤 유명하답니다. 맡은 사건마다 아주 집요하게 파고든다고."

"그래서?"

"그냥… 조심하시라고요."

태준은 짧게 웃었다.

"내가 뭘 조심해야 하는데."

"아니, 그게 아니라."

"잘못한 거 없으면 되는 거 아닌가."

지훈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태준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오늘 만날 그 변호사가 앞으로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거슬리는 여자가 될 거라는 사실을.

***

오후 6시. 에어라인 본사 회의실.

태준은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이미 여러 사람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항공사 법무팀장. 운항안전 담당자. 보험사 관계자. 그리고 창가 쪽에 앉아 서류를 넘기고 있는 여자 한 명. 긴 검은 머리를 단정하게 묶고, 회색 정장 재킷을 입은 여자였다. 태준은 별다른 관심 없이 빈자리에 앉았다.

"강 기장님, 오셨습니까."

법무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쪽은 이번 사고 피해 승객 일부의 법률대리를 맡으신 윤서연 변호사님입니다. 오늘은 양측이 사고 경위와 쟁점을 확인하는 자리입니다."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쳤다. 태준은 무심하게 고개를 까딱였다.

"강태준입니다."

"윤서연입니다."

서연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태준은 잠시 그 손을 내려다보다가 악수했다. 짧고 형식적인 악수였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서연이 말했다. 태준은 자리에 앉으며 대답했다.

"좋은 얘기는 아니었겠군요."

"아직 판단하기 이르죠."

"그럼 판단하지 마십시오."

첫 대화부터 미묘한 정적이 흘렀다. 법무팀장이 어색하게 웃었다.

"자, 그럼 시작하시죠."

서연은 준비해 온 자료를 펼쳤다.

"우선 사고 당시 운항 상황부터 확인하겠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사고 당일, 해당 항공편은 순항 고도 3만 7천 피트에서 비행 중이었습니다. 맞습니까?"

"맞습니다."

"사고 발생 약 18분 전, 기상레이더상 전방에 대류성 기상 활동이 관측되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네."

"그런데 고도 변경을 요청하신 건 사고 발생 약 7분 전이더군요."

태준이 서연을 바라봤다.

"그렇습니다."

"11분 동안 별도의 고도 변경 요청이 없었던 이유가 뭡니까?"

"당시 기상 상황과 항로, 관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습니다."

"구체적으로요."

"해당 구역의 기상 활동은 당시 기준으로 우회가 반드시 필요한 수준이라고 판단되지 않았습니다."

서연은 자료를 넘겼다.

"그 판단은 기장님 개인의 판단이었습니까?"

"기장으로서 내린 운항 판단입니다."

"부기장과 협의하셨습니까?"

"물론입니다."

"그렇다면 부기장 의견도 동일했습니까?"

태준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 겁니까?"

"질문에 답해 주시면 됩니다."

"윤 변호사님."

태준이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비행 중 기상 판단이라는 게 서류 몇 장 보고 결정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모르시는 것 같은데."

회의실 공기가 차갑게 식었다. 서연은 잠시 그를 바라봤다. 그러더니 천천히 펜을 내려놓았다.

"강 기장님."

"말씀하세요."

"제가 지금 기장님의 비행 실력을 평가하러 온 걸로 보이세요?"

"그렇게 들리는군요."

"그럼 오해하셨네요."

서연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저는 기장님이 당시 어떤 정보를 가지고,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확인하러 왔습니다."

"……."

"그 판단이 적절했는지는 관련 기록과 전문가 검토를 통해 확인할 문제고요."

태준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변호사님은 조종석에 앉아 본 적 있습니까?"

"없습니다."

"그럼 당시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우시겠군요."

서연이 작게 웃었다.

"그래서 질문하는 겁니다."

"……."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 주시죠."

태준의 입술이 굳게 다물어졌다. 법무팀장이 급하게 끼어들었다.

"두 분, 잠시만요. 오늘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자리니까 조금만……."

하지만 서연은 이미 다음 자료를 펼치고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여쭤보겠습니다."

"뭡니까."

"사고 발생 12분 전, 객실 승무원에게 안전벨트 착용 안내를 준비하라는 지시가 내려갔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그 시점에 이미 난기류 가능성을 인지하고 계셨다는 뜻 아닌가요?"

"가능성과 위험은 다릅니다."

"그 차이를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태준은 턱을 굳혔다. 이 여자. 정말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군.

"윤 변호사님."

"네."

"지금 원하는 답이 따로 있으신 것 같은데."

"아뇨."

서연이 고개를 저었다.

"저는 사실만 원합니다."

"……."

"기장님께 유리한 사실이든, 불리한 사실이든요."

태준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봤다. 서연 역시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몇 초간 팽팽한 침묵이 이어졌다. 그리고 태준이 낮게 말했다.

"좋습니다."

그는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럼 처음부터 제대로 설명해 드리죠."

서연이 펜을 들었다.

"부탁드립니다."

태준은 속으로 짧게 욕을 삼켰다. 자신이 아는 변호사들은 대개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기다렸다. 그런데 이 여자는 달랐다. 답변을 들으면 그 안에서 또 다른 질문을 찾아냈다. 조금이라도 모호한 부분이 있으면 절대 넘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조금도 어려워하지 않았다. 그 사실이 유독 거슬렸다.

회의가 끝난 건 오후 8시 43분이었다. 두 시간이 넘는 동안 태준은 수십 개의 질문에 답해야 했다. 회의실을 나서며 그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강 기장님."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태준은 걸음을 멈췄다. 윤서연이었다.

'또 뭐야.'

"잠시 시간 괜찮으세요?"

"아직도 물어볼 게 남았습니까?"

"한 가지요."

태준은 한숨을 내쉬었다.

"말씀하세요."

"사고 당시 객실 승무원들이 부상 승객을 응급처치한 기록을 확인했는데요."

"네."

"기장님이 착륙 후 직접 병원에 연락하셨더군요."

태준은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

"그게 왜요."

"통상적인 절차 외에 직접 확인하신 이유가 있습니까?"

"환자가 있었으니까요."

"……."

"그게 이상합니까?"

서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태준은 시계를 확인했다.

"질문 끝났으면 가 보겠습니다."

그가 돌아서려는 순간이었다.

"강 기장님."

"또 뭡니까."

서연이 차분하게 말했다.

"오늘 질문이 불쾌하셨다는 건 압니다."

태준은 돌아봤다.

"아시면 됐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도 같은 질문을 드릴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

"제 의뢰인들은 그날 이후 아직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했거든요."

태준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 서연은 말을 이었다.

"기장님이 최선을 다하셨다는 사실과, 피해자들이 충분한 설명을 들을 권리가 있다는 건 별개의 문제예요."

"그 말은 내가 설명을 안 했다는 겁니까?"

"아뇨. 설명이 충분했는지 확인하겠다는 겁니다."

태준이 헛웃음을 흘렸다.

"말 한마디를 안 지시네요."

"직업병입니다."

"피곤하시겠습니다."

"기장님도 만만치 않으시던데요."

두 사람의 시선이 다시 부딪혔다. 서연이 먼저 고개를 숙였다.

"그럼 다음 회의에서 뵙겠습니다."

태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서연이 복도 끝으로 사라진 뒤에야 그가 낮게 중얼거렸다.

"…재수 없게."

그때 옆에서 누군가 웃음을 터뜨렸다. 법무팀장이었다.

"강 기장님, 윤 변호사님 대단하시죠?"

태준이 인상을 찌푸렸다.

"뭐가요."

"저 나이에 항공사고 쪽에서 저 정도로 이름 날리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상대하기 까다로운 변호사로 유명합니다."

"충분히 알겠네요."

"그래도 실력은 확실합니다."

태준은 대꾸하지 않았다. 법무팀장은 웃으며 덧붙였다.

"앞으로 자주 마주치실 겁니다."

그 말에 태준의 표정이 더 험악해졌다.

"그럴 일 없었으면 좋겠군요."

진심이었다. 윤서연. 그 이름 석 자를 다시 듣는 일도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일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 절대 엮이고 싶지 않은 사람일수록 지독하게 얽히는 법이니까.

***

같은 시각. 윤서연은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휴대폰을 확인했다. 로펌 동료이자 선배인 이정우 변호사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강태준 기장 만났다며? 어때?]

서연은 잠시 생각하다 답장을 보냈다.

[최악이에요.]

곧바로 답장이 왔다.

[그 정도야?]

[자존심 세고, 말투 거만하고, 질문 하나에 반박이 세 개씩 돌아와요.]

[ㅋㅋㅋㅋ 잘생겼다던데.]

서연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그냥 궁금해서.]

서연은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잘생기긴 했다. 키도 컸고, 어깨도 넓었고, 제복도 잘 어울렸다. 특히 사람을 내려다보는 듯한 그 눈빛. 누군가는 멋있다고 생각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서연에게는 아니었다. 그저 오만한 남자일 뿐이었다. 그녀는 짧게 답장을 보냈다.

[제 취향은 절대 아니에요.]

그리고 휴대폰을 가방에 넣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서연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그때의 그녀는 알지 못했다.

정확히 6개월 뒤. 자신이 그토록 싫어하던 남자의 품에서 아침을 맞이하게 될 거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남자가. 자신이 먼저 떠나 버렸다는 이유만으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게 될 거라는 사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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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장님, 사적인 감정은 착륙 후에   22화. 없던 일로 하자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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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장님, 사적인 감정은 착륙 후에   21화. 그녀의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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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기장님은요?"서연이 물었다. 태준은 잔을 내려놓았다."뭐가요.""어떤 여자가 취향이세요?"태준은 망설이지 않았다."조용한 여자."서연이 웃음을 터뜨렸다. 태준의 눈썹이 올라갔다."왜 웃습니까?""아니요. 계속하세요.""말을 예쁘게 하는 여자.""네.""사사건건 따지지 않는 여자.""아하.""그리고."태준은 서연을 똑바로 바라봤다."사람 피곤하게 안 만드는 여자."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완벽하네요.""뭐가요.""저랑 정반대라서요."태준은 잔을 들었다."그러게 말입니다."서연도 와인을 마셨다."다행이에요."태준의 손이 멈췄다."뭐가.""서로 취향이 아니라서요.""…….""괜히 엮일 일은 없겠네요."태준은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느리게 대답했다."그러게요."이상했다. 분명 자신도 원하던 결론인데. 왜 저 여자가 먼저 말하면 기분이 나쁜지.밤 11시 46분. 바의 손님들이 하나둘 자리를 떠났다. 서연은 잔을 내려놓았다."저 이제 올라갈게요."태준은 시계를 확인했다."벌써요?"서연이 눈썹을 올렸다."벌써라뇨?""…….""거의 자정인데요."태준은 괜히 목을 가다듬었다."그러네요."서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기장님도 너무 늦게까지 마시지 마세요."태준이 고개를 들었다."걱정합니까?"서연은 잠시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웃었다."예의상요.""…….""기장님이 맨날 하시는 거."태준은 할 말을 잃었다. 서연은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안녕히 주무세요."그녀가 돌아섰다. 태준은 그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리고."윤서연 씨."서연이 멈췄다. 한숨부터 나왔다."또 왜요."태준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왜 불렀지. 자신도 몰랐다. 그냥. 저 여자가 가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절대로."내일 오전 세션."그가 아무 말이나 꺼냈다."아홉 시부터죠?"서연은 눈을 깜빡였다."네.""그렇군요."서연은 한참 동안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아주

  • 기장님, 사적인 감정은 착륙 후에   17화. 윤 변호사님은 어떤 남자가 취향입니까?

    밤 10시 38분. 서연은 호텔 로비로 돌아왔다.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들어오는 길이었다. 그녀는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윤 변호사님."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서연은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돌아봤다. 강태준이었다. 호텔 로비 한쪽 소파에 앉아 있었다. 검은색 셔츠에 슬랙스. 한 손에는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서연은 그를 바라봤다."기장님?"태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이제 들어옵니까?"서연의 눈썹이 올라갔다."네?""시간이 늦었는데."서연은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밤 10시 38분. 그리고 다시 태준을 바라봤다."기장님.""네.""혹시 저 기다리셨어요?"태준의 표정이 굳었다."…뭐라고요?""아니, 여기 계시길래요.""착각하지 마십시오.""…….""나도 방금 내려왔습니다."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아. 그렇군요."태준은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물었다."저녁은 잘 먹었습니까?"서연은 눈을 깜빡였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아주 천천히 웃었다."기장님.""네.""우리 아까 무슨 얘기했죠?"태준의 미간이 구겨졌다."무슨 얘기.""서로 사생활에 관심 끄기로 했잖아요.""…….""그런데 또 저녁을 물어보시네요."태준은 입을 다물었다. 서연은 팔짱을 꼈다."기장님. 진짜 저 좋아하세요?"정적. 태준은 한참 동안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윤서연 씨.""네.""내가 그쪽을 왜 좋아합니까?"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게요.""…….""저도 이해가 안 돼서요."태준의 턱이 굳었다. 서연은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그럼 앞으로는 헷갈리게 하지 마세요.""헷갈리다니.""자꾸 관심 있는 사람처럼 행동하시니까요."태준은 한 걸음 다가섰다."관심 없습니다."서연도 물러서지 않았다."네. 저도 없어요.""…….""그러니까 서로 신경 끄자고요."태준은 그녀를 바라봤다. 서연은 태연하게 덧붙였다."그리고 기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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