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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그 여자, 또 만났습니다

作者: 노에빌
last update 公開日: 2026-11-03 12:38:05

강태준은 원래 뒤끝이 없는 사람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뒤끝을 남길 만큼 타인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거리를 두면 그만이었다. 굳이 감정을 소모할 필요도, 상대를 이해하려 애쓸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달랐다.

"…윤서연."

태준은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내려다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항공사 법무팀에서 전달받은 사고 관련 추가 질의서였다. 총 열두 장. 질문만 서른일곱 개. 그중 절반 이상이 자신의 판단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태준은 첫 장을 넘겼다. 사고 발생 전 기상레이더에 표시된 강수 구역의 범위 및 강도에 대한 기장의 인식. 두 번째 장. 고도 변경 요청 시점과 관련하여 당시 관제기관과 교신한 구체적인 경위. 세 번째 장. 객실 승무원에게 안전벨트 착용 안내를 지시한 시점과 판단 근거.

"하."

태준은 헛웃음을 흘렸다. 이쯤 되면 자신이 비행을 한 건지, 시험을 본 건지 모르겠다. 물론 사고 조사의 필요성은 이해했다. 승객들이 다쳤고, 원인을 규명해야 했다. 기장으로서 그 과정에 협조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말을 꼭 이렇게 해야 하나.'

태준은 질의서 마지막 장을 펼쳤다. 맨 아래에 적힌 이름. 법률대리인 윤서연. 그는 펜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똑. 똑. 똑.

"강 기장님."

운항본부 사무실 문이 열리며 박지훈 부기장이 고개를 내밀었다.

"여기 계셨네요."

"왜."

"아까 법무팀에서 연락 왔습니다."

태준은 서류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뭐라고."

"오늘 오후 세 시에 추가 면담 요청이 들어왔답니다."

펜을 두드리던 손이 멈췄다.

"누가."

"윤서연 변호사요."

"……."

"이번에는 기장님하고 개별적으로 확인할 내용이 있다던데요."

태준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 여자, 할 일 없답니까?"

지훈이 눈을 깜빡였다.

"네?"

"질문이 서른일곱 개면 충분하지 않나."

"아……."

"서류로 답하면 될 걸 왜 굳이 사람을 불러."

지훈은 잠시 태준의 얼굴을 살폈다. 그러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기장님."

"왜."

"그 변호사님이랑 무슨 일 있으셨어요?"

"무슨 일."

"아니, 그냥요. 평소에는 이런 일로 그렇게까지 짜증 안 내시잖아요."

태준은 대꾸하지 않았다. 지훈이 말을 이었다.

"지난번 회의 끝나고도 계속 그분 얘기하시던데."

"내가 언제."

"저녁 먹으면서요."

"뭐라고 했는데."

"재수 없다고요."

"……."

"세 번쯤 하셨습니다."

태준이 지훈을 노려봤다.

"할 일 없냐?"

"네?"

"남이 한 말 횟수나 세고 앉아 있게."

지훈은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태준이 다시 서류를 집어 들었을 때, 지훈의 입가에는 작은 웃음이 걸려 있었다.

***

오후 2시 57분.

윤서연은 에어라인 본사 12층 회의실 앞에 도착했다. 약속 시간보다 3분 일찍 도착한 그녀는 휴대폰으로 마지막 자료를 확인했다.

오늘 면담의 목적은 명확했다. 사고 당시 기상 상황에 대한 판단 근거. 그리고 사고 발생 전후의 객실 안전 조치.

첫 번째 면담에서 강태준은 자신이 내린 모든 판단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연은 그 말을 무조건 의심하지 않았다. 다만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실제로 당시 조종석에서 어떤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 정보가 어떤 판단으로 이어졌는지. 그것이 이번 사건의 핵심 중 하나였다.

'문제는…….'

서연은 휴대폰 화면을 끄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강태준. 그 남자였다. 자존심이 세고, 질문 하나에도 공격받는다고 생각하는 남자. 게다가 말투까지 거만했다.

서연은 직업상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대기업 임원부터 의사, 교수, 기업 대표까지.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 중에는 자존심이 강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강태준은 조금 달랐다. 그는 자신의 판단에 대한 확신이 지나치게 강했다. 마치 자신이 틀렸을 가능성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처럼.

'오늘은 좀 수월했으면 좋겠는데.'

서연이 회의실 문을 열었다. 그리고 곧바로 그 생각을 철회했다.

강태준이 먼저 와 있었다. 흰 셔츠에 짙은 남색 슬랙스. 넥타이는 하지 않았고, 셔츠 소매는 팔꿈치 아래까지 걷어 올린 상태였다. 그는 회의실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서류를 넘기고 있었다. 서연이 들어오자 고개를 들었다.

"오셨습니까."

인사부터 어딘가 못마땅했다. 서연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기장님."

"별로 안녕하지는 않습니다."

"그러세요?"

"덕분에요."

서연은 잠시 그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제가 뭘 했는데요?"

태준은 책상 위에 놓인 질의서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서른일곱 개."

"네?"

"질문이 서른일곱 개더군요."

"아, 질의서요."

"그걸로도 모자랍니까?"

서연은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냈다.

"네."

태준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네?"

"추가로 확인할 내용이 있어서요."

"아주 사람을 탈탈 털 생각이시군."

"필요한 내용을 확인하는 겁니다."

"말은 잘하시네요."

서연은 노트북을 켰다.

"기장님."

"말씀하세요."

"저한테 불만 있으신 건 알겠는데요."

"불만 없습니다."

"그럼 다행이고요."

"……."

"시작할까요?"

태준은 기가 막힌다는 듯 그녀를 바라봤다. 저 여자는 대체 뭘까. 보통 사람이라면 상대의 표정이나 말투를 보고 조금쯤은 눈치를 보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윤서연은 달랐다. 자신이 짜증을 내든, 비꼬든, 노골적으로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든.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태연했다. 그게 더 짜증 났다.

"하시죠."

태준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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