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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재주

last update Veröffentlichungsdatum: 03.11.2026 13:09:45

서연은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자마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 진짜."

세상에 저런 남자가 또 있을까. 자존심 세고. 말투 거만하고. 자기 말이 무조건 맞다고 생각하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남의 성격까지 고치라고 했다.

"누가 누구한테."

서연은 휴대폰을 꺼냈다. 이정우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오늘도 강 기장이랑 싸웠냐?]

서연은 곧바로 답장했다.

[네.]

[ㅋㅋㅋㅋ 이번엔 또 왜?]

[그냥 존재 자체가 짜증 나요.]

[그 정도면 거의 운명 아니냐?]

서연은 인상을 찌푸렸다.

[선배.]

[응.]

[그런 끔찍한 소리 하지 마세요.]

메시지를 보내고 휴대폰을 넣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서연은 빠른 걸음으로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윤 변호사님."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서연의 걸음이 멈췄다. 설마. 그녀가 천천히 돌아봤다. 강태준이었다.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바라봤다. 서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왜요."

태준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다가왔다.

"차 어디 세웠습니까?"

"왜요?"

"물어보지도 못합니까?"

"네. 용건 없으면요."

태준의 미간이 구겨졌다.

"말투 참."

"기장님도 만만치 않으세요."

태준은 짧게 숨을 내쉬었다.

"이쪽 주차장 출구 공사 중입니다."

서연이 눈을 깜빡였다.

"네?"

"서쪽 출구 막혔다고요. 반대편으로 나가셔야 합니다."

서연은 잠시 그를 바라봤다.

"……아."

"아까 안내 방송 나왔는데 못 들었습니까?"

"회의 중이었잖아요."

"그렇겠죠."

태준은 무심하게 턱짓했다.

"저쪽으로 가십시오."

서연은 그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봤다. 그리고 다시 태준을 봤다.

"그거 알려 주려고 따라오셨어요?"

태준의 표정이 굳었다.

"누가 따라왔답니까?"

"그럼요?"

"나도 주차장 가는 길입니다."

"아."

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녀가 돌아섰다. 태준은 잠시 그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

"윤 변호사님."

서연이 또 돌아봤다. 이번에는 표정부터 지쳐 있었다.

"기장님."

"……."

"혹시 저한테 하실 말씀 많으세요?"

태준은 순간 입을 다물었다.

"아니요."

"그런데 왜 자꾸 부르세요?"

"……."

"저 바빠요."

서연은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다음 약속 있어서 가 봐야 해요."

태준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약속?"

"네."

"무슨 약속."

서연은 그를 빤히 바라봤다.

"그걸 왜 기장님한테 말씀드려야 하죠?"

"……."

"그럼 수고하세요."

이번에는 정말로 가 버렸다. 태준은 멀어지는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낮게 중얼거렸다.

"…누가 궁금하댔나."

분명 자신이 물었다. 그런데도 괜히 기분이 나빴다.

***

그날 밤. 강태준은 박지훈과 저녁을 먹고 있었다.

"기장님."

지훈이 고기를 뒤집으며 말했다.

"요즘 좀 이상하십니다."

태준은 물을 마셨다.

"뭐가."

"짜증이 많아지셨어요."

"원래 이랬어."

"아뇨. 원래는 그냥 무관심하셨죠."

태준은 대꾸하지 않았다. 지훈이 말을 이었다.

"특히 윤서연 변호사님 얘기만 나오면……."

"박지훈."

"네."

"그 여자 얘기 그만해."

"아, 네."

잠시 침묵이 흘렀다. 태준은 고기를 집어 들었다. 그러다가 문득 물었다.

"근데."

지훈이 고개를 들었다.

"네?"

"그 변호사."

"윤서연 변호사님이요?"

"그래."

"왜요?"

태준은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다.

"원래 그렇게 바쁜가?"

지훈이 젓가락을 멈췄다.

"…네?"

"변호사들 원래 저녁에도 약속 많냐고."

지훈은 잠시 태준을 바라봤다.

"그걸 제가 어떻게 압니까?"

"그냥 물어본 거야."

"아……."

지훈은 다시 고기를 뒤집었다. 그러다가 슬쩍 웃었다.

"근데 기장님."

"왜."

"진짜 그분한테 관심 없으시죠?"

태준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뭐?"

"아니, 자꾸 물어보시길래."

"미쳤냐?"

"……."

"내가 그 여자한테 왜 관심이 있어."

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성격 더럽고, 말투 재수 없고, 사람 피곤하게 만드는 여자한테."

"네."

"내가 미쳤다고."

"알겠습니다."

태준은 고기를 입에 넣었다. 그리고 잠시 후. 또 물었다.

"근데 그 여자 몇 살인지 알아?"

지훈은 결국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기장님."

"왜."

"관심 없으시다면서요."

"……."

"나이는 왜 궁금하십니까?"

태준은 잠시 그를 바라봤다. 그러더니 아주 뻔뻔하게 대답했다.

"상대가 몇 살인지는 알아야 예의를 지킬 거 아니야."

지훈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풉."

웃음을 터뜨렸다. 태준의 눈매가 사나워졌다.

"웃어?"

"아닙니다."

"지금 웃었잖아."

"죄송합니다."

하지만 지훈은 고개를 숙인 채 계속 웃고 있었다. 태준은 짜증스럽게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아, 진짜."

그는 몰랐다. 자신이 윤서연이라는 여자의 나이까지 궁금해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

***

다음 날. 서연은 로펌 사무실에서 새로운 사건 자료를 검토하고 있었다. 그때 비서가 노크했다.

"변호사님."

"네."

"에어라인 측에서 연락 왔습니다."

서연이 고개를 들었다.

"자료 왔어요?"

"아니요. 강태준 기장님이 직접 연락하셨는데요."

서연의 미간이 좁혀졌다.

"……강태준 기장님이요?"

"네. 사고 관련해서 추가로 설명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고 하십니다."

"법무팀 통해서 전달해 달라고 하세요."

"그렇게 말씀드렸는데……."

비서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꼭 직접 설명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하셔서요."

서연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

정말이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알겠어요. 연결해 주세요."

잠시 후 전화가 연결됐다.

"네, 윤서연입니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강태준입니다.

"네, 기장님. 무슨 일이세요?"

— 사고 관련해서 확인할 게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 전화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서연은 눈을 감았다.

"그럼 자료로 보내 주세요."

— 직접 보여 드려야 합니다.

"기장님."

— 네.

"혹시 일부러 저 귀찮게 하시는 거예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 그쪽이 먼저 시작했잖습니까.

서연은 어이가 없어 웃었다.

"제가 뭘요?"

— 사람을 그렇게 들쑤셔 놓고 이제 와서 귀찮다니.

"그건 제 일이에요."

— 나도 내 일 하는 겁니다.

서연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좋아요. 그럼 언제 뵈면 될까요?"

— 오늘 오후 여섯 시.

"오늘은 안 됩니다."

— 왜요?

"선약 있어요."

— 무슨 선약.

서연의 표정이 굳었다.

"기장님."

— 네.

"저희 업무 관련해서 통화하는 거 맞죠?"

— 맞습니다.

"그럼 제 사생활은 묻지 마세요."

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 서연은 말을 이었다.

"내일 오전 열 시는 어떠세요?"

잠시 후.

— 좋습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서연은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중얼거렸다.

"…진짜 이상한 사람이야."

하지만. 전화기 너머의 강태준은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는 통화가 끝난 화면을 내려다봤다.

'선약.'

또 선약이었다. 어제도. 오늘도. 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뭐 그렇게 약속이 많아.'

그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생각했다.

‘남자라도 만나나.’

그 순간. 태준은 스스로도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흘렸다.

"…미쳤군."

자신이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윤서연이라는 여자는. 정말이지.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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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장님, 사적인 감정은 착륙 후에   18화. 기장님은, 저 여자와 키스하고 싶다

    "그럼 기장님은요?"서연이 물었다. 태준은 잔을 내려놓았다."뭐가요.""어떤 여자가 취향이세요?"태준은 망설이지 않았다."조용한 여자."서연이 웃음을 터뜨렸다. 태준의 눈썹이 올라갔다."왜 웃습니까?""아니요. 계속하세요.""말을 예쁘게 하는 여자.""네.""사사건건 따지지 않는 여자.""아하.""그리고."태준은 서연을 똑바로 바라봤다."사람 피곤하게 안 만드는 여자."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완벽하네요.""뭐가요.""저랑 정반대라서요."태준은 잔을 들었다."그러게 말입니다."서연도 와인을 마셨다."다행이에요."태준의 손이 멈췄다."뭐가.""서로 취향이 아니라서요.""…….""괜히 엮일 일은 없겠네요."태준은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느리게 대답했다."그러게요."이상했다. 분명 자신도 원하던 결론인데. 왜 저 여자가 먼저 말하면 기분이 나쁜지.밤 11시 46분. 바의 손님들이 하나둘 자리를 떠났다. 서연은 잔을 내려놓았다."저 이제 올라갈게요."태준은 시계를 확인했다."벌써요?"서연이 눈썹을 올렸다."벌써라뇨?""…….""거의 자정인데요."태준은 괜히 목을 가다듬었다."그러네요."서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기장님도 너무 늦게까지 마시지 마세요."태준이 고개를 들었다."걱정합니까?"서연은 잠시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웃었다."예의상요.""…….""기장님이 맨날 하시는 거."태준은 할 말을 잃었다. 서연은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안녕히 주무세요."그녀가 돌아섰다. 태준은 그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리고."윤서연 씨."서연이 멈췄다. 한숨부터 나왔다."또 왜요."태준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왜 불렀지. 자신도 몰랐다. 그냥. 저 여자가 가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절대로."내일 오전 세션."그가 아무 말이나 꺼냈다."아홉 시부터죠?"서연은 눈을 깜빡였다."네.""그렇군요."서연은 한참 동안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아주

  • 기장님, 사적인 감정은 착륙 후에   17화. 윤 변호사님은 어떤 남자가 취향입니까?

    밤 10시 38분. 서연은 호텔 로비로 돌아왔다.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들어오는 길이었다. 그녀는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그런데."윤 변호사님."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서연은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돌아봤다. 강태준이었다. 호텔 로비 한쪽 소파에 앉아 있었다. 검은색 셔츠에 슬랙스. 한 손에는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서연은 그를 바라봤다."기장님?"태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이제 들어옵니까?"서연의 눈썹이 올라갔다."네?""시간이 늦었는데."서연은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밤 10시 38분. 그리고 다시 태준을 바라봤다."기장님.""네.""혹시 저 기다리셨어요?"태준의 표정이 굳었다."…뭐라고요?""아니, 여기 계시길래요.""착각하지 마십시오.""…….""나도 방금 내려왔습니다."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아. 그렇군요."태준은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물었다."저녁은 잘 먹었습니까?"서연은 눈을 깜빡였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아주 천천히 웃었다."기장님.""네.""우리 아까 무슨 얘기했죠?"태준의 미간이 구겨졌다."무슨 얘기.""서로 사생활에 관심 끄기로 했잖아요.""…….""그런데 또 저녁을 물어보시네요."태준은 입을 다물었다. 서연은 팔짱을 꼈다."기장님. 진짜 저 좋아하세요?"정적. 태준은 한참 동안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윤서연 씨.""네.""내가 그쪽을 왜 좋아합니까?"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게요.""…….""저도 이해가 안 돼서요."태준의 턱이 굳었다. 서연은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그럼 앞으로는 헷갈리게 하지 마세요.""헷갈리다니.""자꾸 관심 있는 사람처럼 행동하시니까요."태준은 한 걸음 다가섰다."관심 없습니다."서연도 물러서지 않았다."네. 저도 없어요.""…….""그러니까 서로 신경 끄자고요."태준은 그녀를 바라봤다. 서연은 태연하게 덧붙였다."그리고 기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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