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필화산
나는 서령국의 유일한 공주다.
하늘에 화면이 열린 뒤로,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나를 보는 눈빛이 하나같이 심상치 않아졌다.
“공주, 나와 함께 해연국으로 돌아갑시다.”
해연국 왕이 서슬이 시퍼런 칼을 든 채 눈꼬리를 붉혔다.
“짐의 황금을 실은 배 세 척을 속여서 꿀꺽하셨는데 무엇으로 갚으시겠습니까?”
월진국 왕은 주판을 튕기며 한 걸음씩 다가왔다.
“공주께서는 죽는 것까지 나를 속이셨습니다...”
청운국 세자 또한 피를 토하면서도 내 손목을 놓지 않았다.
나는 머리가 쭈뼛 서면서, 방금 비밀 서랍에서 훔친 옥패를 꽉 쥐고 달아날 채비를 했다.
그런데 누군가 문을 느긋하게 닫아 버렸다.
서령국의 섭정왕이자 대군인 배정호가 나를 서재에 가둔 채 서 있었다.
나를 바라보는 그 눈매는 서늘했고, 눈빛은 칼날처럼 모든 것을 꿰뚫어 볼 것만 같았다.
“공주, 다른 사람의 빚을 다 갚으셨으면, 이제 제 물건을 훔친 값을 치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