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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작가: 이제리
“그대들의 말이 옳습니다. 전 제 동생이 아니고, 그리 착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절 괴롭히고 제게 모욕을 주었던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하나 복수할 것입니다.”

온사의 말투는 차가웠다. 그녀는 최소택을 보며 전생에 사람들 앞에서 하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했던 말을 꺼냈다.

“최소택, 파혼하고 싶다 하였지? 그래, 나도 좋아. 아무 조건도 필요 없어. 그저 오늘 이후로 나 온사는 너희 충용후 저택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이야!”

그녀가 뱉은 말로 장 내는 고요해졌다.

최소택 본인마저 멍하니 있었다.

그…… 그냥 이렇게 알겠다고?

그는 오늘 파혼 얘기를 꺼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온사가 그렇게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온사가 매달리고 울며 소란을 피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곳에 오기 전, 최소택은 많은 가능성을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유일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건, 정말 온사가 이렇게 쉽게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아니, 이건 쉽게 받아들인 게 아니다.

심지어 그의 뺨을 때렸으니.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고, 체면이 구겨졌다고 생각한 최소택은 순식간에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는 뜨거운 자신의 얼굴을 만지며 차가운 눈으로 온사를 흘끗 보고 말했다.

“네가 눈치가 있는 것을 보아서, 방금 맞은 것은 내 넓은 아량으로 따지지 않겠네. 다만 너도 기억해 두는 것이 좋을 것이야. 앞으로 네가 감히 또 나를 귀찮게 하거나 온모에게 무슨 수작을 부린다면, 나는 결코 널 가만두지 않을 것이야!”

쾅!

갑자기 위에서 거세게 상을 내리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온권승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무표정으로 두 사람을 훑어보았다.

“할 말은 다 했는가?”

온사는 눈을 내리깔고 담담하게 말했다.

“저는 다 했습니다. 아버지 선택만 남았습니다.”

그녀는 온권승이 아무리 조카 최소택을 소중히 여긴다고 해도, 자신이 오늘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아버지가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역시, 곧이어 온권승의 말이 들렸다.

“네가 그렇게 생각했다면, 이 혼사는 여기서 끝내고, 내일 혼약 증표를 각자 돌려주게나.”

이 말을 들은 최소택과 온아려 모자는 기쁜 얼굴이었다.

“다만.”

온권승은 압박감 가득한 시선을 최소택에게 돌리며 말했다.

“파혼은 가능하다, 하지만 혼담은 안 된다.”

“외삼촌!”

최소택은 다급해졌다.

“하지만 저랑 온모는 서로 좋아하는데, 외삼촌께서……”

“거짓이다!”

“그 입 닫으라!”

“막내를 모욕하지 말게!”

서로 좋아한다는 최소택의 말은 온모가 진짜 자신의 형부가 될 사람을 꼬시고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 아닌가?

온자신 일행이 가장 먼저 깨닫고 바로 화를 내며 큰 소리로 최소택의 말을 끊었다.

온모도 속으로 조용히 ‘멍청한 놈’이라며 욕을 했다.

말이 끊긴 최소택도 자신이 말을 잘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급히 입을 닫았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와 온모는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최소택은 참지 못하고 애원하는 눈빛으로 자신의 엄마를 보았다.

온아려는 그런 아들이 안쓰러워 더듬더듬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오라버니, 사실 제가 계속 온모를 좋아했던 거 오라버니도 알고 계셨지 않습니까? 아니면……”

그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온권승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하자, 그녀는 바로 입을 닫았다.

“온모는 아주 괜찮지. 하지만 최소택은 뭐라도 되는가?”

온권승의 딸이 아무리 멍청하고 악랄해도, 최소택이 사람들 앞에서 모욕해선 안 되었다.

최소택이 오늘 한 말들은 거의 온사의 욕이었지만 이건 진국공 저택의 위엄에 도발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었다.

오늘 그가 모욕한 것은 온사였지만, 내일은 온권승의 머리 위에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심지어 하나는 버리고 하나는 데려가겠다니, 온씨 가문이 뒤뜰이라 생각하기라도 하는 건가?

온권승은 냉담하게 말했다.

“오늘 충용후의 체면을 보아 더 이상 따지고 들지 않겠네.”

이 말을 들은 온아려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다만 충용후 부인인 그녀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오라버니에게 체면을 구겼으니, 속으로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오라버니를 감히 원망할 수 없었고, 자신의 아들을 탓하고 싶지도 않았다. 어쨌든 아들도 그저 악랄한 여자와 혼인하고 싶지 않았던 것뿐인데, 그가 무슨 잘못이 있는가?

잘못한 건 온사다!

다 이 년 때문이다.

역시 지 어미랑 똑같이 얄밉구나!

“됐다. 시작하자.”

비록 오늘 좋은 구경을 했지만, 온권승 진국공 앞에서 누가 감히 진짜로 온씨 가문을 비웃겠는가?

온권승이 표정 변화 하나 없이 계속 진행하자고 하니, 손님들도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민망함을 피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장이 마무리되고 모든 손님들이 떠난 뒤.

“서재로 오거라.”

온권승은 한 마디를 남기고 몸을 일으켜 자리를 떴다.

그는 누구의 이름도 언급하지 않았지만 감히 아무도 가지 못했다.

잠시 후, 온씨 가문 형제들은 온권승의 서재에 쭉 서있었다.

온권승은 붓을 들고 ‘진정’이라는 글자를 쓰고 있었고, 감히 아무도 소리를 내지 못했다.

서재는 아주 고요했다.

“온사.”

온사는 자신의 이름이 가장 먼저 불린 것에 대해 전혀 의외가 아니라는 듯했다.

그녀는 담담한 얼굴로 앞으로 한 발 나아갔다.

“아버지.”

“네 잘못을 아느냐?”

온권승이 붓을 책상에 던지자 먹물이 떨어져 ‘진정’ 글자를 더럽혔다.

또 이 말이다.

온사는 심장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담담히 말했다.

“네, 알고 있습니다.”

온권승은 온장온이 아니다.

오랜 세월을 보낸 높디높은 진국공은 누군가 억울하던 말던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저 온씨 가문의 체면을 구겼다면, 그게 누구든 상관없이 잘못이었다.

아 아니, 그의 보배 온모는 예외였다.

전생에 온모가 밖에서 얼마나 큰 사고를 당했든 그는 언제나 그녀의 편이었고, 심지어 무릎을 꿇고 몸을 굽혀 온사는 들어본 적도 없는 부드러운 말투로 온모에게 말했다.

“너는 나 온권승의 딸이고, 아무도 널 괴롭힐 수 없다.”

예전에 그녀가 이 말을 들었을 때, 온권승에게 자신도 그의 딸이라고 너무 알려주고 싶었다. 왜 그녀가 괴롭힘을 당했을 때는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냐고.

설마 온모는 자기 딸이고, 나는 아닌가?

예전 생각이 난 온사는 눈을 감고 손을 꽉 쥐고 아픔을 견디며 스스로 정신을 차렸다.

“오늘 사람들 앞에서 파혼을 당하고, 온씨 가문의 체면을 구기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충용후 저택 세자의 뺨을 때렸으니 양가의 관계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온사는 ‘쿵’하는 소리와 함께 고민도 없이 무릎을 꿇고 앉아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아버지께서 난처해하실 필요 없습니다. 가법 곤장 50대로 용서를 구하니 들어주세요.”

“곤장 50대?”

“온사, 네가 맞아 죽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냐?!”

서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감히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던 온자신은 이 말을 듣자 놀라서 더더욱 할 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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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552화

    온사는 공개적인 협박에 기분이 나빠졌다. 그래서 파혼서를 온자월의 앞으로 던지며 차갑게 말했다.“마음대로 해. 하지만 일단은 파혼서에 네 이름과 지장을 찍는 게 우선이야. 너랑 온모가 또 생각이 바뀔 수도 있잖아?”말을 마친 그녀는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역으로 협박을 당한 온자월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오라버니….”온모는 혹시라도 온자월이 안 한다고 할까 두려워 최대한 가련한 눈빛으로 그를 재촉했다.온자월은 파혼서를 빤히 바라보다가 그래도 힘들었는지 일부러 시간을 끌었다.“붓이 없는데 어떻게….”“붓 가져오세요.”그러자 온사의 등 뒤에 있던 흑기군이 그에게 붓을 건넸다.온자월은 분노에 일을 갈며 흑기군을 노려보더니 말했다.“붓만 있고 먹도 없는데 어떻게 쓰라고!”그러나 흑기군 병사는 냉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걱정 마십시오, 공자. 붓에 이미 먹을 묻혔으니 여기 성함만 적어주시면 됩니다.”“너!”역시 부하는 수장을 닮는다더니 저 얄미운 행동거지는 북진연과 꼭 닮아 있었다.온자월이 계속 머뭇거리자 온모도 부아가 치밀었다.그녀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검을 든 흑기군을 빤히 바라보다가 울며 울부짖었다.“오라버니, 망설이실 필요 없어요!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차라리 죽을게요. 그럼 앞으로 오라버니께서 곤란한 일은 없을 거예요!”“안 돼! 막내야! 바보 같이 그러지 마!”온자월은 다급히 온모를 말리고는 손에 든 붓대를 꽉 잡고 눈을 감았다.“널 선택한 내 결정은 변하지 않아. 그리고… 곤란해서 이러는 것도 아니야.”말을 마친 그는 온모의 손을 놓고 떨리는 손으로 파혼서에 자신의 이름 석자를 썼다.만일을 대비하기 위해 온사는 그 위에 지장까지 찍게 했다.파혼서를 받은 온사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온모를 보며 피식 비웃음을 지었다.“온자월, 이 모든 건 내가 널 협박해서 이루어진 것이지만 네가 연주를 포기한 순간부터 넌 그 애의 곁에 있을 자격을 잃은 거야.”온자월은 주먹을 꽉 쥐고 잡아먹을 듯이 온사를 노려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55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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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550화

    ‘절친을 앞세워 온자월에게 선택을 강요하다니! 하지만 아직 혼인도 안 한 년이 집안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걸 두고 볼 수는 없지!’온모는 이를 갈며 표독스러운 표정을 숨기려 고개를 숙였다.“이간질?”온사는 어이가 없어 웃음만 나왔다.“속내가 시커먼 자들은 뭐든 추하게 보이는 법이지.”그녀는 담담한 눈빛으로 온모를 힐끗 보고는 혐오스럽다는 듯이 말했다.“내가 너희들 같은 것 때문에 잘 살고 있는 친구를 번거롭게 여기까지 불러들였을까 봐? 꿈 깨! 너희는 그럴 가치도 없는 인간들이야.”“하, 말은 잘하지. 네가 서신을 보내 이간질하지 않았으면 오주에 있을 연주가 왜 갑자기 경성으로 돌아와서 파혼을 하겠다고 난리를 피우겠어?”온자월은 여전히 온사가 임연주에게 안 좋은 얘기를 해서 그녀가 파혼을 고집한다고 생각했다.“넌 발 없는 소문이 천리를 간다는 얘기도 못 들어봤어? 진국공부 사람들이 한 짓이 하도 많아서 경성에 소문이 다 퍼졌는데 지방이라고 다를까?”온사는 담담하게 그를 쳐다보고는 짜증스럽게 말했다.“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자고.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으니. 온모가 감옥에 가는 걸 눈 뜨고 지켜보든가, 순순히 혼약을 파기하든가 알아서 선택해.”말을 마친 온사는 곁눈질로 온권승의 표정을 살폈다.그는 아까부터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이미 그녀의 목적을 꿰뚫어본 듯했다.그리고 온사가 독충으로 진국공부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가문의 안위가 위험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는 여전히 방관을 택했다.어차피 선택을 해야 하는 사람은 그가 아닌 후레자식이었으니까.셋째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은 있지만 그가 조금만 철이 들었다면 진작에 온사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형님을 구했을 것이다. 그랬으면 상황이 이렇게 최악으로 번지지 않고 오히려 반격을 꾀할 수도 있었다.하지만 온사에게 도리여 약점을 잡힌 온모도 있으니 온자월은 더 이상 선택지가 없었다.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장남만 살릴 수 있다면 셋째가 고생하는 것쯤은 감수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549화

    물론 독충 몇 마리로 진국공 가문을 완전히 쓰러뜨릴 수는 없을 것이다.하지만 그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진국공 가문과 임씨 가문의 혼약이 바로 그러했다.진국공 가문에서 이족 무리와 내통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온권승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죄를 벗을 것이다.그리고 가장 좋은 방법이 물귀신 작전이었다.진국공부와 임씨 가문은 혼약으로 얽혀 있으니 그 제거 대상은 첫 번째로 임씨 가문이 될 수 있었다. 하물며 임연주와 온사는 절친이니 온권승은 스스럼없이 그들의 등에 칼을 꽂을 것이다.그러니 임연주와 온자월의 혼약을 파기하기 전에 온사는 함부로 움직이지 않기로 했다.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온모를 끌고 가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었다.“호… 혼약이요?”이때 온모의 당황한 목소리가 온자월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오라버니, 약혼을 언제 하셨나요?”온모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녀가 진국공부로 오기 전에 임연주는 가족들을 따라 경성을 떠났기에 그녀는 온자월에게 약혼녀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온모는 갑자기 배신감이 들어 온자월을 빤히 노려보았다.‘감히 이런 일을 나한테 숨기다니! 혼약이라… 대체 언제부터 있었던 거지?’그녀는 누군가가 자신에게 속한 것을 넘본다는 생각에 기분이 나빴다.“오라버니, 왜 저는 전혀 모르고 있었죠?”온모는 서운한 표정을 지으며 온자월에게 물었다.그녀의 질문에 온자월은 그제야 자신이 이 일을 온모에게 말한 적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는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오라비가 깜빡했네. 내게는 어릴 때부터 자란 죽마고우가 있었어. 임연주라고 임씨 가문의 딸이지.”임연주 얘기를 할 때 온자월은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그 모습을 본 온모는 더욱 속이 뒤틀려서 주먹을 꽉 쥐었다.그녀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그… 그런가요?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친구가 있었네요.”임연주라는 이름은 당연히 들어본 적 있었다.안란심에게서 그녀에 대한 얘기를 들은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548화

    “아니!”온모는 그 말을 듣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녀는 치미는 분노를 참으며 말했다.“성녀 전하는 흑기군도 아니니 당신이 수색을 하는 건 법도에 어긋나지 않나요?”온모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게다가 언니와 제가 사이가 안 좋은 건 다 아는 사실인데 혹여….”그녀는 말을 끝까지 하지 않았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알았다.온사가 들어가서 증거를 조작이라도 하면 어쩌냐는 말이었다.온사는 예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난 너처럼 비열하고 뻔뻔하지 않아.”온모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온사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하지만 그게 문제가 될 수는 있겠네. 널 안심시키기 위해서 문 앞에서 수색을 진행하지.”온모 일행이 어리둥절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을 때, 온사는 옷섶에서 병 하나를 꺼냈다.상한아는 그것을 건네받은 후 바닥에 쭈그려 앉아 병 안에 있는 것들을 바닥에 부었다. 곧이어 손톱 크기의 흰 거미들이 안에서 기어나왔다.적어도 수십 마리는 되어 보였다.거미들이 뿔뿔이 흩어져 온모의 방으로 들어가자 사람들은 그제야 온사가 뭘 하려는지 알았다.온권승의 표정은 음침하게 굳었다.그는 연회에서 벌어졌던 일이 떠올랐다.이족의 계획을 파괴한 사람도 그녀이고 독충을 그와 온모의 몸에 묻혀 형부에 끌려가게 한 장본인도 그녀라고 생각하니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그때는 왜 몰랐을까!’지금으로서는 그 이족 놈들이 꼬리를 밟히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온사의 거미는 반 시진 동안 온모의 방을 샅샅이 뒤져서야 드디어 뭔가를 찾아냈다.“아무런 소득이 없는 건 아니었네.”온사는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온모를 바라보았다.바짝 긴장하고 있던 온모는 검은색 독충을 끌고 오는 거미들을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분명 어딘가에 잘 숨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독충이었다.게다가 고옥산에게 들은 바로 그 독충들은 아주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 아무런 전투력이 없는 거미들 상대로는 잡히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던 온모였다.그녀는 이 상황이 이해가

  •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제547화

    “허튼소리!”온권승의 눈빛이 위험하게 빛났다.그는 온사의 마차를 매섭게 노려보며 호통쳤다.“온사, 네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아느냐? 너는 지금 조정의 대신을 모함하고 있다! 이는 엄벌에 처해야 할 중죄야!”“네가 증거를 내놓지 못한다면 아무리 내 딸이라고 해도 절대 용서 못해!”“진국공, 그리 서둘러 속단하실 필요는 없습니다.”말을 마친 온사는 가림막을 열고 사뿐히 마차에서 내렸다.바닥에 착지한 그녀는 흑기군의 뒤에 서 있는 온권승을 바라보며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내가 증거가 없었더라면 이리 많은 사람을 이끌고 진국공부로 친히 걸음할 일도 없었겠지요.”온사가 손짓하자 흑기군 한 명이 황제의 첩지를 그녀에게 건넸다.“진국공은 이족과 내통한 혐의를 받고 있으니 속히 진국공부 저택을 수색하라는 폐하의 명이 있으셨습니다. 항명하는 자는 그 자리에서 처단할 것입니다.”그녀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말을 들은 온권승과 온자월은 가슴이 철렁했다.이는 그들에게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었다.“진국공 어르신, 이제 성녀인 내가 안으로 들어가 수색할 수 있게 비켜주시겠습니까?”온사는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온권승은 그녀의 그 미소가 소름이 끼쳤다.“폐하의 첩지까지 있으니 마음대로 하거라. 하지만 넌 네가 무슨 증거를 갖고 있는지 대답하지 않았어.”온사는 첩지를 흑기군에게 맡기고 앞으로 다가가 온권승의 옆에 섰다.“걱정 마세요. 곧 알게 될 테니.”온권승은 고개를 돌리고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폐하께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오늘 여길 들어가서 단서를 찾지 못한다면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너를 성녀의 자리에서 끌어내릴 것이다.”“그럼… 어디 한번 해보세요, 아버지.”진국공부로 진입한 흑기군은 여러 갈래로 흩어져 수색을 시작했다.그들 중 일부는 온사의 뒤를 따랐다. 그녀는 익숙한 저택을 가로질러 한 처소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아버지….”온권승의 등 뒤에 선 온자월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그는 금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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