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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ผู้เขียน: 도도화
그날 밤, 차주헌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저 자정이 조금 넘어갈 때쯤 회사 일이 아직 안 끝났다며 잘 자라는 문자 한 통 보낸 게 다였다.

이른 아침 그 문자를 확인한 임서율은 조금 거칠 게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기분이 더럽기는 했지만 지금은 차주헌과 강수진에게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녀에게는 차주헌을 떠나기 전에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일이 있었으니까.

성운 그룹.

“그거 들었어요? 오아시스 프로젝트의 담당자가 결정이 났는데... 임 팀장님이 아니래요.”

직원들이 한곳에 모여 아침부터 수다를 떨었다.

“네? 그거 임 팀장님이 엄청 공들였던 프로젝트잖아요. 그런데 그 자리를 누가 대체해요? 이거 임 팀장님이 아시면 난리 날 것 같은데?”

“듣기로 이번에 새로 입사한 신입이 프로젝트 담당자로 확정 났대요. 임원진 투표로요.”

“미친, 그럼 팀장님은... 헉, 팀장님!”

직원들은 문을 열고 들어온 임서율을 보고는 화들짝 놀라며 마치 죄지은 사람들처럼 후다닥 자리로 돌아갔다.

임서율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금세 다시 미소를 지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 웃음은 자리에 도착하자마자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책상 위에 있던 그녀의 물건이 하나도 남김없이 전부 다 사라진 상태이었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그때 누군가가 방으로 들어와 임서율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서율 씨.”

고개를 돌려보니 흰색 원피스를 입은 강수진이 사슴 같은 눈으로 천연덕스럽게 웃고 있었다.

강수진은 머리를 뒤로 넘기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

“나 기억하죠? 오늘 막 성운에 입사했어요. 앞으로 잘 부탁해요.”

임서율은 건네진 손과 자신의 책상을 번갈아 보더니 차갑게 굳은 얼굴로 물었다.

“이게 무슨 상황이죠?”

냉랭한 말투에 강수진은 움찔하더니 얼른 수화하며 말했다.

“아, 미안해요. 주헌이가 나 먼지 알레르기가 있다고 이 방을 나한테 줬어요. 혹시 기분 나빴어요...? 그러면 주헌이한테 얘기해서 다시 돌려놓으라고 할게요.”

임서율은 기가 찬다는 듯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됐어요.”

자리 하나 때문에 차주헌과 쓸데없는 입씨름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얘기하면 할수록 그녀만 더 비참해질 게 분명했으니까.

강수진은 입을 가린 채 피식 웃더니 금방 다시 임서율을 바라보며 악의 없는 눈웃음을 지었다.

“이해해줘서 고마워요. 아, 그리고 오해하지 말아요. 주헌이가 날 여기로 데려온 건 순전히 서율 씨 업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니까. 절대 다른 감정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에요.”

임서율은 이를 꽉 깨물며 미소를 지었다. 차주헌의 배려에 눈물이 다 날 지경이었다.

“회사에서는 대표님이라고 불러야죠?”

“네? 아, 네...”

강수진은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님이 강수진 씨를 데려온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죠. 그럼 기대에 잘 부응하길 바랄게요.”

임서율은 말을 마친 후 강수진을 지나 차주헌의 사무실로 향했다. 문을 열자 차주헌이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차주헌의 얼굴을 몇 초간 바라보더니 이내 시선을 그의 책상 위로 옮기며 서류를 집어 들었다.

차주헌은 그녀의 행동에 상당히 당황한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율아...”

임서율의 손에 든 건 다름 아닌 오아시스 프로젝트의 최종 결정서였다.

임서율은 열 표, 강수진은 열두 표. 두 사람 중 차주헌의 표를 받은 사람은 강수진이었다.

‘하!’

제일 결정적인 한 표를 그는 자기 아내가 아닌 강수진에게 주었다.

차주헌은 아무 말도 안 하는 임서율이 오히려 더 무서워 얼른 그녀의 팔을 잡았다.

“율아, 미안해. 하지만 애초에 임원진들이 수진이로 결정하고 투표한 거라 내가 뭘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 아무리 내가 대표라도 모든 걸 다 결정할 수는 없어.”

임서율은 입안이 쓰고 분노와 실망이 뒤섞인 복합적인 감정이 밀려왔다. 하지만 화를 내거나 따지지는 않았다.

그래봤자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테니까.

임서율은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차주헌을 바라보았다. 한때는 그녀만 담고 있던 눈동자인데 지금은 그녀가 아닌 다른 여자가 담겨 있었다.

“만약 내가 이 프로젝트를 꼭 해야겠다면?”

차주헌은 예상 못 한 그녀의 말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그것도 잠시, 금방 다시 다정한 눈빛으로 돌아와 그녀를 바라보았다.

“네가 이 프로젝트를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잘 알아. 어머님 마지막 소원이라 더 열심히 했잖아. 하지만 율아, 누가 담당하든 성공적으로 마무리만 하면 되는 거 아닐까? 네가 노력한 건 어머님께서 하늘에서 이미 다 지켜보셨을 거야. 그러니까 끝까지 해내지 못한 것에 너무 실망하지 마.”

웃기지도 않는 위로였다. 분노가 가라앉기는커녕 오히려 더 활활 타올랐다.

차주헌은 더 이상 그녀의 편이 아니었다. 그의 관심과 배려는 이제 강수진의 것이었다.

임서율은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한 번 더 얘기해 보았다.

“네 말대로라면 성공시키는 역할을 내가 할 수도 있는 거잖아. 나는 내 기획에 자신 있어.”

차주헌은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다시금 수화하며 입을 열었다.

“율아, 이번 딱 한 번만 양보해주면 안 될까? 수진이가 지금 귀국한 지 얼마 안 되기도 했고 부모님도 아프셔서 달리 의지할 곳이 없어. 그러니까 우리가 도와주자. 동문 좋다는 게 뭐야. 이럴 때 서로 도와야지. 안 그래?”

임서율은 그의 변명이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적어도 고민하는 척은 해줄 줄 알았는데 차주헌은 단호했다. 이제 그의 눈에는 강수진밖에 없었다.

아까도 그랬다. 강수진이 먼지 알레르기가 있어 자리를 바꿔줬다니, 그녀 역시 먼지 알레르기를 갖고 있고 그것 때문에 하마터면 호흡 곤란까지 왔던 건 기억도 안 나는 모양이었다.

차주헌은 임서율의 눈치를 보더니 한참 뒤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

“율아, 아니면 내가...”

“됐어. 그냥 한번 얘기해 본 거야. 너 부임한 지 얼마 안 돼서 입장이 쉽지 않다는 걸 아는데 굳이 널 더 힘들게 하고 싶진 않아.”

임서율은 차주헌과 조금 거리를 두며 괜찮다고 했다.

사랑이 이미 식어버린 상대에게 여기서 더 얘기해 본다고 한들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차주헌은 그녀를 성공적으로 달랬다고 생각했는지 그제야 활짝 웃었다.

“율이 너라면 이해해 줄줄 알았어. 참, 네가 전에 갖고 싶다고 했던 ‘영원의 심장’ 목걸이 말이야. 곧 경매에 나온대. 내가 그 목걸이 꼭 낙찰받아올게.”

임서율은 그 말에 그의 두 눈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괜찮겠어? 그 목걸이 엄청 비쌀 텐데.”

이건 그저 예의상 하는 말이었다.

“네가 원하면 나는 별도 따다 줄 수 있어.”

차주헌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얼굴을 감싸더니 입을 맞추려는 듯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런데 그때 사무실 문이 열리며 강수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헌... 아니, 대표님, 회의 곧 시작한다고 빨리 오시래요.”

차주헌은 그 말에 얼른 손을 거두어들이며 임서율에게서 한걸음 떨어졌다.

“그러죠.”

강수진은 우물쭈물하며 안으로 들어오더니 갑자기 울상을 지으며 임서율을 향해 수화했다.

“혹시 오아시스 프로젝트 때문에 대표님이랑 타투고 있는 중이었어요? 만약 서율 씨가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하면 그냥 서율 씨가 담당하는 거로 해요...”

임서율은 강수진을 빤히 바라보며 냉랭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이미 다른 사람의 손을 타버린 건 별로 원하지 않아서요. 대표님이 동문이라 특별히 신경 써 준거니까 잘 해내기를 바랄게요.”

하지만 임서율의 말이 끝나자마자 강수진은 더 서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습관적으로 차주헌의 옷자락을 잡았다.

“아무래도 서율 씨가 뭔가 오해를 하는 것 같은데 주헌... 아니, 대표님이 대신 얘기해주시면 안 돼요? 이대로 서율 씨랑 사이가 서먹해지는 건 싫어요...”

임서율은 차주헌의 옷을 잡고 있는 강수진의 손을 빤히 바라보았다. 차주헌은 평소 다른 사람이 그의 몸에 손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강수진도 지금 행동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조심스럽게 다시 손을 거두어들였다.

“임 팀장은 그렇게 속 좁은 사람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방금도 싸운 게 아니라 단지 얘기를 좀 했을 뿐입니다.”

차주헌은 그렇게 말한 후 고개를 돌려 임서율을 향해 수화했다.

“회의 끝나고 같이 저녁 먹으러 가자. 너 좋아하는 프렌치 식당으로.”

“그래.”

강수진과 차주헌이 나간 후 임서율은 강수진의 기획안을 집어 들고 한번 훑어보았다.

임원진들도 다 보는 기획안인데 강수진은 오타 검수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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