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장.발길이 끊긴 신당돌계단은 정확히 백스물여덟 개였다. 서연은 계단을 하나씩 세며 산을 올랐다. "스무 개…… 스물한 개……."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밤은 이미 깊었다. 하늘에서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가늘게 흩날리던 눈이 어느새 제법 굵어져 있었다. 검은 구두 위로 하얀 눈이 쌓였고, 오래된 돌계단에도 얇은 눈이 내려앉았다.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뎠다. "아!……." 발끝이 미끄러졌다. 급히 옆의 나뭇가지를 붙잡았다. 손전등 불빛이 흔들릴 때마다 계단 양옆의 나무들이 길게 그림자를 드리웠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가지에 쌓인 눈이 우수수 떨어졌다. 마치 누군가 숨어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다. "예순둘…… 예순셋……." 서연은 거칠게 숨을 내쉬며 다시 계단을 올랐다. 도대체 자신이 왜 이 짓을 하고 있는지 사람 하나 다니지 않는 깊은 산속에 있는 낡은 신당을 왜 찾아가고 있는지 오늘 하루만 해도 몇 번이나 스스로에게 물었다. 하지만 대답은 매번 같았다. 할머니 때문이었다. 한만월 세상에서 유일하게 끝까지 믿을 수 있었던 사람이었다. 백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할머니는 임종을 사흘 앞두고 서연의 손목을 붙잡았다. 힘이라고는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손이었다. 그런데도 이상할 만큼 단단했다. "서연아" "응, 할머니" "설봉산에 가거라" 서연은 눈물을 참으며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거기 서리당이라는 신당이 있어" "신당?" "문을 열고…… 불을 켜" "할머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할머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한참 동안 숨을 고르던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거울을 돌려줘" "무슨 거울?" "그곳에 있는 사람에게…… 그곳에서 살게 해달라고 부탁해" 서연은 할머니의 손을 꼭 잡았다. "무슨 소리야? 거기에 누가 있는데?" 할머니는 한참 동안 서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주 작은
최신 업데이트: 2026-10-03
Chapter: 프롤로그-눈 내리던 밤천 년 전의 그 밤에도 눈이 내렸다.설봉산 자락, 돌계단 백스물여덟 개를 올라야 닿는 작은 당집기와는 반쯤 무너졌고, 문짝은 안쪽에서 잠가 둔 지 오래였다. 마을 사람들은 그 문이 열리면 재앙이 나온다고 믿었다.그래서 아무도 열지 않았다.아무도 올라오지 않았고, 아무도 찾지 않았다.당집 안에는 여우가 있었다.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스물몇 살쯤 되어 보이는 젊은 남자의 얼굴에는 오랜 세월의 흔적이 서려 있었다. 뼈대가 드러날 만큼 창백한 피부, 서리 내린 못처럼 푸르고 차가운 눈동자그리고 그림자 속에서 몸을 움직일 때마다 등 뒤로 아홉 갈래의 꼬리가 어른거렸다.그중 여섯은 이미 빛이 바랬고, 셋만이 아직 은빛으로 살아 있었다.마지막 꼬리가 남았을 때 그는 사람이 된다.그 사실을 그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제는 아무 의미도 없었다.사람이 되는 일이 무엇이 대단하다고사람은 배신하고, 원망하고, 불을 지르고, 도망치는 족속이었다.그런 것들에게 목숨 하나를 걸 만한 가치가 어디 있단 말인가그날 밤, 마을 아래에서 횃불이 올라왔다."여우다! 여우가 재앙을 불렀어!""당집을 태워라! 저것을 태워야 비가 온다!"가뭄이 백 일째 이어지고 있었다.여섯 아이가 앓아누웠고, 마을의 우물은 바닥을 드러냈다.사람들은 원인을 찾아야 했다.사람은 언제나 원인을 찾아야 할 때 가장 약한 것을 찾아야했다.여우는 문틈으로 횃불을 바라보았다.서운하지 않았다.오히려 익숙했다.그때였다."서리야."문 밖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당골 무녀 봉이었다.그는 그에게 이름을 지어준 사람이었다.천 년 전, 눈 내린 숲에서 얼어붙어 죽어가던 새끼 여우를 발견한 것도 봉이었고, 그에게 밥을 주고 사람의 말을 가르친 것도 봉이었다.그리고 사람이 얼마나 쉽게 남을 저버리는지를 가르쳐 준 사람 역시 봉이었다."문 열어. 나야.""가.""서리야, 문 열어.""가면 되잖아."여우의 목소리는 차갑기만 했다."사람들은 다 그렇게 했어. 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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