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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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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의 작품

다시 피어난 봄

다시 피어난 봄

한 번의 삶을 다시 살아갈 기회를 얻은 주인공이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고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선택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죽음은 끝이 아니었다. 재벌가의 외동딸 윤서하. 사랑한다고 믿었던 남편에게 배신당하고 모든 것을 잃은 채 차가운 죽음을 맞이한다. 그러나 눈을 뜬 순간, 그녀는 22살의 봄으로 돌아와 있었다. 한 번 죽어 보니 비로소 보이는 진실 이번 생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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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87만원
강한결의 전 재산은 87만 원이었다.장학금에서 생활비를 빼고 남은 돈에 고시원 방을 구하면서 맡긴 보증금 50만 원까지 제외하고 나니, 지금 당장 손에 쥐고 움직일 수 있는 돈은 고작 87만 원뿐이었다.전생에서 중견기업 CEO의 자리까지 올라갔던 남자가 다시 시작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지만, 한결은 그 돈을 바라보면서도 조급해하지 않았다.오히려 고시원 책상 위에 노트를 펼쳐놓고 날짜부터 적어 내려갔다.2018년 3월펜끝을 잠시 멈춘 뒤,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숫자를 하나씩 꺼내놓기 시작했다.«비트코인은 지금 바닥에 가깝다.»전생의 자신은 비트코인을 너무 늦게 알았다.주변에서 투자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가격이 상당히 오른 뒤였고, 뒤늦게 조금 사들이기는 했지만 제대로 된 기회를 잡지는 못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2018년 3월, 비트코인은 800만 원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었지만 앞으로 더 떨어질 예정이었고,연말에는 400만 원대까지 내려가고, 그 뒤로 긴 침체기를 보내다가 2020년 말부터 다시 무섭게 치솟기 시작한다.그리고 2021년수천만 원을 넘어 8천만 원대까지 올라간다.머릿속에서 숫자가 빠르게 움직이면서 자연스럽게 계산이 이어졌다.87만 원으로 지금 당장 비트코인을 사 봐야 큰 의미는 없었다. 가진 돈을 전부 넣어도 0.1개가 채 되지 않으니, 지금 필요한 건 비트코인을 사는 일이 아니라 비트코인을 살 수 있는 돈을 만드는 것이었다.한결은 노트의 다음 줄에 천천히 적었다.«첫 번째 수는 주식.안전하게 종잣돈을 만든다.»전생에서 사업을 하며 쌓은 경험은 지금 그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어 있었다.어떤 바이오 기업이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하는지, 어느 게임사가 해외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는지, 어떤 플랫폼이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는지 알고 있었고, 무엇보다 그 일이 언제쯤 주가에 반영될지도 기억하고 있었다.물론 모든 일이 전생과 똑같이 흘러간다고 장담할 수는 없었다.사소한 변수 하나가 시장의 흐름
최신 업데이트: 2026-09-30
Chapter: 떨리는 손
그는 죽는 순간을 정확히 기억했다.빗길이었다.한강대교 위 핸들을 잡은 손끝에 감각이 없었다.며칠째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몸은 이미 한계에 가까웠고, 눈앞에는 빗줄기가 벽처럼 쏟아지고 있었다.하지만 핸들을 놓친 건 졸음 때문이 아니었다.'서하가 죽었어.'그 이름이 머릿속에서 계속 울리고 있었다.사흘 전이었다.업무차 한성그룹 본사를 방문했다가 우연히 복도에서 떠도는 이야기를 들었다."윤 회장님 딸 강도 사건 당하셨대""결혼하신 지 얼마 안 됐다던데""남편분이 장례 치르셨다더라"순간 발이 멈췄다.윤 회장의 딸대학교 시절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아무런 설명도 없이 떠나버린 여자오랫동안 잊었다고 생각했던 여자윤서하그 이름을 입 밖에 꺼내지 않은 지 벌써 7년이었다.한성그룹과 계약을 맺으며 회장의 이름을 봤을 때도 일부러 연결 짓지 않았다.아니,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결국 확인했다.부고 기사를 찾아봤고, 사진을 보는 순간 숨이 막혔다.서하였다.장례식장에도 갔다.누구에게도 아는 척하지 않았다.그저 맨 뒤에 서서 영정 사진만 바라봤다.사진 속 그녀는 웃고 있었다.하지만 그가 알던 웃음은 아니었다.입꼬리는 올라가 있었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그때 상주석에 앉아 있던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남편눈은 부어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슬퍼 보이지 않았다.오히려 무언가를 계산하는 사람 같았다.문상객이 두고 간 봉투를 흘끗 바라보는 시선그 순간 설명하기 어려운 불쾌감이 밀려왔다.근거는 없었다.그저 직감이었다.하지만 며칠 뒤 그 직감은 사실이 되었다.사업을 하며 사람의 뒷면을 읽는 법을 배웠다.그래서 그 남자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다.결과가 나오기까지 일주일보고서를 읽는 동안 손끝이 차갑게 식어갔다.결혼 전부터 이어진 외도결혼 후에도 계속된 관계공동명의로 변경된 재산사망 직후 진행된 보험금 수령 절차그리고 마지막 기록 사망 추정 시각 직전의 통화 내역상대는 내연녀였다.강도 사건이라면 설명되지 않는 것
최신 업데이트: 2026-09-30
Chapter: 죽음의 또 다른 시작
차가웠다.아스팔트가 왼쪽 뺨에 닿아 있었다.눈앞은 흐릿했다. 번진 가로등 불빛 사이로 누군가의 구두 소리가 점점 멀어졌다.강도그제야 상황이 떠올랐다.배에서 뜨거운 것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손을 들어 막아보려 했지만 손가락조차 움직이지 않았다.아...이대로 정말 죽는 건가?문득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전화해야 하는데죽어가면서도 남편 걱정을 하고 있었다. 늦게 들어오면 밥이 식을 텐데 문자를 보내려던 참이었다.그 문자 하나 보내지 못한 것이 마지막 미련이었다.참 한심했다.시야가 점점 좁아졌다.서울의 3월 밤하늘엔 별 하나 보이지 않았다.가로등 불빛마저 천천히 사라졌다.그리고 완전한 어둠---눈을 떴다.하얀 천장이 보였다.군데군데 페인트가 벗겨지고 곰팡이가 핀 익숙한 천장몸을 일으켰다.좁은 원룸 책상 위에 쌓인 전공서적,벽에 붙어 있는 강의 시간표,침대 옆 협탁 위의 낡은 휴대폰모든것이 이상했다.휴대폰을 집어 들었다.2018년 3월 2일 금요일 오전 7시 12분숨이 턱 막혔다.거울 앞으로 다가갔다.스물두 살의 얼굴이 거울 속에 있었다.통통한 뺨,다크서클 하나 없는 피부,염색하기 전의 검은 머리 한동안 거울을 바라보던 그녀는 다리에 힘이 풀려 침대에 주저앉았다.방금 전까지 죽어가고 있었다.그런데 지금은 8년 전 대학생 시절의 원룸에 앉아 있다.꿈이라고 하기엔 너무 선명했다.칼이 몸을 파고들던 감각도, 차가운 아스팔트의 냉기도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았다.죽음은 분명했다.---기억이 밀려왔다.잊고 싶었던 과거까지 전부 처음 만난 건 회사 선배였다."넌 회장 딸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너라서 좋아."그 말 한마디가 전부였다.누군가에게 있는 그대로 인정받고 싶었던 그녀는 그 말에 모든 걸 걸었다.결혼식 날 아버지는 오지 않았다.새어머니는 축복 대신 비웃음을 보냈고, 남자는 괜찮다고 말했다.둘만 행복하면 된다고,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결혼 후 반년쯤 지나자 모든 것이 달라졌다.귀가는 늦어졌고
최신 업데이트: 2026-09-30
구미호의 백년해로 계약

구미호의 백년해로 계약

사람들에게 상처와 배신으로 단단히 마음을 닫은 여우요괴, '서리( 瑞璃)' 그녀는 주인도 모시지 않는, 사람의 발길이 끊긴 낡은 신당에서 천 년이라는 세월을 홀로 버텨왔다. 어느 날, 우연히 그 신당을 찾은 여자 주인공 '서연', 그곳에서 서리와 마주하게 되고, 처음엔 경계와 오만함으로 일관하던 서리는 서연과의 계약을 통해 신당에 머무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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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장.발길이 끊긴 신당
돌계단은 정확히 백스물여덟 개였다. 서연은 계단을 하나씩 세며 산을 올랐다. "스무 개…… 스물한 개……."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밤은 이미 깊었다. 하늘에서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가늘게 흩날리던 눈이 어느새 제법 굵어져 있었다. 검은 구두 위로 하얀 눈이 쌓였고, 오래된 돌계단에도 얇은 눈이 내려앉았다.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뎠다. "아!……." 발끝이 미끄러졌다. 급히 옆의 나뭇가지를 붙잡았다. 손전등 불빛이 흔들릴 때마다 계단 양옆의 나무들이 길게 그림자를 드리웠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가지에 쌓인 눈이 우수수 떨어졌다. 마치 누군가 숨어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다. "예순둘…… 예순셋……." 서연은 거칠게 숨을 내쉬며 다시 계단을 올랐다. 도대체 자신이 왜 이 짓을 하고 있는지 사람 하나 다니지 않는 깊은 산속에 있는 낡은 신당을 왜 찾아가고 있는지 오늘 하루만 해도 몇 번이나 스스로에게 물었다. 하지만 대답은 매번 같았다. 할머니 때문이었다. 한만월 세상에서 유일하게 끝까지 믿을 수 있었던 사람이었다. 백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할머니는 임종을 사흘 앞두고 서연의 손목을 붙잡았다. 힘이라고는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손이었다. 그런데도 이상할 만큼 단단했다. "서연아" "응, 할머니" "설봉산에 가거라" 서연은 눈물을 참으며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거기 서리당이라는 신당이 있어" "신당?" "문을 열고…… 불을 켜" "할머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할머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한참 동안 숨을 고르던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거울을 돌려줘" "무슨 거울?" "그곳에 있는 사람에게…… 그곳에서 살게 해달라고 부탁해" 서연은 할머니의 손을 꼭 잡았다. "무슨 소리야? 거기에 누가 있는데?" 할머니는 한참 동안 서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주 작은
최신 업데이트: 2026-10-03
Chapter: 프롤로그-눈 내리던 밤
천 년 전의 그 밤에도 눈이 내렸다.설봉산 자락, 돌계단 백스물여덟 개를 올라야 닿는 작은 당집기와는 반쯤 무너졌고, 문짝은 안쪽에서 잠가 둔 지 오래였다. 마을 사람들은 그 문이 열리면 재앙이 나온다고 믿었다.그래서 아무도 열지 않았다.아무도 올라오지 않았고, 아무도 찾지 않았다.당집 안에는 여우가 있었다.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스물몇 살쯤 되어 보이는 젊은 남자의 얼굴에는 오랜 세월의 흔적이 서려 있었다. 뼈대가 드러날 만큼 창백한 피부, 서리 내린 못처럼 푸르고 차가운 눈동자그리고 그림자 속에서 몸을 움직일 때마다 등 뒤로 아홉 갈래의 꼬리가 어른거렸다.그중 여섯은 이미 빛이 바랬고, 셋만이 아직 은빛으로 살아 있었다.마지막 꼬리가 남았을 때 그는 사람이 된다.그 사실을 그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제는 아무 의미도 없었다.사람이 되는 일이 무엇이 대단하다고사람은 배신하고, 원망하고, 불을 지르고, 도망치는 족속이었다.그런 것들에게 목숨 하나를 걸 만한 가치가 어디 있단 말인가그날 밤, 마을 아래에서 횃불이 올라왔다."여우다! 여우가 재앙을 불렀어!""당집을 태워라! 저것을 태워야 비가 온다!"가뭄이 백 일째 이어지고 있었다.여섯 아이가 앓아누웠고, 마을의 우물은 바닥을 드러냈다.사람들은 원인을 찾아야 했다.사람은 언제나 원인을 찾아야 할 때 가장 약한 것을 찾아야했다.여우는 문틈으로 횃불을 바라보았다.서운하지 않았다.오히려 익숙했다.그때였다."서리야."문 밖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당골 무녀 봉이었다.그는 그에게 이름을 지어준 사람이었다.천 년 전, 눈 내린 숲에서 얼어붙어 죽어가던 새끼 여우를 발견한 것도 봉이었고, 그에게 밥을 주고 사람의 말을 가르친 것도 봉이었다.그리고 사람이 얼마나 쉽게 남을 저버리는지를 가르쳐 준 사람 역시 봉이었다."문 열어. 나야.""가.""서리야, 문 열어.""가면 되잖아."여우의 목소리는 차갑기만 했다."사람들은 다 그렇게 했어. 처
최신 업데이트: 202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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