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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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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556화
“네 어머니께서 태현이를 봐준 은혜에 감사드려야 하겠구나.”차가운 그의 말투에 고은지는 아무 말이 없었다. 은혜라... 만약 량천옥이 정말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면 나태현은 쉽게 돌아올 수 없었을 것이다. 그녀가 아무 말이 없자 나태범의 목소리는 더 싸늘해졌다.“도대체 네가 원하는 게 무엇이냐?”사실 나태범은 고은지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량천옥이 이리 쉽게 이 일을 넘어간 건 아마 고은지 때문일 것이다. 고은지는 량천옥에게 100% 영향을 행사하는 사람이니까.하지만 지금 고은지의 행동은... 전에는 나태범도 곰곰이 생각할 여유가 없었는데 지금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고은지가 나태현을 사랑할 수 있을까? 딸이 이제 막 세상을 떠났는데...설마 고은지도 량천옥처럼 재벌 집에 시집가지 위해 자신의 혈육까지 버리는 그런 여자일까?경계심이 가득한 나태범의 질문에 고은지는 피식 웃었다.“제가 원하는 게 뭐일까요?”“넌 태현이를 원망하고 있어.”...원망... 당연히 원망하고 있지.하지만 나태범을 쳐다보며 그녀는 또다시 피식 웃었다. “그래서요?”“무슨 뜻이냐?”나태범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래서라니?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말을 꺼냈다.“태현 씨에 대한 제 감정이 원망이든 아니든 그게 중요할까요? 희주는 아빠를 많이 사랑했어요.”...참, 그 아이의 이름이 희주라고 했던가?아이의 얘기가 나오가 나태범의 눈 밑에 날카로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그러니까 네 뜻은 희주 때문에 여기 남아 있다는 것이냐?”“그렇지 않으면요? 제가 여기서 뭘 하겠나요? 아니면 왜 굳이 그 사람을 살아 돌아오게 했을까요?”자신을 어르신이라고 부르는 그녀의 말투에서 그는 자신에 대한 그녀의 존경심 따위는 전혀 느끼지 못하였다.고은지가 통유리창 앞으로 걸어갔다. 길 위에 차들이 끊임없이 오가는 것을 보면서 그녀는 차갑고 위험한 눈빛을 보였다. “희주는 아빠를 많이 사랑했어요.”그 말투에 어쩔 수 없는 쓸쓸함이 서려 있었다.그녀의 목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555화
천락그룹, 이지훈은 고은지를 비상구로 불렀다.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그가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그 사람과 맞서지 말아야 했어요.”그 사람이라는 건 자연히 나태현을 뜻하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나태현의 곁에 있었으니 이지훈도 고은지와 나태현 사이의 일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고은지가 천락그룹에 입사한 건 단순히 출근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것을 더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나태현이 얼마나 독한지 이지훈은 잘 알고 있다. 이지훈의 경고에 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고마워요.”“네?”“하지만 이건 나와 그 사람 사이의 문제예요. 그러니까 더 이상 뭐라 하지 말아요.”이지훈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고은지도 알고 있다. 다만 그녀와 나태현 사이의 일은 더는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이지훈과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이내 자리를 떴다.“이러다가 상처받는 건 당신뿐일 겁니다.”고희주의 일 때문에 상처를 받은 건 두 모녀였고 이제 고희주는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었다. 그가 보기에 상처를 입은 사람은 여전히 고은지였고 그녀의 배후에 량천옥이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상처를 입게 될 사람은 고은지라고 생각했다.고은지는 이지훈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바로 돌아서서 비상구를 빠져나갔다. ..이 여자가 정말 미친 건가?고은지가 천락그룹에 출근한 일은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이렇게 모두가 그녀를 경계하는 상황에서 그녀가 회사에 무슨 짓을 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지훈도 다 알고 있는 것을 바보가 아닌 고은지가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그럼 천락그룹에 출근한 그녀의 의도는 도대체 무엇일까?적어도 그가 보기에 지금 상황으로는 고은지가 회사에 무슨 짓을 벌이는 건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녀가 천락그룹에 들어온 순간부터 모두가 그녀를 경계했다.윗선에서 명령을 내리지 않더라도 직원들은 모두 각자 자신의 직책을 다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가 정말 복수할 생각이라면... 의심할 여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554화
그녀가 보기에 고은지는 악독할 뿐만 아니라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이었다.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딸이 죽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서 일할 수 있겠는가?“내가 악독한 사람이든 아니든 그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죠?”지신혜가 무슨 말을 하든 어떤 모욕적인 말을 하든 고은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담담한 고은지의 태도에 지신혜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고은지 씨...”“당신이 나씨 가문의 큰 사모님이 될 거예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아요.”무슨 뜻이지?“사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귀한 사모님이 될 거라고요.”사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귀한 사모님?그 얘기를 하면서 고은지는 이를 악물었고 어떤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듯했다. 듣고 있던 지신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무슨 뜻이에요? 똑똑히 말하는데 당신은...”“별일 없는 한 오늘 밤, 태현 씨가 돌아올 거예요. 예쁘게 꾸며야 하지 않겠어요?”별일 없는 한? 오늘 밤?지신혜는 고은지를 빤히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수작 부리지 말아요. 그리고 당신 엄마...”량천옥의 얘기를 꺼내다가 지신혜는 바로 뒷말을 멈추었다. 량천옥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배씨 가문의 사모님이 아니라고 해도 량천옥이라는 여자는 여전히 무서운 존재였다. 도대체 어디서 난 자신감인지 모르겠다.“우리 엄마가 왜요? 어디 한번 말해봐요.”“쓸데없는 수작 부리지 말라고 해요. 물러설 곳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우리는 물러설 곳이 없어도 상관없어요. 하지만 당신은...”그리고 나씨 가문, 나중에 나씨 가문에게 물러설 길이 있을지 없을지는 확실치 않았다. 고은지는 뒷말을 계속하지 않았지만 지신혜는 그녀의 깊은 뜻을 바로 알아차렸다.그녀는 고은지를 매섭게 노려보았고 마음 같아서는 고은지를 죽여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고은지는 그녀를 계속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소문이 사람을 망친다니까.”그녀는 조롱이 섞인 웃음을 지었다.소문?그 순간, 고은지가 자신을 비꼬는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553화
고은지는 현재 천락그룹에 출근 중이었다. 고은영한테서 전화가 온 걸 보고 그녀는 이내 통화버튼을 눌렀다.“은영아.”“회사에서 괴롭히는 사람 없어?”고은영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고은지가 천락그룹에서 일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녀는 고은지가 무엇을 할지 대충 짐작하였지만 막을 수가 없었다.어쩌면 그게 고은지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걱정하지 마. 그런 사람 없어.”“괴롭히는 사람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고은지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고 있지만 그녀는 고은지가 너무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은영아, 넌 그냥 준우 씨 옆에서 행복하게 있으면 돼. 알았지?”현재 고은지를 안심시키는 유일한 것은 고은영이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비록 진씨 가문에서는 아직까지도 그녀를 괴롭히고 배항준도 아직 그녀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어찌 됐든 고은영의 옆에는 그녀를 지켜주는 배준우가 있으니까.그녀의 삶은 행복한 편이었다.“알아.”“출근 중이야. 이만 끊을게.”고은영이 입을 열기도 전에 고은지 쪽에서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순식간에 조용해졌지만 심장이 끊임없이 요동치고 있었다.이때, 곁으로 다가온 지신혜가 고은지의 어두운 얼굴을 보게 되었다. 고은지가 버젓이 천락그룹에 출근한다는 것을 알고부터 지신혜는 몹시 당황스러웠다. 지금 이 순간, 지켜보는 사람이 많은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지신혜가 그녀를 쏘아붙였다. “참 대단한 사람이네요. 딸이 죽었는데도 여기 와서 일할 생각을 하다니... 그렇게 출세하고 싶은 거예요?”그 말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고은지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고은지가 고개를 드는데 눈 밑에는 일에 대한 진심도 사라졌고 이 자리를 지키기 위한 조심스러움도 없었다. 차갑게 지신혜를 쳐다보더니 시선을 아래로 돌리며 지신혜의 두 다리를 빤히 쳐다보았다.그 모습을 보던 지신혜는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섰다.“뭐 하려는 거예요?”고은지의 차가운 시선을 마주치니 이제야 고은지의 어머니가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552화
어찌 됐든 안열이 나씨 가문의 아이를 임신했으니까....나씨 가문은 혼란 속에서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고 안지영 쪽은 안열이 갑자기 사라진 탓에 마음이 조급해졌다.평소 안열의 도움에 익숙해진 것도 있지만 정말 안열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자신을 찾아온 고은영을 보고 안지영은 풀이 죽은 표정을 지었다. “안열 씨가 사라진 건 뭔가 문제가 있는 거야.”“무슨 문제?”“나태웅은 곧 결혼하고 안열 씨는 임신했어.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고은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러니까 네 말은 안열 씨가 사라진 게 나 실장님과 허영지의 결혼 때문이라는 거야?”...정말 관련이 있는 걸까?관련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관련이 없는 것 같기도 했다. 허씨 가문은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 허영지는 또 어떤 사람인지 이런 것들을 연관 지어서 볼 수가 없었다.“하아... 짜증나.”뭔가 잘못된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따지고 보면 또 한데 엮을 수가 없었다. “걱정하지 마. 장선명 씨가 분명 안열 씨를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나 실장님도...”나태웅의 얘기를 하다가 고은영은 머뭇거리더니 안지영을 쳐다보며 불안한 눈빛을 보였다. 머뭇거리는 그녀를 보며 안지영은 눈살을 찌푸렸다.“나태웅이 왜?”나태웅에 대해 안지영은 정말 좋은 인상이 없는 것 같았다. 전에도 나태웅한테 불만이 많았으니 지금은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아마 나태웅이 천하의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겠지...안열의 일에 있어서 나태웅은 상대 쪽에 안열의 생사는 자신과 무관하다고 했던 나쁜 놈이었다.“어젯밤에 나 실장님이 준우 씨한테 전화를 했어. 안열 씨를 찾아달라고. 준우 씨가 한참 나 실장님을 놀렸는데...”“뭐?”안지영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고은영을 쳐다보았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머리가 복잡해진 그녀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안지영을 쳐다보았다. 안지영은 그녀의 이런 시선을 마주하며 눈살을 찌푸렸다.“왜 그렇게 쳐다봐?”“안열 씨는 장선명 씨의 사람이잖아. 지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551화
한편, 나태현은 이미 돌아가는 길이었다.나씨 가문은 여전히 평온하지가 않았다. 나태범은 량천옥이 이 안에서 손을 쓸까 봐 그게 가장 걱정이 되었다.그보다 더 시급한 건 나태웅이었다.허영지와의 결혼식 날짜도 이미 다 정해졌고 청첩장도 다 보낸 상황이었다.하지만 나태웅은 지금 툭 하면 장씨 가문으로 달려갔다.장선명과 원수 사이처럼 얼굴을 붉히던 아들이 이젠 여자 하나 때문에 이 꼴이 되었다.집에 가두어 둘 수도 없고 타이를 수도 없었다.화가 나고 피가 거꾸로 솟을 일이었다.집에 꼭 붙어있으라고 했는데 오늘 아침 일어나보니 아들 녀석은 온데간데없었다.“이놈 자식. 다리를 부려뜨리든가 해야지.”나태범은 불같이 화를 냈다. 어제 일어난 일은 허씨 가문 쪽에서도 알게 되었고 한밤중에 일부러 전화해서 따져 물었다.그는 어렵게 해명을 늘어놓았다.이 일은 여기서 끝날 거라고 장담했는데 아들 녀석이 아침부터 집을 나갈 줄이야.방금 단구일이 알아본 바로 나태웅은 장선명을 찾아갔다. 화를 내는 나태범을 보며 단구일이 입을 열었다.“어르신,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어찌 됐든 도련님의 아이를 임신한 여자 아닙니까?”아이 얘기가 나오니 화가 더 치밀어 올라 숨이 가빠졌다.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이 일은 허씨 가문에 알리지 마”정략결혼이고 허씨 가문이 나씨 가문의 덕을 보게 되는 결혼이지만 어쨌든 미래의 사돈에게 체면을 세워줘야 할 거 아닌가?“숨기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그가 미간을 찌푸렸다.“왜?”“허영지 씨가 겉으로는 연약해 보이지만 그동안 집안일을 도맡아왔습니다.”...“집안 권력을 손에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그동안 그녀와 나태웅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해도 나태웅의 소식을 알고 싶다면 반드시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결혼까지 하기로 했으니 아마 나태웅에 대해 더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겠지...나태웅에 대한 허영지의 관심을 생각하며 나태범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