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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작가: 복덩이
강나현이 반하준을 돌아보며 짓궂은 표정을 지었다.

“민아 언니가 또 오해했네. 내가 가서 잘 설명할게.”

“설명할 것도 없어. 쟤가 너무 예민한 거야.”

반하준은 덤덤한 표정으로 강민아가 두고 간 생일 케이크를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말에 사람들도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강민아가 화를 내면서 가버린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다른 사람들도 맞장구를 쳤다.

“형수 지금 화가 나서 저런 거니까 하준이가 가서 잘 달래면 돼.”

“맞아. 형수가 하준이랑 이혼할 리가 없잖아. 하준이 아이를 낳아주겠다고 죽을 뻔하기까지 했는데.”

“어쩌면 나가자마자 후회했을지도 몰라.”

“자, 케이크나 먹자. 하준이가 집에 가면 강민아 씨가 문 앞에서 망부석처럼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어.”

반하준도 그제야 찌푸렸던 얼굴을 폈다. 벌써 강민아가 주눅이 든 채 문 앞에 서서 그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는 모습이 눈에 훤했다.

반현민은 강나현이 사 온 케이크를 맛있게 먹었다. 크림이 입안 가득 퍼져 혀가 얼얼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엄마가 간섭하지 않아서 너무 좋아.’

...

생일 파티가 끝난 후 반하준은 차에 앉아 눈을 감았다. 창밖의 빛이 그의 얼굴을 환하게 비췄다가 다시 꺼지곤 했다.

“아빠, 몸이 가려워요.”

반현민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반하준이 눈을 번쩍 뜨고 조명을 켰다. 반현민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두 손으로 계속 몸을 긁으면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재빨리 아이의 손을 떼어내고 살펴보니 목에 붉은 반점이 가득 돋아있었다.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것이었다.

반하준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휴대폰을 꺼내 강민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어 입을 열려는 순간 차가운 기계음이 들려왔다.

“전화기가 꺼져 있어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

그의 두 눈에 살기가 감돌았다.

‘애가 알레르기가 생겼는데도 신경 쓰지 않겠다고?’

반하준이 운전기사에게 지시했다.

“빨리 집으로 가.”

그는 반현민을 안고 집으로 들어갔다. 무의식적으로 현관 쪽을 바라봤지만 텅 비어 있었다. 평소 문 앞에서 기다리던 강민아는 어디에도 보이질 않았다.

오소정이 허둥지둥 다가와 끙끙거리는 반현민을 보고 물었다.

“도련님 왜 이래요?”

“알레르기.”

반하준이 신발을 벗으면서 간단하게 대답했다.

“알레르기라니요? 사모님이 도련님 식단을 얼마나 철저하게 관리하셨는데요.”

“강민아는?”

그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반현민을 안고 거실로 들어갔다.

“사모님이랑 아가씨는 오늘 밤에 친정으로 가셨어요.”

그의 얼굴에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

‘왜 하필 이때 성질을 부려서는. 집에 안 들어오면 내가 돌아오라고 빌 거라고 생각하나?’

“알레르기약 어디 있어요?”

아무런 감정 기복도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였지만 오소정은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다.

“저야 모르죠.”

무심코 대답한 한마디에 반하준이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그러자 오소정이 어깨를 움츠리더니 낮은 목소리로 해명했다.

“약상자는 사모님이 관리하셨어요.”

전에 오소정이 약병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은 바람에 반현민과 반우정이 약을 사탕인 줄 알고 먹은 적이 있었다. 다행히 비타민이라 별문제는 없었지만 이 일로 강민아가 크게 화를 냈었다.

오소정이 반하준의 어머니인 연진숙에게 고자질하자 오히려 강민아가 시어머니에게 혼이 나고 말았다. 그 후로 강민아는 오소정이 약상자를 만지는 것을 금지했다.

한 시간 후 가정의가 반현민에게 주사를 놓고 나서야 몸에 생겼던 붉은 반점이 모두 가라앉았다.

반현민이 기운 없이 침대에 누워 눈물을 글썽거렸다.

반하준은 팔짱을 끼고 침대 옆에 꼿꼿하게 서 있었다. 차가운 기운에 겁에 질린 반현민이 이불을 꽉 껴안았다.

“아빠, 현이 형한테 내가 알레르기 생겼다고 말하지 말고 탓하지도 말아요. 이게 다 엄마 탓이에요. 평소에 우유를 못 먹게 해서 그래요. 우유를 더 많이 먹으면 알레르기도 다 나을 거예요.”

반하준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반현민의 상태가 안정되었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서야 방을 나섰다.

평소 반현민이 조금이라도 아프면 강민아가 옆에서 직접 돌봐줬다. 이젠 그녀가 없어도 가정의가 있기에 반현민이 아파도 걱정할 게 없었다.

반하준은 마음을 놓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강민아가 임신한 후로 그들은 각방을 썼다. 그의 방에 강민아가 생활했던 흔적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반하준과 반현민에게 있어서 강민아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였다.

...

이튿날 아침 반하준이 시간 맞춰 일어났다. 몸을 일으켜 침대 옆 서랍의 물컵을 잡으려 했지만 텅 비어 있었다.

평소 강민아는 그보다 먼저 일어나 침대 옆에 소금물을 놓아두곤 했었다.

반하준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방을 나서자 아이 방에서 반현민이 칭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잠투정이 있어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강민아가 한참 달래줘야 했다.

오소정이 겨우 반현민을 달래서 화장실로 데려갔다. 나무 의자를 딛고 세면대 옆에 선 반현민이 칫솔을 들고 오소정에게 물었다.

“왜 치약 안 짜줘요?”

그런데 컵을 들자마자 표정이 더욱 일그러졌다.

“컵에도 물이 없잖아요.”

“죄송해요, 도련님.”

당황한 오소정은 재빨리 치약을 짜주고 컵에 물을 받았다.

“이건 내 치약이 아니에요.”

반현민이 불만을 터트렸다. 아이가 쓰는 치약은 반짝이는 파란색 치약이었다.

“죄송해요.”

오소정이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게 다 평소에 사모님이 하던 일이라서요.”

반하준이 식탁 앞에 앉더니 별거 없는 아침상을 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스코틀랜드식 에그 좀 만들어요.”

“네?”

오소정이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나도 스코틀랜드식 에그 먹을래요.”

반현민도 먹겠다고 말했다. 오소정이 식은땀을 흘리며 휴대폰을 꺼냈다.

“사모님께 전화해서 만드는 법을 여쭤봐야겠어요.”

...

강민아는 전화벨 소리에 아침 일찍 잠에서 깨고 말았다.

‘아침 5시 알람을 분명히 껐던 것 같은데.’

그녀는 비몽사몽한 상태로 전화를 받았다.

“사모님, 대표님과 도련님이 스코트 어쩌고 하는 에그를 드시고 싶어 하시는데 제가 만들 줄 몰라서요.”

강민아가 눈을 비비며 말했다.

“만드는 방법을 보내줄게요.”

그녀가 보낸 방법을 훑어보던 오소정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먼저 달걀을 삶아서 껍질을 벗긴 다음 양념한 닭고기로 달걀을 감싸고 빵가루를 묻혀서 기름에 튀겨야 했다.

그리고 반하준이 반숙 달걀을 좋아하기에 달걀을 5분만 삶고 약불에 3분 동안 튀기라고 했다.

그와 달리 반현민은 완숙 달걀을 좋아해서 8분 삶고 4분 튀겨야 한다고 했다.

오소정이 다급하게 물었다.

“사모님, 언제 돌아오실 거예요?”

이렇게 번거로운 달걀 요리는 강민아가 돌아와서 만드는 게 낫겠다 싶었다.

“안 돌아갑니다.”

“네?”

오소정이 어리둥절해 하던 그때 강민아가 덤덤하게 말했다.

“앞으로 그 집에 무슨 일이 있든 날 찾지 마세요. 그 집에서 쓴 수첩을 다 보내줄게요.”

“안 돼요, 사모님.”

강민아는 오소정의 목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러고는 시간을 확인한 다음 딸을 껴안고 다시 잠을 잤다.

그 시각 오소정이 넋이 나간 얼굴로 주방으로 돌아오더니 난처해하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스코틀랜드식 에그를 만드는 방법이 너무 복잡해서 만들지 못할 것 같아요.”

“연락은 닿았어요?”

반하준의 목소리가 차갑기 그지없었다.

“네. 사모님이 만드는 방법을 보내주시긴 했는데...”

“언제 돌아오겠다는 소리는 하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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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55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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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55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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