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현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도련님 말씀은...”변승현은 어두운 얼굴로 답했다.“저 사람은 단지 뒤치기용 미끼일 뿐이야. 심지우를 해친 진짜 범인은 따로 있어.”“그럼 이 사람도 홍운학이 꾸민 일인가요?”유지현은 잠시 망설이다가 마침내 이해한 듯 말했다.“아, 알겠어요. 홍운학이 이렇게 한 이유가 심지우 씨를 해친 진짜 범인을 보호하기 위해서였군요!”변승현은 입술을 꽉 다물고 어둡고 짙은 검은 눈동자로 물었다.“주승희는 어디 있지?”유지현은 잠시 멈칫했다.“혹시 주승희 씨를 의심하시는 건가요?”“내 추측이 맞다
K 국 수도, 홍운학의 개인 저택.주승희는 이곳에 머문 지 벌써 사흘째였다.하지만 홍운학은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그녀는 제인에게 물어봤지만 제인은 그저 홍운학이 중요한 일정이 있다고만 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주지 않았다.주승희는 점점 더 불안해졌다.그녀는 그가 뭔가 숨기고 있다는 직감이 들었다.주승희는 홍운학에게 전화를 걸려 했지만 휴대폰을 꺼내 확인하자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정확히 말하자면 이 저택 전체에 신호가 차단돼 있었다.주승희는 제인을 향해 따져 물었다.“이게 무슨 뜻이죠? 왜 연락도 안 되고 나갈
두 사람은 함께 신생아 중환자실로 향했다.가는 길에 온주원이 물었다.“고 선생님 기억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죠?”“아직이요.”진태현은 잠시 뜸을 들인 뒤 덧붙였다.“하지만 어젯밤 악몽을 꿨대요. 피를 많이 흘리는 사람이 보였다고 했어요. 그 사람 얼굴은 보이지 않았고 너무 무서워서 깼다더라고요. 깬 후엔 계속 가슴이 아프다고 했고요.”온주원은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고 선생님이랑 지우 씨는 자매처럼 친했잖아요. 기억은 없어도 잠재의식 속엔 여전히 지우 씨에 대한 정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지금 와서 생각해
오 교수는 변승현을 향해 물었다.“당신이 산모 남편이죠?”변승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첫째 아이를 한번 보시겠습니까?”변승현은 침을 삼키며 한참을 망설이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네.”간호사는 변승현을 데리고 아이가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3kg도 채 안 되는 작은 아이가 말없이 누워 있는 그 모습은 너무나 작고 연약했다.손바닥만 한 크기에 숨도 쉬지 않았고 가슴이 오르내리는 기척도 없었다.아무 말도 아무것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작은 생명에 변승현은 눈을 감고 목구멍에 차오른 쓴 피를 꿀꺽 삼
백연희는 간호사의 말을 듣고 더는 참지 못하고 석문호의 품에 기대어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변승현은 위급 동의서를 받아 펜을 쥐고 조용히 서명했다.간호사는 서명을 받은 뒤, 말없이 다시 응급실 안으로 들어갔다.변승현은 굳게 닫힌 수술실 문을 응시했다. 그의 검은 눈동자는 한없이 어두웠다.시간은 고통스럽게 흘러갔다.유지현은 전화를 마치고 돌아와 변승현 곁에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혈액 팩은 이미 이송 중입니다. 약 20분 내 도착합니다.”변승현은 짧게 대답했고 유지현은 조용히 물러섰다.석문호는 유지현의 말
“네!”수술실 분위기는 순식간에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다.마취과에서 전신마취를 진행했다.심지우는 잠들기 전까지 간호사의 손을 꼭 잡고 흐느꼈다.“제 아이들, 제발 꼭 지켜주세요...”간호사는 조용히 그녀를 다독였고 마취가 들며 심지우는 깊은 잠에 빠졌다.소독을 마친 임 교수도 수술실로 들어왔다.“쌍둥이 조산?”임 교수는 출혈량을 보고 표정이 확 굳었다.“태아 상태는요?”“하나는 태심이 불규칙합니다.”오 교수가 대답했다.“상황 안 좋네요. 게다가 희귀 혈액형 산모라, 잠깐...”임 교수는 차트를 넘기다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