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한참 흘렀다.전미정은 안절부절못하며 말했다.“아가씨, 그냥 내버려 두시면 안 됩니다! 저 여자는 지금 대놓고 강 대표님을 유혹하려는 거잖아요? 저런 요망한 것들은 혼쭐을 내줘야 정신을 차립니다!”도아영은 강현재와 허인하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온갖 끔찍한 상상에 사로잡혔다.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녀는 제아시로 돌아갈 면목도 없고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게 뻔했다.사실 아이들 방에서 전미정이 들었다는 웃음소리는 그녀가 직접 본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차마 방에 들어갈 수 없어 문밖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소리만 듣고
그들은 모두 허인하와 대화를 나누며 애써 눈물을 흘리는 도아영에게는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았다.도아영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당장이라도 눈물을 밥상에 쏟아붓고 싶은 심정이었다.‘너희들 정말 내 눈물이 안 보이는 거야?’전미정이 그 모습을 알아채고 큰 소리로 말했다.“아가씨, 왜 울고 계세요?”그제야 강현재는 오른쪽을 바라보았다.과연 도아영은 울고 있었다.왠지 모르게 강현재는 짜증이 났다.‘이렇게 좋은 분위기에서, 왜 울고 있는 거지?’도아영은 휴지를 꺼내 눈물을 닦아내며 말했다.“너무 감격스러워서 그래. 이렇게
양우진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게 말이야.”허인하는 딸의 손을 닦아주던 손을 멈칫했다.‘무슨 속셈이지? 설마 나와 강현재의 재결합을 바라는 건가? 그게 가능해?’한편, 도아영은 술잔을 든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그녀는 어색한 표정으로 억지로 술잔을 내려놓았다.‘승호는 무슨 말을 하는 거지? 그들은 대체 뭘 하려는 걸까? 지금 여기에 있는 내가 안 보이는 거야?’도아영은 고개를 돌려 강현재를 바라봤다.그의 시선은 오직 허인하에게만 고정되어 움직일 줄 몰랐다.강현재는 어찌 된 영문인지 이 저녁 식사가 몹시 따뜻하
도아영은 강현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강현재가 허인하에 대한 그들의 호칭을 바로잡아주기를 바랐다.하지만 강현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강현재는 오히려 허인하를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그의 눈빛은 더 이상 차갑기만 한 것이 아니라, 약간의 놀라움과 미소를 띠고 있었다.지금의 허인하는 예전처럼 항상 웃는 얼굴로 사람들을 대하지 않았고 아이들을 바라볼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무표정했다.그녀의 고고한 분위기에 양우진조차 함부로 입을 열지 못했다.하지만 허인하는 그들에게 약간의 여지를 주듯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었다.“언제 왔
도아영 자신도 그걸 알아차렸다.그녀는 약간 불안해졌지만, 조급해하지는 않았다.도아영은 숨을 고르고 다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현재야, 나는 정경시에 온 지 얼마 안 돼서 아는 사람도 없잖아. 그래서 뭘 하든 무의식적으로 복잡하게 생각하게 돼. 혹시 잘못할까 봐. 그러다 보니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것 같아. 하지만 최대한 빨리 적응할게. 집안일은 나한테 맡겨. 걱정 마.”“그래, 그럼 됐어.”강현재는 경호원에게 옷을 갈아입게 자신을 데려다 위층으로 데려가라고 지시했다.그가 떠나는 것을 보자 도아영의 미소는 사라졌다.그녀
마지막 말은 강현재가 지어낸 말이었다.“우리 사이에 좋게 지낼 필요는 없어.”“그럼 이연이랑 이준이더러 직접 널 초대하라고 할까? 애들이 널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은 나보다 훨씬 더 크니까.”강현재는 아이들을 빌미로 말했다.오늘 도아영이 아이들을 협박했다는 소문은 이미 허인하의 귀에까지 들어간 상태였다. 그렇게 어린 두 아이가 자신과 강현재 사이의 문제 때문에 고통받고 불행해 한다는 생각에 허인하는 마음이 아팠다.“장소, 시간.”강현재는 무의식적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부드러운 어조로 주소와 시간을 알려주었다.통화를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