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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전화를 끊은 엄마

119 전화를 끊은 엄마

By:  운결Completed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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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 준우는 땅콩을 잘못 먹고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켰다. 나는 집에 있던 항히스타민제를 모두 버리고, 남편이 걸었던 119 응급 전화마저 끊어버렸다. 그리고 눈앞에서 준우가 호흡 곤란으로 질식사하는 것을 지켜봤다. 이것이 내가 기억하는 이번 생의 결말이었다. 하지만 이전 생에서, 준우가 호흡 곤란 증상을 보였을 때, 나는 곧바로 차를 몰아 병원으로 데려갔었다. 긴급한 치료 끝에 준우는 간신히 목숨을 건졌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나를 뒤쫓아 병원으로 온 시어머니는 날 향해 울부짖으며 소리쳤다. “너 같은 게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니? 넌 내 손자를 죽인 살인자야!” 나는 황급히 해명했다. “아니에요, 준우는 무사해요. 치료도 끝났고 곧 퇴원할 수 있어요!” 그러나 내가 의사의 진단서와 퇴원 확인서를 꺼내 보이려는 순간, 그것들은 갑작스레 ‘응급 치료 실패’, ‘사망’이라는 문구가 적힌 사망 진단서로 바뀌어 있었다. 게다가, 조금 전까지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이던 준우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준우가 있는 곳은 차가운 병원 영안실이었다. 나는 믿을 수 없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준우는 분명 살아 있었는데...’ 진실을 찾기 위해 병원 CCTV를 확인했지만, 모니터 속에서 내가 본 건 끔찍한 현실이었다. 화면 속에서 준우는 애초에 수술실에서 나오지도 않았고, 나 혼자만 아들이 아직 살아 있다고 믿으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나는 점점 더 큰 혼란에 빠졌다. 아무도 내 말을 믿지 않았고, 결국 나는 정신이상자로 몰려 정신병원에 갇혔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병원 내에서 발작을 일으킨 사람들이 내게 몰려들었다. 나는 산 채로 이들에게 잔인하게 물어뜯겨 끔찍하게 살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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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제1화

“엄마, 이거 먹고 싶어.”

아들 준우의 부드럽고 애교 섞인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다.

나는 잠깐 멍하니 있다가 아들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고작 세 살인 준우가 유리 진열장 안의 케이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이의 동그란 눈동자엔 케이크에 대한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직원은 나와 아이에게 다가와 환하게 미소 지으며 친절히 설명했다.

“손님, 이건 저희 가게에서 새로 나온 땅콩 맛 케이크입니다. 국내산 유기농 땅콩 함량이 무려 50%나 돼요.”

“위에는 저희가 직접 만든 수제 땅콩 누가를 올렸는데 오늘 남은 건 이게 마지막이에요.”

“엄마, 나 이거 꼭 먹을래.”

준우가 내 다리를 꼭 안으며 고집을 부렸다.

‘엄마가 안 사주면 안 갈 거야’라는 태도가 역력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엔 여러 기억이 물밀듯이 되살아났다.

오늘은 내 생일이었다.

그리고 전생에서, 준우는 땅콩을 먹고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켰다.

그 일이 벌어졌던 시간까지 앞으로 고작 1시간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 내가 샀던 건 분명히 딸기 케이크였어. 게다가 준우가 먹는 모든 음식을 몇 번이나 확인하고 또 확인했는데... 왜 그런 일이 벌어진 거지?’

나는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을 꼬집으며 혼란에 빠졌다.

내 머릿속을 의문이 가득 채우던 그때, 주머니 속 휴대폰이 갑자기 진동했다.

시어머니가 보낸 음성 메시지였다.

[하정아, 집에 알레르기 약이 다 떨어졌더라.]

[준우가 땅콩 알레르기가 있잖니. 나중에 잘 살펴봐야 한다. 땅콩 들어간 음식은 절대 사지 말고.]

여전히 다정한 시어머니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이것도 전생에서와 똑같은 당부였다.

눈앞의 준우가 환하게 웃으며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 얼굴이 전생에서 새하얗게 질린 준우의 모습과 겹쳤다.

‘이번에도... 똑같은 일이 일어날까?’

내 머릿속에 또 하나의 의심이 스쳤다.

‘...이건 진짜 우연일까?’

시어머니의 메시지에 답하지 않은 채, 나는 천천히 준우를 바라보면서 조심스럽게 준우를 달래는 점원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이거 포장해 주세요. 위에 땅콩 가루를 두 배로 듬뿍 뿌려주시겠어요?”

직원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바삐 움직였다.

곧 땅콩 가루가 듬뿍 올라간 황금빛의 케이크가 완성되어, 더욱 정교하고 매혹적으로 보였다.

준우는 기대 가득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환하게 웃었다.

“엄마 최고야! 엄마 사랑해!”

나는 준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 좋아하는 거면 조금 있다가 많이 먹어. 절대 남기면 안 돼.”

“응! 다 먹을게요!”

준우는 세 손가락을 꼿꼿이 세우며 맹세하더니, 기쁨에 찬 얼굴로 나에게 뽀뽀했다.

아이는 소중한 보물이라도 되는 양 케이크를 꼭 안고 있었다.

‘준우 너는 아무것도 모르겠지... 네가 한 입만 먹어도, 그게 네 목숨을 앗아간다는 걸.’

...

우리가 집에 도착했을 때, 집 안은 이미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남편 주성언과 시어머니는 방문한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오늘 생일 파티에 온 사람들은 예상보다 많았고, 대부분이 나와 주성연이 함께 알고 지내던 친구들이었다.

“여보, 이제야 왔네.”

주성연은 익숙한 듯 내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어서 가서 새 드레스로 갈아입어. 오늘은 당신이 주인공이잖아. 제일 예쁘게 하고 와야지.”

나는 시선을 살짝 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리고 전생에서처럼, 나는 옷장에 걸려 있던 단 하나의 흰 드레스를 꺼내 입었다.

내가 지퍼를 끝까지 올리는 순간, 밖에서 누군가 소란을 피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무슨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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