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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화. 지워지지 않는 향기

Auteur: 안나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10-22 07:01:29

호텔 최상층.

통유리창 너머로 서울 도심의 풍경이 한눈에 펼쳐졌고, 거실 중앙에는 크림색 대형 소파와 대리석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최고급 샴페인과 와인, 신선한 과일, 그리고 작은 케이크가 준비되어 있었다.

방 안 곳곳에는 붉은 장미와 흰 장미가 장식되어 있었다.

안쪽 침실에는 커다란 침대가 놓여 있었고, 침대 위에는 장미꽃잎으로 장식한 하트 모양까지 만들어져 있었다.

누가 보아도 연인을 위해 준비한 공간이었다.

서희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룸 문이 닫히자마자, 서희의 얼굴에 승자의 여유로운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오늘 밤만큼은 기어코 도윤의 마음을 무너뜨리고 제 남자로 만들겠다고 단단히 별렀던 터였다.

그녀는 천천히 도윤에게 다가갔다.

“도윤 씨.”

서희는 도윤에게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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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년 그리고 다시 5년   182화. 안녕, 나의 사랑

    유럽 출장 마지막 날.차도윤은 회의실 창밖으로 펼쳐진 낯선 도시를 바라보고 있었다.며칠 동안 이어진 일정은 숨 돌릴 틈조차 없었다.각국의 고위 관료들과 투자 관계자들을 만나고, 수차례 협상과 계약 조건을 조율했다.하루에 서너 시간밖에 잠을 못 자는 날도 있었다.그런데 출장 내내 가슴 한구석이 뻐근할 정도로 서늘했고,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이 불쑥불쑥 치솟았다.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회의는 순조롭게 진행됐고, 사업적인 문제도 없었다.‘도윤 씨…’ 수아가 애타게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놀라서 잠에서 깨었다.도윤은 휴대전화를 꺼냈다.수아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왜 전화를 안 받지…….”그는 곧바로 유진에게 연락했다.“아주머니, 접니다.”“네, 전무님.”“수아의 전화가기 꺼져 있는데 수아는 잘 지내고 있습니까?”잠시 침묵이 흘렀다.유진은 민철에게서 도윤에게 아직 실종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상태였다.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휴대전화를 움켜쥐었다.“네…… 전무님, 아마 작품에 몰입하시느라 전화기를 꺼 두신 것 같아요.”“요즘 식사는 잘하고요?”“……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유진은 차마 수아가 사라졌다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도윤은 잠시 눈을 감았다.“수아에게 제가 전화했다고 전해 주세요.”“

  • 3년 그리고 다시 5년   181화. 보고하지 못한 진실

    유럽의 새벽 공기는 서늘했고, 호텔 방 안에는 옅은 어둠이 깔려 있었다.시차로 인해 이른 시간에 눈을 뜬 김민철은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화면을 가득 채운 알림 중, 한국의 펜트하우스 집사 유진에게서 온 메신저 알림이 눈에 박혔다.민철은 대수롭지 않게 메시지 창을 열었다가, 그 안에 담긴 문장을 읽는 순간 온몸의 피가 싹 식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김 실장님, 유진입니다.수아 아가씨가 집에 계시지 않습니다. 수아 아가씨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방은 비어 있고, 화장대에 립스틱으로 남긴 글자만 남아 있어요…… 전화도 번호가 바뀐 건지 연결되지 않습니다.’민철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뭐라고……?”메시지를 다시 읽었다.그리고 또 한 번 읽었다.수아가 사라졌다.그것도 아무런 연락 없이.민철의 표정이 굳어졌다.그는 곧바로 유진에게 전화를 걸었다.몇 번의 신호음 끝에 유진의 목소리가 들렸다.“김 실장님!”“네…여사님, 저입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저도 모르겠어요….”유진의

  • 3년 그리고 다시 5년   180화. 그녀가 떠난 집

    청담동 펜트하우스.이른 아침, 넓은 주방에서 도마 위로 칼질하는 소리가 들렸다.김유진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냄비에서는 김치찌개가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유진은 국자로 국물을 조금 떠서 맛을 보았다.“음, 이 정도면 됐네.”그녀는 불을 약하게 줄였다.최근 수아는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좋아하던 반찬을 차려 주어도 몇 숟가락 먹지 못하고 수저를 내려놓기 일쑤였다.며칠 전에는 아침을 먹다가 갑자기 속이 좋지 않다며 자리에서 일어난 적도 있었다.원래도 조용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성격이었지만, 최근에는 어딘가 기운이 없어 보였다.유진은 수아의 건강이 마음에 걸렸다.그래서 오늘은 기필코 무언가를 먹이겠다는 심산으로, 수아가 평소에 가장 좋아하던 칼칼한 김치찌개를 끓여내며 그녀가 방에서 나오기를 기다렸다.하지만 아침 시간이 훌쩍 지났음에도 수아의 방에서 나오지 않자, 평소보다 늦어지는 것이 이상해 유진은 조용히 다가가 방문을 가볍게 두드렸다.똑똑.“수아 아가씨, 아침 식사 준비됐어요. 일어나세요.”“수아 아가씨.”유진은 방문을 가볍게 두드렸다.“아침 먹어요.”안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유진은 잠시 기다렸다.“아가씨, 오늘 좋아하는 김치찌개를 끓였어요.”여전히 조용했다.이상함을 느낀 유진이 다시 한 번 노크를 하며 목소리를 높였다.“수아 아가씨? 문 좀 열게요. 안에 별일 없으신 거죠?”대답 없는 고요함 속에서 유진은 결국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 3년 그리고 다시 5년   179화. 이수아가 사라진 자리

    수아는 입술을 달싹였지만,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자신의 이름이 무엇인지조차 머릿속에서 새하얗게 지워져 있었다.대답을 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떨기만 하자, 의사는 조금 더 쉽게 질문을 바꿨다.“그럼…… 지금이 몇 년도인지 기억나세요? 며칠 전에 큰 교통사고가 났는데, 사고 직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억나는 거 있으십니까?”질문이 거듭될수록 수아의 가슴은 쿵쾅거리고 숨이 가빠져 왔다.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내가 누구인지, 가족이 누구인지, 도대체 왜 여기에 있는지…… 공포가 해일처럼 밀려와 수아의 목을 조여 왔다.수아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머리가…….”그녀는 힘겹게 말했다.“너무…… 아파요.”“네. 사고로 머리를 다치셨습니다.”수아의 눈빛이 흔들렸다.“사고……?”의사는 그녀의 반응을 살폈다.“네. 교통사고가 있었습니다.”수아는 눈을 깜빡였다.교통사고.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서 무언가 번쩍이는 것 같았다.그러나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수아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내 이름이…….’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그녀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다.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 3년 그리고 다시 5년   178화. 어둠속에서도 지키고 싶은 너

    사이렌 소리가 찢어질 듯 울려 퍼지는 굽은 국도변.“여기요! 여기 사람이 있어요!”“119 불렀습니까?”“네! 지금 오고 있대요!”굽이진 산길에 다급한 목소리들이 울려 퍼졌다.마산에서 고성으로 이어지는 지방도로.평소라면 차량 몇 대가 조용히 오갔을 길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도로 한쪽에는 커다란 화물트럭이 비스듬히 멈춰 서 있었고, 그 앞에는 앞부분이 심하게 찌그러진 택시 한 대가 가드레일에 걸쳐 있었다.차량의 보닛에서는 희뿌연 연기가 피어올랐다.깨진 유리 조각들이 도로 위에 흩어져 있었고, 사고를 목격한 운전자들이 차를 세운 채 구조를 시도하고 있었다.“안에 여자 손님이 있어요!”한 남자가 택시 뒷좌석을 가리키며 소리쳤다.“움직이지 않아요!”잠시 후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삐뽀, 삐뽀.119 구급차와 구조차가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뒤이어 경찰차도 도착했다.“모두 뒤로 물러나 주세요!”소방대원들이 신속하게 차량 주변을 통제했다.경찰관들은 도로 양쪽에서 접근하는 차량을 막고 사고 현장을 확보했다.구조대원 두 명이 택시 앞으로 달려갔다.“운전자 상태 확인!”“의식이 있습니다! 다리 쪽이 끼어 있습니다!”“뒷좌석 승객은?”“여성 한 명! 의식 저하 상태입니다!”구조대원이 깨진 창문 사이로 몸을 숙였다.뒷좌석에는 젊은 여자가 안전벨트에 몸이 붙잡힌 채 비스듬히 기대어

  • 3년 그리고 다시 5년   177화. 낯선 도시, 멈춰 버린 시간

    “손님, 종점입니다. 이제 내리셔야 해요.”누군가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수아는 무거운 눈꺼풀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낯선 풍경이 흐릿한 시야에 들어왔다.버스 앞쪽에는 중년의 운전기사가 서 있었다.“아가씨, 마산에 도착했어요.”“아…….”수아는 그제야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깨달았다.고성으로 가기 위해 내린 경상도의 작은 도시, 마산. 차창 밖의 낯선 풍경은 그녀가 세상에 홀로 남겨졌음을 잔인하게 일깨워 주고 있었다.“죄송해요. 제가 깜빡 잠이 들었네요.”기사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짐 잘 챙기고 천천히 내리세요.”“네. 감사합니다.”수아는 옆자리에 놓아둔 작은 가방을 집어 들었다.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아랫배에 손을 얹었다.‘아가야…….’그녀는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이제는 정말 혼자서 살아내야 한다.버스에서 내려 터미널 바닥에 발을 디딘 수아는 어디로 향해야 할지 길을 잃은 사람처럼 정류장 앞에서 한참을 멍하게 서 있었다.묵직한 가방을 쥔 손에 힘이 풀렸다.뱃속의 아이를 생각하면 무엇이라도 입에 넣고 기력을 차려야 했지만, 온몸의 에너지가 이미 바닥난 상태였다.마산.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경상도의 작은 도시.그녀가 최종 목적지인 고성으로 가기 위해 잠시 들른 곳이었다.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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